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79)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79화(179/202)
< 178화 –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
웨스트 햄의 리그 33라운드 상대는 올 시즌 16위를 마크하고 있는 리즈 유나이티드였다.
웨스트 햄은 지난 7라운드에서 리즈를 상대로 3대0 승리를 거둔 바 있었다.
그때 요한은 휴식 차원에서 결장.
즉, 요한 없이도 대승을 거뒀던 기억이 있기에 리즈는 크게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따라서, 리즈 전에서 요한이 결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리그에서만 7경기째를 연속 출장하고 있는 요한이었고, 챔스를 합한다면 10경기 이상을 연속 출장 중인 요한이었다.
때문에 리즈 전이 쉬어갈 좋은 타이밍으로 보였다.
하지만, 슈미트 감독과 요한은 다른 선택을 내렸다.
요한을 쉬게 하는 대신, 다른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한 것.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일단, 요한보다 다른 선수들의 휴식이 더 급한 상태였다.
요한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 역시 리그 경기와 챔스를 연이어 출장하며 휴식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나마 요한은 후반에 교체되는 경우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았고, 훈련도 빠질 수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 체력적 부담이 심한 상태.
더 급한 쪽이 먼저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
또, 요한이 경기를 뛰고 싶어하기도 했다.
동료들과 함께 정식 훈련을 소화해 본 경험은 나름 재밌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하고 싶진 않은 경험이었다.
딱, 인생에 한 번으로 족하다고 할까.
그날의 경험으로 정신을 번쩍 차린 요한은 초심을 찾았고, 경기에나 집중하기로 했다.
뭐, 이제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빠지고 싶지도 않았다.
충분히 가능하기도 했고.
<웨스트 햄 팬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얼굴들입니다.>
<요한의 결장이 예상됐는데, 선발 출전했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큰 선물이죠.>
아무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요한을 볼 수 있어 기뻐했다.
요한은 그들을 위해, 더욱 기뻐할 만한 볼거리들을 선물했다.
<고오오오올-! 리그 61호! 그리고 시즌 88호 골-!>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휴식 했기에, 요한을 보좌해줄 선수들이 부족했지만.
그런 건 크게 상관이 없었다.
후보 선수들에게 요한과 함께 뛸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들에게 요한은 같은 팀 선수이면서도 뭔가 가까운 느낌은 들지 않는, 동경의 대상과도 같았다.
훈련장에선 함께 할 시간이 없지, 경기 때도 함께 뛰지 못 하지.
그나마 지금처럼 다른 주전들이 대거 휴식하고, 요한만 선발 출전을 했을 때가 그 기회의 전부.
따라서 다들 의욕이 넘쳤다.
모두 요한에게 한 번이라도 어시스트를 하기 위해 열심히 요한을 찾았고, 그 기회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부단히 뛰어다녔다.
훗날, 좋은 안주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발롱도르 위너와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말이다.
<리즈는 이렇게 되면 시즌 마지막까지 강등권 경쟁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되겠군요.>
<맨유는 속이 타겠구요. 리즈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겠습니다만, 웨스트 햄이 적절한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도 쉽게 승리를 거뒀다는 게 아프겠죠.>
<요한 반, 오늘 79분을 뛰면서 총 2골 2어시스트. 혼자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팀의 사정상 많은 기회를 받지 못 하는 후보 선수들을 위해, 요한이 직접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에서도 동료들에게 양보를 했다고 하면 비약일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요한은 2골에 더불어 2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동료들에게 골을 선물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고마워! 이 골은 내 평생의 자랑거리야!”
“내가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당장 은퇴해도 여한이 없어. 고맙다!”
요한에게 어시스트를 받아 득점에 성공한 드류 길모어와 타미 티망스는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이들에게 이보다 더 기쁜 선물이 있으랴.
요한 반의 어시스트를 받아 본 선수가 된 것만으로도 그 어떤 커리어보다 값진 기분이었다.
“여, 요한 경. 많이 어른스러워 졌는데? 동료들까지 챙길 줄 알고 말이야.”
“그냥, 갑자기 형 생각이 나서요.”
“형?”
경기가 끝난 뒤.
