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8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85화(185/202)
< 184화 – 가장 화려한 >
<경기! 이렇게 종료되면서! 웨스트 햄이 풀럼을 4대0으로 꺾고! 36승 2무! 그리고 0패! 무패 우승을 달성합니다! 아스날의 03/04시즌 이후 첫 무패 우승! 이 대업을 웨스트 햄이 써냅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 혹은 출정식.
주전이 전원 출동한 이 경기에서 웨스트 햄은 풀럼을 4대0으로 완파했다.
그리고,
36승 2무.
무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무패 우승.
리그에서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멋지다!”
“역사상 최고의 멤버!”
“나 베를린 행 비행기 예매해놨다! 결승전도 잘 부탁한다!”
시즌 마지막 경기.
비록 홈 경기는 아니었지만,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은 원정까지 와준 팬들과 함께 오랜 시간 인사를 나누며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제 모든 이들의 이목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열리게 될 베를린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ㆍㆍㆍ
-[챔스 FINAL] 1년 간의 대장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두 팀··· 레알 마드리드와 웨스트 햄, 모두 베를린 도착
-[PHOTO] 페르난도 비에가, 밝은 얼굴로 올림피아슈타디온 적응 훈련 완료!
-[PHOTO] 올림피아슈타디온 입성하는 웨스트 햄 선수들!
-[PHOTO] 챔스 첫 우승 도전하는 요한 반, 가볍게 몸 푸는 모습!
-킬리안 음바페, “컨디션은 최상··· 긴장은 전혀 되지 않는다. 작년만큼만 할 것.”
-복수 다짐하는 후안 곤잘레스, “지난 유로 결승의 복수를 할 것··· 요한 반, 반드시 막겠다.”
-셰이 벨라미, “긴장? 안 된다. 작년 유로 결승을 떠올리면.”
-각오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 요청에··· 요한 반, “각오, 한마디.”
결승전이 열릴 장소,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이 위치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평소보다 훨씬 거리가 붐비는 느낌이었다.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그 이유를 짐작케 한다.
“I’m forever blowing bubbles, in Berlin!”
베를린이 런던이라도 되는 것처럼 웨스트 햄의 응원가를 부르고 다니는 해머스들.
“Hola, señorita!”
“Hala Madrid!”
열정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다니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
“울면서 집에 돌아가게 될 거다!”
“너흰 헤엄쳐서 돌아가야 할 걸!”
그런 두 팀 팬들 간의 유쾌한 경쟁과, 때로는 사뭇 심각한 싸움도 벌어지는 가운데.
결승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뭐야. 다들 여기 모여 있었어?”
“이 아저씨한테 옛날 얘기 좀 듣고 있었지. 너도 앉아라.”
“다들 가만히 못 있겠는 모양이네.”
웨스트 햄 선수단이 묵고 있는 호텔의 라운지.
방안에 있기 답답해 라운지로 나왔던 페트로비치는 자신과 똑같은 동료들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선수들이 다 라운지에 모여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다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잠이 오는 게 이상한 일이겠지.
내일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인데.
“어디까지 얘기했지?”
“종료 2분 남기고 마지막 슈팅 때렸는데 그게 안 들어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아, 맞아. 최악이었지.”
케인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선수들은, 케인이 해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2018/19시즌.
케인이 토트넘 소속으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뛰었을 때의 이야기.
그때, 토트넘은 리버풀에게 0대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었다.
그 자리에, 그 그라운드 위에 있었던 케인이다.
커리어 최초의 우승을 노렸던 케인은, 리버풀에게 패하며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었다.
케인은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찬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을 때, 느낌이 오더군. 신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우린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고, 대등하게 싸웠어. 운이 좀만 따랐다면, 우승을 차지하는 건 우리였을 수도 있지.”
모두 알고 있다.
단판이라는 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단 한 경기의 승부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
이것은 단순히 실력만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실력보다도, 어떠한 우주의 기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괜히 우승은 신이 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결승은 항상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무대였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흘러갔던 결승은 생각보다도 적었다.
케인의 이야기를 들은 선수들이 사뭇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내일의 결과가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신에 달려 있다고 한다면 불안할 수밖에.
신이 누굴 선택할지,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인은 씨익 웃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일은 그날 같지 않을 것 같다는 거야. 과연 신이 누굴 선택할 것 같아?”
