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7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76화(176/202)
< 175화 – 매직 넘버 >
<2028/29 챔피언스 리그 4강 합산 스코어>
◆비야레알 CF 1 : 4 레알 마드리드 CF
◆웨스트 햄 Utd 5 : 1 AT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2차전서 비야레알 2대0으로 꺾고 결승 진출··· 2년 연속 우승 도전
-웨스트 햄, AT 마드리드 누르고 사상 첫 챔스 결승 진출··· 첫 우승까지 노린다
2028/29시즌 챔스 결승 대진이 완성되었다.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발롱도르 위너를 보유한 팀, 웨스트 햄.
두 팀은 현재 각각 라리가와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팀들이기에, 라리가와 프리미어 리그의 대결로도 볼 수 있는 대진.
여러모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만한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경험의 레알, 기적의 웨스트 햄··· 변수는 결승전 경험의 차이
-결승 진출 소식에 상반된 양 팀 팬들의 반응··· 레알 팬들은 ‘담담’, 웨스트 햄 팬들은 ‘흥분’
-레알 레전드 호날두, 레알의 우승 확신··· “챔스는 레알, 난 레알서 한 번도 준우승 해본 적 없어.”
-많은 전문가들, 5대5 승부 예상··· 레알의 경험은 무시 못 하지만, 웨스트 햄엔 요한이 있다
-최강 팀들의 맞대결, 도박사들의 승자 예측은? ‘레알 마드리드 근소 우위’
결승 대진이 완성되자, 많은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많은 사람들은 누가 승리할 것인지에 대해 즐거운 예측을 던졌다.
예측은 5대5로 거의 대등했다.
레알 팬들이야 당연하고, 라리가 팬들이나 전문가들은 레알의 우세를 점쳤고.
웨스트 햄 팬들과 프리미어 리그 팬들, 전문가들은 웨스트 햄의 우세를 점쳤다.
두 팀 모두 리그에서 극강의 포스를 자랑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 거다.
‘누구에게 돈을 걸 것이냐’라는 접근법을 사용하는 도박사들의 의견 역시 비슷했다.
다만, 레알의 약우세다.
레알 승리가 2.14.
웨스트 햄 승리가 2.56.
무승부가 3.11.
승무패 간의 배당이 근소한 차이라 도박사들에겐 굉장히 재미없는 배팅이겠지만.
이들의 예측 역시도 팬들, 전문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뭐 아무튼.
지금 시점에서의 예측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4강과 결승 사이의 텀은 꽤나 길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4강에서 활약했던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할 수도 있고, 갑자기 폼이 떨어질 수도 있다.
또는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누가 챔피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양 팀 모두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는 팀들이고, 그렇기에 이번 결승전은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ㆍㆍㆍ
“축하는 고마운데···”
웨스트 햄 감독실.
슈미트 감독은 많이도 쌓인 축하 메시지에 미간을 찌푸렸다.
다들 챔스 결승 진출을 축하한다며 메시지들을 보냈다.
더불어 리그 우승도 차지할 수 있을 거고, 챔스 우승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를 해주는 메시지도 많았다.
참 감사한 일이다.
참 감사하긴 한데, 슈미트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축하는, 모든 게 끝난 뒤에 받는 거다.
미리 축하를 받아 버리면, 자기도 모르게 만족감이라는 게 생기고 만다.
그건 경계해야 하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이 팀은 충분히 축하받을 자격이 있었다.
리그에선 30라운드까지 무패.
챔피언스 리그는 첫 출전인 선수들을 데리고 결승 진출.
여기서 여정이 멈춘다고 해도 모두에게 박수와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
더 갈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축하를 받을 타이밍이 아니었다.
“힘들구만.”
소파 등받이에 몸을 뉘이며 한숨을 내쉬는 슈미트 감독.
결승 진출 이후, 주변에선 다들 ‘좋겠다’는 말들을 했다.
몇몇 막역한 사이의 지인들은 중소 클럽에서만 놀다가 늘그막에 거물이 되었다고, 참 뿌듯하겠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근데, 솔직히 전혀 아니었다.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도, 부담감이라는 놈이 마음 속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 느낄 겨를이 없다.
예전엔 슈미트 감독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챔스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포효하는 감독들을 보며, 얼마나 기쁠까 하고.
그 순간에야 기뻤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쁨은 잠깐.
결승을 준비해야 하는 긴 시간 동안은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과 싸워 이겨내야 한다.
