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6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67화(167/202)
< 166화 – 즐기자 >
“우리 이래도 되는 거냐?”
“몰라. 감독님이 책임 지시겠지.”
“왜, 뭐 어때. 뮌헨한테 몹쓸 짓을 했는데, 돈이라고 써주고 가야지.”
뮌헨과의 경기 후.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약간 어색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마치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처럼 삼삼오오 모여 복도를 걷는 이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호텔의 VIP 라운지.
오늘 밤은 그냥 보낼 수가 없겠다며, 파티를 열 테니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참석하라는 슈미트 감독의 소집 명령이 떨어진 탓이다.
“야, 근데 요한이는 어디 있냐?”
“그러게. 안 보이네? 방에 없던데.”
“요한이? 요한이 아까 먼저 가 있겠다고 가던데.”
“와, 이럴 땐 부지런하네.”
요한이 안 보이길래 자고 있나 했더니, 미리 가 있단다.
그 얘기를 들은 선수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요한이가 먼저 가 있다는 건, 이미 라운지의 음식 절반이 사라져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으니까.
*
“다들 모였나?”
“예.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모였습니다.”
“좋아.”
VIP 라운지에 모두 모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
쾌적한 파티를 위해, 슈미트 감독은 사비로 라운지를 전세 냈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지긴 했는데, 아무래도 좋았다.
감독 일을 하면서 오늘처럼 기쁜 날은 몇 없었으니까.
모두가 앉은 테이블엔 근사한 음식들과 음료들이 세팅되어 있었고, 한창 시즌 중이라 식단을 빡세게 조절하고 있던 선수들은 흐르는 침을 삼키느라 애먹고 있었다.
“쩝, 쩝.”
오직 요한만이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듯 음식을 흡입하고 있었고.
라운지 서버들은 계속해서 요한의 주변을 바삐 움직이며 접시들을 나르고 있었다.
“자, 자. 다들 잔 들었지? 감독님, 한 말씀 하시죠.”
“으음.”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슈미트 감독.
다들 기분 좋은 표정으로 슈미트 감독을 바라보았다.
슈미트 감독의 표정이 워낙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파티는 열려선 안되는 파티다. 우리는 시즌 한복판에 있고, 아주 중요한 일정들을 남겨두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고, 지금은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라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때라는 걸 너희들도 알고 있을 거고, 나도 알고 있다.”
슈미트 감독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 소식에 왜 선수들의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고, 다들 쭈뼛댔을까.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뮌헨이라는 거함을 꺾긴 했으나, 1차전일 뿐이었다.
2차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진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뮌헨을 완전히 꺾더라도, 4강에 진출하는 것뿐이고.
리그는 또 어떤가.
정말 중요한 경기들이 남아 있다.
지금까진 정말 잘 달려왔지만, 남은 경기 결과들에 따라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지만, 그 덕분에 올 시즌이 더 부담스럽기도 한 선수들이었다.
여기서 더 발전하기 위해선, 우승을 차지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으니까.
슈미트 감독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기쁜 날이지만, 그 기쁨은 경기장 안에서 끝내고.
경기장을 빠져나온 순간부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승리를 잊고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슈미트 감독이 왜 그걸 모르겠나.
선수들 식단까지 빡세게 관리하기로 유명한 게 슈미트 감독인데.
“근데, 원래 해선 안되는 걸 하는 게 제일 짜릿하고 재밌는 법이지.”
그러나 슈미트 감독의 말에 선수들에게서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슈미트 감독은 선수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거둔 승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말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팀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그것도 3대0의 스코어로 압살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선수들은 알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파티를 연 것이었다.
“오늘 밤은, 즐겨라!”
“와아아아-!”
“먹자!”
“에라, 모르겠다!”
선수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의 슈미트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를.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선 누구보다 엄격한 사람이 슈미트 감독이다.
그런 슈미트 감독이 이렇게 파티를 열 정도면, 오늘의 승리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야! 마셔! 마셔!”
“맨날 퍽퍽한 닭 가슴살이랑 생선만 먹다가, 기름 줄줄 흐르는 고기 먹으니까 눈물이 다 나오네.”
“경기 이겼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
선수들은 모두 마음껏 즐겼다.
육즙이 팡팡 터지는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감동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고, 감자 튀김을 한주먹씩 입에 넣으며 배덕감을 즐기기도 했다.
“와, 얘 봐라. 진짜 지독하네.”
“네이슨. 너 설마 도시락 먹는거냐?”
“응.”
