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5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57화(157/202)
< 156화 – 환상의 대진 >
충격적인 결과였다.
물론, 유벤투스 팬들에게 말이다.
후반 14분, 3대0의 스코어가 되고.
27분, 유벤투스는 그나마 블라호비치의 골로 한 점을 따라가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그 골은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후반 31분, 카펠로의 세 번째 골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와아아아아-!”
“미쳤다!”
이번에도 어시스트는 요한.
기가 막힌 스루 패스였다.
중앙을 파고 들듯한 드리블로 수비수들의 시선을 끈 뒤, 수비 사이로 찔러넣는 완벽한 스루 패스.
그걸 카펠로가 맛있게 받아먹었고, 결국 해트트릭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
해트트릭을 완성한 뒤.
카펠로는 굳이 원정 서포터 석으로 달려가 셀레브레이션을 펼쳤다.
두 손을 양쪽 귀에 대는 셀레브레이션.
더 떠들어 보라는 셀레브레이션이었다.
물론 유벤투스 팬들은 거친 욕설로 화답했고, 카펠로는 그 욕설을 들으며 쾌감을 느꼈다.
그들의 욕은 어떠한 칭찬보다도 듣기 좋은 찬사에 불과했다.
“야. 어째 카펠로보다 요한이가 더 패스를 잘 하는 것 같다.”
“그러게. 저건 반칙이지.”
“사실 녀석이 수비도 우리보다 잘하는 거 아닐까?”
“그럴지도.”
웨스트 햄 선수들은 카펠로의 해트트릭보다도, 요한의 어시트릭(어시스트+해트트릭)에 더 혀를 내둘렀다.
3개의 도움 모두 예술이었다.
카펠로 자리에 누가 있었어도, 심지어 지나가던 동네 꼬맹이가 있었어도 골을 넣었을 거다.
그 정도로 떠먹여 주는 패스였다.
역시 축구는 잘하는 놈이 잘하는 것인가.
요한이 스트라이커 포지션임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녀석이 다른 포지션이었다면, 전부 다 주전 자리를 빼앗겼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카펠로의 골로 4대1.
웨스트 햄과 유벤투스의 1차전은, 그대로 끝이었다.
*
“이겼다!”
“정말, 대단해. 이런 식으로 이기리라고는···”
“이 정도면 2차전도 걱정 없겠는데요!”
“4점차 이상으로만 지지 않으면 되니, 부담이 없지.”
“음, 그 발언 뭔가 불안하긴 한데. 아무튼, 맞아요. 전 진짜 요한이가 저런 식으로 풀어가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요한이는 원래 패스를 잘 해. 더 좋아하기도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로한과 반석호는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니, 모든 해머스들이 자리에 남아 승리의 여운을 만끽했다.
물론 챔스 토너먼트는 총 2차전으로 진행된다.
1차전을 이겼다고 해도, 아직 8강에 진출한 것이 아니다.
1차전, 홈에서 크게 이기고 2차전 원정에서 승부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왠지 해머스들은 그게 자신들의 이야기일 것 같진 않았다.
때문에, 오늘 승리를 해머스들은 유감없이 즐겼다.
그 말인즉.
-23번 게이트, 인원 보충 바람!
-원정팬 퇴장 경호 지원 요청! 24번 게이트!
경기장에 있던 경호 인력들은, 퇴장하는 유벤투스 팬들의 안전을 위해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는 뜻이었다.
*
“정말이지, 어이가 없군.”
“왜 투덜대면서 와? 기자가 이상한 질문이라도 했어?”
대승을 거둔 뒤, 한창 축제 분위기의 웨스트 햄 드레싱룸.
MOM 인터뷰를 하고 돌아온 카펠로가 투덜대며 들어왔다.
오늘 바라는 대로 다 이뤄졌던 경기였는데, 뭐가 불만일까.
“골을 넣어야만 MOM을 주는 더러운 방식.”
“뭐라는 거야. 쟨 줘도 투덜대네.”
“우매한 족속들은 패스의 아름다움을 몰라.”
“그럼, 오늘 MOM은 요한이었어야 한다는 거지, 네 말은?”
“···멍청한 놈들. 평소에 내가 더 많이 받았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한과 카펠로, 누가 MOM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오늘 경기였다.
카펠로는 솔직히 무척 기뻤다.
자신의 진가를 반드시 보여주고자 이를 갈았던 오늘 경기.
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유벤투스를 박살내는데 있어 선봉에 섰다.
