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6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65화(165/202)
< 164화 – 회춘 >
<고오오오올-! 요한 반! 아름다운 골이 작렬했습니다! 8강 첫 골이자 챔피언스 리그 17호 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에 타이로 올라섭니다!>
요한이 뮌헨의 주장을 보기 좋게 농락시키고, 근사한 폼으로 때린 슈팅이 멋지게 감겨 뮌헨의 골망을 갈랐을 때.
“와아아아앗-!”
“예에에에!”
웨스트 햄 벤치에선 모두가 뛰쳐나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건 슈미트 감독이었다.
“크아아아아-!”
요한의 골이 들어가는 순간, 슈미트 감독은 온몸의 세포가 젊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말 그대로 회춘.
“컴 온! 컴, 온!”
터치 라인 안, 그라운드까지 뛰쳐나가 수차례 어퍼컷을 날리며 포효하는 슈미트 감독.
근처에 서 있던 대기심이 제지에 나섰지만,
“크오오오옷-!”
“어이쿠!”
슈미트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퍼컷을 날렸고, 대기심은 하마터면 턱에 주먹이 꽂힐 뻔했다.
안 맞은 게 다행이다.
그거, 맞았으면 실신 KO였거든.
“드, 들어오세요! 좀!”
부리나케 달려와 슈미트 감독을 힘겹게 끌고 들어가는 제이미 코치.
그런 와중에도, 슈미트 감독은 연거푸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녹슬지 않은 정력을 자랑했다.
“어휴, 무슨 노인네가 아직도 힘이 이렇게 좋으셔. 여기 물 드세요, 물.”
“크으-”
제이미 코치가 건넨 생수 한 통을 벌컥벌컥 비운 뒤 걸쭉한 트림을 토해내는 슈미트 감독.
그동안 묵었던 체증이 싹 내려가는 듯.
속이 다 시원하다.
“이러다 한 골 더 들어가면, 우리 영감님 쓰러지시겠네.”
“좋아. 쓰러져도 여한이 없으니까, 3골이라도 더 넣어버려!”
“아니, 감독님 없으면 저흰 어쩌구요. 이제 10분 지났어요.”
“무슨 소리냐. 난 없어도 돼. 요한이만 있으면 되니까. 내가 괜히 선수빨이라는 소리를 듣겠냐?”
싱글벙글 웃는 슈미트 감독.
슈미트 감독은 골을 넣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요한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간, 뭐 선수빨 감독이다, 뭐다 말들이 많았지만.
그런 말 들어도 아무런 타격이 없다.
저런 선수만 데리고 있을 수 있다면, 무슨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지.
“새끼들. 기분이 어떠냐?”
뮌헨 벤치 쪽을 쳐다보며 슈미트 감독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웃었다.
솔직히, 과거엔 슈미트 감독도 뮌헨 감독에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선수빨로 다 해먹는다고.
근데, 이제 역으로 당해보니 기분이 어때?
응?
“이렇게 재밌는걸, 지들만 하고 있었단 말이지.”
참, 그동안 뮌헨 감독직 맡았던 놈들은 재밌었겠어. 적당히만 해도, 선수들이 알아서 다 해줬을 테니 말이야.
근데, 그런 뮌헨에도 저런 녀석은 없었을걸?
골 넣으라고 지시하면, 진짜로 골을 넣는 선수는 말이야.
*
바이에른 팬들의 기분은 굉장히 언짢았다.
아니, 언짢은 걸 모자라 굴욕적이기까지 했다.
일단 이곳,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7분 만에 실점을 내준 것도 내준 거고.
웨스트 햄 감독 노인네가 그라운드까지 나와서 세레머니를 한 것도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무엇보다도 제롬 스트라니에가 요한에게 무너지는 장면이 너무나도 굴욕적이었다.
뮌헨의 캡틴이자, 지금은 대표팀 은퇴를 했지만 독일 대표팀의 주장이었던 스트라니에는 이 팀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뮌헨의 스피릿이고, 뮌헨의 축구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볼품없이 쓰러져 바닥을 기는 모습은,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느낌이었다.
“···”
물론 가장 쓰라린 것은 스트라니에 본인이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공격수는 처음이었다.
눈으로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공격수라니.
아니, 당연히 머리론 알고 있었다.
요한은 엄청난 스피드를 가진 선수고, 부드러운 드리블 스킬도 가지고 있는 선수라는 걸.
