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7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77화(177/202)
< 176화 – 매직 넘버 >
웨스트 햄의 시즌 31라운드 상대는 울버햄튼이었다.
현재 리그 9위를 마크하고 있는 울버햄튼.
지난 17라운드에서 만났던 두 팀의 경기는 3대1, 요한이 2골 1도움의 활약을 펼치며 웨스트 햄의 승리로 끝났었다.
다만, 울버햄튼은 언제 만나도 은근히 까다로운 팀.
방심을 할 수는 없다.
특히, 변수가 있다면 선수들의 마인드적인 문제였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바로 뒤의 경기.
챔스 결승 진출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선수들에겐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해리 케인을 제외하곤 모두 결승이 처음인지라.
그것만으로 ‘해냈다’는 느낌을 받기엔 충분하다.
그러니, 약간은 분위기가 해이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리그에서 꽤나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닌가.
리그 테이블만 봐도 그렇다.
<2028/29 프리미어 리그 순위>
1위 웨스트 햄 28승 2무 0패 승점 86점
2위 맨체스터 Utd 25승 2무 3패 승점 77점
3위 맨체스터 시티 23승 4무 3패 승점 73점
4위 리버풀 FC 21승 5무 4패 승점 69점
5위 아스날 FC 17승 8무 5패 승점 59점
6위 첼시 FC 17승 5무 8패 승점 56점
7위 토트넘 핫스퍼 16승 7무 7패 승점 55점
2위 맨유와의 승점 차가 9점.
산술적으로 4경기를 내리 연패하지 않는 이상 뒤집어질 수 없는 차이다.
그것도 맨유가 전승을 거둔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울버햄튼 전을 포함해, 올 시즌 남은 리그 경기는 8경기.
남은 8경기에서 웨스트 햄은 5승만 거두어도 맨유의 성적과 상관없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상태.
즉 우승까지의 매직 넘버는 5다.
물론 8경기에서 5승을 거둔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라고만 볼 순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웨스트 햄이 보여준 경기력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쌓아올린 전적을 생각한다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건 어디까지나 맨유라는 경쟁자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가정 아래 하는 이야기니.
실제론 이야기가 더 쉬울 수도 있고.
아무튼,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울버햄튼 전에 임하는 웨스트 햄의 정신 무장 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느슨할 수도 있는 상황임이 틀림없었다······
라는 게, 울버햄튼의 바람이었다.
이 모든 게 울버햄튼의 행복회로였다는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행복회로가 그렇듯, 실제는 달랐다.
웨스트 햄은 오히려 더 리그 경기에 집중하고자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일단,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챔스 결승 때까지 팀 분위기를 좋게 이어가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고.
지금 시점까지 무패로 달려온 이상.
끝까지 무패를 이어나가고픈 마음이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요한이 있는 이상 리그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질래야 흐트러질 수 없는 웨스트 햄이었다.
요한에겐 챔스 우승보다 리그 우승이 훨씬 중요한 목표니까.
울버햄튼 전에서 요한은, AT 마드리드와의 경기 때보다 훨씬 더 집중력 있게 경기에 임했다.
그렇다는 건, 울버햄튼으로선 감당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고오오오올-! 바니! 전반 11분 만에 오늘 경기 선제골을 뽑아냅니다!>
전반 11분에 첫 골을 뽑아낸 것을 시작으로.
<바니, 어게인-!>
두 번째 득점을 24분에,
<해트트릭! 카펠로의 패스를 멋진 터닝 슈팅으로 마무리짓는 요한! 이렇게 되면, 올 시즌 11번 째 해트트릭입니다! 리그에서만요!>
그리고 41분에 해트트릭을 완성한 요한이었다.
올 시즌 리그 11번째 해트트릭.
리그에서 11골만 넣어도 준수한 득점력이라고 평가받는데, 해트트릭만 11번이라니.
가히 괴물과도 같은 득점력이 아닐 수 없다.
<후반 시작과 함께 웨스트 햄의 선수 명단에 변화가 있습니다. 요한이 해리 케인과 교체 되었군요. 요한의 체력을 관리해주는 것 같습니다.>
요한은 45분만을 소화한 뒤 교체되었다.
이에 많은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매직 넘버 5.
통상 매직 넘버는 우승까지 필요한 승리의 수를 의미하지만, 웨스트 햄 팬들에겐 조금 달랐다.
이들에게 매직 넘버 5란, 앞으로 요한을 볼 수 있는 경기의 수였다.
때문에, 원래 매직 넘버는 빠르게 줄어들수록 무조건 좋은 거지만, 해머스들에게 만큼은 아니었다.
