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7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72화(172/202)
< 171화 – 악당 출현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런던 스타디움입니다. 오늘은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1차전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발 디딜 틈이 없는 런던 스타디움의 전경. 오늘 공식 집계된 입장 관중들의 수는 6만 명. 전석 매진입니다.>
준결승 1차전의 날이 밝았다.
오늘도 역시 런던 스타디움은 만석.
웨스트 햄의 사상 첫 챔스 결승 진출을 염원하는 팬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경기장.
오늘 경기는 정말 많은 관심이 집중된 경기다.
그리고 그 많은 관심의 포인트는 오직 하나.
웨스트 햄, 그리고 요한이 AT 마드리드를 어떻게 박살낼 것인가.
가감 없이 말하면, AT 마드리드의 팬들을 제외한 모든 축구 팬들이 웨스트 햄의 승리를 원하고 있었다.
웨스트 햄 팬들이야 당연하고, 졸전을 거듭하며 AT 마드리드에게 패배했던 리버풀 팬들,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의 팬들, 나아가 재밌는 결승전을 보고 싶어하는 축구 팬들까지.
심지어 대회의 흥행을 원하는 UEFA 회장까지도 웨스트 햄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AT 마드리드가 결승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말 그대로 재앙이다.
이미 그들이 4강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올 시즌은 망한 시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토너먼트가 시작된 이후부터, AT 마드리드가 낀 경기가 재밌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이들이 결승전의 한 자리까지 차지하게 되면, 이번 챔스 결승은 한 시즌 중 가장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게 불 보듯 뻔했다.
때문에, 웨스트 햄과 전혀 상관없는 일반 축구 팬들도 웨스트 햄과 요한을 응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큰 응원을 받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나?”
“보답해야죠.”
“그래. 보답해줘라. 너희들도 보고 싶을 거다. 그 많은 축구 팬들이 즐거워 몸부림치는 모습을.”
“Vamos, vamos!”
그런 웨스트 햄을 향한 응원에, 더욱 큰 자극을 받고 있는 건 되려 AT 마드리드다.
상대의 야유가 이들에겐 곧 응원.
즉 어느 때보다 큰 응원을 등에 업은 AT 마드리드다.
따라서 오늘 AT 마드리드 선수들은 동기 부여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태였다.
“삐이이이익-!”
<경기 시작됐습니다!>
어쩌다 보니 축구의 수호자 역할이 된 웨스트 햄, 그리고 이번 시즌 최악의 빌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4강 1차전이 시작되었다.
*
“무조건 이겨야 한다! 네 두 발에 축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요한은 이번 4강 대진이 결정됐을 때, 형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오늘 상대인 AT 마드리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던 형.
형뿐만이 아니었다.
아빠도 마찬가지로 AT 마드리드는 무슨 일이 있어도 4강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했었다.
요한은 잘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꼭 결승에 가야 한다고 한다면야 이해가 될 텐데, AT 마드리드는 꼭 떨어뜨려야 한다니.
대체 AT 마드리드라는 팀이 어떤 팀이길래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좀 알겠네.’
그리고 이번 경기를 앞두고.
비디오 분석을 하며 AT 마드리드가 어떤 팀인지 간략하게 파악한 뒤.
요한은 형이나 아빠가 왜 그런 말을 했던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드럽게 수비만 하는 팀.’
그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거였다.
그냥 죽어라 수비만 한다.
요한의 기준에서 AT 마드리드는 축구 팀이 아니었다.
축구란 기본적으로 골을 넣기 위해 하는 스포츠인데, 그들은 골을 넣을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까.
즉 요한이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팀이었다.
이미 리그에서도 이런 팀들을 자주 만나봤다.
주로 하위권의 팀들이었지.
경기를 이길 생각이 없다는 듯, 그저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수비만 하던 팀들.
그런 팀들이 요한은 싫었다.
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악물고 훈련 면제권 획득을 방해하는데 좋을 리가 있나.
요한의 눈엔, AT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결승행을 놓고 싸우는 상대가 아니라, 그저 자신을 방해하기 위한 방해꾼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줘패는 수밖에 없겠지.
파아앙-
파아앙-!
하프 라인 근처에서 공을 돌리며 천천히 경기를 시작하는 웨스트 햄.
AT 마드리드는 역시나 낮은 위치에서 수비 라인을 세우며 그들의 방식대로 경기를 시작했다.
형식상의 포메이션은 4-4-2.
그러나,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그냥 전원 수비라고 보면 된다.
