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5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51화(151/202)
< 150화 – 브라질 식 통성명 >
기마랑이스에게 웨스트 햄이 프리미어 리그의 1위 팀이고,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그들이 발렌시아의 수준에 대해 들먹이는 순간부터는 말이다.
‘브라질 식 인사?’
기마랑이스는 웃었다.
브라질 사람에게, 영국 놈들이 브라질 식으로 인사하자며 아는 척하는 꼴부터가 우스웠다.
근데 더 웃긴 건, 그게 사실이라는 거다.
파아앙-!
파아앙-!
“오, 좋아. 인사할 마음이 생겼나 본데.”
베일리가 기마랑이스에게 공을 보냈고, 기마랑이스는 그 공을 되돌려 보냈다.
이렇게 한 번씩 공을 주고받는 건, 서로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선 벗어나면 안되고. 저 미니 골대에 어떻게든 공을 넣으면 이기는 걸로. 오케이?”
그래, 맞다.
브라질에선 이렇게 인사한다.
서로 어디에서 왔고, 생김새가 어떻고 이름이 무엇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가 궁금한 건 이 녀석이 얼마나 공을 잘 차는지, 그것뿐이다.
툭-
첫발을 떼는 베일리.
오늘은 요한이 출근하지 않는 날이기에 고든에게 불려온 베일리다.
그러니까, 웨스트 햄에서 1대1로 두 번째 손가락엔 꼽히는 게 베일리라는 뜻이다.
벨라미조차도 순수 1대1에선 베일리에게 높은 승률을 자랑하지 못할 정도.
베일리는 자신감 있게 달려들었다.
타타탓-!
그러나, 기마랑이스의 주특기 역시 1대1이다.
다른 나라 꼬맹이들이 어릴 때 뭘 하고 노는 지는 모르겠지만, 브라질에선 무조건 공 하나 가지고 공터나 골목에서 시간을 보낸다.
자신 역시 그랬었다.
상파울루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기마랑이스는 하루 종일 공을 차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곳에선 정식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건 기대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좁은 공터나 골목이 전부였기에 할 수 있는 거라곤 풋살이나 1대1 놀이뿐이었다.
기마랑이스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프로 생활을 한 지금도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도 세계 최고의 1대1 고수는 브라질 뒷골목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여기 유럽이 아니라 말이다.
타타탓-
발을 벌려 자세를 낮추고 베일리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기마랑이스.
그런 기마랑이스의 자세에, 빈틈을 살피던 베일리가 화려한 발재간을 선보였다.
휘이익-!
스텝 오버와 동시에 상체를 흔들며 기마랑이스의 밸런스를 깨려는 베일리.
그러나, 쉽게 흔들리지 않는 기마랑이스.
베일리가 뭔 짓을 해도 기마랑이스가 바위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키니, 열심히 페인팅을 시도하는 베일리의 모습이 모두 헛수고처럼 보인다.
‘스피드로만 제끼기엔···’
어금니를 깨무는 베일리.
1대1에서 단순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스피드로 상대는 제쳐내는 것이다.
다만, 그건 넓은 필드 위에서나 통용되는 말이고.
미니 게임 용으로 그어진 이 직사각형의 경기장은 치고 달리기엔 매우 좁다.
오로지 테크닉만으로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
“···!”
방법을 찾던 베일리에게, 순간 보이지 않던 틈이 보였다.
헛수고처럼 느껴졌지만, 좌우로 열심히 흔들어댄 덕에 생긴 그 틈.
기마랑이스가 자세를 완전히 낮춘 탓에 벌어진 그의 두 다리 사이 말이었다.
스르륵-
베일리는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밀다가, 발바닥으로 부드럽게 공을 굴려 기마랑이스의 다리 사이로 공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사실 기마랑이스가 인내심 있게 기다려왔던 게 바로 그거였다.
파아앙-!
낌새가 보이는 동시에, 기마랑이스가 가랑이를 닫았고 공을 튕겨 나왔다.
루즈 볼이 된 공.
그 공을 향해 베일리와 기마랑이스는 어깨 싸움을 펼쳤고, 베일리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파아앙-!
철썩-!
공을 탈취해낸 기마랑이스는 가볍게 반대쪽 골대에 공을 차 넣었다.
“···!”
“···!”
생각보다 쉽게 끝나버린 승부.
“그럼 이만.”
베일리가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기마랑이스는 곧바로 몸을 돌려 클럽 하우스로 향했다.
자신보다 공을 못 차는 녀석의 이름 따위는 알아 둘 필요가 없으니 말이었다.
*
웨스트 햄의 1월 두 번째 경기는 헐 시티와의 FA컵 64강 경기였고, 세 번째 경기는 리버풀과의 리그 23라운드 경기였다.
