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84)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84화(184/202)
< 183화 – 떳떳하게 >
“얘네도 기세가 무섭긴 하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던 로한이 중얼거렸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까지 대략 3주 정도가 남은 시점.
로한은 그 상대인 레알 마드리드에 관해 샅샅이 분석 중이었다.
아직 레알의 모든 경기를 분석하진 못했지만, 최근 경기들과 중요 경기들을 모두 봤고, 감독의 성향과 전술, 예상되는 변수들까지 대강 파악해 문서로 작성 중이다.
그 내용만 벌써 수 페이지가 넘어 간다.
“시시하게 끝날 것 같진 않네.”
그렇게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느끼는 건, 레알은 역시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거다.
웨스트 햄이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날, 공교롭게 레알도 라리가 우승을 확정 지었다.
전적은 28승 5무 1패, 승점은 89점.
전적 자체는 웨스트 햄에 비해 그닥 좋지 못하지만, 레알은 웨스트 햄보다 한 라운드 먼저인 34라운드에 우승을 조기 확정 지었다.
결국 리그 내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다는 점은 똑같다는 얘기다.
리그 내에서 뿐만이 아니다.
레알은 챔스 결승까지 큰 위기 없이 순탄하게 올라왔다.
물론 대진은 웨스트 햄보다 쉬운 편이었다.
A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한 레알은 16강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만나, 합산 스코어 6대3으로 대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이어 8강에선 맨시티를, 4강에선 비야레알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조별예선에서 파리와 바르셀로나, 16강부턴 유벤투스, 뮌헨, AT 마드리드를 만났던 웨스트 햄에 비하면 수월한 대진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레알이 더 어려운 대진에 걸렸다고 해도 결승까지 오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는 것이었다.
물론 축구에 만약이란 없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도 없다지만.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본다면 레알은 현 유럽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드는 전력을 갖춘 팀이다.
그러니 레알이 적어도 대진운 빨을 받아 결승까지 진출한 건 결코 아니라는 뜻.
“결국 비에가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건데···”
레알은 어떻게 보면 웨스트 햄과 비슷한 팀이다.
확실한 에이스가 있고, 그 중심으로 전술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말이다.
레알의 에이스는 페르난도 비에가다.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고, 스타일은 카펠로와 비슷한 편이다.
다만 카펠로보다 활동 반경은 더 넓다.
카펠로가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인다면, 비에가는 거의 박스 투 박스처럼 움직인다.
공격적인 재능에 체력과 활동량, 터프함까지 갖춘 만능 미드필더라는 소리.
요한이와는 이미 유로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도 결승에서 만났고, 이번에도 결승에서 만나게 됐으니.
공교롭게도 결승에서만 두 번째 만남.
덕분에 이번 결승에서 유로 때의 복수를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 것 같은데, 이쪽에선 한 번 이겨본 경험이 있기에 자신감을 갖고 상대할 수 있을 거다.
요한이 뿐만 아니라 함께 유로 우승을 일궈냈던 벨라미가 있다는 것 역시 큰 힘이 될 거고.
아무튼, 비에가는 확실히 훌륭한 선수다.
아니, 단순히 훌륭하다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 젊은 나이에, 레알 마드리드라는 메가 클럽의 독보적인 에이스인 것부터 비범한 일이니까.
아마 요한이만 아니었다면, 차세대를 이끌 최고의 스타는 비에가가 되었을 거다.
“아, 아니지.”
내년부터 다시 그렇게 되겠네.
요한이는 내년에 없을 테니까.
사자가 없으면 여우가 왕인 법이지.
비에가가 여우급이라는 건 아니지만.
“네이슨과 버클리가 중요한 건 당연한건데···”
아무튼 비에가는 집중 견제가 들어가줘야 하는 플레이어다.
수비 시에 포메이션 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고든과 카펠로가 녀석을 잘 압박해줘야 할 것이다.
다만, 그걸론 부족할 수 있다.
카펠로에게 강한 수비를 기대하기란 부족함이 있으니.
그럼, 결국 원래 그렇듯 네이슨과 버클리가 많은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근데 그렇게 되면 네이슨과 버클리에게 걸리는 부하가 너무 크다.
물론 그 둘의 활동량이 어마어마한 것은 사실이다만, 비에가는 보통의 선수가 아니니까.
비에가는 동료들도 잘 활용하는 타입인데.
“그럼 베일리를 빼고 4-5-1로 가는 건?”
처진 스트라이커인 베일리를 빼고 투 볼란치 형태로 가는 건 어떨까.
센터백 출신인 루카스 시모네를 볼란치인 고든의 파트너로 세워서, 아예 비에가를 전담 마크하는 식으로 가는 거다.
