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70)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70화(170/202)
< 169화 – 즐기자 >
“쟤, 쟤가 웬 일이냐?”
“저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인데요?”
“기뻐하는 거 맞지? 화내는 거 아니지?”
6만여 명의 관중들과 함께 기뻐하다, 반석호와 로한은 서로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셀레브레이션을 한 건가? 요한이가?
요한이가 저런 셀레브레이션을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듯 했다.
물론 평범하디 평범한 셀레브레이션이었다.
어찌 보면 밋밋하기까지 한, 그저 관중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모습.
그게 뭐 특별한 셀레브레이션인가.
하지만 요한이 그랬다는 게 중요했다.
웬만한 원더골을 넣고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골을 넣고도 무덤덤하던 요한이다.
그랬던 요한이에게 저 정도면, 정말 과격한 셀레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혹시?”
“혹시라니?”
“저게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셀레브레이션이라면요?”
“그야 당연한 거 아니냐? 원래 그렇잖냐.”
“아니, 그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왔다는 거잖아요? 혹시 축구가 재밌어진 건 아닐까요? 이제야?”
“그, 그런가?”
생각해보면 그렇다.
요한이 지금껏 골을 넣고도 시큰둥하던 이유가 뭐겠나.
골을 넣어도 별 느낌이 없으니 그랬던 것 아니겠나.
근데, 지금은 기뻐하고 있다.
골을 넣은 게 기쁘다?
요한이가 축구를 즐기게 된 건가? 이제야?
“어쩌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요한의 셀레브레이션은, 로한과 반석호는 물론 모든 웨스트 햄 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기록하며, 뮌헨 선수들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1차전엔 운이 너무 안 좋았어.
그날따라 이상하게 다들 컨디션도 안 좋았고, 퇴장까지 나오는 바람에 꼬인 거야.
웨스트 햄 따위, 당연히 이기는 게 정상인데.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거의 경기 시작과 동시에 터진 골에, 그런 식으로 뮌헨 선수들은 되뇌일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3분도 지나지 않아 요한에게 얻어 맞은 동점골, 아니 달아나는 골은 그런 자기 합리화를 접어버리게 만들었다.
이제 막 겨우 불씨를 피웠는데, 찬물을 한 바가지 끼얹어 버린 꼴.
6만여 명의 홈팬들이 웨스트 햄의 응원가를 소리높여 부르는 가운데, 뮌헨 선수들의 기세는 보기 좋게 꺾여 버리고 말았다.
<슈타우터, 전방으로 찔러줍니다. 그러나 연결되지 못합니다. 아쉬운 선택인데요.>
<왼쪽에 공간이 있었는데요. 평소답지 못합니다, 슈타우터 선수. 시야가 장점인 선수인데. 저걸 못 볼 선수가 아니거든요.>
<급하다 보니까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뮌헨 선수들은 이 런던 스타디움이 처음이기도 하니, 적응의 문제도 있을 거구요. 아직 전반 초반이지 않습니까?>
미스, 미스, 미스.
연발되는 뮌헨의 실수들.
1차전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뮌헨이 고전하고 있는 건, 물론 웨스트 햄이 뮌헨의 생각보다 더 잘 짜여진 팀인 탓도 있었지만.
분명 뮌헨이 뮌헨답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탓도 컸다.
리그에서 분데스 팀들을 상대하는 뮌헨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기계처럼 축구를 할 수 있나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도무지 실수라는 걸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좀처럼 나오지 않던 그 실수가 3분에 한번 꼴로 나오고 있다.
뮌헨 팬들은 오늘의 뮌헨을 뮌헨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
왜 자꾸만 실수가 나오는 것일까.
<급해요. 지금도 급해요. 충분히 잡고 처리해도 됐는데, 원터치로 처리하려다 부정확한 패스를 하는 페데르센입니다.>
역시 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뮌헨은 지금껏 한 번도 급한 상황에 처해본 적이 없다.
항상 경기를 리드했고, 경기를 뒤집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본 적이 없는 뮌헨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의 대처가 미숙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단한 선수들이라고 할 지언정.
<로마이어, 그대로 때립니다!? 하지만 크게 벗어납니다. 지금은 굉장히 먼 거리에서의 슈팅. 조금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급하면 무리를 하게 된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것과, 무리를 한다는 건 엄연히 다른 얘기다.
지금의 뮌헨은 도전적이라고 표현하기보다, 상당히 억지를 쓰고 있다는 표현이 훨씬 적절해 보였다.
