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4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47화(147/202)
< 146화 – 요한의 시선 >
“동생아.”
“?”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알아.”
“지난 시즌의 널 따라잡으려면, 다음 경기에 6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 해야 해.”
“6개? 생각보다 멀진 않네.”
“···그런가? 아무튼, 좀 더 분발하자고.”
“그래야지.”
두 형제의 대화를 들으며, 거실에 앉아 뉴스를 보고 있던 반석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로한이 저 녀석도 참.
전반기에만 35골 6도움을 기록한 선수에게 좀 더 분발하라는 말을 하다니.
요한이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저 녀석밖에 없을 거다.
-······지난 시즌의 웨스트 햄과 올 시즌의 웨스트 햄이 지표 상으로 어떤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는지 분석해드렸는데요. 이번엔 선수별로 퍼포먼스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스트라이커 요한 반 선수부터 살펴볼까요.
“이크.”
축구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반석호가 급하게 채널을 돌렸다.
딱 봐도 요한이가 들어선 안 될 것 같은 내용이 나오려 했기 때문이다.
채널을 돌리니, 로한이도 이쪽을 슬쩍 보더니 몰래 엄지를 치켜 세운다.
요한이의 귀에 진실이 들어가선 안된다.
“아무튼, 부지런하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더 열심히 해야 돼.”
“알았다니까.”
로한이는 일부러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
올 시즌 요한이의 기록이, 지난 시즌 요한이의 기록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저 단순하게,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동 라운드 기준 지난 시즌의 요한이 기록했던 공격 포인트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데이터라는 건 표면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언제나 올바른 해석이 필요한 법이다.
지난 시즌, 요한이는 19라운드까지 17경기를 소화했다.
결장은 단 두 번 뿐.
반면, 올 시즌엔 19라운드까지 14경기를 소화한 요한이다.
시즌 초, 유로의 여파 때문에 휴식한 경기들 때문에 출장 수가 적다.
따라서 경기당 공격 포인트로 계산해 본다면, 지난 시즌의 요한이는 경기당 2.6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고, 올 시즌의 요한이는 경기당 2.9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는 결과를 알 수 있다.
오히려 올 시즌의 페이스가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이다.
요한이가 바보인 건 아니고, 녀석은 그저 계산기나 두드려 보고 있는 것조차 귀찮을 뿐일 테지만.
어쨌든 녀석이 진실을 모르고 있다는 건 꽤 긍정적인 일인 듯 했다.
“근데, 감독님이 다음 경기는 쉬게 할 거라고 하셨는데. 어떡하지.”
“어쩔 수 없지. 그 다음 경기에서 그만큼 더 넣는 수밖에.”
봐라.
요한이가 다음 경기는 뛰지 못할 것 같다며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경기에 나서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요한이라니.
이런 날이 올 줄은,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지.
‘참 많이 변했어. 아니, 어쩌면 변하지 않은 거라고 봐야 하나.’
요한이가 데뷔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도 반석호는 문득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꽤 자주 있었다.
아마 요한이를 세상에 태어나는 날부터 봐왔기 때문일 거다.
갓난아기일 때부터 요한이는 캐릭터가 확실했으니까.
‘진짜 어릴 때부터 특이하긴 했어, 쟤는.’
지금 생각해봐도 헛웃음이 나오는 일들이 참 많았다.
얌전하고 순하기로 유명해 ‘천사견’이라 불리는 골든 리트리버들도, 3살까지는 천방지축 에너지가 넘친다고 한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어릴 땐 대부분 활달하고.
머리가 좀 굵어지기 전까지의 꼬맹이들, 그것도 남자 아이들의 체력이 얼마나 넘치는지는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거다.
근데, 요한이는 참 키우기가 편했다.
그래서 요한이 엄마는 좋아했지.
애가 어떻게 이렇게 차분할 수 있냐고.
첫째인 로한이도 얌전한 편이긴 했는데, 요한이는 정말 하루종일 잠만 잤거든.
어느 정도였냐면, 요한이 눈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정도였다.
눈 감고 자는 모습밖에 못 봤으니까.
당연히 과장이긴 한데, 아무튼 요한이는 갓난 아기일 때부터 참 한결 같았다.
남들은 아기 재우느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다는데, 요한이는 그런 쪽으론 정말 천사였다.
재우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고, 제때 밥만 잘 챙겨주면 울지도 않았다.