애초에 발롱도르 위너고, 웨스트 햄의 확실하디 확실한 에이스다.
이번 8강 전을 준비하면서, 분데스리가의 공격수들 보다도 더 요한의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분석했으니 당연히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직접 마주하니 그런 것들이 다 무용지물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대표팀 은퇴를 1년만 미룰걸 그랬다.
그랬다면 작년 유로에서 만났을 테고, 그럼 지금처럼 당황하지는 않았을 텐데.
“···”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광판을 바라보는 스트라니에.
요한의 득점 장면이 리플레이 되고 있다.
스트라니에는 자신이 어떻게 당한 것인지조차 볼 수 없었기에, 그렇게 전광판으로 상황을 다시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잔디가 좀 미끄럽지? 다들 조심하자고.”
“실수야. 어쩔 수 없었어.”
캡틴을 위로하는 선수들.
그런 동료들이 고맙지만, 한 편으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이끌어줘야 하는데, 보기 좋게 망신을 당하고 말았으니.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다.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이 다음이 문제다.
리플레이를 보면서 생각해봐도,
저걸 어떻게 막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적어도 뮌헨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시작 흐름.
0대1이라는 스코어 자체가 익숙지 않은 뮌헨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이른 시간엔 더욱 그렇고.
항상 완벽히 경기를 지배하는 운영을 보여줬던 뮌헨이, 이제는 상대를 따라가야 하는 낯선 상황에 놓였다.
올 시즌 뮌헨에겐 ‘위기’라고 할 만한 순간 자체가 없었고,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엔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그것이 웨스트 햄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의문부호기 때문에 뮌헨의 위기 대처 능력이 GOOD일지 BAD일지는 알 수 없다.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게 지금부터.
전반이 15분까지 흘렀을 때.
뮌헨은 후방에서의 빌드업은 매끄럽게 이어졌지만, 이후 전방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슈타우터가 연이어 턴 오버를 기록하는 걸 보고 문제점을 빠르게 자각했다.
웨스트 햄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간파한 것이다.
좌우 사이드에서의 압박을 강하게 가져가고,
슈타우터에게 공이 가도록 일부러 틈을 내준 뒤, 공이 가면 기다렸다는 듯 잡아먹는다.
한마디로 미끼를 던지고, 덥석 물면 곧바로 낚아버리는 식.
여기서, 어떤 방향으로 공격 전개를 수정할 것인지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터.
슈타우터를 아예 하프 라인 아래로 내리든.
아니면 중앙보단 양 사이드를 이용해 공격을 전개시키든.
혹은 정면 돌파를 하되, 슈타우터의 개인 능력을 믿고 어떻게든 극복하게끔 하든.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고, 뮌헨은 선택을 해야 했다.
분명한 것은 이 토너먼트가 단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90분의 경기가 한 번 더 남아 있다.
아직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여유는 있었다.
<스트라니에의 오버 래핑, 그대로 크로스! 얀센의 머리를 노렸으나 기마랑이스가 한 발 먼저 처리합니다!>
<플로리안 슈타우터, 아래로 내려와서 공을 잡습니다. 후방에서부터 풀어 나가보려는 슈타우터. 조너선 네이슨이 곧바로 압박을 붙어 줍니다.>
<슈타우터, 그대로 중거리 슛-! 그러나 벨라미의 육탄 방어에 막힙니다! 웨스트 햄의 단단한 수비!>
계속해서 새로운 루트로 웨스트 햄의 골문을 두드리는 뮌헨.
그러나, 웨스트 햄 역시 수비를 단단히 세우며 결정적인 장면까지는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다.
어쨌든 뮌헨은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 전반 20분이 지나기도 전에 웨스트 햄의 의도를 간파해냈고, 즉흥적으로 자신들의 전술을 수정하며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의문부호였던 뮌헨의 대처 능력.
지금까지만 봐서는, 절대 나쁘다곤 할 수 없는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아닌 말로, 뮌헨은 뮌헨이다.
아무리 뮌헨이 올 시즌 위기에 빠져본 적이 없다지만, 고작 몇 번의 공격이 실패하고, 한 골을 내준 것으로 우왕좌왕하며 무너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터.
분명 지금 같은 상황은 뮌헨의 계획에 없던 상황이고, 위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위기를 최소화 시키는 것.
나아가 즉각적으로 변화를 주어서 위기를 기회로 뒤집는 것.