슈미트 감독은 헐 시티와의 경기에서 기마랑이스를 곧바로 데뷔시킬 생각이었다.
리버풀 전을 위해서 말이다.
보다 더 중요한 리버풀과의 경기에 앞서, 헐 시티 전에 출장시켜 잉글랜드 잔디에 적응을 시킬 요량이었다.
기마랑이스는 대략 5천만 유로를 써서 데려온 선수였다.
당장 다음 경기부터 써먹기 위해 데려온 선수라는 것이었다.
팀은 그의 적응을 여유롭게 기다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좀 친해졌나?”
“아뇨. 전 노력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친해질 생각이 없나 봐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건데, 저 혼자 쌩쇼하고 있다니까요.”
슈미트 감독의 물음에 벨라미가 난색을 표했다.
기마랑이스와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벨라미다.
듀오를 이루는 센터백끼리의 호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서로가 상호 보완해주어야 한다.
개인 능력이 뛰어나지만 케미가 별로인 센터백 조합보다, 개인 능력은 떨어져도 케미가 폭발하는 조합이 더 단단한 모습을 보일 때도 많다.
센터백들끼리는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벨라미는 이런저런 노력들을 다 하고 있었다.
녀석의 고향이 브라질이라길래, 최근 브라질에서 유행 중인 노래를 외워 흥얼거리기도 했고,
“이렇게 추는 거 맞냐?”
“···.”
유투브로 독학한 삼바 춤을 춰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벨라미의 노력은 기마랑이스에게 통하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기마랑이스가 팀에 녹아들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니.
벨라미는 답답할 뿐이었다.
“씨부럴. 내가 이러고 있을 짬은 아닌데.”
“짬? 너도 여기 온지 얼마 안됐잖아.”
“경력이 중요하냐? 프로의 세계는 몸값으로 말하는 거라고.”
노력한 건 벨라미 뿐만이 아니었다.
베일리는 몇 번이나 기마랑이스에게 재도전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줄 수 없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고.
이러니, 다들 요한이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린 것이다.
녀석이 요한이와 브라질 식 인사 한 번 나누고 나면, 녀석의 도전 욕구가 깨어나지 않을까 싶어서.
“마! 빨리 온나! 기다렸다 아이가!”
“요한 경! 어서 옷 갈아입고 나와!”
“···?”
FA컵 경기 전날, 요한이 느즈막히 출근했을 때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요한을 반겼다.
그리곤 요한이 몸 풀기도 전에, 공을 하나 쥐어주곤 기마랑이스를 불렀다.
“어이, 이 녀석이랑 인사 나눠. 브라질 식으로.”
요한의 등 뒤에 서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선수들.
기마랑이스는 물끄러미 요한을 쳐다봤다.
‘요한 반.’
요한의 이름이야, 당연히 알고 있는 기마랑이스다.
요한을 모르는 선수가 이 세상에 있을까.
굳이 통성명 따위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나, 알아?”
“···아뇨.”
요한이 자신을 모르는 듯 했다.
그렇담, 이름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겠지.
“시작하자.”
“요한 경, 개 털어버려.”
“묵사발을 내주라고.”
형들이 등을 떠미는 탓에, 영문을 알 순 없지만 요한은 공을 두고 기마랑이스와 마주했다.
*
“이제 그만···”
“허억, 허억··· 한 번만 더, 안될까?”
“슬슬 퇴근 시간이라구요.”
“젠장.”
기마랑이스는 무릎을 꿇고 땅을 짚은 채 숨을 헐떡였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1대1을 붙었다.
근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발롱도르 위너에, 현 시점 가장 잘 나가는 스트라이커니 예상은 했다만.
생각보다도 녀석의 벽은 거대했다.
“후우.”
생각이 조금 바뀐다.
세계에서 1대1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은, 지금도 브라질 뒷골목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기마랑이스다.
그러나, 아닐지도 모르겠다.
브라질 뒷골목에도 이런 녀석은 없다.
기마랑이스는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다니 기마랑이스. 기억해줄 수 있어?”
“···좀 어려운데, 외워볼게요.”
기마랑이스, 기마랑이스.
그 이름을 몇 번 되뇌이던 요한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그냥, 뭔가 여자 이름 같아서요.”
“여, 여자 이름이라니?”
“한국 여자 이름 중에 비슷한 이름이 있거든요. 김아랑이라고.”
“김아랑···?”
요한이 자신의 이름을 되뇌이던 걸 보며 설레는 표정을 짓던 기마랑이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이름이 여자 같다니, 그 무슨!
“여자 이름이라고?”
“어감 괜찮은데?”
“그럼, 김아랑이라고 부르지 뭐.”
