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6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66화(166/202)
< 165화 – 회춘 >
<전반전 종료! 조금은 의외의 결과입니다! 뮌헨이 0대2로 끌려간 채 후반전을 맞이하겠습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알리안츠 아레나는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결과.
2대0으로 리드를 한 채 끝냈어도 모자랄 판에, 0대2로 끌려간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적어도 올 시즌엔 말이다.
웨스트 햄, 그리고 요한이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뮌헨 팬들이 보기에도, 전반전은 완전히 웨스트 햄의 라운드였다.
“···”
“···”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뮌헨 선수들도 마찬가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다.
심지어, 서로 피드백을 나누다가 감정이 격해져 언성을 높이는 선수들도 있었다.
“젠장! 형편없는 전반전이었어! 우리가 이래선 안된다고! 여긴 알리안츠 아레나야! 한 발 더 뛰고,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그만해.”
“그만하라니! 그럼 입 닥치고 있자는 거야?”
“어이, 필리프. 적당히 하지? 오늘은 너도 좋지 못했어.”
안 좋은 분위기는 라커룸으로 이어졌다.
뮌헨은 확실히 스타 군단이다.
뮌헨에서 레귤러 멤버로 뛸 수 있다는 건, 곧 유럽의 어느 팀에서든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월드 클래스고, 스타다.
그렇다 보니, 다들 자존심이 강하다.
흔히 말하는 에고가 세다.
그런 선수들끼리 부딪히기 시작하니, 논쟁이 격한 분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들 조용히 해! 싸움은 경기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입 다물고 체력을 회복할 때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건 뮌헨의 감독, 울리 라우흐도 마찬가지다.
라우흐 감독은 소리를 지르며 라커룸을 정숙 시켰고,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격앙된 어투로 전반전에 보였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뮌헨처럼 스타들이 가득한 팀엔, 확실히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스타들을 장악하고, 통솔하기 위해선 감독 역시도 강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
라우흐 감독은 그런 면에서 적당한 감독임은 틀림이 없었다.
그 역시 뮌헨의 주장 출신이고, 카리스마로는 어느 감독에게도 뒤지지 않으니.
다만, 라우흐 감독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기도 했다.
물론, 이것 때문에 인기가 많은 감독이기도 했다.
골이 들어갔을 때나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라우흐 감독이 격렬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팬들이 좋아해, 라우흐의 리액션 모습만 찍는 카메라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
이게,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을 땐 정말 좋다.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선수단의 기세를 끌어 올려주니까.
근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다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전부 다 엉망이야! 팬들에게 대체 무슨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냐! 오늘도 이따위인데, 2차전은 이길 수 있겠냐고!”
분에 찬 라우흐 감독은 하프 타임 내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적했고, 그걸 듣는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만 갔다.
이미 알고 있는 걸 지적 당하는 것만큼 기분 나쁜 게 없다.
이제 공부 하려는데 공부 좀 하라는 잔소리를 들으면 의욕이 확 꺾이기도 한다.
라우흐 감독의 지적들은 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그래서 선수들이 듣기엔 더 짜증이 났다.
“가서 뒤집어! 이렇게 끝날 순 없어!”
후반전을 위해 라커룸을 나서는 선수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요한은 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팔을 강하게 낚아챘다.
손목이 아플 정도의 힘에 누군가 하고 봤더니, 감독님이었다.
“요 귀여운 녀석!”
“악!”
슈미트 감독은 요한에게 뽀뽀 세례를 날렸고, 요한은 반항할 틈도 없이 볼을 내주고 말았다.
그나마 입술은 지킨 게 다행일까.
“아, 아파요!”
“더 아프게 깨물어줄까! 하하하!”
뽀뽀라기보단 거의 입술 박치기에 가까운 입맞춤.
애초에 감독님께 대들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지만, 앞으로도 대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슨 할아버지가 이렇게 힘이 좋으신지.
“좋아! 아주 훌륭하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너희가 더 잘 해! 4강에 진출할 자격은 너희에게 있다! 좀만 더 힘내서, 잘 마무리 해보자!”
“예!”
“별 거 아니야, 저 녀석들!”
라커룸의 분위기는 역시 좋았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슈미트 감독은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기쁨을 나누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그런 슈미트 감독을 보며 선수들 역시 기쁨을 느꼈다.
짜증이 전염되듯, 기쁨도 전염이 된다.
