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59)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59화(159/202)
< 158화 – 입방정 >
챔피언스 리그 16강의 모든 경기가 끝난 뒤, 그 다음 날.
스위스에선 8강 대진을 정하는 조 추첨이 이루어졌다.
8강 대진 추첨부터는 조별리그나 16강 조 추첨과는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다.
우선, 8강 대진 추첨이 마지막 추첨이다.
이 추첨으로 대진표가 완성되면, 그 대진표대로 토너먼트가 진행된다.
완성된 대진으로 4강 대진이나 결승 대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거다.
또한, 16강과 달리 같은 리그의 팀들끼리도 대진이 성사될 수 있다.
프리미어 리그의 웨스트 햄이 대진에 따라 맨시티나 리버풀과 만날 수도 있다는 것.
추첨엔 제한이 없다.
모든 팀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다.
‘이번엔 좀 편하게 가보자.’
대진 추첨을 지켜보는 슈미트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8강에 들어온 이상 쉬운 대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레알, 뮌헨, 맨시티 같은 팀들과 맞붙는 것보다야 비야레알, 세비야 같은 팀들과 붙는 게 낫다. 그건 사실이다.
이미 파리, 바르샤, 유벤투스와 맞붙은 웨스트 햄이었다.
이렇게 고생 고생하면서 왔으니, 이번 8강만이라도 좀 쉬운 대진이 걸리길 바라는 마음인데.
글쎄다.
챔스의 신은 그리 호락호락한 신이 아닌 듯 했다.
“8강 첫 번째 대진입니다. 비야레알 CF, 그 상대는 세비야 FC입니다.”
슈미트 감독을 포함한 많은 팀 감독들이 탄식을 했을 거다.
비야레알과 세비야의 두 감독들은 서로 쾌재를 불렀을 거고.
모두가 만나고 했던 두 팀이 서로를 만나 버리면서, 꿀을 빨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팬들 입장에선 재밌는 대진표가 완성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나마 약체로 꼽히는 두 팀이 서로 맞붙게 되었으니, 다른 대진들 역시 어디 하나 쉽게 예상이 가능한 대진이 없게 됐으니까.
이제 중요한 건, 그 다음 대진이다.
이 옆의 자리에 들어가게 되면, 4강에 진출할 경우 세비야나 비야레알과 만나게 된다.
그나마 제일 명당인 셈.
그 명당의 주인공들은,
“두 번째 대진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일단 웨스트 햄은 아니었다.
그래도, 저기에 못 들어간 게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나 맨시티, 둘 중 하나를 만나게 되면 애초에 4강을 장담할 수도 없으니까.
때문에 레알과 맨시티 모두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었다.
작년 결승 대진이 8강에서 재현되다니.
같은 프리미어 리그로서, 맨시티가 또 레알을 만나게 된 게 내심 기분이 좋다.
아무튼, 그렇게 왼쪽 사이드의 4팀이 정해지게 되었고.
추첨이 이어졌다.
“세 번째 대진입니다. 바이에른 뮌헨, 그 상대는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웨스트 햄의 이름이 불렸다.
상대는, 분데스리가의 영원한 황제.
FC 바이에른 뮌헨.
“···”
8강 상대가 뮌헨으로 확정되는 순간.
슈미트 감독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Scheiße.’
Scheiße는 독일어로, X발이라는 뜻이다.
ㆍㆍㆍ
-디펜딩 챔피언과 복수를 노리는 도전자가 8강에서 재격돌··· 레알 vs 맨시티 확정
-리버풀, ‘돌아온 신의 방패’ 아틀레티코 만난다···
-챔피언스 리그 8강 대진 확정··· 볼거리 넘치는 환상의 대진
“환상의 대진? 웃기고 있네. 환상이 아니라 환장의 대진이다. 환장.”
로한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매번이 챔스 결승급이다.
아니, 바르셀로나랑 파리 잡고, 유벤투스를 잡았더니 이젠 바이에른 뮌헨을 잡으라고?
이건 누가 봐도 억지다.
혹시 대진에 조작이 있었던 건 아닐까?
대회 흥행을 위해, 이쯤에서 만족하고 적당히 떨어지라는 유에파의 음모 아니냐고.
“아무리 억까 해봐라. 우리가 떨어지나.”
뭐, 그래도 믿음은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믿음.