“그러지 말고 이거 한 번 먹어봐. 너 울지도 몰라.”
“됐어.”
뭐, 이 와중에 챙겨온 닭가슴살을 우적우적 먹고 있는 네이슨 같은 초인도 있었지만.
“요한이, 경기장에서보다 더 미쳐 날뛰네.”
“쟨 사실 축구보다 먹는 거에 더 재능이 있는 거 아닐까?”
“푸드 파이터 했어도 꽤 유명해졌을 듯.”
“평소엔 대체 어떻게 참고 사는 거냐? 아버님이 대단하시긴 하네.”
“은퇴하고 반년, 아니 반년이 뭐야. 3개월만 지나도 펑퍼짐해지겠다.”
제일 열심히 파티를 즐기고 있는 건 역시 요한이었다.
요한은 자신의 득점 페이스 만큼이나, 아니 그것보다도 더 빠르게 접시들을 클리어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번에 두 가지 음식을 먹는 멀티 태스킹까지.
다들 운동 선수들이니 기본적으로 잘 먹는 편인데, 그런 선수들도 요한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어쩌면 축구보다 더 큰 재능이 썩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저기, 감독님.”
“왜?”
“다 좋은데, 요한이는 슬슬 좀 자제시켜야 할 것 같은데요. 쟤, 여기 다 거덜내게 생겼어요.”
제이미 코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저러다 축구계 최초로 과식에 의한 부상을 입진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그러나 슈미트 감독은 어깨를 으쓱였다.
“쟤가 살 찌는 체질이었으면, 진작에 돼지였겠지. 근데, 저 녀석은 아직도 17살이잖아. 저 나이 땐 아무리 먹어도 금방 휘발된다고. 나도 저땐 닥치는 대로 먹었어. 하하하! 여기! 저쪽에 음식 좀 더 내주쇼!”
“···”
말리긴커녕, 오히려 더 즐기게 두라는 슈미트 감독을 보며 제이미 코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슈미트 감독은 이미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감독님! 같이 춤 한 번 추시죠!”
“그럴까! 으하하하!”
*
“끄응···”
슈미트 감독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런··· 벌써 시간이···”
떠지지 않는 눈으로 시계를 확인한 뒤, 슈미트 감독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찬물로 세수를 하며 정신을 차렸다.
으으.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젯밤의 여파가 크다.
몇 시까지 달렸던 거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기마랑이스에게 삼바 춤을 배우던 게 마지막 기억이다.
젠장. 선수들 앞에서 뭔 짓을···
“···요한이!”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던 슈미트 감독은, 문득 요한이 생각나 부리나케 옷을 입고 호텔 방을 나섰다.
어젯밤, 라운지의 음식을 모두 거덜 낼 기세로 음식을 흡입하던 녀석.
어젠 기분에 취해서 놔뒀는데, 그래선 안됐다.
그 기름진 칼로리 덩어리들을 모조리 때려 박게 놔두다니.
그 정도면 하루 만에 배가 튀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쾅쾅쾅-!
“···감독님? 무슨 일이세요?”
“요한이, 안에 있지?”
“예.”
정신없이 요한의 방문을 두들기자, 룸메이트인 고든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요한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고, 슈미트 감독은 다짜고짜 요한의 윗옷을 들어 올렸다.
“···휴우.”
그리고나선 한숨을 내쉬는 슈미트 감독.
다행이다.
요한의 배엔 선명한 식스팩의 복근이 변함없이 새겨져 있었다.
“어떻게 된 몸뚱아리야, 이거.”
“왜 그러시는데요, 감독님?”
“이놈 뱃속엔 블랙홀이 있는 게 분명해.”
피식 웃는 슈미트 감독.
그나저나···
“고든.”
“예?”
“너도 배 까봐라.”
“···부끄러운데요.”
“얼른 까!”
슈미트 감독의 불호령에 수줍게 고든이 수줍게 배를 까자, 푹신해 보이는 탐스러운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짝-!
“악!”
슈미트 감독의 매콤한 손맛에 기쁨의 춤을 추는 고든.
“배가 이렇게 튀어나올 때까지 처먹어! 주장이란 놈이!”
“아! 아! 감독님이 먹으라면서요!”
“정도껏 먹어야 할 거 아냐, 정도껏!”
“으악! 항복! 항복!”
복도까지 울려 퍼지는 고든의 비명.
그 소란에도,
“···드르릉-”
요한은 참 잘만 자고 있었다.