뮌헨 정도의 팀이 그 정도 시스템도 갖춰두고 있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말도 안되는 일.
뮌헨의 위기 대처 시스템은 잘 가동되는 듯 보였다.
게다가 시간도 많다.
강팀의 저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는 법.
오히려 이른 시간의 실점이 뮌헨에겐 차라리 나아보일 정도였다.
실점 이후의 경기력이 괜찮았으니까.
모두가 아는 뮌헨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뮌헨 선수들은 딱히 0대1로 끌려가는 선수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태도도 마찬가지.
굉장히 여유가 있다.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아니 애초에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하다.
지금의 상황은 위기라는 단어를 쓸 상황도 아니라는 듯 보였다.
근데, 그게 포인트다.
지금은 위기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즉, 아직 뮌헨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스트라니에가 계속해서 오버래핑을 올라오고 있는데요.>
<양쪽 풀백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뮌헨입니다.>
<지금도, 스트라니에. 땅볼 크로스! 하지만 기마랑이스의 커팅! 잘 빼냈습니다!>
<빠르게 역습으로 올라갈 수 있나요, 웨스트 햄!>
전반 31분.
기마랑이스의 커팅으로 시작된 웨스트 햄의 역습.
기마랑이스가 고든에게 공을 내줬고, 고든은 원터치로 카펠로에게 패스를 이었다.
이에 곧바로 뮌헨의 압박이 카펠로에게 향했으나,
뻐어어어어엉-!
압박이 닿기 전, 카펠로 역시 고든의 패스를 원터치로 돌려놓으며 패스의 흐름을 이어내는데 성공했다.
슈우우우우웅-
단 세 번의 패스만에 전방으로 연결되는 공.
공이 요한에게로 향한다.
스트라니에가 오버 래핑을 올라간 탓에 비어 있는 오른쪽 공간.
파아앙-!
가볍게 공을 잡아둔 요한은 지체없이 박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타타탓-!
다급히 따라붙는 필리프 패스벤더.
패스벤더도 자신의 수비력으론 요한의 전진을 깔끔히 막아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손이 어쩔 수 없이 나갔다.
요한의 셔츠를 붙잡는 패스벤더.
그러나,
“큭···!”
패스벤더는 곧 후회했다.
한 손만 뻗은 것을 말이었다.
요한의 힘은 두 손으로 붙잡았어도 멈춰 세우는 게 가능할까 싶은 정도의 힘이었다.
쿠당탕-!
되려 앞으로 고꾸라진 건 패스벤더였고,
타타탓-!
패스벤더를 뿌리친 요한은 계속해서 박스 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박스 안에선 뮌헨의 수비수들이 뒷짐을 진 채 기다리고 있다.
어디서든 각이 보이면 슈팅을 주저하지 않는 요한이기 때문에, 슈팅 각도를 막아보겠다는 심산인데.
사실 박스 안에서, 수비수들이 뒷짐을 지는 건 정석이라 볼 수 있는 수비 자세였다.
뒷짐을 지지 않으면, 상대의 슈팅이 손에 맞고 PK가 될 수 있으니까.
그게 고의가 아닐지언정, 명백한 유효 슈팅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 PK를 피해갈 수 없다.
때문에, 이렇게 뒷짐을 지는 건 당연한 일.
근데, 그런 뮌헨 수비수들의 자세는 문득 요한에게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양팔을 자유롭게 써도 막기 힘들 텐데, 스스로 양팔을 봉인하면서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좀 괘씸한데.’
괘씸하면 혼 내줘야지.
타탓-!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요한이 살짝 속도를 죽이며 오른발을 크게 당겼다.
금방이라도 슈팅을 때릴 듯한 자세.
자연히, 수비수들의 몸이 살짝 돌아갔다.
그러나,
“···!”
“···!”
요한의 슈팅은 나오지 않았고, 몸을 틀었던 선수들이 속았다는 걸 깨닫고 다시 몸을 돌리는 순간.
그들의 시야에 요한은 없었다.
이미 요한은 방향을 틀어 빠져나간 상태였고,
뻐어어어어어엉-!
슈팅은 그제서야 나왔다.
촤아아아아아아-
잔디를 스치며 파 포스트를 향해 묵직하게 쏘아진 슈팅은,
철썩-!
뮌헨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32분.
웨스트 햄이 요한의 2골로, 2대0으로 앞서가게 되는 순간.
뮌헨이 처음 경험해보는 ‘진짜’ 위기에 빠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