뭐, 그 덕인진 몰라도 또래 아이들보다 쑥쑥 크긴 한 것 같았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니 키가 안 클래야 안 클 수가 없었을 거다.
물론 키야 유전이라지만, 요한이는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극한으로 뽑아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적어도 생활 습관이나 환경 때문에 손해는 안 보고 잘 컸다는 얘기지.
요한이는 아직도 조금씩 크고 있을 거다.
남자는 군대가서도 키가 큰다는데, 녀석은 이제 17살이니까.
내년이 되면 190센티에 가까워질지도 모르겠다. 아니, 넘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잠 좀 그만 자라는 말도 웬만하면 잘 안 한다.
‘언제 어디서든 잘 잘 수 있다는 건 축복이거든.’
확실히 잠은 보약이고, 최고의 휴식법이다.
휴식의 중요성이야 반석호가 제일 잘 안다.
부족한 휴식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요한이가 풀 시즌을 잘 소화했고, 이번 시즌에도 아픈 곳 없이 소화를 하고 있는 건.
그만큼 넘치게 휴식을 잘하고 있는 게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휴대폰으로 따지자면, 녀석은 사용 중인 시간 외에는 언제나 충전기를 꼽아두고 있는 상태인 거다.
그러니 바닥나는 일이 없다.
되려, 그 과정에서 배터리의 최대 용량이 늘어나 버리기까지 한다.
어떻게 보면, 그런 면에선 축구 선수로서의 자질을 타고난 녀석이다.
그랬으니,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안타까워 했었던 것이지.
‘이젠 오히려 미안할 정도고.’
아무튼, 요한이가 안타까움을 해소해준 만큼.
반석호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요한이가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은 욕심이 여전히 크긴 하지만, 반대로 요한이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편히 사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냥,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게 말이다.
요한이는 이미 많은 걸 참고 견디며 팬들과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그러니, 이젠 스스로가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것이고.
아아, 아니다.
그건 아니지.
누구나 그 존재 자체로 행복해질 권리는 있는 거니까.
그냥, 그냥 요한이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올 시즌, 녀석이 반드시 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반석호는 진심을 다한 축하를 건넬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고생했다고.
이젠 네가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라고 말이다.
그러니, 매 경기 이기길 응원할 것이고.
승리하면 함께 기뻐해 줄 것이다.
“으어.”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요한이 거실로 나와 소파에 벌렁 드러누웠다.
원래는 침대로 뛰어드는 게 루틴인데, 지금은 제레미 집사가 방을 청소 중이다.
“유벤투스 경기 시작했어요?”
“응. 이제 막.”
로한도 요한의 다리 한짝을 치우며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티비 채널은 어느새 축구 중계로 맞춰져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는 아니고, 세리에 A 경기다.
웨스트 햄의 챔스 16강 상대인, 유벤투스가 인테르를 만났다.
“순위가 어떻게 되지?”
“14승 5무로 유베가 1위요. 인테르는 11승 4무 2패로 2위고.”
“어디 보자. 3곱하고 5더하면···”
“유베가 승점 47점이고요. 인테르는 37점이요.”
“어, 그래. 꽤 차이가 나네.”
“골득실이나 이런 건 더 차이 나요. 경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유벤투스가 세긴 한가 보네.”
“그렇죠.”
올 시즌 유벤투스는 세리에 제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챔스에선 레알에 밀려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긴 했지만, 그건 레알이고.
세리에 내에선 적수가 없는 모습.
지금도 그랬다.
리그 2위인 인테르와의 경기인데도, 유벤투스는 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테르가 아무것도 못하네.”
“볼레로비치, 쟤가 물건이에요. 과장 없이, 현 폼으로는 수미 탑 5안에 든다고 봐요.”
“쟤가 그 볼레로비치구나. 어쩐지.”
반석호는 세리에를 즐겨 보지 않는다.
덕분에 유벤투스 정도 되는 팀이더라도, 아는 선수는 몇몇 유명 선수들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경력이 세리에 뿐인 선수들은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생소한데.
얼굴을 몰라도 눈에 띄는 플레이어들이 보인다.
그 중 한 명이 디미트리 볼레로비치다.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녀석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완전히 중원을 잠구어 버리는 수준.
인테르가 공을 파이널 서드 근처까지 보내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
“유벤투스 수비가 강한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 핵심은 사실 센터백 듀오보다도 볼레로비치죠.”
“카펠로가 조심해야겠네.”
