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5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56화(156/202)
< 155화 – 특급 도우미 >
“GOOOOALLLLLLLLLLL-!”
장내 아나운서의 호쾌한 샤우팅이 런던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고, 그에 호응하는 관중들의 함성이 필드를 뒤덮었다.
“COME ON-!!!”
골라인을 따라 뛰며 두 팔을 벌리고 포효하는 카펠로.
그런 카펠로에게 더욱 큰 환호가 쏟아지고, 동료들 역시 하늘에 주먹을 지르며 카펠로를 향해 달려갔다.
“나이스-!”
“좋았어!”
웨스트 햄 벤치 역시 모두가 벌떡 뛰쳐 올라 환호했다.
기대보다도 일찍 터진 골.
아무리 요한이 있다 하더라도, 유벤투스의 골문을 이렇게 쉽게 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못했는데.
그것도 카펠로의 패스로 요한이 마무리 지은 게 아니라, 요한의 패스를 카펠로가 마무리 지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창때 생각나네.”
추억에 잠긴 표정으로 감탄하는 케인.
정말, 과거 케인의 모습이 떠오르는 요한의 완벽한 움직임과 패스였다.
“···”
관중들 앞에서 한참이나 셀레브레이션을 펼친 카펠로는, 셀레브레이션을 마친 뒤 요한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패스.”
“좋은 움직임이었어요.”
요한의 환상적인 패스와 카펠로의 좋은 마무리로 웨스트 햄이 1대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
“···.”
“···.”
예상치 못한 실점에, 유벤투스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사실 카펠로에게 실점을 내줬다는 사실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 골이 만들어진 시발점이 요한이었다는 게 중요했다.
2선까지 내려가 공을 받은 뒤, 수비의 시선을 끌어내다가 뒷공간을 향한 패스.
마치 2선 플레이메이커처럼 움직인 요한의 플레이는 유벤투스의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정말 여러 가지로 요한을 분석해왔던 유벤투스였다.
전력분석관들이 직접 런던 스타디움까지 찾아와서 요한을 보고 갔을 정도로.
요한의 히트맵(볼을 터치한 위치를 나타낸 데이터)을 분석해봐도, 대부분의 터치는 박스 안과 그 근처가 95퍼센트 이상이었다.
역습 상황이 아닌 이상, 웬만해선 낮은 위치에서 볼 터치를 가져가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
그런데, 방금은 그렇게 했다.
예상치 못했으니 순간 대처가 늦었고, 결국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과연, 웨스트 햄도 준비를 많이 해왔던 것인가.
“어떻게 할까.”
“씁.”
입가를 쓸어내리며 대책을 강구하는 바르첼리와 마르치오.
일단 실점은 해버렸고, 돌이킬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이후의 대처.
요한이 또 방금과 같은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일반적인 수비 포지션을 잡아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따라갔어야 했나?
“···”
“···”
바르첼리와 마르치오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고, 대책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 재개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이 베테랑 중의 베테랑 수비수들에게도, 요한은 난제와도 같은 존재였다.
*
“축신! 갓요한!”
“방금은 정말 축구 도사 같았어!”
환호성으로 들끓는 관중석 속에서, 로한과 반석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정말 환상적인 골이었다.
요한에게 노골적으로 붙어 있는 수비.
팀에게 필요했던 빠른 시간 내의 선취점.
이걸 요한이가 어떻게 풀어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일 줄이야.
“요한이는 미드필더를 했었어도 잘 했을 거예요.”
“어딜 가도 잘 했을 거다. 수비도, 심지어 골키퍼도.”
“어쩌면 골키퍼를 제일 잘 했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기가 막힌 패스였다. 이렇게 되면 유베 놈들도 머리가 복잡해지겠지.”
“단순한 한 골이 아니라, 의미가 큰 득점이네요. 자, 이제 어떻게 나올거냐. 죄수복 입은 이탈리아 놈들.”
아마 빠른 시간 안에 답을 찾긴 힘들 것이다.
요한이 계속해서 ‘도우미’의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그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제아무리 유벤투스 수비수들이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지만, 경기 중에 빠른 변화를 주긴 힘들 터.
아무리 빨라봐야 수비 전술의 수정은 전반이 끝나고, 하프 타임이 지난 뒤 후반전에 들어서 가능할 것이었다.
그렇담, 결론은 하나다.
전반전 동안 최대한 많은 골을 집어넣는 것.
물론, 그러면서도 수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수비에서 명확한 답을 찾기 힘들다면, 공격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 당연하니까.