한편으론 좋고, 한편으론 슬펐다.
“쩝. 아쉽네.”
“그래도 오늘 45분만 뛴다는 건, 다음 경기에도 나온다는 것 아니겠어? 그렇게 생각하면 좀 낫지.”
울버햄튼 전은 4대2, 웨스트 햄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 승리로 시즌 29승째를 기록하게 된 웨스트 햄은 매직 넘버를 5에서 4로 줄였다.
이제 우승까지 남은 승리는 단 네 번.
네 번만 더 승리하게 된다면, 웨스트 햄은 사상 첫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동시에,
요한의 오랜 숙원이 이뤄지게 된다.
“요한 경.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네.”
“우리가 끝까지 힘내서 도와줄게. 형들만 믿으라고.”
“뭔 소리야. 우리가 요한 경만 믿는 거지.”
승리 후, 라커룸에서 동료 형들이 웃으며 말하자, 요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그런데, 이 말에 여러 가지 느낌이 교차하는 요한이었다.
뭐랄까.
정말 하기 싫은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던 걸, 하나씩 해가며 거의 다 했다는 걸 알았을 때.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느낌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약간의, 아주 약간의 아쉬움이 섞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맛있는 걸 정신없이 먹다가 말하는 느낌처럼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걱정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축구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는데, 이제 앞으로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지난 2년 동안처럼 웃고 행복해할 날이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글쎄.
모르겠다.
축구를 시작하게 됐을 땐, 이 순간을 무엇보다도 고대해 왔지만.
막상 때가 오니, 마냥 후련하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어쨌든, 얼마 안 남았으니 끝까지 힘을 다 해보자고.”
“그래. 이번 시즌은 얼마 안 남았지만, 요한 경의 은퇴는 아직 멀었을 수도 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주장 말이 맞아. 끝나지 않았어. 우린 아직 어떤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으니까.”
“끝까지 해보자, 끝까지!”
그래.
맞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러니, 걱정하기에도 이른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일단, 걱정은 우승을 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ㆍㆍㆍ
웨스트 햄의 남은 일정 중, 가장 큰 고비라 생각할 만한 게 딱 두 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맨시티 전이고, 나머지 하나는 첼시 전이었다.
사실 요한이 합류한 이후로, 첼시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웨스트 햄이었지만.
게다가 첼시의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약화된 상태라지만.
어쨌든 첼시는 만만히 볼 수 있는 팀이 아니니까.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첼시는 올 시즌 6위의 순위를 마크하고 있었고, 31라운드를 통해 5위 아스날과의 승점 차를 1점 차까지 좁히는 데 성공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저력이 있는 첼시다.
사실 첼시도 마음만 먹는다면, AT 마드리드 급의 수비를 할 수도 있는 팀이다.
수비력이 좋은 팀은, 팬들이 느끼는 재미와는 별개로 결국 성적이 잘 나올 수밖에 없다.
벨라미가 없긴 해도, 첼시엔 마티아스 구스타보와 니클라스 긴터가 남아 있었고, 다른 선수들 역시도 준수한 수비력을 보태었다.
때문에 첼시는 이전 상대 전적이 어떻든, 언제 만나든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분명했다.
그렇기에 이번 고비를 넘기게 된다면, 웨스트 햄은 우승에 한 발 더 성큼 다가가게 될 것이었다.
<웨스트 햄의 선축으로 경기 시작됐습니다.>
요한의 머릿속엔 아직까지 그 말이 맴돌고 있었다.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
가족들에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한 경기, 한 경기를 할수록 그 기회는 한 번씩 줄어들게 된다.
그 생각을 곱씹어 보면서, 요한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남은 경기들은 최선을 다해 즐거움을 주자.
그 정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카펠로, 반대쪽으로 길게 열어줍니다. 요한에게 연결되는 공. 요한, 적극적으로 돌파를 시도합니다!>
<요한,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요! 상당히 빠르게 템포를 올립니다!>
물론, 요한에게 ‘최선을 다한다’의 기준은 보통의 기준보다 굉장히 후했다.
동료가 자신에게 패스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공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돌파를 시도하거나 슈팅을 시도하는 것.
이걸 최선을 다한다고 표현하긴 어렵다.
이건 그냥 당연한 거니까.
이것도 안 하면, 그게 이상한 거니까.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요한에겐 충분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첼시가 난색을 표하기엔 충분했다.
‘본인 기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요한 때문에, 오늘도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 건 니클라스 긴터였다.