신이 누굴 선택할 것 같냐고?
“이미 선택받은 녀석이 있잖아. 우리 팀에.”
케인의 말에 선수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신에게 선택받은 녀석.
신이 내린 재능.
챔피언스 리그 결승 전날 밤에도 쿨쿨 맘 편하게 잘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난 녀석.
“애초에 시작부터 신은 우리 편이었어.”
“맞아. 녀석이 우리 팀에 들어온 순간부터, 신은 우리 편이었지.”
“신이 갑자기 배신하진 않을 거야.”
“그럼 신이 아니지. 양아치지.”
“듣고 있죠? 배신하면 그때부터 당신은 신이 아니라 양아치가 되는 겁니다.”
낄낄대는 선수들.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에 한결 편해졌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요한이 웨스트 햄을 선택한 순간부터, 아니 그의 아버지가 웨스트 햄에 입단한 그 순간부터.
2029년 5월 28일, 이날의 운명은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기에 운명.
그렇담, 마음 편히 몸을 맡기면 되는 것 아닐까.
신이 선택한 요한이 웨스트 햄을 선택했고, 자신들은 그런 요한이를 따라 우승하기만 하면 되는 거다.
리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젠 챔피언스 리그를.
“이제 좀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아.”
“맞아. 내일 경기장에 들어서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밤잠을 설칠 일은 없을 것 같네.”
“슬슬 들어갈까.”
“좋아. 다들 최대한 멋진 꿈 꾸라고. 내일 그보다 더 멋진 일이 현실이 될 테니.”
여기 모일 때까지만 해도 다들 긴장이 가득한 얼굴을 했던 것과 달리,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선수들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져 있었다.
*
비슷한 시각, 레알 마드리드의 숙소.
레알의 유스 출신이자, 후보 선수인 우노 로페테기는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아 방을 나왔다.
긴장이 돼서 몸이 미세하기 떨릴 지경이었다.
자신은 내일 선발 명단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높은 확률로, 교체로도 그라운드를 밟을 일은 없을 거다.
유스에서 1군으로 올라오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신이 이곳에 온 건, 그저 결승의 공기를 느껴보라는 감독님의 배려일 테니까.
그런데도 떨린다.
결승이기 때문이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
어릴 때부터 꿈만 꿔왔던 그 무대를, 내일 직접 밟게 될 지도 모르는데 떨리지 않는 게 이상한 것 아닐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음?’
시간이나 좀 때울 요량으로 라운지로 향하던 로페테기는, 떠들썩한 인기척에 고개를 갸웃였다.
라운지로 향하는 복도를 도니, 라운지엔 몇몇 고참급 선수들이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아 있었다.
“뭐하냐, 너? 바보야?”
“아니, 이게 아닌데. 내가 이걸 왜 냈지?”
“넌 진짜 도박엔 손 대지 마라. 지금까지 모은 돈 다 털릴 게 분명 하니까.”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건가?
주장인 후안 곤잘레스와 미드필더 디에고 카사스, 토마스 스테인, 이 셋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 셋은 팀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고참들이다.
“아아, 재미없다. 좀 재밌게 좀 해봐.”
“얘 얼굴에 다 보여서 재미가 없어.”
“다른 게임이나 해볼까?”
처음엔 저런 경험 많은 고참들도 긴장이 되어서 카드 게임으로 풀고 있는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어딘가 모르게 따분하고, 지겨운 느낌이 풍겨 나온다.
식당 앞 긴 줄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
빨리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느낌.
그들에게서 긴장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묘한 존경심이 올라왔다.
선발로 나서지 않는 자신도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데, 저들은 선발로 나설 선수들임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다.
어떤 경기보다 큰 무대를 앞두고 있음에도 태연한 모습을 보니, 사람 자체가 커 보인다.
그런 선배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로페테기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나까짓게 걱정해봐야 쓸모 없겠네.’
웃으며 발걸음을 돌리는 로페테기.
아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내일, 이길 것 같다.
ㆍㆍㆍ
-비야레알 페르난데스 감독, “레알이 우승할 것. 그들은 챔스에서 특별해.”
-레알 모레노 회장, “역사는 이어질 것··· 우승 전혀 의심치 않아.”