역시나 유벤투스는 실점 후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이스, 좋아! 기마랑이스!”
“나이스 수비!”
“집중력 좋다!”
다행인 건 선수들의 집중력이 한층 살아나 보였다는 것.
이게 선취 득점의 효과다.
요한의 절묘한 패스로 만들어진 골로, 웨스트 햄 선수들은 모두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라고, 16강 토너먼트라고, 상대가 유벤투스라고 다를 것 없구나.
그저 매번 해오던 경기일 뿐이다.
자신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특히,
“오늘 카펠로 미쳤는데.”
“골 맛보더니 신이 났네.”
“Italiano genio(이탈리아의 천재)! 카펠로!”
카펠로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원래의 카펠로는 수비 시에 그다지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애초에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면서 수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마치 버클리가 두 명 있는 듯, 카펠로는 종횡무진하며 수비 가담도 열심히 해주고 있었다.
역시, 득점의 힘이 큰 듯 했다.
자존심 강한 카펠로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거다.
저런 타입은, 이렇게 흐름을 탔을 때 능력이 극대화된다.
“좋아! 나이스 압박!”
“올라가자! 한 골 더!”
선취 득점 이후, 웨스트 햄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
유벤투스의 감독, 마리아노 베네타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고심에 빠져 있었다.
전반전 30분까지 진행된 지금.
자신이 들고나온 전술은, 일단 먼저 실점을 하면서 실패가 되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요한만 막겠다는 전술을 가져 왔는데 기어이 녀석이 골을 만들어 냈으니까.
골치가 아팠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템포를 끌어올려 공격적으로 나서라는 주문뿐.
그 말은 곧, 아직까지 수비 전술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떠올리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요한을 막지 못하면 이 게임은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유벤투스도 분명 공격이 약한 팀은 아니다.
하지만, 요한이 있는 웨스트 햄과 공격력으로 맞대결을 펼칠 순 없는 일이다.
심지어 상대가 홈구장의 기세를 타고 수비까지 단단해지고 있으니.
‘동점을 만들면 좋은데···’
전반전이 끝나기 전까지 동점을 만들 수 있다면, 하프 타임 동안 잘 추슬러서 후반에 게임을 뒤집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만약 동점을 만들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금의 스코어라도 유지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사실 더 컸다.
런던 스타디움.
솔직히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직접 경기를 해보니 지옥이다.
본인들의 홈구장인 알리안츠 스타디움보다 훨씬 큰 규모.
그리고 유벤투스의 팬들 못지 않은, 아니 더 극렬한 팬들의 열기까지.
이걸 직접 맛보기 전까진, 무조건 1승을 거두어 가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무승부만 기록하고 돌아가도 만족이다.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베네타 감독의 바람은 어느새 승리에서 무승부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흐름을 탄 웨스트 햄은 순풍을 만난 범선처럼.
점점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파아앙-
파아앙-!
꼭 공이 요한을 통해 상대의 골문까지 접근할 필요는 없다.
요한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사이드로 빠져 있으면 그 반대쪽이 넓게 빈다.
웨스트 햄은 그 빈틈을 계속해서 공략했고, 찬스는 계속해서 나왔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그럼에도 요한에 대한 집중 견제를 고집하며, 최대한 키퍼 선방에 의존하는 수비를 펼쳤다.
그러나, 페트루치 키퍼가 아니라 야신이 온다한들.
빗발치는 슈팅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GOOOOALLLLLLLLLLL-!”
장내 아나운서의 두 번째 샤우팅이 터진 건 전반 40분.
이번엔 베일리의 골이었다.
요한이 오른쪽에서 수비들을 달고 있는 사이, 카펠로가 왼쪽으로 전환 패스를 뿌렸고, 오픈 찬스를 맞은 베일리가 침착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이 골은, 웨스트 햄이 유벤투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 골이었다.
‘어떻게 할래?’
계속 요한만 바라보다 알아서 무너질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계획을 바꿀 것인지.
웨스트 햄 입장에선 어떤 대답이 나와도 상관 없었다.
반면,
유벤투스 입장에선 어떤 대답도 선뜻 고를 수가 없었고 말이다.
<2대0! 웨스트 햄이 전반전 내내 유벤투스를 두들기며 앞서갑니다!>
경기는 후반전으로 이어졌다.
*
베네타 감독에게 오늘처럼 짧았던 하프 타임은 경력을 통틀어 없었던 듯 했다.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상 수비네?”
