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8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87화(187/202)
< 186화 – 가장 화려한 >
“야··· 이거 맞냐?”
“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좆같은 스패니쉬들. 존나 시끄럽네.”
“왜 이렇게들 얼타는 거야!”
레알의 선취골이 들어가자, 웨스트 햄 팬들은 일동 당황했다.
언제나 승승장구했던 웨스트 햄이다.
리그에선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한 적이 없었고, 챔스 토너먼트에 올라온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언제나 승리만을 거뒀고, 팀이 패배할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올 시즌만큼은 위기감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는 웨스트 햄 팬들이었다.
근데, 지금은 그런 위기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처든다.
물론 아직 경기 초반.
전반이 끝나긴커녕 전반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요한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한 점 정도 내준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레알이 강한 팀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결승전의 레알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강한 느낌이다.
괜히 디펜딩 챔피언이 아니라는 게, 전반 초반만 봐도 느껴지고 있었다.
확실히 결승은 다른 것인가?
이게 결승전의 무게감인가?
“Hala Madrid!”
“···”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레알 마드리드의 응원가.
기세가 완전히 오른 레알 팬들이 웃통을 벗고 유니폼을 돌리며 방방 뛰고 있다.
이제 10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경기에 이기기라도 한 것처럼 기세등등하냐고 맞대응을 하고 싶지만, 느껴지는 위기감 때문에 기세가 죽어 버렸다.
“아니라고 해줘!”
“보여줘!”
결국 할 수 있는 건 믿는 것뿐이다.
위기가 가득했던 팀이, 언제부터 위기라는 걸 모르는 팀이 되었나?
요한이 들어오면서부터다.
그러니, 믿을 건 요한뿐.
웨스트 햄 팬들은 지금 이게 위기가 아니라는 걸 요한이 보여주길 바라며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에 레알이 선취점을 가져갑니다.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은 느낌인데요.>
<레알이 경기를 잡는 법을 알아요. 결승이 처음인 웨스트 햄이 미처 정돈되지 않았을 때, 그때를 잘 파고 들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아닐까요?>
<그렇죠. 한 점은 그래도 사고로 볼 수 있습니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기엔 부족하죠. 그래서 이후에 나올 득점이 어느 쪽에서 나오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그게 동점골이라면, 웨스트 햄이 다시 재정비를 할 수 있겠고, 레알의 추가골이라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 가겠네요.>
<맞습니다. 즉 똑같은 한 골로 웨스트 햄은 원점을 만들 수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레알은 기세를 완전히 잡아버릴 수도 있다는 거죠.>
웨스트 햄이 불리한 상황에 처한 건 사실이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
요한은 10여 분만에 다시 킥 오프를 하게 된 것에 짜증을 느끼며 하프 라인에 섰다.
그리고,
버클리를 불렀다.
“와?”
“예.”
“? 예가 아니라, 와 부르냐고.”
“오라구요.”
킥 오프는 보통 한 명이 한다.
예전에야 두 명이 서서 했지, 룰이 개정된 후로는 한 명이 하는 게 정석 아닌 정석이 되어 버렸다.
요한도 지금까지 늘 그래 왔고.
하지만, 지금은 파트너 한 명이 필요했다.
왜냐면,
“삐이익-!”
감독님이 1초라도 빨리 집어 넣으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툭-
요한의 요구대로 버클리가 공을 툭 밀어줬고, 공을 넘겨 받은 요한은 전진하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은 생략.
여기서부터 골대까지 다이렉트로 갈 생각이다.
패스를 주고 받는 것 따윈 시간 낭비다.
<요한, 공을 몰고 올라갑니다. 혼자서 갈 생각인가요?>
이게 무슨 미니 게임도 아니고, 아니 미니 게임이라 할 지라도 하프 라인부터 혼자 모든 수비를 돌파할 생각은 어떤 공격수도 하기 어려운 발상.
하지만 요한이다.
요한은 이미 4강 때 이 말도 안되는 일을 실현시킨 전례가 있는 선수.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몸을 긴장시킨다.