거기에 MOM에 선정되기까지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다만, 좀 찜찜한 구석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가장 아름다운 플레이를 한 건 자신이 아니라 요한이었다.
요한이 오늘 보여준 패스는 카펠로가 평소 추구하는 이상적인 패스에 가까웠으니까.
세 개의 골을 만든 건 자신이 아니라 요한이었다.
자신은 그저 공을 마지막으로 찬 사람이었을 뿐.
오늘 경기의 MOM은 요한에게 돌아가는 게 맞았다.
“축하한다, 인마. 오늘 제대로 보여줬네.”
“그래, 카펠로. 확실하게 보여줬어. 네가 유베를 거르고 웨스트 햄에 온 게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걸.”
“유베 놈들, 배가 아플 거야. 널 데려오지 못한 게 후회될 거라고.”
뭐, 어쨌든 기분이 좋은 건 좋은 거다.
동료들의 칭찬에 카펠로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런 면에선 카펠로도 단순한 면이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이라 좀 재수 없는 면이 있어서 그렇지, 잘한다 잘한다 기를 좀 살려주면 진짜로 잘한다.
아마, 2차전에서도 카펠로는 더욱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솔직히 말할게. 내 MOM은 너야, 요한 경.”
고든이 요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확실히, 오늘 대승의 지분은 요한에게 과반 이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벤투스의 모든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고, 기가 막힌 패스로 골을 만들어냈다.
요한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유벤투스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고든은 행여나 요한이 MOM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해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요한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신이 나 있었다.
“인터뷰 안 하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긴. 매 경기 인터뷰하려면 지겨웠겠다.”
맨날 경기만 했다 하면 MOM 인터뷰하느라 시간 잡아먹어서 귀찮았었는데.
오늘은 카펠로 덕분에 편하다.
그뿐인가.
약속대로 해트트릭을 만들어줬으니, 이제 매주 출근 때마다 라커를 여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
“헤헤···”
빨리 다음 주가 오길 기다려지는 것도 처음인 듯 했다.
*
<챔피언스 리그 16강 1주차 1차전>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4 : 1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3 : 1 AFC 아약스
◆맨체스터 시티 2 : 2 파리 생제르맹
◆레알 마드리드 4 : 2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16강 첫 주차에 치러진 4개의 경기.
대부분의 경기가 예상과 비슷한 결과로 끝이 났지만, 웨스트 햄과 유벤투스의 경기 결과는 역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웨스트 햄이 이길 거란 예상을 한 전문가들도 적었던 건 아니었다.
그동안 웨스트 햄, 그리고 요한이 보여준 행보는, 유벤투스를 이긴 정도로 ‘이변’이라 할 수 없는 기록들이었다.
그래도, 무려 4대1 완승을 거둔 건 확실히 놀랄만 했다.
유벤투스가 워낙 수비력이 강한 팀이니까 말이다.
그런 유벤투스를 상대로 4골이라니.
이는 유벤투스 팬들은 물론, 세리에 팬들까지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유벤투스에게 우호적이든, 아니면 적개심을 가지고 있든.
유벤투스가 현재 세리에의 최강팀임을 부정할 수 있는 세리에 팬들은 없었다.
세리에에선 유벤투스를 상대로 4골을 퍼부을 수 있는 팀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요한이 도움을 3개나 기록했다는 것도 놀랄 일이었다.
기존과는 다른 모습의 플레이였다.
이런 플레이도 가능하구나, 라는 느낌을 줬던 요한의 플레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덕분에, 2차전을 남겨둔 유벤투스는 물론.
앞으로 웨스트 햄을 만나야 하는 팀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이젠 골문 근처의 요한뿐만이 아니라,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요한까지 걱정해야 하는 건가 하고 말이었다.
아무튼, 이번 패배로 유벤투스는 자존심을 굉장히 구길 수밖에 없었고.
카펠로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최악의 경기였어. 요한만 신경쓰다가 카펠로에게 3골을 내주는 건 도대체 무슨 전술이야?
└카펠로를 웨스트 햄에게 빼앗겨서는 안됐어
└리그 무패라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야
└베네타 감독은 웨스트 햄이 카펠로의 패스와 요한의 마무리, 이 원 패턴밖에 없는 팀이라고 했었지. 당장 이 새끼부터 잘라야 돼
└2차전도 답이 안 보인다. 카펠로는 골도 넣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요한은 패스도 세계 최고라는 걸 보여줬지. 하지만 우린 뭘 보여줬지?
└세리에 안에서만 깡패라는 걸 보여줬지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카펠로를 다시 데려와야 한다. 이번 시즌은 이미 틀렸어.