어차피 공격은 카펠로와 요한이 둘이서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문제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거지.”
괜찮은 방법으로 보이지만, 이런 전술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식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시도한다?
으음.
그랬다가 패배한다면, 감독님이 무슨 소리를 들으실까.
“명장병 걸렸다고 하겠지.”
로한은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다.
쉽지 않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보니, 고민이 많아진다.
이렇게 하면 저게 불안하고, 저렇게 하면 이게 불안하다.
홈 앤드 어웨이라면 그나마 낫겠는데, 단판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게다가, 결승을 직접 준비해 보는 건 처음이니까.
“확실히 경험이라는 게···”
자신 뿐만 아니라, 웨스트 햄이 레알에게 압도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역시 경험일 것이다.
레알의 경험은 풍부하다.
레알이 언제부터 빅 클럽이었나.
로한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레알은 빅 클럽, 아니 메가 클럽이었다.
레알은 챔피언스 리그의 왕이기도 했다.
2위와 두 배 이상의 차이로 압도적인 우승 회수를 자랑하는 최다 우승 클럽.
당장 작년 챔스도 레알이 먹었다.
그리고, 그 영광의 멤버들은 올 시즌에도 그대로 레알을 지키고 있으며, 2연속 유럽 제패라는 위업에 도전하고 있다.
“그때 결승, 솔직히 맨시티 경기력이 더 좋았거든.”
경험이라는 건, 정말 무시 못 하는 요소다.
그걸 확 느꼈던 게 작년 챔스 결승을 보면서였다.
작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과 라리가 챔피언의 대결이었지.
맨시티와 레알.
솔직히, 로한이 보기에 그날 경기력은 맨시티가 훨씬 좋았다.
후반기에 복귀한 사미르 리샤드의 폼이 워낙 좋기도 했었고, 맨시티가 훨씬 더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근데 결과는 레알의 우승.
보는 입장에서도 그게 느껴지더라.
뭐랄까.
레알은 단단한 느낌이었다.
설령 경기를 지배 당하고 있어도, 뭔가 질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을 풍긴다고 해야 하나.
반대로 맨시티는, 경기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어딘가 급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실제로 맨시티는 좋은 찬스들을 어이없이 날리며 실수를 연발했고, 레알은 몇 번 없었던 찬스를 모두 살리며 결국 빅 이어를 들어 올렸다.
레알은 그런 게 무서운 팀이었다.
그건 결국 경험에서 나오는 힘일 거다.
레알은 신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는 팀이다.
페르난도 비에가라는 젊은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수비의 핵심 후안 곤잘레스는 스페인 대표팀의 주장을 맡을 정도로 베테랑이고, 레알의 창 킬리안 음바페 역시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꼭 직접 경험만이 경험은 아니다.
간접 경험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된다.
후안 곤잘레스는 유스 시절, 챔스 3연패라는 전대미문의 위업을 일궈냈던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 곤잘레스가 고참급이 되고, 또 그 이야기는 곤잘레스를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구전이 되었겠지.
역사는 그런 식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그게 레알이 가진 가장 큰 힘일 것이다.
“반면 우린, 확실히 풋내기지.”
그런 레알에 비한다면, 웨스트 햄은 경험이 전무하다 봐도 무방하다.
물론 케인이 있기에 챔스 결승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케인도 우승 경험이 있는 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은 전부 결승은커녕 챔스 자체도 처음일 정도니.
경험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근데, 뭐 우리가 리그 우승 경험은 있었나.”
그래도 경험이 다인가, 뭐.
리그 우승도 최초로 해낸 선수들인데.
챔스 우승이라고 못 해낼 건 뭐 있겠어.
“요한이만 믿고 가는 거지.”
솔직히 말하면 챔스 10번 우승해 본 경험보다, 요한이 하나 있는 게 더 든든하지 않을까?
심지어, 레알이 자랑하는 그 경험.
그 많은 경험 중엔 요한이에게 얻어 터졌던 경험도 있잖아.
지난 유로 결승에서 말이다.
하필 스페인 대표팀의 주축들이 대부분 레알 소속이었으니까.
“그 경험이 독이 되길.”
로한은 피식 웃으며, 다시 자료 분석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ㆍㆍㆍ
맨시티 전 승리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웨스트 햄은 챔스 결승 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슈미트 감독은 일단 결승전 전까지 어떻게 로테이션을 돌려야 결승 당일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얼개를 전부 짜두었다.
남은 리그 세 경기는 평가전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결승전을 위한 평가전 말이다.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 감각을 계속해서 유지 시켜 주는 것 또한 중요했다.