2에 해당하는 투 톱은 하프 라인 근처에서 미드필더들을 압박하고 있고, 나머지 4-4 라인은 박스 근처에 두 줄을 세우고 기다린다.
극단적인 지역 수비.
웨스트 햄이 아무리 패스를 돌리고, 방향을 전환해도 AT 마드리드 선수들은 대열을 유지하며 기다렸다.
‘드루와, 짜식들아.’
몇몇 사람들은 그런 AT 마드리드의 태도를, 발랑 누운 주짓떼로에 비유하기도 했다.
만약 웨스트 햄이 공격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90분을 보낼 수도 있다는 듯한 AT 마드리드의 태세.
어쩔 수 없다.
일단 먼저 들어가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꼴이 되지만.
그리고 상대의 주 무대에서 싸우는 꼴이 되지만,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테니 들어가는 수밖에.
파아앙-!
중앙에서 공을 잡은 카펠로가 오른쪽으로 패스를 전개한다.
공을 넘겨받는 버클리.
그러자 곧바로 압박이 들어온다.
AT 마드리드의 골대가 벌집이라면, 빨간 줄무늬 유니폼의 선수들은 마치 벌들과 같다.
벌집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지만, 벌집에 접근하는 녀석이 있다면 벌들은 매우 공격적이 된다.
웨스트 햄이 자신들의 바운더리 안으로 침입하려 하자,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AT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달려들기 시작했다.
파아앙-!
강한 압박에 돌아서지 못하고 다시 뒤로 공을 내주는 버클리.
만만히 봐선 안되는 게, AT 마드리드 선수들 전원은 엄청난 체력과 활동량을 가진 선수들이다.
거기다 공격수, 미드필더 할 것 없이 뛰어난 수비력을 겸비하고 있다.
이런 지공 상황에서, 자리를 잡고 수비하는 AT 마드리드는 웨스트 햄이라 할지라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괜히 리버풀이 180분 동안 1점으로 틀어막힌 게 아니다.
리버풀이 어떤 팀인가.
그래도 공격력만큼은 유럽에서도 최상위권인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고작 1실점밖에 하지 않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왜 AT 마드리드가 모든 축구 팬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을까.
그들이 기가 막힌 수비를 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잘했으면 극혐하지도 않았겠지.
속이 터질 정도로 잘 막아대니 보는 입장에서 답답해 죽는 거다.
<웨스트 햄도 쉽게 들어가지 못합니다.>
<어쨌든 AT 마드리드도 역습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공을 탈취해내면 무조건 전방으로 찔러 넣죠. 거기서 사고라도 나면, 끝입니다. 1점이 2점, 3점과도 같은 효과를 내죠.>
<1점을 얻은 AT 마드리드는 더욱 웅크릴 테니까요.>
다시 신중히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보는 웨스트 햄.
웨스트 햄 입장에서도 마구잡이로 공격을 시도하긴 힘들다.
AT 마드리드의 역습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
리버풀이 그 역습에 당했고, 리드를 내준 리버풀은 더욱 지옥 같은 경험을 해야 했다.
리드를 얻어 더욱 공격을 할 필요가 없게 된 AT 마드리드는 더 단단히 웅크렸으니까.
웨스트 햄으로서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거다.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공격을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상대에게 나쁠 게 없는 일.
시도는 해야 한다.
<카펠로, 왼쪽의 베일리에게. 뒤로 돌아 들어가는 페트로비치가 있습니다. 페트로비치에게 연결!>
<그러나 공간이 매우 좁습니다. 결국 다시 뒤로 돌려주는 페트로비치.>
<사이드 수비는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크로스는 절대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네요.>
계속해서 사이드 위주로 공격을 시도하는 웨스트 햄.
일단,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중앙을 아주 촘촘하게 메우고 있어, 카펠로로부터 요한까지 다이렉트로 이어지는 패스는 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일단은 사이드로 볼이 배급되는 건데, AT 마드리드는 그걸 알고 있다는 듯 기민하게 대처했다.
정말 잘 훈련된 모습이었다.
공이 왼쪽으로 향하면, AT 마드리드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한 칸씩 자리를 움직이며 반대편을 비우고서라도 그쪽의 수비를 두텁게 보강했다.
크로스는 절대 허용치 않겠다는 태세.
당연하다.
그들 입장에서 제일 까다로운 것이, 박스 안으로 직접 배달되는 크로스일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큼은 막아야 하는 AT 마드리드였다.