제이미 코치의 말에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도 선수가 되고 싶어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어요. 저 형들처럼요. 그래서, 뭔가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음. 그랬구만.”
요한의 등을 두들겨주며 피식 웃는 제이미 코치.
요한의 마음은 기특하다만, 뭔가 묘한 박탈감이 느껴진다.
쟤들도 상위 1퍼센트, 아니 그 이상의 재능들인데.
요한이의 눈엔 그저 기회를 얻지 못한 불쌍한 녀석들로 보이나 싶어서 말이다.
제이미 코치 본인은 프리미어 리그 데뷔도 못 해보고 일찌감치 코치로 노선을 바꾸었으니.
‘하긴.’
뭐, 재능 하나로는 역대급이라는 요한이 눈엔 다 그게 그거겠지.
멋있네.
멋있어.
ㆍㆍㆍ
리즈 전을 승리하며 33라운드까지 31승 2무의 괴랄한 전적을 기록하게 된 웨스트 햄.
이로써 매직 넘버는 2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웨스트 햄의 남은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4.29 리그 34R vs 아스톤 빌라 (원)
5.5 리그 35R vs 맨체스터 시티 (홈)
5.11 리그 36R vs AFC 본머스 (원)
5.17 리그 37R vs 사우스햄튼 (원)
5.23 리그 38R vs 풀럼 (원)
5.28 챔스 FINAL vs 레알 마드리드 (중립)
다음 경기인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매직 넘버는 1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경기가 5월 5일, 홈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시티 전이 된다.
공교롭게도 일정이 이렇게 됐다.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그것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웨스트 햄에게 온 것이다.
여러모로 적절한 환경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시즌,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가져갔던 맨체스터 시티.
그들을 상대로 홈에서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기회.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먼저 해야 할 건 당연히 아스톤 빌라를 이기는 것이었다.
<지난 라운드에서 휴식을 취했던 선수들이 모두 돌아왔습니다. 오늘 웨스트 햄 선수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결의에 차 보이는데요.>
<창단 이후 최초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모두가 역사에 이름을 올릴 선수들이라는 거죠. 이제 벽돌 두 장만 얹으면 공든 탑이 완성되는 것이니, 다들 결의에 차 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리즈 유나이티드와 마찬가지로, 아스톤 빌라도 그렇게 까다로운 상대라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원래 사고란 방심할 때 발생하는 법.
다 왔다고 생각할 때 문제가 터지는 법이다.
슈미트 감독은 맨시티 전에서 우승을 확정 짓기 위해 오늘 경기를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경기가 있기에 오늘 이겨야 할 뿐이라고 선수들에게 각인을 시켰다.
그냥 지나가는 경기가 아니다.
오늘도 다음 주에 있을 맨시티 전과 똑같은 한 경기, 똑같은 승점 3점의 경기일 뿐이고, 우승에 필요한 하나의 승리일 뿐이다.
그러니 똑같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선수들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때문에, 원래 사고란 방심할 때 터지는 법이지만.
웨스트 햄은 방심을 하지 않았기에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고오오오올-! 요한의 쐐기 골-! 오늘 경기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경기 종료!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는 웨스트 햄! 이제 매직 넘버는 단 1! 우승까지 단 한 경기를 남겨두는 웨스트 햄입니다!>
웨스트 햄은 아스톤 빌라를 3대0으로 제압했다.
그리고, 매직 넘버를 1로 줄였다.
결국 모든 것이 달린 경기가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ㆍㆍ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론트가 예룬 하우어 감독을 선임한 건, 하우어 감독이 흔히 말하는 ‘독고다이’ 식의 배짱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외부에서 누가 뭐라고 하건, 본인의 소신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뚝심.
그걸 가지고 있는 하우어 감독이었기에, 그는 맨유의 혁신을 위해 프리미어 리그로 왔다.
맨유 프론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참견을 하더라도, 하우어가 자신만의 소신으로 팀을 하나씩 개혁해 나가길 바랐다.
근데···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행보를 할 줄은 몰랐다.
“에르네스토 감독과 회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예.”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같이 머리를 맞대고, 웨스트 햄을 이길 방법을 토의했습니다.”
“···감독님.”
“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맨유의 CEO 대런 아놀드는 기가 찰 지경이었다.
