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58)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58화(158/202)
< 157화 – 환상의 대진 >
“···”
뭔가 이상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훈련.
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뒤통수가 따갑다.
“···”
지금도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버클리와 눈이 마주쳤다.
알 수 없는 요상한 미소를 씨익 짓는 버클리.
뭐지.
저 느끼한 미소는.
‘케인 하나로 족한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건 케인 하나로도 족한데, 안 그러던 버클리까지 왜 저러는 걸까.
모르겠다.
요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어쨌든 모처럼 기분 좋은 훈련이었다.
뭐, 오늘 훈련이 평소보다 가벼웠던 건 아니고, 그렇다고 유벤투스와의 1차전을 잘 끝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도넛이 맛있었다.
이걸 아빠나 감독님한테 걸리면 엄청 혼나겠지.
근데, 도넛을 먹는다고 혼나는 건 결국 축구를 못해질까봐서가 아닌가.
몸에 군살이 붙으면 느려질 테니까 말이다.
그렇담, 반대로 경기에서 잘 하면 상관없는 일이잖아.
이렇게 몰래 카펠로에게 도넛을 밀수 받아 섭취하고 있다는 걸 들킬 일도 없고 말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느끼려면, 경기에서 더 잘해야 한다.
뒤에서 도넛을 흡입하고 있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끔 말이다.
“···”
아니, 그나저나.
버클리는 왜 자꾸 저러는 거냐니까?
ㆍㆍㆍ
유벤투스와의 1차전에서 4대1로 승리를 거둔 게 가장 큰 성과인 이유는, 8강 진출 팀이 결정되는 방식이 1, 2차전 스코어의 합계이기 때문이다.
무려 3점의 여유.
만약 웨스트 햄이 2차전에서 0대1, 혹은 0대2로 지더라도 8강에 진출하는 것은 웨스트 햄이 된다.
물론 3대4나 3대5도 마찬가지고.
행여나 3점 차로 지게 된다 해도, 스코어 동률로 연장전에 갈 수 있는 라스트 찬스를 잡을 수도 있다.
웨스트 햄으로선 적어도 4점 차 이상으로만 지지 않으면 되는, 유벤투스보다 훨씬 여유 있는 상태에서 2차전을 준비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유를 부리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 경기에서도 전력을 다할 것이었다.
2차전에도 베스트 멤버들이 그대로 나서게 될 예정.
다만,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체력을 좀 더 아껴줄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있는 것이다.
가령, 후반 중반 이후까지 점수 차가 여유 있을 경우. 굳이 주전 선수들을 끝까지 뛰게 할 필요가 없어질 테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다는 건 좀 더 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맨시티 같은 경우엔 파리와 1차전을 2대2로 비기면서 여유가 없다.
지난해 레알 마드리드에게 우승을 내주며 준우승에 그쳤던 맨시티는 올해 챔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
그런데 2차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까지 했으니, 리그와 챔스 사이에서 집중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을 거다.
현재 리그 3위에 처져 있긴 하지만, 맨시티는 언제나 가장 껄끄러운 우승 경쟁 상대이기 때문에.
웨스트 햄에겐 좋은 상황이었다.
그런 좋은 상황은 리그 26라운드로 이어졌다.
유벤투스를 잡고 기세를 탄 웨스트 햄의 26라운드 상대는 셰필드 유나이티드.
확실히 챔피언스 리그에 나간다는 건 이런 거다.
유벤투스를 상대하고 와서, 셰필드 같은 강등권의 팀을 만나면 느낌이 어떻겠나.
셰필드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쉽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괜히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
셰필드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리그 경기가 이렇게 쉬웠나 하는 느낌을 받으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3대0, 웨스트 햄이 깔끔하게 승리를 가져갑니다. 이로써 두 번의 무승부 이후 다시 승리를 거두는 웨스트 햄!>
사실 두 번 연속으로 무승부를 거뒀다고 해서, 그걸 ‘삐끗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웨스트 햄의 기세가 워낙 좋았었기에, 그것만으로 마치 연패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며, 웨스트 햄이 고꾸라지길 기대했던 타 팀 팬들이다.
그러나 과거의 웨스트 햄이 아니다.
시즌 초에나 운 좋게 상위권 한 자리를 차지하던 웨스트 햄은 옛날 얘기라는 말이다.