“두 눈 뜨고 당하기엔 도저히 참을 수 없었겠지.”
“흐음. 과연 저게 정답일까?”
“애초에 정답은 없었어.”
후반전, 유벤투스의 수비수들은 정상적인 포지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더 이상 요한 하나에 벌떼처럼 이끌려 다니는, 언밸런스한 수비 포지셔닝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반전을 0대2로 내주며 완벽히 실패한 전술을 후반전까지 고집할 순 없는 노릇.
또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요한이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 득점을 내주는 것이 말이다.
차라리 월드 클래스인 요한에게 내주면 그러려니 하기라도 하지.
챔스 레벨도 아닌 선수들에게 득점을 내줘야 한다는 게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또한, 일말의 가능성을 바라기도 했다.
오늘 요한의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길 하는 바람.
뭐가 어찌됐든, 전반전 동안 요한에게 득점을 내주지는 않았었다.
만약 요한의 컨디션이 최상이었다면, 그렇게 조용히 있진 않았을 거라는 기대였다.
첫 골 장면에서 보여줬듯, 그렇게 아래까지 내려가 패스를 연결하는 플레이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오늘 요한의 컨디션이 그닥 좋지 못하고, 그렇다면 정상적인 수비로도 막을 수 있진 않을까.
그게 유벤투스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때문에, 결국 유벤투스는 기존의 수비 전술을 폐기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러한 결정에 런던 스타디움이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해머스들은 이미 그것만으로, 후반전 동안 어떤 장면들을 보게 될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한에 대한 집중 견제를 푼다?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요한이 미쳐 날뛸 게 분명했다.
뻐어어어어엉-!
후반 14분.
휴리첼의 골킥이 유벤투스 진영으로 길게 넘어왔고,
파아앙-!
그걸 오른쪽 사이드에서 요한이 가볍게 머리로 받아냈다.
상대 풀백과의 공중볼 경합은 식은 죽 먹기.
그리고,
그 다음도 마찬가지다.
“···”
“···”
잠깐의 대치.
공을 가만히 두고 상대 풀백과 대치하던 요한은,
탓-!
순간적으로 치고 나갈 듯한 모션을 취했다.
그러자 상대 수비 역시 그쪽으로 몸이 딸려 나온다.
하지만, 요한은 공을 건드리지도 않았고, 치고 나가지도 않았다.
“큭···!”
속았다는 걸 깨달은 수비가 밸런스가 무너진 채로 발을 뻗었다.
그러나, 닿을 리가 없다.
파팡-!
뻗어진 수비의 발을 피해 라 크로케타.
양발 드리블로 공을 갈무리한 뒤,
타타탓-!
그대로 치고 들어가는 요한.
요한은 사이드를 부수고 박스 오른편을 파고 들었고, 곧바로 슈팅을 때릴 듯 오른발을 크게 당겼다.
“막아!”
요한의 조준에 박스 안에 있던 유벤투스 수비수들 모두가 몸을 날렸다.
그러나, 요한은 그들 모두를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
슈팅을 때리지 않고, 한 번 접는 동작만으로 말이었다.
파아앙-!
슈팅 페이크로 수비들을 모두 흘려버린 뒤, 요한의 선택은 패스였다.
패스 방향은 중앙.
카펠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뻐어어어엉-!
완벽한 오픈 찬스, 카펠로는 놓치지 않았고.
철썩-!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또다시 터져버린 요한의 완벽한 도움과 카펠로의 골.
“···”
“···”
유벤투스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기대가 완벽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요한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길 바랐던 그 기대.
어떻게든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그 기대가 말이다.
또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분석해왔던 요한이라면, 방금의 상황에서 본인이 슈팅을 때렸어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동료를 활용했다.
아주 영리하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녀석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녀석 하나를 막기도 벅찬데, 이젠 동료들까지 활용한다니.
대체 무엇이 녀석을 또 성장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나이스 패스.”
“약속, 지키셔야 돼요.”
“이 몸은 거짓말 같은 거 하지 않는다.”
유벤투스는 꿈에도 모를 것이었다.
요한이 그 순간 패스를 선택한 것이, 성장 따위가 아니라.
도넛의 위력을 확인한 카펠로의 제안 때문이었다는 걸.
하프 타임 동안, 카펠로는 요한에게 매주 도넛 셔틀을 해줄 테니 해트트릭을 만들어 달라 제안했다.
요한은 그 제안을 수락했고.
그 거래가 유벤투스를 무너뜨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