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5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52화(152/202)
< 151화 – 특급 도우미 >
올 시즌 리버풀은 맨유, 맨시티에 이어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웨스트 햄의 약진으로 3위에 처진 것에 이어 올해는 맨유까지 합세하며 한 단계가 더 내려가고 만 리버풀.
그러나, 리버풀의 전력이 전 시즌보다 약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순위만 낮아졌을 뿐이지, 22라운드까지 15승 4무 3패, 승점 49점으로 전적 자체는 좋다.
또한 챔스에서도 조 1위로 16강에 올라 있는 리버풀이다.
전반적인 스쿼드의 밸런스가 훌륭해, 올 시즌 챔스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기도 한 상황.
게다가, 리버풀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도 전력 보강에 힘쓰기까지 했다.
-리버풀, PSV 에인트호벤의 떠오르는 신성 공격수 호아킨 그라네로 영입··· 이적료 65m
에레디비시에서 주가가 폭등 중이던 젊은 스트라이커, 호아킨 그라네로를 데려오며 안 그래도 좋았던 공격진을 강화하는 데 성공한 리버풀.
팀 득점의 대부분이 양쪽 윙어였던 리버풀은 이 영입으로 득점력 있는 스트라이커까지 보유하게 되며 무서운 화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영입에 많은 팬들이 박수를 친 것은 사실이었지만.
몇몇 팬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호아킨 그라네로가 뛰어난 재능이 아니어서가 아니었다.
그의 영입은 분명 좋은 영입이지만, 전력 보강에 있어 공격 쪽이 급선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이전부터 계속해서 나오던 이야기였다.
리버풀 팬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얘기하는 건, 센터백 스티브 던컨의 대체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수비에 대한 보강이 먼저라는 것.
지난 시즌 데릭 데 클라잉이라는 좋은 수비수를 데려오긴 했지만, 그의 파트너로 출전하고 있는 던컨이 문제였다.
비록 던컨은 리버풀의 주장이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하나였지만, 그는 나이가 적지 않았다.
슬슬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시점.
무엇보다도, 웨스트 햄을 상대하기 위해선 던컨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LFC_jaydon
-기마랑이스를 우리가 데려 왔어야 돼. 어떻게 웨스트 햄에게 빼앗길 수 있는 거지?
@YWNABRAD
-수비 쪽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는데. 웨스트 햄 만날 때마다 요한한테 털렸으면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Redisliv
-공격엔 문제가 없었어. 우리에게 급한 건 던컨의 대체자를 찾는 일이었다고. 요한에게 또 대주고 싶은 거야?
그래서 콥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렸던 게 기마랑이스였다.
어차피 어린 유스 선수들이 많기에, 장기적인 대체자보단 3,4년 정도 주전 자리를 책임져줄 수 있는 선수를 원했던 리버풀인지라.
그들 입맛에 기마랑이스가 딱이었던 것이다.
사실, 리버풀의 프론트들도 기마랑이스를 주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영입 리스트에 올려두기도 했었고.
굳이 수비 보강이 급하지 않다 해도 매력적인 자원인데, 던컨의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리버풀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부 회의 끝에 최종적으로 기마랑이스에 대한 오퍼를 포기한 리버풀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수비 보강은 ‘해봤자’라는 것이었다.
지지난 시즌부터 지난 시즌, 그리고 올 시즌 전반기까지.
리버풀은 웨스트 햄에게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원정은 물론 안필드에서도 말이다.
최근 3경기에서 3패.
그 중심엔 역시 요한 반이라는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요한만 어떻게 좀 더 잘 막아냈더라면, 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들이었다.
실제로 재밌는 것이, 지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 전반기 경기까지.
리버풀은 웨스트 햄에게 총 12실점을 했는데, 그 12실점을 모두 요한 하나에게 내줬다.
단 한 명의 선수에게 모든 실점을 내줬다는 이야기였다.
결론적으로 요한만 막을 수 있다면 웨스트 햄은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이었다.
다른 팀들이라면 몰라도, 리버풀 정도 되는 팀이라면 말이다.
근데, 그게 안되니까 문제인 거다.
가령, 팬들의 말 대로 기마랑이스를 데려왔다고 치자.
수비 보강은 이뤄졌다.
근데, 그걸로 요한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기마랑이스와 데 클라잉이 요한을 훌륭하게 막아내고, 웨스트 햄에게 2년 만의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구단 수뇌부 회의에서, 이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누굴 데려와도, 요한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다.
당장 겨울 이적 시장에 매물로 나온 선수들 뿐만이 아니라, 각 리그의 빅클럽들에서 활약하고 있는 어떤 수비수들을 데려온다한들.
요한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수비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회한 것이다.