유벤투스도 이겼는데 뭐가 두렵겠어.
“···객관적으로 뮌헨이 훨씬 강하긴 하지만.”
사실 아니다.
두렵긴 두렵다.
뮌헨은 유벤투스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는 클럽이다.
세리에 깡패라는 유벤투스도 뮌헨처럼 ’12년 연속 리그 우승’ 같은 건 못 해봤으니까 말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2012/13 시즌부터 2024/25 시즌까지, 무려 12시즌을 연속으로 분데스리가 정상에 오른 팀이다.
12년에 태어난 아이가 12살이 될 때까지 뮌헨만 계속 우승을 차지했다는 거다.
이러니, 분데스리가는 어차피 뮌헨이 우승하는 리그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그렇다고, 뮌헨이 리그 안에서만 여포였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현재로부터 10년 이내의 굵직한 기록만 봐도, 2019/20 시즌 우승, 2023/24 시즌 우승.
2024/25 시즌 준우승에 빛난다.
뮌헨은 언제 결승에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은 팀이며, 8강이나 4강에서 떨어져도 팬들이 실망하는 그런 팀이었다.
지난 20년 이상 동안을 말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런 팀이었다.
웨스트 햄은 그런 팀을 꺾어야 하는 입장이 된 거고.
그럼에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건,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는 뮌헨이 아니라 웨스트 햄에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챔스에 관련된 기사들을 둘러보던 도중, 로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얜 또 왜 주둥이를 나불대는거야?”
요한과 관련된 기사였다.
요한이 올 시즌 챔스 8강까지 16골을 기록하며,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에 근접했다는 기사였는데.
이에 대해 현 기록 보유자가 입을 연 것이다.
-챔스 한 시즌 최다 골 기록 보유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요한에 대해 입 열다···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토너먼트에 들어서 1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는 거다. 내가 17골을 기록했을 때, 난 8골을 토너먼트에서 넣었다. 특히 4강에서 만난 뮌헨을 상대론 2골을 넣어 팀을 결승으로 보냈다. 나의 기록은 자세히 볼수록 더 가치 있다.”
피식 웃고 마는 로한.
그래.
네가 대단한 선수임은 부정하지 않으마.
특히, 챔피언스 리그만 한정한다면 호날두는 역대 최고의 스타라고 봐도 무방하다.
통산 최다 골 기록이든,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이든 기록이란 기록은 다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양반은 입을 열었을 때 추해지는 면이 있다.
요한이가 자신의 기록을 위협하니, 귀신같이 나타나서 견제를 하고 있다.
아니, 자기 아들보다 어린 선수한테 질투 가득한 말이나 하고 있다니.
레전드면 레전드답게 품위를 지키면 얼마나 좋아.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 반갑다, 뭐 이런 정도로 말만 해줘도 사람들이 알아서 추앙해줄 것 아니냐고.
아니면 적어도, 내 기록은 깨기 어려울 것이지만 깬다면 대단한 일일 것이다, 정도만 했어도 비호감은 아니었을 텐데.
“왜 씩씩대고 있어?”
“아빠가 싫어하는 ‘그 녀석’이 요한이 가지고 한마디 했거든요.”
“그 녀석?”
“잡두요.”
“내 그럴 줄 알았다. 잡두가 조용히 있을 리가 없지.”
반석호는 호날두를 좋아하지 않는다.
메시 팬이었기도 했고, 10여 년 전의 사건 때문도 있고.
“흐음.”
로한이 보여준 기사 전문을 읽어 본 반석호는 빙긋 웃었다.
“생각해보니, 잘됐구나.”
“어떤게요?”
“잡두놈의 기록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들이 깨게 될 테니까 말이다.”
“꼭 그 입 좀 다물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네요.”
“얼마나 재밌을까. 그 녀석이 부들부들대는 꼴을 볼 수 있다면.”
“헤헤.”
고개를 끄덕이는 반석호와 로한.
상상만 해도 벌써 웃음이 나온다.
요한이가 꼭 호날두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리길.
근데,
호날두가 입 좀 다물길 바라는 건 이 둘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식은 왜 자꾸 나불대는 거야?”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 리히텐 하인케스는 뉴스를 보다 격분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있었다.
ㆍㆍㆍ
“아니, 그니까. 호두인지 잡두인지는 관심 없고. 계산이나 해보라니까.”