오늘따라 유독 기뻐하는 슈미트 감독을 보며, 선수들은 후반전도 잘 마무리해서 감독님을 더욱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자, 가자!”
“만족할 생각 하지마! 후반전에 두 골 더 넣는다!”
후반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는 양팀의 분위기는 너무나 상반되어 보였다.
*
“삐이이익-!”
시작된 후반전.
역시나 뮌헨은 라인을 높게 올리며 강하게 압박을 가해왔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의 만회골.
그렇담 웨스트 햄이 해야 할 건 간단하다.
선수비 후역습의 형태로, 수비를 단단히 함과 동시에 헐거워진 뮌헨의 후방을 노린다.
전반전보다 뮌헨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임은 분명했지만, 그만큼 기회가 더 많이 올 거라는 것도 분명했다.
<박스 쪽으로 한 번에 올려줍니다. 그러나 부정확한 패스.>
<오늘, 뮌헨이 뮌헨답지가 않습니다. 패스 성공률이 너무 낮아요.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도 보이구요.>
<뮌헨이 이런 팀이 아니긴 한데 말이죠.>
<확실히 당황스럽긴 할 겁니다. 2점 차로 뒤지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말이죠.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요.>
계속해서 단순한 방법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뮌헨.
그러나, 그들의 공격은 뮌헨답지 않은 실수들이 나오며 연거푸 무산이 되고 있었다.
다들 뭔가 급하다.
물론 급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급해져선 안된다.
급하면 될 것도 안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지금처럼 말이다.
“앞으로 줘야지, 하아···”
“좀 집중해! 보고 들어가라고!”
서로 짜증을 부리는 뮌헨 선수들을 보며, 웨스트 햄 선수들은 됐다 싶었다.
짜증이 나고, 마음이 급하면 상대하는 입장에선 대처하기가 쉽다.
흥분하면 몸동작이 커지기 마련이고, 그럼 당연히 눈에 잘 보인다.
게다가,
이쪽엔 화가 난 녀석들을 상대하는 법에 있어선 전문가가 있기도 했다.
“이야, 패스가 엉망이네. 이걸 어떻게 받아. 그치?”
“그러니까··· 응? 뭐야. 말 걸지 마.”
벨라미의 말에 자연스럽게 대답한 뮌헨의 공격수 페테르 얀센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죽이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는 벨라미.
“근데 저런 똥패스도 우리 팀 공격수는 잘 받아 주던데. 아쉽게도 넌 그 급은 안되나 보네.”
“···죽인다. 아가리 다물어라.”
“오, 무서워라. 애개리 대물애래~”
“좀 꺼져!”
자꾸 얄밉게 깐죽대는 벨라미 때문에 화가 난 나머지, 얀센이 벨라미를 밀쳐 버렸다.
뭐, 사실 그렇게 심하게 밀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벨라미가 밀쳐졌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크허어억! 허, 허어억! 수, 숨이···!”
“뭐, 뭐 하냐?”
그대로 뒤로 발라당 넘어간 벨라미는 가슴을 부여잡고 뒹굴었다.
절정의 연기력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급하게 119를 불렀을 정도로, 벨라미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나 살려라를 외쳤다.
“헤이! 레프리!”
거기에, 기마랑이스의 어시스트도 얹어졌다.
이 팀에 온 뒤로 벨라미에게 많은 걸 전수 받는 중인 기마랑이스다.
제일 먼저 배웠던 게 PL 심판들의 성향과, 어떻게 하면 그들을 속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지.
기마랑이스는 두 팔을 들고 펄쩍펄쩍 뛰며 심판을 찾았고, 가까이 있던 부심이 깃발을 흔들었다.
<얀센에게 경고가 주어집니다! 지금은 공과 상관없는 상황에서의 비신사적인 행위가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뮌헨 선수들의 감정이 격해지고 있습니다. 좀 가라앉혀야 할 텐데요.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됩니다.>
얀센은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경고를 피할 순 없었다.
되려 격한 항의로 경고 한 장을 더 받을 뻔한 얀센은, 어쩔 수 없이 항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너, 죽인다!”
“으어어··· 두 번 죽이지는 말아줘으윽···”
벨라미는 한참을 누워 있었다.
그리고 의료진이 투입되기 직전,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대한 시간을 끈 것이다.
“요, 마이 파트너. 너의 우정에 난 감동했다!”
“내 아미고가 쓰러져 있는데 보고만 있을 순 없지!”