어제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계속 똑같은 악몽을 꿨다.
챔스 결승에서, 자신의 오판 하나 때문에 경기를 망치고, 레알에게 우승을 내주는 악몽.
비록 꿈이었지만, 그 꿈 속에서 느꼈던 기분은 정말 끔찍했다.
자기 하나 때문에 좌절해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그 기분이 말이다.
그 기분, 절대 실제로 느끼고 싶진 않았다.
지금껏 함께 해온, 보잘 것 없는 이 늙은이를 믿고 따라와 준 목숨과도 같은 제자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결과야 원하기만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최소한 후회가 남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열심히 준비할 뿐.
“···좀 움직여야겠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서, 슈미트 감독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런 잡념들을 날려 보낼 수 있는 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에 몰두하는 것뿐이다.
감독실을 나선 슈미트 감독은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엔 일찌감치 출근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안녕하심까, 감독님.”
“엉? 감독님 일찍 나오셨네요. 역시 나이 먹으면 아침잠이 없어지는 건가.”
“그럼 뭐 네이슨은 산신령이야?”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반갑게 인사하는 선수들.
훈련장의 분위기는 언제나 좋다.
결승 진출을 확정한 이후엔 더 좋아졌다.
다들 활기가 넘치고, 좀 더 목적의식이 강해진 것 같다.
어쩌면 부담감을 이기기 위해, 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 녀석들이라고 부담감이 없을 순 없을 테니.
“제이미.”
“네, 감독님.”
“슬슬 집합시켜.”
“예.”
말했듯, 잡념을 떨치기에 가장 좋은 건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니까, 오늘도 빡세게 굴리겠다는 뜻이다.
“집합-! 훈련 시작한다!”
“예!”
*
“어이.”
“?”
“슬슬 때가 된 것 같다.”
“?”
“모르는 척 하지 마라. 봤잖아. 이 몸의 클래스를. 자, 덤벼라.”
“덤비긴 뭘 덤벼요.”
“왜, 두렵나?”
요즘 잠잠하다 했더니, 또 시작이다.
요한은 프리킥 대결을 하자는 카펠로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 경기에서 요한이 교체 아웃된 뒤, 카펠로가 프리킥을 성공시킨 게 화근이었다.
그림 같은 프리킥이긴 했다.
하필 같은 팀에 요한이 있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근데 뭐 어쩌겠어.
둘 다 잘 차면, 더 잘 차는 사람이 차야지.
“그러니까, 붙자고. 예전의 이 몸이 아니다.”
“싫어요.”
“두렵구나.”
“귀찮게 굴지 마세요.”
“알겠다. 무서워서 벌벌 떠는 놈에겐 이 몸도 관심 없으니.”
“······세팅 하세요.”
씨익.
카펠로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가 아무리 귀찮아도, 쫄? 은 못 참지.
“1년 전을 생각하면 큰 코 다칠거다.”
“글쎄요.”
“벌써 즐겁군. 좀 이따 너의 허망한 표정이 벌써 보여서.”
“반사.”
카펠로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훈련용 벽을 세우고 공들을 준비했다.
1년만의 재도전이다.
그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다.
프리키커도 아닌 주제에 왜 그렇게 프리킥 연습을 하냐고 동료들이 비아냥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프리킥 연습에 몰두 했었지.
오로지 이 녀석을 꺾기 위해 말이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오늘 반드시 녀석을 이기고, 챔피언스 리그 결승 무대에서 당당히 키커로 나서 아름다운 프리킥을 꽂아 넣으리라.
“먼저 하세요.”
“괜찮겠나. 주눅 들 텐데.”
“걱정이 참 많으세요.”
“간다.”
룰은 1년 전과 그대로다.
왼쪽에서 5번, 오른쪽에서 5번.
더 많이 넣는 쪽이 승리.
오른쪽 위치부터, 카펠로가 먼저 시도에 들어갔다.
뻐어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우웅-
철썩-!
“Got it.”
뻐어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우웅-
철썩-!
“Easy.”
연이어 프리킥을 성공시키기 시작하는 카펠로.
언뜻 보기에도 킥이 1년 전보다 훨씬 날카로워졌다.
단단히 준비하긴 한 모양.
그러나, 요한은 심드렁하게 쳐다볼 뿐이다.
슈우우우우우웅-
철썩-!
“올 클리어. 다섯 번에 다섯 번.”
