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5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53화(153/202)
< 152화 – 특급 도우미 >
“야. 발렌시아는 어떤 팀이었냐?”
“뭐?”
“어떻게 이기는 팀이었냐고.”
“···수비 위주의 축구를 했었다.”
“이야, 나랑 똑같네. 내가 있던 팀도 그랬는데. 그럼 너도 내 데뷔전 때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구만.”
“무슨 생각?”
“아, 마음 존나 편하다.”
벨라미의 말에 기마랑이스가 피식 웃었다.
훈련 때부터 느낀 건데, 벨라미는 머리가 좋은 녀석이다.
약아 빠졌다고도 할 수 있겠고, 잔머리가 좋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쨌든 결국 머리가 좋은 거다.
그러니, 남의 마음도 꿰뚫어 볼 수 있는 거겠지.
“부담이 덜 하긴 하네.”
“공격 위주의 팀에서 뛰는 수비수가 얼마나 편한지, 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
공격수들이야 공격 위주의 팀에서 뛰는 게 당연히 재밌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사실 수비수들 입장에서도 마찬 가지다.
팀의 공격력이 뛰어나다면, 수비수들의 부담이 덜한 건 당연한 이야기다.
기마랑이스의 전 소속팀, 발렌시아는 공격이 강한 팀이 아니었다.
오히려 약점으로 꼽히던 게 공격 쪽의 무게감이었고, 수비가 먹여 살리는 팀이었다.
기마랑이스의 기량 발전엔 그런 팀 컬러도 분명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경기 중 느끼는 부담은 심할 수밖에 없었다.
수비란 원래 1번의 실수가 패배로 직결될 수 있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그런데 팀이 수비력에 의존하는 팀이다? 거기다 득점력도 빈약하고?
발렌시아에서의 기마랑이스는, 매 경기를 압박 속에서 뛰어 왔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늘 더더욱 마음이 편했다.
최전방에 골을 넣어줄 수 있는, 그것도 많이 넣어줄 수 있는 공격수가 있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편해도 너무 편하다.
마치 코인이 여러 개 있는 느낌이었다.
발렌시아에선 원 코인으로 끝판왕까지 깨야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실수 몇 번 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코인이 두둑하다.
그런데,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은 오히려 실수를 사라지게 만든다.
<그라네로, 슛! 그러나, 기마랑이스의 좋은 커버링! 몸 맞고 나갑니다.>
<첫 런던 스타디움 데뷔전인데,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마랑이스. 벌써 적응이 끝난 듯 보여요.>
<사실 웨스트 햄으로의 이적이, 본인이 원했던 이적은 아니었다는 말이 언론에 떠돌았었는데요. 일단은 굉장히 활발하게 뛰어주고 있습니다.>
기마랑이스는 자신감 있게 수비했다.
그 모습에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제 자리로 돌아가는 기마랑이스는 생각했다.
‘차라리 팔려갈 거라면, 맨시티나 맨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차피 어느 팀이든, 발렌시아를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드시 떠나야만 한다면, 그나마 돈이라도 많이 주는 구단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행선지가 웨스트 햄으로 결정 났을 때, 떨떠름한 감은 있었다.
웨스트 햄이 꽤 많은 이적료를 챙겨주긴 했다만, 그래도 다른 초 부자 구단들이었다면 더 받을 수 있었을 테니.
그런데, 이렇게 뛰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잘 왔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최소한, 리버풀에는 안 가길 잘했다.
요한에 비하면, 리버풀엔 딱히 통성명을 나누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녀석이 없었으니까.
*
양팀의 공방전은 전반전 내내 이루어졌다.
어차피 요한은 못 막는다, 그러니까 한 골이라도 더 넣자는 마인드의 리버풀.
리버풀이 그렇게 나오니, 계속 뒷공간을 노리는 역습으로 되치는 웨스트 햄.
그러한 피 튀기는 공방전 속에서, 리버풀도 나름 겨울 이적 시장의 의의를 찾을 순 있었다.