어차피 요한에게 얻어 맞는 것은 상수로 두고.
차라리 강점인 공격 쪽을 더 강화시키는 것으로 말이다.
축구란 3점을 실점해도 4점을 득점하면 이기는 스포츠다.
현재로써 리버풀이 웨스트 햄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뿐으로 보였다.
그건 나름 꽤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자신들이 영입을 포기한 기마랑이스가 웨스트 햄으로 향한 건, 계산 밖이긴 했지만 말이다.
*
“어때. 분위기 환상적이지?”
“비슷한데.”
“뻥 치시네.”
“우리 홈구장도 큰 편이거든?”
“정신 차려. 이제 네 홈 구장은 발렌시아 홈구장이 아니라, 여기. 런던 스타디움이라고.”
벨라미의 말에 기마랑이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뭐, 틀린 말은 없다.
이제 자신의 홈구장은 이곳이고, 이곳의 분위기는 퍽 환상적이다.
~I’m Forever Blowing Bubbles!
쏟아지는 응원가가 심장을 뛰게 한다.
사실 발렌시아의 홈구장,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도 멋진 구장이었다.
규모도 꽤 크고, 항상 팬들도 많이 찾아온다.
다만,
“···꽉 찼네.”
“우린 항상 매진인데, 거기선 아니었나 보지?”
6만 관중석이 가득 들어찬 런던 스타디움이 주는 위용은 뭐랄까.
뛸 맛이 절로 난다고 할까.
더군다나, 스페인의 관중들은 조금 얌전한 맛이 있다.
아,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말이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기마랑이스였다.
근데, 오늘 해머스들을 보니 느낄 수 있었다.
발렌시아 팬들은 얌전한 편이었다고.
여기 팬들은 진짜 미친 팬들이다.
“내가 가르쳐준 거, 까먹진 않았겠지?”
“···털끝만 스쳐도 뼈가 부러진 것처럼 넘어지는 법 말이야?”
“그래. 그거 괜히 가르쳐준 거 아니다. 여기, 좀 많이 거칠거든. 스페인에서처럼 샌님 축구하다간 큰 코 다칠 정도로.”
“웃기지 마. 난 브라질 출신이야. 심판 따위는 없는 곳에서 축구를 시작했다고.”
“그럼, 보여주든가.”
스페인은 여러모로 남미권 선수들이 적응하기 편한 곳임은 틀림없다.
브라질은 포르투갈 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어쨌든 언어도 엇비슷하고.
기후도 비슷한 편이다.
사람들의 성격도 비슷한 구석이 많고.
하지만, 이 경기장의 분위기만큼은 이쪽이 더 익숙하다.
고향, 브라질의 축구 경기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도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삐이이익-!”
경기가 시작되었다.
*
“저 둘, 조합이 괜찮은데.”
“그러게. 처음 맞춰보는 걸 텐데, 뭔가 생각하는 결이 비슷한 느낌이야.”
“근데 서로의 특징은 확실해. 잘 데려온 것 같아.”
경기가 진행될수록, 해머스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리버풀의 공세가 매서웠다.
왼쪽의 카르발류, 오른쪽의 로사노, 그리고 중앙의 그라네로.
이 셋이 이루는 쓰리톱의 위력은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졌고, 실제로도 위협적이었다.
다만, 그에 대응하는 수비도 좋았다.
특히 신입생 기마랑이스.
이미 헐 시티 전에서 기량을 확인할 순 있었지만, 그래도 그건 2부 리그 팀 상대였으니까 확신까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모습을 보니 다들 확신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기마랑이스는 잘 데려온 선수였다.
“나이스! 좋아! 잘 끊었다!”
“수비 쪽에도 역동감이 생겼어!”
기마랑이스는 벨라미처럼 똑똑하게, 좀 나쁘게 말하면 교활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대신 발이 빨라 수비 범위가 넓고, 피지컬을 활용해 좀 더 적극적인 수비를 하는 타입.
벨라미가 컨트롤 타워라면, 기마랑이스는 파이터의 느낌이었고 그게 잘 조화되는 모습이었다.
<왼쪽에서 공을 잡는 카르발류. 돌파를 시도해 봅니다만, 어느새 기마랑이스가 협력 수비를 들어왔습니다! 볼을 탈취해내는 기마랑이스!>
리버풀 공격이 무서운 건, 왼쪽과 오른쪽의 공격 빈도와 득점 빈도가 5대5에 가깝다는 점이다.
양쪽 윙어들 모두가 득점력이 뛰어나다보니.
게다가 오늘은 중앙의 그라네로까지 추가되어 삼방향 모두를 경계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기마랑이스는 삼방향에서 계속 모습이 보였다.
마치 세 명의 기마랑이스가 있는 느낌.