웨스트 햄은 다시 연승을 이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ㆍㆍㆍ
리그 26라운드를 마친 웨스트 햄은 토리노로 날아갔다.
유벤투스의 홈 그라운드,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16강 두 번째 경기.
“준비 좀 많이 했는데?”
“절박하겠지.”
구단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진입하며, 구장 전경을 바라본 웨스트 햄 선수들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유벤투스가 급하긴 한 모양이다.
원정 팀 버스가 진입하는 경로를 따라, 불량배처럼 보이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버스에 대고 손가락 욕을 하고, 심지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모두 사복 차림이긴 하지만, 누가 봐도 유벤투스 팬들이다.
유니폼을 입지 않은 건 자기들이 유베 팬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겠지만, 누굴 바보로 아나.
유베 팬이 아닌 사람이 저런 짓을 왜 하겠어.
“쟤들은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하고, 막을 생각이 없나 보네.”
“쟤들도 한통속인 거지.”
입차 라인을 따라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긴 했지만, 그들은 성난 팬들을 적극적으로 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차피 그들도 유베의 팬들일 터.
확실히, 여긴 원정이다.
아마 팬들이 굉장히 얌전하고, 신사적인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었다면, 저들의 저런 행동에 위축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귀엽네.”
“고작 계란 가지고 버스에 흠집이라도 낼 수 있겠어? 짱돌 정도는 던져야지.”
“여기 팬들은 너무 얌전한걸.”
근데, 미안하지만 이 버스에 타고 있는 선수들은 프리미어 리그의 웨스트 햄 소속이다.
이들의 눈엔 그저 귀여운 장난 정도로 보였다.
“쟤들도 우리랑 밀월과의 경기가 있는 날 초대하면, 아마 오줌을 지릴걸.”
“그건 우리도 무서워.”
심지어, 고든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에겐 어린애 장난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게, 이 웨스트 햄 베테랑들은 밀월과의 더비 매치 경험도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 더비는 정말 살벌하다.
그 경기를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은 경기를 보러 오는 게 아니다.
싸우려고 오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왜 축구 경기를 보러 오면서 튼튼한 옷을 입고 연장을 챙겨서 오겠나.
그게 자랑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유베 팬들이 많이 준비를 한 모양이지만, 이곳의 분위기가 웨스트 햄 선수들의 기를 꺾을 순 없다는 거다.
웨스트 햄 선수들은 웃으며 알리안츠 스타디움에 입성했다.
*
웨스트 햄의 선발 라인업은 1차전 때와 동일했다.
셰필드와의 경기에서 체력 세이브도 했고, 1차전을 워낙 잘 치렀으니 변경을 줄 이유가 없었다.
반면, 유벤투스는 몇몇 변화가 눈에 띈다.
일단 스타팅 포메이션부터가 바뀌었다.
1차전엔 4-4-2 포메이션으로 나왔던 유벤투스인데, 오늘은 4-3-3의 전형으로 나왔다.
공격적인 배치다.
기존의 4-4-2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두 줄 수비를 세우며 역습을 노리는 형태였다면, 오늘은 좀 더 공격적인 중원 배치에 두 명의 윙 포워드까지 뒀다.
물론 예상한 대로였다.
무려 3점이나 뒤지고 있는 유벤투스니, 무조건 공격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오늘 유벤투스에게 90분이란 시간은 불이 붙은 도화선이나 마찬가지.
그 심지가 모두 타버리면, 펑.
탈락이다.
따라서 슈미트 감독은 오늘 유벤투스의 전략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거기에 맞춰 전술을 변경할 생각은 없는 슈미트 감독이었다.
이게 원래 슈미트 감독의 성향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점수를 지켜서 8강에 올라가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3점의 리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실점을 줄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한 점을 더 넣는 방법도 있다.
3점을 따라잡기 위해 유벤투스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고, 그러다 보면 수비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키기만 하기보단, 그 허점을 적극적으로 노려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평행선 같은 3점의 점수 차를 만들겠다는 생각.
이 말은 뭐냐.
경기가 시작부터 유벤투스와 그 팬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저것들, 라인을 내리지 않는데?”
“맞불로 나오겠다는 거야? 그래, 우리야 좋지. 굉장히 지루한 경기를 예상하고 왔는데.”
“건방진 놈들! 빠르게 3골 넣어버리고 판을 뒤집어버려!”
처음엔 다들 반가워했다.