“키퍼를 매수했나. 왜 못 막지.”
“완벽했으니까. 자, 차라.”
“휴우.”
요한에게 공을 넘기며 만족스럽게 웃는 카펠로.
5번의 시도를 모두 성공시켰다.
요한은 기억 못 하겠지만, 카펠로는 지난 번 5개 중 4개를 성공시켰었다.
성장한 거다.
반면,
뻐어어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우우웅-
철썩-!
“…운이 좋군.”
“과연 그럴까요.”
요한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5개 중 5개.
1년 전과 똑같은 개수다.
어쩜 이렇게 발전이 없는지.
“후우.”
이번엔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1년 전엔 이 왼쪽이 문제였다.
왼발이 주발인 카펠로다보니, 오른발로 처리하기 좋은 이 위치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이젠 다를 거다.
왼발로도, 어디서든 골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마.
뻐어어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우우웅-
철썩-!
“그렇! …나.”
이번엔 5개 중 4개를 성공.
카펠로가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려다 아차하며 멈췄다.
꼴사납게 기뻐할뻔 했군.
“방금 소리 지르려던 거죠?”
“시끄럽고, 차라.”
“맞는 것 같은데.”
“혀가 길군. 쫄리나?”
“…”
겉으론 여유로운 척 해보지만, 요한이 킥을 준비하자 뒤에서 몰래 손톱을 물어 뜯는 카펠로.
10개 중에 9개를 성공시켰다.
이거, 진짜 말이 안되는 성공률이다.
연습할 때보다도 훨씬 더 잘 들어갔다.
몇 번을 다시 차도 이보다 잘 찰 순 없을 거다.
‘아무리 이 녀석이라도, 이건 힘들지.’
1년 전, 요한은 8개를 성공시켰었다.
물론 8개를 차서 8번이긴 했는데.
아무튼, 그때 두 번을 더 찼더라면 두 개 다 실패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길 수 있다.
아무리 요한이라도, 지금은 좀 긴장될 걸?
10개를 차서 10개 다 넣는 게 말이 돼?
“갑니다.”
뻐어어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우우웅-
철썩-!
마… 말이 되네?
“수고요.”
“자, 잠깐…”
요한은 남은 다섯 번의 시도를 또 다시 모두 성공시켜버렸다.
10에 10.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카펠로가 핑곗거리를 찾아봤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요한은 미련없이 떠났고, 카펠로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늘은 어째서 나를 낳고…!’
하늘은 어째서 두 명의 천재를 한 시대에 낳았는가!
젠장, 젠장, 젠장!
“카펠로 군.”
“…”
좌절하고 있는 카펠로에게 슈미트 감독이 다가왔다.
시작할 때부터 멀리서 슬며시 지켜보고 있었던 슈미트 감독이다.
슈미트 감독은 카펠로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너무 좌절하지 말게.”
“누, 누가 좌절을…”
“중요한 건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자네의 실력이 발전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나.”
“…영감님.”
“응?”
“보여드리죠. 언젠간 저 녀석을 꺾는 모습을.”
“허허.”
어깨를 으쓱이는 슈미트 감독.
글쎄.
그게 될까?
“나도 응원하겠네. 근데, 시간이 많진 않을 텐데.”
“…쳇.”
입술을 깨무는 카펠로.
슈미트 감독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앞으로 요한과 프리킥 대결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그러고보니, 그 전에도 몇 번이나 붙자고 했었는데.
그땐 절대 안 해주다가, 오늘은 의외로 순순히 해줬다.
뭐야.
괜히 마음 싱숭생숭하게.
“걱정 마, 카펠로 군. 결승 때 프리킥 기회가 오면, 내 권한으로 자네가 한 번 차게 해주겠네.”
“…정말입니까.”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나. 자네가 우리 팀의 미래인데.”
“…!”
슈미트 감독의 말에, 겉으론 무덤덤한 척 하지만.
카펠로는 내심 감동을 받았다.
팀의 미래라.
역시 이 영감님, 안목 하나로 여기까지 온 양반이라니까.
“아, 근데 3대0 이상으론 이기고 있어야 될 걸세.”
“…예?”
“팽팽하면 요한이 차게 해야지.”
“…”
에이씨.
좋다 말았네.
레알을 상대로 결승에서 3대0?
그런 상황이 어떻게 오냐고.
이건 그냥 차지 말라는 거잖아.
카펠로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