ㆍㆍㆍ
<2028/29 챔피언스 리그 8강 1주차>
◆비야레알 CF 2 : 2 세비야 FC
◆레알 마드리드 2 : 1 맨체스터 시티
◆웨스트 햄 3 : 0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1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비야, 후반 막판 파블로 엔리케의 천금 같은 2골로 비야레알과 극적인 무승부
-레알, 페르난도 비에가 앞세워 1차전 2대1 승리··· 하지만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의 2차전 지켜봐야
-AT 마드리드의 두터운 수비 뚫지 못한 리버풀··· 65퍼센트의 점유율과 15개의 슈팅 기록하고 1대1 무승부
-바이에른 뮌헨 0대3 충격 대패··· 요한 반 해트트릭, 평점 10점
-요한 반, 8강 1차전 해트트릭으로 올 시즌 챔스 19골 달성··· 역대 단일 시즌 최다 골 기록 경신
-‘알리안츠 대참사’ 뮌헨, 2차전도 비상이다··· 페테르 얀센, 카밀 타운젠드 2차전 출장 불가
챔스 8강 1주차 경기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건 역시 웨스트 햄과 뮌헨의 경기였다.
나머지 경기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흐름대로 결과가 나왔다면, 이 경기는 충격에 가까울 정도였으니까.
물론 웨스트 햄의 선전을 예측한 사람도 적지 않았었다.
오히려 뮌헨이 잘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류에 가깝기도 했었고.
근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거지.
뮌헨이 홈에서 3골을 내준 것도 충격이었고, 웨스트 햄을 상대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것 역시 충격이었다.
유벤투스가 웨스트 햄에게 대차게 깨졌을 때처럼, 이 경기는 뮌헨 팬들 뿐만 아니라 분데스리가 팬들 전체에게도 충격이었다.
뮌헨의 강력함을 가장 잘 아는 게 분데스의 각 팀 팬들이니까.
리그에서 극강의 포스를 자랑하던 뮌헨이 깨지는 모습은, 곧 프리미어 리그와 분데스의 격차에 관한 이야기로까지 비화되며 격렬한 토론을 낳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많은 뮌헨 팬들은 이 경기 이후 요한의 영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게 뮌헨 팬들의 당연한 사고 방식이었다.
뮌헨을 상대로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를 데려와 쓰는 것.
현재 뮌헨의 스쿼드를 이루는 선수 대부분도 그런 식으로 채워진 선수들이었다.
볼프스부르크의 득점왕 공격수, 라이프치히의 에이스 미드필더, 도르트문트의 핵심 수비수, 샬케의 철벽 수문장이었던 선수들이 현재 뮌헨의 주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뮌헨 팬들은 벌써부터 이번 시즌은 포기하고 내년 시즌을 위해 요한을 영입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은 암울했다.
뮌헨의 대패에 실망한 건 맨시티나 맨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웨스트 햄과 리그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맨시티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웨스트 햄이 좀 더 리그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니까.
게다가 맨시티는 레알과의 1차전에서 패배하며 2차전에 더 많은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까지 됐으니.
여러모로 뮌헨의 패배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뭐,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웨스트 햄과의 경기가 8강 2차전 뒤에 있다는 것 정도다.
일단 2차전에서 지든 이기든, 그 경기에 모든 걸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긴 하다는 거다.
물론,
그건 웨스트 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ㆍㆍㆍ
“허억, 허억···”
“사··· 살려 줘···”
뮌헨에서 돌아온 뒤, 웨스트 햄 훈련장.
선수들이 모두 영혼이 빠진 얼굴들을 한 채 땅을 기고 있다.
“죽는 소리 그만하고 다 일어나! 엄살 피우면 한 바퀴 추가다!”
“으어어···”
슈미트 감독의 불호령에 흐느적거리며 일어나, 다시 뛰기 시작하는 선수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슈미트 감독이 부두술사고, 선수들은 좀비처럼 보인다.
선수들은 뮌헨에서의 밤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그 날밤 먹고 마셨던 것들을 모두 게워내게 하겠다는 듯, 슈미트 감독은 원래도 빡셌던 훈련의 강도를 더 높여버렸다.
“뮌헨 이겼다고 다 끝이냐! 허리 세우고 뛰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으아아아!”
아니, 파티를 연 것도 감독님이고.
마음껏 즐기라고 했던 것도 감독님이면서.
말이 이렇게 바뀌나?
선수들은 헛구역질이 나올 때까지 뛰면서 다짐했다.
앞으로 감독님이 이상할 정도로 호의를 베풀면, 먼저 의심부터 해봐야겠다고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