아니, 누구 맘대로?
기마랑이스는 얼굴을 구겼다.
*
“꽤 친해진 것 같은데요?”
“다행이군.”
“좀 투닥거리는 것 같긴 한데.”
“원래 남자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지.”
“애들이라기엔 수염난 놈들이 너무 많은데요.”
“내 눈엔 다 애야.”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 제이미 코치와 슈미트 감독은 한시름을 놨다.
선수들과 대화조차 하지 않던 기마랑이스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뭐, 선수들이 이름을 가지고 놀리고, 녀석은 발끈하며 뭐라 뭐라 하는 걸 보니.
녀석 입장에선 썩 유쾌한 대화는 아닌 듯 하지만.
원래 제일 빨리 친해지는 법이 투닥거리는 거 아니겠나.
“잠깐 면담 좀 나누지.”
“예.”
그날 훈련이 끝난 뒤, 슈미트 감독은 기마랑이스를 감독실로 불렀다.
그리고, 곧바로 경기들에 투입될 것임을 일러준 슈미트 감독은 기마랑이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 조금 익숙해졌나? 어제까진 동료들과 얘기 한번 안 하더니.”
“···”
“원치 않게 팀을 떠나오게 된 것은 유감일세. 하지만 이곳에서 멋진 활약을 펼쳐 보이는 편이, 자네가 원소속 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일 거야. 이왕이면, 프리미어 리그에 ‘믿고 쓰는 발렌시아산’ 이라는 이야기가 돌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예.”
슈미트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기마랑이스.
맞는 말이다.
웨스트 햄이라는 팀을 위해 헌신을 다하겠다는 말은 아직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이 팀에 있으면서 좇아야 할 목표 정돈 찾은 느낌이었다.
일단, 감독의 말 대로 발렌시아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
그리고, 브라질리언의 자존심을 걸고 1대1로 반드시 이기고 싶은 녀석이 생겼다.
“그나저나, 아까 벨라미와는 무슨 얘기를 한참 동안 나눈거지?”
“벨라미요? 아, 그게.”
기마랑이스는 벨라미가 프리미어 리그 심판들의 성향과, 어떻게 하면 그들을 잘 속여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 가르쳐줬다고 대답했다.
“으음.”
다들 자기 나름대로 최대한 기마랑이스의 적응을 도우려 노력하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웨스트 햄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건, 다행히 사람 좋은 녀석들만 모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잘 배워둬.”
“예.”
슈미트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ㆍㆍㆍ
<웨스트 햄이 2대0으로 헐 시티를 꺾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합니다!>
웨스트 햄은 FA컵 64강에서 승리하며 32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꽤 소득이 많은 경기였다.
FA컵은 중요성을 따졌을 때, 어디까지나 3순위에 놓이는 대회였고, 이날도 요한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취했다.
덕분에 후보 선수들과 유스 선수들이 기회를 받았고, 동시에 기마랑이스가 웨스트 햄 데뷔전을 가졌다.
유스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도 쌓게 해줬고, 기마랑이스의 컨디션도 확인했으니 여러모로 소득이 있던 경기였다.
기마랑이스의 개인 능력은 발군이었다.
비록 헐 시티가 챔피언십 소속의 팀이라 해도, 기마랑이스가 보여준 수비력은 ‘벽’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그의 기량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벨라미도 엄지를 세웠을 정도니, 뭐.
기마랑이스의 영입은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렇게 FA컵 일정을 마친 뒤.
웨스트 햄은 또다시 중요한 일전을 맞이하게 됐다.
<웨스트 햄이 리버풀을 런던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였습니다.>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대, 리버풀과의 리그 23라운드.
웨스트 햄은 완성된 베스트 일레븐으로 경기에 나서며, 이 경기에 모든 힘을 다할 것임을 드러냈다.
GK 제프 휴리첼
DF 셰이 벨라미
DF 다니 기마랑이스
DF 마틴 페트로비치
DF 미카엘 옌킨슨
MF 팀 고든 (C)
MF 조너선 네이슨
MF 제이콥 버클리
MF 다니엘레 카펠로
FW 조슈아 베일리
FW 요한 반
<4-4-2>
──────────요한─────
────베일리──────────
네이슨───────────버클리
──────────카펠로────
──────고든─────────
페트로비치─────────옌킨슨
────벨라미──기마랑이스───
─────────────────
───────휴리첼───────
“라인업 보니까, 웅장해지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퍼즐이 완성된 느낌이야.”
“맞아. 바로 그거야.”
팬들은 선발 라인업을 보면서 말했다.
이제야 완성된 느낌이라고.
뭐랄까.
보스 전을 앞두고, 드디어 풀템을 완성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