원체 기마랑이스의 수비 범위가 넓기도 했고,
“나이스! 부릴 맛 나네!”
“시끄러워!”
뒤에서 위치를 잡아주는 벨라미의 컨트롤 역시 좋았다.
벨라미는 기마랑이스가 먼저 움직여주니, 한결 편해 보였다.
“젠장. 데려왔어야 한다니까.”
“저 녀석 이적료가 4,500만 유로였나? 그라네로를 데려올 돈으로 쟬 데려왔으면, 2,000만 유로나 남는 거잖아. 좋은 유망주 하나를 더 데려올 수도 있었을 텐데.”
“뿐만 아니지. 웨스트 햄이 녀석을 데려가지 못했을 테니, 따지고 보면 엄청난 이득이었을 거라고.”
기마랑이스의 활약에 흡족한 해머스들과 달리, 콥들은 불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팬들이 주구장창 원했던 선수가 저쪽에 가서 활약하고 있으니.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긴 했다.
만약 기마랑이스가 리버풀에 왔다면,
요한을 막을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반대로, 한 번에 길게 연결! 요한의 발 앞에 공이 떨어집니다!>
<공간이 넓습니다! 빠르게 협력 수비를 들어와야죠! 한 명으로는 못 막습니다!>
리버풀이 공격 쪽에 무게를 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비 뒷공간은 넓었다.
그 넓은 공간으로 빠르게 공을 보낸 카펠로의 패스, 그 패스를 요한이 받는다.
‘젠장, 어떻게든 시간을···’
요한과 마주하게 된 리버풀의 레프트백 토니 맥킨스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자신 혼자서 요한의 공을 뺏어낸다는 건 불가능.
할 수 있는 건 동료들이 커버를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뿐이다.
그 생각은, 굉장히 현명한 생각이었다.
어쨌든 만용을 부리지 않고, 최선의 플레이를 선택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꼭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최선이 누군가에겐 최악이 될 수도 있다.
타타탓-!
빠르게 스피드를 올리는 요한.
맥킨스의 정면으로 달려들며, 오른쪽 사이드에서 박스를 향해 대각선으로 움직이던 요한은 중앙으로 치고 달리며 맥킨스를 제쳐냈다.
맥킨스가 뒷걸음질로 거리를 잘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
애초에 나란히 달려도 모자랄 판에, 뒷걸음질을 치다 몸을 돌려 따라잡는다는 게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뒤!”
“왔어!”
맥킨스는 제 역할을 했다.
전력을 다해 뛰어온 스티브 던컨과 데 클라잉이 박스까지 도달해 있었기 때문.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요한은 그 둘에게 볼 일이 없었다.
타타탓-!
요한은 그대로 치고 달리며 박스 라인을 따라 경기장을 횡으로 가로질렀다.
백 코트를 하던 던컨과 데 클라잉의 움직임과 교차되는 방향.
그 속도에 두 수비수는 어떠한 제지도 할 수 없이, 그저 지나가는 걸 바라만 보아야 했다.
요한이 오른쪽 사이드에서 박스 안 왼쪽까지 도달한 건 순식간이었다.
누구도 거기까지 도달하는 걸 방해하지 못했다.
뻐어어어어어엉-!
마지막 마무리는 상당히 역동적이었다.
보통의 스트라이커들이라면 슈팅 방향은 왼쪽이었을 거다.
왼쪽으로 달리면서 반대쪽으로 슈팅을 꺾어 찬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요한에겐 어려운 게 아니었다.
요한은 역동적으로 체중을 실으며 골대 오른쪽 구석을 향해 왼발 슈팅을 때렸고,
촤아아아아아아-
철썩-!
미리 예상해 몸을 날렸던 골키퍼를 바보로 만드는 골을 집어넣었다.
<요한의 선취골-! 리버풀 상대로 통산 13득점 째를 올리는 요한!>
<이쯤 되면 뭐, 리버풀도 공이 꽤 크네요. 요한의 득점 기록에 말이죠.>
요한의 골에 런던 스타디움은 지진을 일으켰고, 한 줌의 리버풀 팬들은 손가락을 빨았다.
“어쩌면···”
“그냥 공격수 영입하는 게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기마랑이스가 왔다고, 방금의 장면이 달라졌을까?
으음, 글쎄.
그건 기마랑이스 본인에게 물어봐도 아니라고 대답할 거다.
실제로, 기마랑이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야, 이젠 전 소속 팀 따위 생각 안 나지? 우린 저런 놈이 최전방에 있다고!”
“···.”
셀레브레이션은 못 참지! 라며 달려가는 벨라미의 등을 보고 기마랑이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말 대로, 저런 괴물 공격수가 우리 팀의 스트라이커라는 건 상당히 흥이 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