-맨시티 조제 에르네스토 감독, “레알과 웨스트 햄, 둘 다 맞붙어본 입장에서 웨스트 햄의 손을 들어주겠다.”
-바르셀로나 회장 우고 탈레스, “요한은 마치 엑셀러레이터 같았다. 밟을수록 나아가기 때문. 웨스트 햄이 승리할 것이다. 우리가 못해서 탈락한 게 아니다.”
-AT 마드리드 다린 감독, “요한은 프리미어 리그 레벨이 아니다. 레알이 크게 당황할 것.”
결승전을 앞두고 여러 인사들의 말말말이 쏟아진 가운데.
결전의 날이 밝았고,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은 수만 명의 인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전 세계 축구팬 여러분. 유럽 축구 최고의 이벤트! 2028/29시즌 유에파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결승전을 지금부터 중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결승전 다웠다.
하얀색으로 무장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경기장의 절반을, 다홍색과 하늘색으로 무장한 웨스트 햄 팬들이 경기장의 절반을 차지한 채 각자의 응원가로 목청 싸움을 한다.
이윽고 유명 가수의 오프닝 세레머니가 시작된다.
나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가 나와 공연을 펼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양 팀의 팬들은 서로 응원 싸움을 펼치는데 정신이 없어 조금은 민망해 보인다.
오프닝 세레머니가 끝난 뒤, 챔피언스 리그를 상징하는 거대한 공 모양의 깃발이 수십 명의 어린이들 손에 들려 나온다.
그리고,
선수들이 입장한다.
“Lets go! Hammers!”
“Hala Madrid!”
입장하는 선수들에게 쏟아지는 거대한 환호.
가슴이 웅장해지기도 하고, 정신이 멍해지기도 할 것 같은 분위기.
웨스트 햄 선수들의 표정은 사뭇 결연해 보였고,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표정은 한결 차분해 보인다.
빰빰빰-!
선수들이 입장을 마친 뒤 일렬로 정렬하자, 챔피언스 리그의 테마 곡 ‘Ligue Des Champions’의 제창이 시작 된다.
“The Champions!”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드는 제창이 끝난 뒤.
올림피아슈타디온에 거대한 박수 소리가 가득 채워진다.
모두 멋진 경기를 기대한다는, 기대감이 가득한 박수 소리다.
이제, 카메라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맨 왼쪽부터 한 명씩 훑고 지나가기 시작한다.
굵직굵직한 선수들의 얼굴들이 지나간다.
누구 하나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선수들이 없다.
그래서인지, 전혀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어서, 카메라는 웨스트 햄 선수들 쪽으로 넘어간다.
골키퍼 제프 휴리첼부터 지나가는 카메라.
역시, 다들 숨기고 있지만 긴장감이 새어나오는 느낌.
그러나, 마지막에 서 있는 선수 만큼은 다르다.
“···”
유로 결승 때 그랬듯이.
요한은 담담하게 서 있었다.
이미 이 무대를 경험해 본 레알 선수들보다도 편안한 얼굴.
그야 당연하다.
요한의 머릿속엔, 오로지 하나의 생각 뿐이니까.
‘이거 끝나면, 진짜 끝이다.’
얼른 경기를 끝내고 싶다.
물론 승리로.
그뿐이다.
<코인 토스로 선축을 결정하겠습니다. 음, 웨스트 햄에게 선택권이 넘어간 것 같습니다. 웨스트 햄의 선축을 가져간 것 같네요!>
코인 토스로 선축을 정한 뒤, 주장들끼리 악수를 나누며 페어 플레이를 약속한다.
그리고,
양 팀 선수들은 잠시 모여 카메라 앞에 섰다.
앞줄은 쪼그려 앉고, 뒷줄은 서서 어깨 동무를 하는, 전형적인 사진 대형.
찰칵-!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멤버들 끼리의 사진.
사진 촬영을 마친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폴짝 폴짝 뛰기도 했고, 누군가는 양 팔을 빙빙 돌리며 긴장감을 떨쳐내려 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한은 천천히 센터 서클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이 오늘따라 유독 거대해 보인다.
<심판의 휘슬에 맞춰···>
“삐이이이익-!”
<경기, 시작됐습니다!>
파아아아앙-!
요한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