볼레로비치 뿐만이 아니다.
2선 자원들의 면면도 모두, 적어도 리그 탑 클래스라 할만한 선수들 밖에 없다.
지난 시즌 세리에 득점왕이자, 올해도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전방의 두샨 블라호비치는 말할 것도 없다.
“생각보다도 더 힘들겠는데.”
“확실히 홈 앤 어웨이는 쉽지 않을 거예요. 단판이면 몰라도, 경기 수가 많아질수록 수비 역할이 중요해지니까.”
“흐음.”
중계를 지켜볼수록, 유벤투스와의 16강 전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상대가 유벤투스인데.
아무리 웨스트 햄이 잘 나가고 있다 해도, 상대는 유벤투스고 무대는 챔피언스 리그 16강 토너먼트다.
챔피언스 리그가 어떤 곳인가.
거기야말로, 우승을 해 본 클럽들만 우승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레알 마드리드다.
챔스 최다 우승 클럽인 레알은, 그동안 쌓아온 역사로 우승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챔스의 레알은 정말 특이해서, 리그에선 3위를 해놓고 챔스에선 우승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다.
유벤투스도 만만치 않은 챔스의 근본 팀이다.
비록 우승은 두 번 밖에(?) 없지만, 준우승은 가장 많이 했다.
적어도 결승까지는 잘 간다는 거다.
이런 팀들에겐 DNA가 있다.
챔스 DNA.
반면 웨스트 햄은 경험이 전무하다.
그러니, 당연히 쉬울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보다 보니 더욱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축구 팬들이 그러하듯 약자 코스프레를 좀 심하게 하자면, 크게 패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는 느낌이 경기를 지켜볼수록 다가왔다.
-고ㄹㄹㄹㄹㄹㄹ! 유벤투스의 두 번째 골!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인테르를 주무르는 유벤투스!
유벤투스는 인테르를 신나게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쳐맞고 있는 인테르도 챔스 토너먼트에 진출해 있는 팀이다.
웨스트 햄이 인테르와 맞붙게 되었다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을진데, 그런 인테르를 유벤투스는 손쉽게 요리하고 있으니.
반석호와 로한의 입에서 걱정스러운 한숨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어? 저 아저씨, 아는 아저씨들 같은데.”
“응?”
하품을 하며 심드렁하게 중계를 보던 요한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화면엔 유베의 월클 센터백 듀오, 바르첼리와 마르치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분명 어디서 본 아저씨들인데.”
“맞아. 왜, 이탈리아랑 경기했을 때 있잖아. 대표팀에서.”
“아, 기억났다. 그때 그 아저씨들이구나.”
요한이 바르첼리와 마르치오의 얼굴을 알아봤다. 마치 쌍둥이처럼 움직이던 둘의 기억을 떠올리는 요한.
요한은 고개를 갸웃였다.
“저 상대 팀, 되게 못하는 팀인가 보다.”
“···응? 인테르가?”
“응. 저 아저씨들, 뚫기 진짜 쉬운데. 한 골도 못 넣네.”
“···.”
요한의 말에, 로한과 반석호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요한아.
인테르도 잘 해···.
바르첼리랑 마르치오를 못 뚫는다고 못하는 게 아니야.
그냥 너가 미친놈인 거야···
“저 아저씨들이랑 또 붙어야 하는 건 알고 있지?”
“알지. 유벤투스.”
“그때처럼, 또 박살 낼 자신 있고?”
“저 아저씨들 정도야 뭐, 쉽지.”
요한의 대답에 로한과 반석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방금까지 가득했던 걱정이, 갑자기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아마, 전 세계 요한이가 유일할 거다.
유벤투스의 센터백 듀오를, 쉬운 아저씨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
“하암. 슬슬 딴 거 보면 안 돼요?”
“그래도 봐둬야지, 요한아. 곧 만날 팀인데.”
“너무 지루한데.”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요한.
아무래도 요한이가 축구 경기 보는 것조차 지루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한이 눈엔 다 애기들 장난처럼 보이는 거다.
자기 눈엔 수준이 낮으니, 재밌게 느껴질 리가 없지.
어쩌면 당연한 거다.
-3대0! 블라호비치의 쐐기골! 인테르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리는 골입니다!
티비 속 중계에선, 여전히 유벤투스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젠 다르게 보였다.
요한이의 눈엔 저것조차 우습게 보일 거라 생각하니, 하나도 무섭게 보이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