<여의치 않습니다. 다시 뒤로.>
<웨스트 햄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슬슬 관중석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주변을 맴도는 공.
별일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전반 10분이 지났다.
당연히 관중석에선 욕설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잠 온다! 잠 와!”
“자존심도 없냐! 좀 나와라!”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수비만 하냐!”
AT 마드리드에게 쏟아지는 야유.
그런데, 그 야유를 들은 선수들이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이들에게 상대 팀 팬들의 야유는, 일종의 확인이다.
지금, 자신들이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다는 확인.
그 확인을 받았으니, 자연히 자신감이 오른다.
이대로만 가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홈 팬들의 야유는 AT 마드리드의 전투력을 더욱 높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전투력이 오르고 있는 건 AT 마드리드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만든 인간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요한은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공이 올 생각을 않고 있다.
워낙 박스 주변에 선수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카펠로조차도 이 사이로 패스를 넣을 생각을 못 하고 있다.
그렇다고 주변을 둘러봐도, 어디 하나 여유로운 공간은 없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다 상대 선수들로 꽉 들어차 있다.
당연한 일이다.
AT 마드리드는 경기장의 절반도 쓰지 않고 있으니까.
11명의 선수가 다 내려와 있으니, 모든 구역이 밀집되어 있을 수밖에.
‘흐음.’
일단 공만 받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공을 받을 자리가 안 보인다는 게 문제다.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할까.
찾아야 한다.
공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하나뿐이잖아.’
그 자리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하아.
근데 한숨이 나온다.
저기까지 가야 돼? 짜증 나네.
하지만 안 갈수도 없다.
기다리기만 해선 영영 공이 안 올지도 모르고, 그게 더 짜증날 테니까.
‘어쩔 수 없지.’
결국 움직이는 수밖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요한이, 친히 두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감히 자신을 움직이게 만들었으니, 상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라고.
“···?”
“···!”
AT 마드리드의 두 수비형 미드필더인 아라고네스와 데 파울이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선수를 확인하곤 눈을 크게 떴다.
등번호 9번.
요한이 자신들을 지나쳐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박스 쪽에서 하프라인 쪽으로.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는 거다.
“···”
“어이. 가만히 있어.”
데 파울이 자기도 모르게 요한을 따라가려 하자, 실질적 리더인 아라고네스가 멈춰 세웠다.
녀석이 갑자기 아래로 내려가는 이유야 뻔했다.
공이 오질 않으니, 직접 내려가서 받겠다는 건데.
‘따라갈 이유는 없다.’
요한이 몇 명이 붙어서라도 막아야 하는 요주의 인물임은 분명하다.
녀석이 공을 잡는 순간, 그 순간이 최대의 위기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열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따라갈 이유는 없다고 아라고네스는 생각했다.
어차피 내려가 봤자기 때문이다.
결국 골을 넣기 위해선,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내려가서 공을 잡을 순 있어도, 그 공을 가지고 다시 여기로 와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 똑같이 기다리면 된다.
게다가, 공을 내려가서 받는다는 건.
결국 제쳐내야 할 수비가 더 많아진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아무리 요한이라지만, 이 두터운 겹겹이의 수비를 혼자서 모두 뚫어낼 수 있을까?
글쎄.
쉽지 않을 텐데.
“공.”
“···!”
어느덧 하프라인까지 내려간 요한.
요한이 공을 요구하자, 카펠로가 잠깐 머뭇거렸다.
혼자 해보겠다는 건가? 여기서부터?
쉽지 않을 거다.
자신도 계속해서 박스 쪽으로 패스를 붙여주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던 상황이다.
그러나, 쉽게 각은 보이지 않았다.
상대의 수비 대형은 굉장히 촘촘했고, 상당한 경험이 느껴지는 견고함이 있었다.
이걸 혼자서 뚫고 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은데.
“달라니까.”
하지만··· 이 녀석이라면?
“자.”
요한에게 공을 건네는 카펠로.
그래.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라면, 요한에게 맡기는 게 최선의 방법일 거다.
해봐라. 알아서.
<요한이 내려와서 공을 잡습니다. 이런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닌데요. 히트맵을 봐도, 박스 안과 그 근방이 전부인 요한 아닙니까?>
<워낙 흐름이 답답하다보니, 아래까지 내려온 것 같은데요. 과연 어떤 해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공을 잡은 요한이 상대 진영을 향해 돌아섰다.
그런 요한의 눈에 들어오는 건, 11명의 상대 선수들.
그 11명을 향해, 요한이 천천히 공을 몰고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