<리버풀이 한 점 따라갑니다! 그라네로의 PL 데뷔골! 코너킥을 높은 타점의 헤더로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전반이 끝나기 직전, 신입 공격수 그라네로가 한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골은 동점골이 아니라 만회골이었다. 그 전에 이미 요한의 한 골이 더 터졌었기 때문.
전반 20분 경, 요한은 역시 역습 상황에서 개인 능력만으로 솔로 골을 터뜨렸다.
그렇게 2대1, 웨스트 햄이 앞선 가운데 이어진 후반전.
후반전에도 경기 양상은 똑같았고, 역시 많은 골이 터졌다.
이번에도 먼저 골을 터뜨린 건 웨스트 햄, 아니 요한이었다.
<해트트릭! 리버풀을 상대로 5경기 15골째!>
<리버풀만 만나면 미쳐 날뛰는 요한입니다!>
58분, 요한의 세 번째 골.
<카르발류의 컷백을 모우라가 집어넣습니다! 멋진 드리블 돌파였습니다, 카르발류!>
71분, 카르발류의 좋은 돌파로 만들어낸 리버풀의 만회 골.
<아크 정면에서의 프리킥. 요한이 준비합니다. 그대로 슈우웃-! 앗! 골대 맞고 튕겨나온 공! 버클리가 달려들며 넣었습니다! 좋은 집중력! 웨스트 햄이 다시 달아납니다!>
84분, 버클리가 리바운드된 공을 놓치지 않으며 다시 달아나는 골.
이렇게 총 세 골이 터졌다.
전반에만 세 골, 후반에만 세 골이 터진 엄청난 난타전의 경기.
그러나, 결국 더 많이 얻어맞고 KO가 된 건 리버풀이었다.
스코어 4대2.
리버풀의 주먹도 묵직하긴 했으나, 웨스트 햄의 가드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웨스트 햄의 주먹은 한 방 한 방이 리버풀의 다리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오늘도 리버풀은 웨스트 햄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천적 관계라고 할까요. 아니면, 그저 웨스트 햄이 강할 뿐인 걸까요.>
<이렇게 되면, 시즌 23경기째 연승을 달리는 웨스트 햄입니다!>
<믿기지 않는 기세네요. 기마랑이스까지 합류한 지금의 웨스트 햄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리버풀 프론트들은 한숨이 나오고, 웨스트 햄 프론트들은 흡족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ㆍㆍㆍ
23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슈미트 감독은 굉장히 세심해져야 할 때임을 느꼈다.
23라운드를 기준으로,
1위 웨스트 햄이 승점 69점.
2위 맨유가 20승 1무 2패로 승점 61점.
3위 맨시티가 19승 2무 2패로 승점 59점.
리그 전승을 달리며 단 1점의 승점 드랍도 없이 달려온 것이 비하면 생각보다 2위와의 승점 차가 적긴 한데,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는 스코어다.
너무 많이만 아니라면, 앞으로 몇 번의 무승부나 패배를 하더라도 괜찮은 수준.
중요한 것은 유벤투스와의 챔스 16강 경기다.
지금 당장은 모든 초점을 이 경기에 맞춰야만 한다.
이왕 토너먼트에 올라온 이상, 원래 목표가 16강이었다 해도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16강과 8강은 클럽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진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유벤투스라면 더더욱이.
사실 리그와 챔스 일정만 있었다면, 좀 더 욕심을 내볼 순 있었을 거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욕심 말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국가대표 소집 기간이 끼어 있다.
이 기간의 경기들은, 단순한 친선 경기가 아니라 월드컵 예선 경기들이다.
자국 대표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선수가 웨스트 햄에도 많다.
그들이 모두 풀 타임을 뛰고 돌아온다고 가정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적절한 로테이션은 필요가 아니라 필수였다.
“그동안 축구밥 먹은 거, 이럴 때 힘 좀 써야겠구만.”