<여러모로 진퇴양난입니다. 공격 기회 한 번 한 번이 소중한 뮌헨이에요. 무려 세 골을 따라가야 하니까요. 아직 전반 초반이니 급할 게 뭐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요한이라는,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있으니까요. 그게 또 폭발하면, 만회할 시간이 더 줄어드는 셈이겠군요.>
<그러니까 진퇴양난인 겁니다. 한 번 한 번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하는데, 또 시간은 많지 않아요. 어쩔 겁니까, 뮌헨!>
시간이 없다.
뮌헨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급하게, 억지로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거다.
반면 웨스트 햄은 여유가 있다.
어차피 적당히 자리만 잘 지키고 있어도, 알아서 되도 않는 중거리 슈팅을 날린다든지, 패스 미스를 한다든지.
뮌헨 선수들이 실수를 먼저 해주고 있다.
더군다나,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요한이 있기에 더욱 여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절대 질 수가 없는 느낌.
축구는 모든 스포츠 중에서도 피지컬이라는 요소의 비중이 매우 큰 스포츠에 속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멘탈이 중요하지 않은 스포츠는 아니다.
선수들의 심리 상태나 마음가짐은 관중석에서 보일 만큼 플레이로 나타나고,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축구는 멘탈이 중요한 스포츠다.
선수들이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지 못한다면, 세계적 강팀도 얼마든지 아마추러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축구다.
“Scheiße-!”
그걸 오늘 뮌헨이 교과서적으로 아주 잘 보여주고 있었다.
*
[실시간 문자 중계]-22:32 로마이어 중앙 돌파.
-22:37 기마랑이스 커팅.
-22:46 카펠로, 탈압박 후 전진.
-22:57 요한에게 패스.
-23:08 요한 골!
-23:08 WHU 2 : 1 MUN
-득점 23′ 요한 반.
-요한 반 2득점째.
[실시간 문자 중계]-41:48 클레멘스 골!
-41:48 WHU 2 : 2 MUN
[실시간 문자 중계]-58:19 카펠로, 왼쪽에서 코너킥.
-58:21 요한 헤더.
-58:22 요한 골!
-58:22 WHU 3 : 2 MUN
-득점 58′ 요한 반.
-요한 반 3득점째.
[실시간 문자 중계]-76:22 카라얀 박스 안에서 파울.
-76:33 루크 카라얀 경고.
-76:33 주심 PK 선언.
-76:55 키커 요한 반.
-77:04 요한 골!
-77:04 WHU 4 : 2 MUN
-득점 77′ 요한 반.
-요한 반 4득점째!
[실시간 문자 중계]-81:12 선수 교체.
-81:12 해리 케인 IN 요한 반 OUT
<경기장의 모든 관중들이 교체되어 나오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요한에게 쏟아지는 박수가 우레와 같군요.>
<오늘 경기 4득점, 그리고 지난 1차전에서 3득점. 이번 뮌헨과의 8강전에서만 무려 7골을 몰아친 요한입니다.>
<요한이 한 시즌 최다골에 근접했을 때였나요. 누군가가 얘기했었죠. 조별예선에서 말뫼 같은 팀에게 7골을 몰아쳐서 세운 기록은 아무 의미 없다고요. 근데, 8강 토너먼트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7골을 몰아친 것도 과연 의미가 없을까요.>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이걸 제 눈으로 봤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후반 36분.
팀이 4대2, 합산 스코어론 7대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요한은 케인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사랑한다.”
“···예.”
케인과 가볍게 포옹을 나눈 뒤, 터치 라인을 나오는 요한.
그런 요한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뿐만 아니라, 요한을 위한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
그 모습에, 벤치로 향하던 요한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홈팬들에게 이런 박수를 받는 건 정말 익숙한 일이지만, 오늘따라 왠지 느낌이 좀 남다르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는 팬들을 바라보는 요한.
요한의 눈엔 그들이 단순한 팬들로만 보이지 않았다.
짝짝짝-
요한은 벤치에 들어가기 전, 손을 들어 머리 위로 가볍게 박수를 쳤다.
팬들에게 보내는 화답.
그러자 팬들의 박수와 함성이 더욱 커졌다.
“쟤 진짜 오늘 이상하네?”
“그러게요.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안되긴 하는데···”
팬들의 응원에 박수로 감사 인사를 하는 요한을 보며, 반석호와 로한은 오늘 참 별 일이 다 있다 싶었다.
이미 요한이가 첫 골, 두 번째 골, 모든 골을 넣고 관중들 앞에 서서 포효하는 셀레브레이션을 한 것만으로도 놀랄 일이었는데.