겨우 일어난 벨라미는 기마랑이스와 요란한 핸드셰이크를 하며 살랑거렸고, 얀센은 그 꼬라지를 보며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
<타운젠드에게 경고가 주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타운젠드는 2차전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이미 16강에서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얀센의 옐로 카드는 시작에 불과했다.
감정적으로 격해진 뮌헨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를 불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옐로 카드가 우수수 쏟아졌다.
옐로 카드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치명적이지만, 이미 이전 경기들에서 경고를 쌓았던 선수들에겐 더 치명적이었다.
챔스 규정상, 옐로 카드가 리셋되는 건 4강부터다.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는 누적이 되고, 그 기간 동안 3장의 경고를 받을 시 1경기 출장 금지 징계를 받게 된다.
오른쪽 수비수인 카밀 타운젠드가 그 케이스였다.
스로인의 소유권을 두고 불필요한 실갱이를 벌이다 경고를 받은 타운젠드였고, 거기엔 또 벨라미가 있었다.
정말, 여러모로 뮌헨에겐 최악의 흐름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후반 25분입니다. 뮌헨이 이렇게 답답한 경기를 하는 건 처음 보는데요.>
<오히려 웨스트 햄 선수들이 더 여유가 있는 모습이네요. 알리안츠 아레나인데도 말이죠.>
<그래도 뮌헨, 계속해서 골을 노려봅니다.>
어쨌든 뮌헨은 계속해서 공세를 퍼부었다.
벨라미 때문에 출혈이 상당하긴 했지만, 그 덕에 오히려 뭉치기도 한 뮌헨이었다.
외부의 적 앞에선 내부 갈등도 잠시 멈추는 법.
특히, 벨라미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던 페테르 얀센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벨라미가 단순히 협잡에만 능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매 경기 상대 선수들에게 극찬 아닌 극찬을 받을 수 없었겠지.
모두가 벨라미를 죽이고 싶어하는 건, 벨라미가 실력도 출중하기 때문이었다.
타타탓-!
중앙을 통한 뮌헨의 공격.
슈타우터가 박스 안으로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고, 그 패스를 향해 얀센이 침투했다.
날카로운 시도.
그러나,
촤아아아-
그 패스를 벨라미가 멋진 슬라이딩 태클로 스무스하게 끊어냈다.
얀센은 곧바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벨라미는 벌떡 일어나 기마랑이스에게 패스했고, 기마랑이스가 클리어링을 해내며 뮌헨의 공격은 무산이 되었다.
그리고,
“안되지롱.”
벨라미는 얀센을 놀렸다.
거기서 얀센의 임계점이 넘어버렸고,
<어어, 무슨 일인가요! 얀센에게 빨간색 카드가 나왔습니다!>
뮌헨은 결국 자멸했다.
*
안 그래도 갈 길이 먼데, 얀센의 퇴장으로 10명이 뛰게 된 뮌헨.
0대2의 상황을 맞이한 게 바닥인 줄 알았는데,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 뮌헨은 만회골은커녕 추가 실점을 막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요한이 스트라니에를 한 번 더 털어먹었기 때문이었다.
<또 벗겨졌습니다, 스트라니에! 요한, 슈우웃-! 고오오오오올-! 해트트릭! 뮌헨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요한!>
첫 실점 후, 스트라니에가 유독 오버래핑을 활발하게 나섰던 건, 사실 요한과 또 상대하기가 싫었기 때문도 있었다.
하지만 얀센이 퇴장 당한 후, 모두가 내려 앉아 수비를 해야 했고.
스트라니에는 어쩔 수 없이 요한과 또 다시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또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3대0.
뮌헨에겐 최악의 1차전이었다.
물론,
“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으아아아아아!”
슈미트 감독에겐 최고의 1차전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슈미트 감독은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이미 8강에 진출하기라도 한 것처럼 환호했다.
그러면서 어디론가 달려간 슈미트 감독은,
“이 자식!”
“크헉!”
요한을 덮쳤다.
정말 오랜 숙원이었다.
이곳,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뮌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보는 것.
그게 소원이었던 적도 있었던 슈미트 감독.
그 해묵은 숙원을, 오늘 요한 덕분에 풀게 됐으니.
“수, 숨 막혀요. 감독님!”
“흐흐흑···!”
슈미트 감독이 요한을 끌어안고, 주책 맞게 눈물을 보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 슈미트 감독은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