축구판에 워낙 오래 있었어서, 웬만한 감독들과 두루 안면이 있는 슈미트 감독이다.
현재 선수들의 소속 대표팀 감독들과도.
그들한테 시간내서 전화라도 한 번씩 돌려야 할 판이다.
웬만하면 적당히 굴리다가 돌려보내 달라고.
좀 살려 달라고 말이다.
특히, 라니스터 감독.
요한이 데려가서 유로 우승 했으면 됐잖아?
월드컵 예선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잉글랜드는 선수가 차고 넘치잖아.
좀 같이 좀 먹고 살자고.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지. 이게 최선인 것 같군.”
어쩌면 이걸 고비라고도 할 수 있겠다.
몇 점의 승점 드랍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최대한, 그 숫자가 적도록 노력할 뿐.
2028/29 시즌도 어느덧 중후반으로 향하고 있었다.
ㆍㆍㆍ
1월의 마지막 리그 경기, 웨스트 햄의 시즌 24라운드 상대는 뉴캐슬.
지난 웨스트 햄은 요한의 4골 1도움에 힘입어 뉴캐슬을 5대1로 완파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 매우 어려웠다.
<대단한데요, 뉴캐슬! 웨스트 햄의 연승 행진을 저지하는 주인공이 됩니까!>
카펠로와 네이슨, 그리고 벨라미가 휴식으로 빠진 공백이 컸다.
네이슨이 해줘야 할 전방과 중원에서의 압박, 카펠로의 볼 키핑과 전진 패스, 벨라미의 수비 라인 컨트롤.
이것들이 전부 잘되지 않았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도 체력적으로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으니.
뉴캐슬은 이걸 효과적으로 파고 들었다.
딱히 월등한 기량의 에이스가 있는 건 아닌 뉴캐슬이지만, 이럴 때 오히려 뉴캐슬의 강점이 잘 드러났다.
특출난 에이스는 없지만, 선수단 전원이 많이 뛰는 스타일이라는 점.
뉴캐슬은 계속해서 압박하고,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며 웨스트 햄을 몰아부쳤다.
뉴캐슬은, 웨스트 햄을 거의 잡을 ‘뻔’ 했다.
<으아아아-! 극장 골! 오늘 웨스트 햄엔 카펠로도, 네이슨도, 벨라미도 없었지만! 요한은 있었습니다!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요한 반-!>
0대1로 끌려가던 상황, 패색이 짙었던 90분.
앞선 89분 동안 조용했지만, 결국 마지막 1분에 요한은 모습을 드러냈다.
전율이 이는 극장 골이었고, 뉴캐슬 선수들 모두가 무릎을 짚게 만드는 동점 골이었다.
<웨스트 햄의 연승이 여기서 깨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패 기록은 이어 나가게 됐습니다. 오늘도 요한이 팀을 구원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아쉬운 결과이긴 했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팀인 뉴캐슬과 무승부에 그쳤고, 덕분에 연승 행진도 막을 내렸다.
리그 전승에 도전한다는 원대한 포부도 더는 꿈꿀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 극적인 무승부였기에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기뻐할 수 있었다.
또한, 이 무승부가 오히려 반가운 구석도 있었다.
“왜지. 무승부가 은근 반갑게 느껴지는 건.”
“조기 우승 확정하면 재미없지. 요한이를 한 경기라도 더 봐야 할 거 아냐?”
“이왕이면 끝까지 쫄깃하게 가자고.”
뭐, 정신 승리라고 하면 할 말 없다.
근데, 어쨌든 지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잖아?
경기든, 정신이든 말이다.
ㆍㆍㆍ
24라운드가 끝나고, A매치 주간이 이어졌다.
이번 소집에 슈미트 감독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래 대표팀에 소집되던 선수들 모두가 이번에도 소집된 탓이다.
요한도 포함이었다.
웨스트 햄이나 슈미트 감독 입장에선 라니스터 감독이 미울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이번 A매치 주간 동안 상대할 국가들이 강팀인 것도 아니고.