솔직히 아직도 만족스럽진 못했다.
해트트릭으로 자신에 대한 유벤투스 팬들의 여론이 바뀌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요한의 위대함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직 덜 처맞은 거다.
2차전 한 경기가 더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땐 더 확실하게 보여줄 거다.
“마, 카펠로.”
“?”
“솔직하게 물어보재이.”
“뭘 말이냐.”
“요한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건데?”
“무슨 짓을 하다니.”
“마, 다 안다. 하프 타임 때, 둘이 도둑질하는 놈 맹키로 속닥거리드마. 무슨 작당을 한긴데?”
드레싱룸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던 카펠로에게 다가와 묻는 버클리.
카펠로는 시치미를 뗐다.
“작당 같은 소리 하네. 서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전술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다. 에이스들끼리의 회의 말이다.”
“까고 있네. 요한이가 그런 얘기할 아가 아닌 거 뻔히 아는데. 그라모, 금마가 왜 후반전에 니한테만 패스 해준긴데?”
“네 놈이 이 몸처럼 골 냄새를 맡지 못할 뿐이지. 이 몸의 오프 더 볼이 더 좋았으니, 이 몸한테 패스하는 게 당연할 뿐.”
“뭐라카노. 내도 주기만 하면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대이. 빨리 안 부나. 뭔 짓을 한 기고? 도나쓰라도 사다 바칬나?”
“···!”
뜨끔.
얼떨결에 간파 당한 카펠로는 괜히 짜증을 부리며 자리를 떴다.
“마! 같이 좀 묵고 살자!”
“헛짓거리 할 시간에 훈련을 해라, 촌놈! 이 몸이 네 녀석처럼 잔머리나 굴릴 것 같냐!”
“와, 치사한 놈. 됐다, 마. 요한이 오면 직접 물어보믄 되지.”
버클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하긴 카펠로, 저 녀석이 남한테 싸바싸바할 성격은 아니긴 하지.
버클리는 그러더니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였다.
“도나쓰? 생각해보니까, 이거 괜찮겠는데? 마, 좋아쓰. 다음 경기엔 내가 주인공이 되겠구만. 다 뒤졌다. 하하!”
버클리는 득의만만하게 웃었다.
*
“···”
드레싱룸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카펠로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유벤투스 전이 끝난지 4일째가 되는 날.
즉, 요한이 출근하는 날이다.
해트트릭을 대가로, 요한을 위한 도넛 공급책이 되어주기로 한 카펠로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녀석의 라커에 도넛을 넣어두기 위해, 새벽부터 출근을 했다.
마치 드레싱룸을 털러온 도둑처럼, 카펠로는 은밀히 가방에서 도넛 박스를 꺼내 요한의 라커를 열었다.
그런데.
“뭐야?”
카펠로가 미간을 찌푸렸다.
요한의 라커 안에, 이미 자신이 사 온 것과 똑같은 박스가 하나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응?”
박스를 꺼내보는 카펠로.
그런데, 박스에 쪽지 하나가 붙어 있다.
To. 요한 경
출근길에 갑자기 경이 생각나서 샀어.
아니, 사실 갑자기는 아니야.
난 항상 경 생각을 하거든.
경은 단 거 좋아하잖아. 난 경의 취향을 다 알고 있지. 경을 우리 팀에서 제일 좋아하니까. 출근하는 게 귀찮겠지만, 이 선물이 경에게 조금이나마 낙이 되길 바라.
From. 세계 최고의 선수 요한 경의 가장 큰 팬이자 팀 메이트, 제이콥 버클리가.
“···이 자식이.”
미간을 찌푸리는 카펠로.
이 자식이 비밀을 알아차린 건가?
“···”
카펠로는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본 뒤,
“미안하지만, 유벤투스 전까지만 양보해라.”
쪽지를 떼어 주머니에 넣고 라커 문을 닫았다.
미안하다, 버클리.
근데 순서는 지켜야지.
먼저 줄을 선 건 나라고.
“으아, 시원허다.”
“···!”
드레싱룸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에 카펠로가 재빨리 자신의 라커로 돌아갔다.
드레싱룸으로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버클리였다.
카펠로를 발견한 버클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시계를 확인했다.
“뭐고. 웬일로 이렇게 일찍 왔냐?”
“···알 바냐.”
“알바 아니고 정규직이다, 인마. 룰룰룰.”
실없는 소리를 하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훈련 준비를 하는 버클리.
‘···흐흐.’
그런 버클리를 보며, 카펠로는 속으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