이젠 감사 인사까지 하다니.
쟤가 저러는 애가 아닌데 말이지.
“보기 좋구만!”
“이젠 팬서비스까지, 진정한 슈퍼스타로 거듭나려는 건가?”
쟤가 왜 저러나 싶지만, 어쨌든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웨스트 햄에 진심인 이 해머스들은, 요한이를 너무나 사랑했다.
어쩌면 가족들인 자신들 만큼이나, 아니 더 사랑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요한이 감사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팬들은 감동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흐뭇할 수밖에 없다.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팀.
그 팀을 함께 응원하는 전우와도 같은 이 수만 명의 사람들.
그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고 있는 저 아이가, 바로 내 아들이자 내 동생이다.
“삐익, 삐익, 삐이익-!”
“와아아아아아!”
“4강! 4강이다!”
“독일 소시지 컷!”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런던 스타디움은 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4강 진출에 환호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반석호와 로한도 기뻐했다.
하지만 뭐랄까.
단순히 팀이 4강에 진출했다는 사실보다, 오늘은 더 큰 기쁨이 느껴지고 있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이 기쁘다면 그걸로 됐지.
뭘 더 바라겠는가?
[웨스트 햄 4 : 2 바이에른 뮌헨]10′ 요한 반 08′ 로마이어
23′ 요한 반 41′ 클레멘스
58′ 요한 반
77′ 요한 반
ㆍㆍㆍ
[2028/29 챔피언스 리그 8강 합산 스코어]◆비야레알 CF 4 : 3 세비야 FC
◆레알 마드리드 4 : 2 맨체스터 시티
◆웨스트 햄 7 : 2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1 : 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챔피언스 리그 4강 대진표]◆비야레알 CF VS 레알 마드리드
◆웨스트 햄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챔피언스 리그 8강 전이 모두 끝나고, 4강에 진출한 4팀이 가려졌다.
비야레알이 세비야를 힘겹게 눌렀고, 레알 마드리드가 맨시티를 홈과 원정에서 모두 2대1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웨스트 햄은 바이에른 뮌헨을 합산 스코어 7대2라는 큰 격차로 제압했고, 리버풀은 AT 마드리드의 두터운 벽 앞에 무릎을 꿇으며 4강 한 자리를 내줬다.
-[CL 4강 프리뷰] 라리가 셋, 프리미어 리그 하나··· 확연히 두드러진 라리가의 강세
-8강에서 탈락한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 라리가 챔피언에게 또다시 패배한 맨시티
-리그에서의 화력을 보여주지 못한 리버풀··· AT 마드리드의 수비력, 상상 이상이었다
-나란히 8강에서 탈락한 맨시티와 리버풀, 무엇이 문제였나?
-프리미어 리그 위기설? 라리가는 최소 결승 한 자리 확보, 프리미어 리그는 웨스트 햄이 AT 마드리드 꺾어야 결승 티켓 확보
-프리미어 리그의 유일한 희망 웨스트 햄, 리버풀과 달리 AT 마드리드의 두터운 수비 뚫어낼 수 있을까
4강 대진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듯, 올 시즌은 라리가의 완전한 강세였다.
4강의 세 자리를 라리가 팀들이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바이에른 뮌헨이 대참사를 당하며 탈락한 분데스보단 상황이 낫지만, 어쨌든 프리미어 리그도 위기설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전 시즌 리그 챔피언인 맨시티가 또다시 레알의 벽을 넘지 못했고, 리버풀은 1, 2차전 내내 답답한 경기를 하며 AT 마드리드를 뚫지 못했다.
대진 상으론 4강에 3팀이 모두 올라갈 수 있었던 대진.
그러나 웨스트 햄만이 유일하게 4강에 진출하며 살아남게 되었으니.
프리미어 리그의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들려올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건 웨스트 햄이 뮌헨을 큰 격차로 제압했다는 것이었다.
웨스트 햄마저 뮌헨에게 이기지 못했다면, 프리미어 리그 전체가 후려치기를 당할 뻔했다.
그래도 웨스트 햄이 유일하게 프리미어 리그의 자존심을 지킨 가운데.
-AT 마드리드 마르코 다린 감독, “4강 전에도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할 것. 웨스트 햄을 질식시킬 것이다.”
이제 웨스트 햄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만나게 됐다.
8강전에서 화력의 리버풀을 고작 1득점으로 꽁꽁 묶은 AT 마드리드.
이 두 팀의 대결은, 완전한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