요한 없이도 충분히 압승할만한 대진인데, 굳이 요한이까지 데려가야 하나.
근데, 라니스터 감독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었다.
요한이를 쓰기 위해서 대표팀과의 계약도 연장한 라니스터 감독이다.
그도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는 거다.
“내년에 있을 월드컵, 뛸 건가?”
“내년이요? 전혀요.”
“그럼, 그냥 개판 치고 와.”
“알겠습니다.”
대표팀으로 향하는 요한에게 슈미트 감독은 당부를 건넸다.
훈련 때, 그냥 개판 치고 오라고.
도저히 경기를 뛸 컨디션이 아니라며 땡깡을 피우라고 말이다.
어차피 월드컵은 너와 상관없는 대회니까.
그 말에 요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충실히 이행했다.
라니스터 감독은 아주 혀를 내둘렀다.
‘마음을 먹은 요한’도 대단하지만, ‘마음을 먹지 않은 요한’은 더 대단했으니.
한 2년 정도, 어쩔 수 없이 뛰어주니 다들 잊었었나 본데.
요한은 아빠 말도 안 듣던 게으름뱅이.
그래도 요한을 쓰고는 싶어서, 라니스터 감독은 요한을 출장시키긴 했다.
그러나, 열심히 뛰어야 할 이유가 없는 요한은 모두가 아는 요한이 아니었다.
결국 라니스터 감독도 두 손 두 발을 들어야 했고, 요한은 편하게 A매치 주간을 보낼 수 있었다.
ㆍㆍㆍ
A매치 주간이 끝난 뒤, 리그 25라운드 경기로 프리미어 리그가 재개되었다.
대표팀에 다녀온 웨스트 햄 선수는 총 여덟.
휴리첼, 벨라미, 페트로비치와 옌킨슨, 카펠로와 네이슨, 버클리, 그리고 요한.
주전의 대부분이 대표팀에 다녀왔고, 모두가 한 경기 이상은 뛰고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을 25라운드 경기에 뛰게 할 수는 없었다.
사실 하려고 하면 못 할 것도 없긴 한데, 이 다음 경기가 유벤투스 전이라는 게 문제다.
이날 경기는 요한을 포함해, 대표팀에 다녀온 모든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며 대거 로테이션에 들어갔다.
다행히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25라운드의 상대는 에버튼.
에버튼은 전력으로 맞붙어도 반드시 이긴다 장담할 수 없는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과감한 로테이션을 돌렸음에도 무승부를 거둔 건 확실히 괜찮은 결과였다.
PL 25R 에버튼 1 : 1 웨스트 햄
물론, 최선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몇 차례 이길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으나, 그걸 살리지 못했으니.
다만, 최악만 아니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였다.
아니, 어쩌면 이게 최선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구단 내부와 구단 외부의 시선은 역시나 다를 수밖에 없는 듯 했다.
자그마치 23연승을 달리다, 연속 무승부.
이걸 가지고, 마치 웨스트 햄이 끝장나기라도 한 것처럼 떠들기 시작한 집단이 있었다.
유벤투스였다.
-자신감 드러내는 유벤투스, “웨스트 햄은 경험이 없다. 빅클럽의 경험. 흔들리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
-유벤투스 회장 안드레아 토넬리, “챔스는 별들의 전쟁··· 그런데 별이 아닌 소행성이 하나 끼어 있다.”
-유벤투스 캡틴 바르첼리, “웨스트 햄이 상대로 결정 되었을 때, 우리가 유로파 리그에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미트리 볼레로비치, “걱정되는 점? 굳이 꼽자면 런던 스타디움. 챔스를 개최해본 적이 없는 곳이라 제대로 된 경기 진행이 가능할까 우려된다.”
-리그 8연승의 유벤투스, 연속 무승부로 기세가 주춤한 웨스트 햄··· 오는 9일 런던 스타디움에서 1차전 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