“알겠어, 인마. 어디 보자. 이게 지금 리그 테이블이거든.”
요한의 채근에 로한이 노트북을 폈다.
화면에 띄워진 건 26라운드까지의 리그 순위표.
1위 웨스트 햄 24승 2무 0패 승점 74점
2위 맨체스터 Utd 22승 2무 2패 승점 68점
3위 맨체스터 시티 21승 4무 3패 승점 67점
4위 리버풀 FC 17승 5무 4패 승점 56점
5위 아스날 FC 15승 6무 5패 승점 51점
6위 토트넘 핫스퍼 13승 6무 7패 승점 45점
7위 첼시 FC 13승 5무 8패 승점 44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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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은 여러모로 치열한 편이다.
웨스트 햄, 맨유, 맨시티가 3파전 양상을 벌이고 있는 선두 그룹.
리버풀과 아스날의 4위 경쟁.
토트넘과 첼시의 유로파 경쟁.
거기다 강등권 경쟁도 승점 5점 내외의 싸움으로 치열한 편.
여기서 요한이 궁금한 건 이거였다.
앞으로 웨스트 햄이 몇 경기를 더 이기면, 다른 팀들의 승점과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가.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지금으로썬 1경기를 남겨둘 때까지 모두 이겨버리면 우승을 확정하는 거지. 맨유가 모든 경기를 다 이긴다고 해도 말야.”
“···그거 밖에 안 돼? 지금까지 다 이겼는데? 마지막까지 가봐야 안다는 소리 아니야?”
“뭐, 맨유도 잘하고 있으니까. 걔네도 마찬가지로 다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야.”
“그럼, 걔네가 질 때마다 줄어드는 거겠네.”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면, 가장 중요한 경기가 언제겠어?”
“맨유전.”
“그거지. 맞대결에서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해. 괜히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하는 게 아니야. 진짜 그래. 녀석들한테 1패를 더 선물해주면, 1경기의 여유를 더 벌 수 있는 거지.”
맨유와의 경기는 다다음 주, 28라운드에 예정이 되어 있다.
맨유는 후반기에 들어서 더 물오른 기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하우어 감독의 체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유럽 대항전에 나가지 않아 체력 관리 면에서 다른 팀들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고.
“걔들 요즘 하는 거 보면, 걔넬 잡을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어. 다른 팀들한테 기대해선 안된다는 거지.”
“무조건 잡아야겠네.”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ㆍㆍㆍ
프리미어 리그 27라운드는 꽤 많은 이변이 속출한 라운드였다.
아무래도, 유럽 대항전의 여파가 있었을 것이다.
전 주에 챔스와 유로파 리그를 뛰고 온 팀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가장 큰 이변의 희생양은 리버풀이었다.
챔스 16강에서 인테르를 잡고 8강에 진출한 리버풀은, 강등권의 허더즈 필드 타운에게 패배하며 아스날과의 챔스 티켓 경쟁에 불을 붙여 버리고 말았다.
맨시티조차도 고전했다.
리버풀처럼 지진 않았지만, 맨시티도 브라이튼과 접전 끝에 간신히 무승부를 거두며 그나마 승점 1점을 챙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아스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리버풀과 맨시티는 8강에 진출하기라도 했지.
아스날은 16강에서 떨어 져버렸는데, 리그 경기에서까지 패배하며 연패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먼저 있던 경기에서 리버풀이 패배하면서 양 팀의 승점 차가 좁혀지나 싶었는데, 아스날도 귀신 같이 패배하면서 승점 차는 유지가 되었다.
역시 리버풀과 아스날은 우애가 좋은 팀들.
서로 네가 챔스에 가라고 양보하는 형국이었다.
다행히, 웨스트 햄은 이런 이변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유벤투스 전을 치르고 오긴 했지만, 체력 관리를 충분히 했던 웨스트 햄이었다.
유벤투스를 상대로도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는 팀.
27라운드에서 레스터 시티를 만난 웨스트 햄은 2대0으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 65분을 뛴 요한이 두 골을 넣어 승리의 주역이 되었고, 나머지 시간을 잘 지키며 승점 3점을 챙겼다.
그리고, 이제.
웨스트 햄에게도, 요한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웨스트 햄을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하우어의 맨유.
맨유와의 맞대결이 목전으로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