웨스트 햄이 수비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덕분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그리고 빠르게 만회 골을 넣을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되었고,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불안감도 있었다.
만회 골이 필요한만큼, 실점도 없어야 한다.
1차전에서 수비적으로 나섰음에도 4골을 헌납했던 유벤투스다.
하물며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더더욱 위험한 장면들이 많이 노출될 터.
그래도, 상대가 꽁꽁 걸어 잠그는 것보다야 이게 나을 거라는 생각은 있었다.
일단 만회 골이 이른 시간에 터지느냐, 그러지 못하냐가 경기 분위기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결국, 경기는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혹은 모 아니면 도.
유벤투스가 생각보다 쉽게 따라붙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더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그건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의 싸움.
유벤투스 팬들에겐 슬프게도, 양날의 검이 그 날을 드리운 건 유벤투스의 목이었다.
또한,
모가 아니라 도, 아니.
빽도가 나와 버렸다.
<고오오오올-! 웨스트 햄의 선제골! 유벤투스에겐 너무 뼈 아픈 실점입니다!>
선제골이 터진 건 전반 12분.
유벤투스의 공격 상황에서 기마랑이스가 공을 탈취해냈고, 기마랑이스는 곧바로 전방을 향해 롱 킥을 때려 역습으로 전개시켰다.
요한은 그 공을 머리로 떨궈 카펠로에게 내줬고, 카펠로가 다시 요한에게 리턴 패스.
이 패스를 요한이 멋진 턴 동작으로 받아내며 바르첼리를 제쳐낸 뒤, 골문 상단 구석을 향해 슛.
그 슛이 그대로 골망을 출렁였다.
<이렇게 되면 합계 스코어는 5대1! 4점 차가 됩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만, 글쎄요! 유벤투스가 이걸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약 80분 동안 4골을 따라 잡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유벤투스.
물론 그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만,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
그래도 유벤투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그나마 이곳이 홈이었기에 다행.
원정이었다면 더욱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겠지만,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또는 협박-을 받아 유벤투스 선수들은 최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했고,
<만회 골이 터집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만, 가능성은 보입니다!>
전반 24분, 가뭄에 단비 같은 만회 골이 터졌다.
다시 3점 차로 좁혀지는 점수 차.
그러나, 점수 차가 좁혀지기 무섭게.
웨스트 햄은 다시 한번 더 달아났다.
이번에도 요한과 카펠로 커넥션이 폭발을 일으켰다.
요한의 킬러 패스와 카펠로의 침착한 마무리.
1차전에서 손을 귀에 대는 셀레브레이션을 보여줬던 카펠로는, 이번엔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는 셀레브레이션을 하며 유벤투스 팬들을 화끈하게 만들었다.
전반은 그렇게 2대1, 합산 스코어 6대2로 종료.
이어진 후반전.
후반전에 먼저 골을 터뜨린 건 유벤투스였다.
답답하던 흐름을 디미트리 볼레로비치가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깼다.
이걸로 다시 3점 차.
유벤투스가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으며 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경기는 90분을 향해 다다르고 있었다.
이젠 물리적으로도 기적을 바라기엔 너무 늦은 시점.
웨스트 햄은 이미 75분이 지날 때쯤 선수 교체를 활용해 선수들의 체력을 아껴주는 여유까지 보여주며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유벤투스에겐 잔인하게도.
웨스트 햄과 그들의 간격은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평행선이었다.
결국 유벤투스는 3점의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경기 종료! 합산 스코어 6대3! 웨스트 햄이 유벤투스를 꺾고 8강으로 진출합니다! 세리에 챔피언이 여기서 탈락의 고배를 마십니다!>
웨스트 햄이 유벤투스를 크게 꺾고, 챔피언스 리그 8강에 안착하는 순간이었다.
*
<챔피언스 리그 16강 결과(합산 스코어)>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6 : 3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6 : 1 AFC 아약스
◆맨체스터 시티 5 : 4 파리 생제르맹
◆레알 마드리드 6 : 3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 : 0 스포르팅 CP
◆리버풀 FC 5 : 2 인테르
◆세비야 FC 3 : 2 아스날 FC
◆SL 벤피카 3 : 4 비야레알 CF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 팀>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FC
◆FC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 FC
◆레알 마드리드 CF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CF
◆리버풀 FC
◆세비야 FC
◆비야레알 C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