물론, 이왕이면 무패 우승을 달성하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특히, 요한은 그 어느 때보다 특히 더 세심하게 관리를 해주어야 했다.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녀석의 목표가 이뤄진 상태.
즉, 동기부여가 사라져버린 상태인 만큼.
요한이 시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만 했다.
다행인 건, 요한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는 것으로 결정은 되었다지만, 지금 은퇴를 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녀석은 훈련도 나왔고, 아직 식단 관리 같은 것들을 모두 놔버리진 않은 듯 했다.
그 부분에 있어선 아버지가 잘 관리해주고 계시니, 믿어야지.
어쨌든, 5월 11일에 펼쳐진 리그 36라운드.
AFC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웨스트 햄은 요한을 비롯한 몇몇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날의 MOM은 해리 케인이었다.
<케인! 죽지 않은 클래스를 보여줍니다! 오늘 경기 멀티 골!>
케인의 컨디션은 어느 때보다도 좋아 보였다.
마치 전성기 때로 돌아간 듯 훨훨 날아다닌 케인은, 이날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케인의 컨디션이 최상인 이유야 당연했다.
자신의 커리어에 리그 우승을 써넣을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지난 시즌 FA컵 우승에 이어, 또 하나의 우승 커리어를 확보하게 된 케인.
그것도 가장 염원했던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케인의 기분이 하늘을 걷는 기분인 것은 당연했고.
그것이 곧 좋은 컨디션으로 이어졌다.
이는 37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월 17일에 열린 사우스햄튼 전.
이날 경기엔 본머스 전 때보다 더 많은 주전들이 휴식을 취했다.
주전 거의 모두가 벤치 혹은 명단 제외.
요한도 벤치에 앉았다.
혹시라도 경기가 어려워지면 출격하기 위해, 요한 만큼은 명단 제외가 아닌 벤치에 앉혀 놓은 슈미트 감독이었지만, 요한이 몸을 풀 일은 없었다.
<전반 12분, 웨스트 햄의 PK. 키커는 해리 케인입니다. 케인, 슛! 가볍게 성공시킵니다!>
12분 만에 케인의 PK로 앞서가기 시작한 웨스트 햄은, 전반을 1대0으로 마친 뒤 후반 19분, 다시 케인의 헤더 골로 2대0, 깔끔하게 승리를 거두었다.
<35승 2무! 무패 우승에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게 되는 웨스트 햄!>
이날 경기로 35승 2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게 된 웨스트 햄.
이제 마지막 라운드에서 지지만 않는다면, 웨스트 햄은 최초 우승을 무패 우승으로 하게 되는,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 기록이 아니더라도 리그 마지막 경기는 중요했다.
챔스 결승에 앞서 펼쳐지는 마지막 경기.
슈미트 감독은 이 경기가 마지막 점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에 출전하게 될 선수들이 챔스 결승전에도 출전하게 될 것이란 거다.
때문에, 슈미트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을 챔스 결승 선발 라인업 고민하듯 신중하게 고민했다.
제이미 코치, 로한을 비롯한 구단 스태프들과 긴밀히 토의를 나눴고,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스태프들이 제시한 전술이나 라인업은 여러 가지였지만, 선택은 자신의 몫.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슈미트 감독은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하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레알 마드리드를 이길 수 있을까,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결승전이 끝났을 때 아무런 후회도 남지 않을 수 있을까.
슈미트 감독은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주 쉽게 리그 마지막 경기에 나설 선수들의 선발 라인업을 작성했다.
<2028/29시즌 프리미어 리그, 그 마지막 라운드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올 시즌 우승 팀, 웨스트 햄이 풀럼과 맞붙습니다.>
<웨스트 햄의 선발 라인업을 먼저 살펴 드리겠습니다. 3주 만에 가동되는 베스트 일레븐입니다. 올 시즌 가장 많이 가동되었던 그 베스트 일레븐이죠.>
가장 잘 하는 것을 하자.
웨스트 햄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그 힘, 그 힘 그대로 레알과 정면 승부를 해보는 거다.
그럼,
이기든 지든 후회는 남지 않겠지.
<포메이션은 4-4-2. 골키퍼 장갑은 제프 휴리첼이 끼고, 백 포 라인은 왼쪽부터 마틴 페트로비치, 셰이 벨라미, 다니 기마랑이스, 미카엘 옌킨슨이 이룹니다. 중원은 가운데 팀 고든과 다니엘레 카펠로가, 양 날개는 조너선 네이슨과 제이콥 버클리가 맡습니다. 공격엔 조슈아 베일리, 그리고 요한 반이 최전방에 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