“어휴, 이 불쌍한 놈. 감독님도 무심하시다. 그치? 꾀병이라도 부리지 그랬냐.”
“···”
옛 동료 벨라미가 동정의 한 마디를 건넸을 정도로, 긴터는 요한과의 맞대결을 부담스러워 했다.
다른 팀들과 상대할 때는 폭군이 따로 없는 니클라스 긴터이건만.
왜 요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구스타보가 붙어줍니다만!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요한! 전혀 저지가 안됩니다!>
<슈우웃-! 고오오오올-! 전반 8분 만에 선취골을 뽑아내는 요한! 리그 57호 골!>
첼시는 최대한 긴터 대신 구스타보가 요한을 맞상대하는 식으로 약점을 커버하려 했지만, 구스타보라고 요한을 상대하기 버겁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요한은 지난 울버햄튼 전보다 더 빠른, 전반 8분 만에 득점을 기록하며 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요한의 두 번째 득점에 기뻐한 건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엔 카펠로였다.
“헤이-!”
“···!”
전반 15분.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패스를 줄 곳을 찾고 있던 카펠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요한이 패스를 요구하며,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요한이 ‘침투’라는 걸 하다니.
이 해가 서쪽에서 뜰 일에, 첼시의 수비진은 순간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카펠로도 당황은 했지만, 나름 늦지 않은 타이밍에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파아아앙-!
촤아아아-
뻐어어어어어엉-!
그 스루 패스는 자로 잰 듯 정확했고, 요한은 따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갈 필요도 없이 그대로 슈팅을 때릴 수 있었다.
카펠로와 요한의 완벽한 합작품.
물론 기록 상으론 이미 둘이 합작해낸 공격 포인트가 수십 개였지만.
둘의 호흡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만들어낸 골은, 어쩌면 이 골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카펠로가 기쁨과 약간의 울컥함까지 느낀 건 당연한 일이었다.
드디어, 마침내.
단순히 요한에게 마지막으로 패스한 것으로 얻어낸 강제 어시스트가 아니라.
맡은 바 제 역할을 완벽히 해내어, 서로의 공훈이 5대5가 되는.
떳떳한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니.
‘크흑, 젠장!’
언젠간 자신이 요한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요한이 자신의 패스에 맞춰 뛰도록 만들겠다던 목표.
그 목표에 어느 정돈 다가서게 된 것 같아 카펠로는 매우 기뻤다.
때문에 골망이 출렁이는 순간, 카펠로는 포효하며 요한에게 달려갔고,
“이 녀석! 드디어!”
요한을 끌어 안았다.
물론 그랬다가 자기도 너무 기뻐하는 게 모양 빠진다고 생각했는지,
“근데 좀 빨랐어! 이 몸이 아니었다면 오프사이드에 걸릴 뻔 했다고. 침투 훈련은 더 해야겠어.”
“···”
괜히 툴툴대며 돌아가는 카펠로였고, 요한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뭐, 사실은 사실이다.
카펠로가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못한 그 타이밍에 그렇게 정확한 패스를 찌르지 못했을 확률이 크겠지.
“카펠로!”
“?”
“나이스 패스.”
“···!”
요한은 카펠로를 불러 엄지를 세워 보였고, 카펠로는 오늘 자신의 눈을 계속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웨스트 햄과 첼시의 경기가 끝난 뒤.
가장 의기양양해진 건 뜬금없게도 아스날 팬들이었다.
첼시가 아스날을 승점 1점 차로 바짝 추격하면서, 5위 자리를 빼앗겠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을 때.
아스날 팬들은 첼시가 자신들을 추격할 수 있었던 게 그저 요한을 아직 안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었으니까.
결국 그 말이 맞았다.
첼시는 결국 요한 때문에 승점을 획득하지 못했고, 아스날과의 차이가 4점 차로 늘어나는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요한! 아직도 이 선수에게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선수예요.>
<지난 시즌에서 더 발전할 수 있다니, 이 선수. 어디까지 갈 건가요.>
요한은 전후반 동안 4골을 몰아쳤다.
그리고, 그 4골로 올 시즌 리그 60호 골이라는 기록을 완성시켰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60호 골.
지난 시즌 자신의 기록이었던 59골을 넘어선 것이었다.
다시는 깨지지 않을 기록이라고 했었다.
리그 59골이라는 기록 말이다.
어쩌면 100년이 지나도 다시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기록.
그러나, 그 기록은 1시즌 만에 2등에 불과한 기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요한에 의해서.
결국 요한을 이길 수 있는 건 요한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