세간에 떠돌던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아니, 다른 팀도 아니고 맨체스터 시티에게 도움을 주려는 맨유의 감독이 말이 된단 말인가?
“맨시티와 우리의 승점 차가 몇 점인지는 알고 계실 것 아닙니까.”
“4점 차죠. 뒤집힐 수 없는 차이입니다.”
“혹시 모르는 일 아닙니까. 맨시티가 웨스트 햄을 이기면 1점 차가 될 수도 있잖아요.”
“우리도 승리하면 그만입니다.”
“아니, 그건 그렇다 칩시다. 어떻게 맨시티를 돕습니까? 맨유의 감독이라는 사람이.”
하우어 감독은 도리어 대런 아놀드가 이해 안간다는 듯 말했다.
“웨스트 햄이 우승하는 걸 막아야죠. 그래야 우리에게 기회가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맨시티가 승리하지 못하면 올 시즌 우승 경쟁은 끝입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하지만, 맨시티가 이겨주면 기회가 있죠. 아주 실낱같은 기회지만.”
현재 웨스트 햄에겐 코인이 3개나 있다.
남은 4경기 중 3패를 거둬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으니 말이다.
요한이라는 득점 기계 때문에, 승점이 같아도 골득실에서 현저히 밀린다.
때문에, 사실상 우승 트로피의 행방은 결정된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0.0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완전히 제로가 아닌 이상 뭐라도 해야 한다.
남은 웨스트 햄의 상대들 중, 그래도 가장 웨스트 햄을 꺾을 가능성이 높은 건 당연히 맨시티였다.
그 맨시티가 웨스트 햄을 이긴다면,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다.
가장 완벽한 기회를 놓친 웨스트 햄이, 삐끗하기 시작할지는 말이다.
이후 본머스, 사우스햄튼, 풀럼에게 모두 패배하길 바라는 건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연이어 무승부를 거둘 가능성 정도는 기대해 볼 수도 이지 않겠나.
“제 말이 틀립니까?”
“···아닙니다.”
대런 아놀드는 반박할 수 없었다.
말이야 다 맞는 말이다.
맨유와 맨시티의 관계를 뺀다면.
그걸 뺄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뭐, 좋은 방법이라도 나오긴 했습니까?”
아놀드의 물음에, 하우어 감독은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쉬었다.
“트럭에 깔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1.5톤의 트럭을 들어올린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비슷한 류의 얘기는 들어본 것 같은데요.”
“사람이 절박하면, 초인적인 무언가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씨익 미소를 짓는 하우어 감독.
맨시티의 조제 에르네스토 감독은 현 시대의 명장이다.
아니, 시대를 불문하고 명장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에르네스토 감독과, 하우어 감독이 머리를 맞대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주 절박한 심정으로 말이다.
그랬으니, 뭐라도 나오지 않았겠나.
그게 정답일지 아닐진 아직 알 수 없다만.
“아까 따지듯이 말씀드렸던 건 사과드리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생각이 다 있으셨군요. 우리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여전히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놓지 않으셨군요.”
아놀드는 사과했다.
하우어 감독이 팀에 온 지 이제 한 시즌이 되어가는 시점.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하우어 감독이 맨유를 완전히 자신의 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 맨시티 감독과 밀담을 가지면서까지 웨스트 햄의 우승을 저지하고자 하는 것이겠지.
그러나, 하우어 감독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맨유든 맨시티든, 누가 우승해도 좋습니다. 웨스트 햄만 아니면 되죠. 요한이 가장 빛나는 시기에 은퇴하는 꼴은 못 봅니다. 그건 직무유기죠. 그는 역대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예?”
미간을 찌푸리는 아놀드.
사실 하우어 감독의 목적은 맨유의 우승이라기보다, 그저 웨스트 햄의 우승 실패일 뿐이었다.
만약 맨시티가 2위였더라도 하우어 감독은 에르네스토 감독을 찾아갔을 거란 뜻이다.
누가 우승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우어 감독에겐 오직 요한이 은퇴에 실패하는 것만이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막을 겁니다··· 기대해 봐야죠.”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두 감독이 합심한다면, 과연 요한을 막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하우어 감독에겐 무조건 가능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