저 녀석이라면 진짜로 모두를 제쳐내고 골을 넣겠단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여긴 결승 무대야, 친구.’
간격을 좁히는 레알.
중앙의 수비를 두텁게 세우면서, 쓰리 톱은 수비에 가담하지 않고 전방으로 올라간다.
당연히 수비에 성공할 거라 생각하고, 역습을 준비하는 거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레알은 한 명이라도 더 끌어모아 요한을 막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 했다.
타타탓-!
슬슬 공을 몰고 가다, 본격적으로 피치를 올리기 시작하는 요한.
요한의 네비게이션은 다른 공격수들의 것과는 메커니즘이 좀 다르다.
최종 목적지까지 무조건 직선 거리다.
돌아가는 것 따윈 허용치 않는다.
<비에가가 따라 붙습니다. 그러나, 몸으로 밀고 들어가는 요한!>
비에가가 거칠게 달려 들었다가, 허무하게 튕겨져 나간다.
비에가도 터프할 땐 터프한 스타일의 선수지만 요한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는 그 뒤.
디에고 카사스와 토마스 스테인이 버티고 있는 3선 라인이다.
평소 레알의 수비수들은 이 둘 덕분에 크게 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수비력이 좋은 둘이다.
진공 청소기처럼 중원을 휘젓고 다니며 모든 공을 빨아 들이는 카사스와 스테인이 있기에, 레알은 라 리가 최다 골득실을 기록한 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요한과 마주한 카사스와 스테인은 본인들의 태생적 한계를 경험하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들은 미드필더지 수비수가 아니라는 것 말이다.
<뚫고 나갑니다! 어떻게 저런 폭발력이 나올 수 있죠!>
<저지가 전혀 안됩니다! 마치 럭비 선수들처럼 달려드는데도요!>
카사스와 스테인, 이 둘은 이미 오늘 경고 한 장씩 정도는 각오하고 경기에 나선 상태.
요한을 백 퍼센트 깔끔하게 막긴 힘들 거라는 걸 둘도 이미 인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요한과 직접 몸을 맞부딪히는 순간 이 둘은 깨달았다.
경고 한 장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을.
이 괴물을 막기 위해선, 빨간 카드 정도는 수집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다.
<계속해서 밀고 들어갑니다! 어느새 벌써 아크 정면!>
든든한 방파제가 뚫리고, 요한이라는 자연재해와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레알의 최후방 수비 라인.
수비 리더인 후안 곤잘레스가 가장 먼저 판단을 내린 뒤 앞으로 달려 나왔다.
박스 안에서 기다렸다간 답도 없겠다는 판단.
그러나,
박스 바깥이라고 달라질 건 없다.
주심은 벌써 몇 번이나 휘슬을 입에 물려다 말았다.
요한은 이미 반칙성으로 달려드는 레알의 미드필더들을 뚫고 들어온 상황이었으니.
지난 유로 때의 복수를 하겠다던 곤잘레스는, 복수는커녕 왜 그날 패배를 했었는지 다시금 상기하고 말았다.
‘오른쪽…!’
방향을 예측한 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몸을 던지는 곤잘레스.
누가 봐도 오른쪽으로 돌파할 듯한 모션의 요한이었다.
그러나 곤잘레스가 몸을 던지는 순간.
요한은 발바닥으로 공을 긁으며, 공의 방향을 바꾸고 몸을 뒤틀었다.
덕분에 곤잘레스는 허공에 몸을 던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타타탓-!
열리는 오픈 찬스.
요한의 네비게이션이 음성을 내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뻐어어어어어어어엉-!
불을 뿜는 요한의 오른발.
낮은 탄도로 쏘아진 슈팅이 골대 왼쪽 구석을 향해 쏘아졌다.
슈우우우우우웅-
파아앙-!
그 무시무시한 속도의 슈팅은 애초에도 막기 힘든 것이었지만,
심지어 골키퍼 앞에서 한 번 바운드 되기까지.
그건 야신이 살아 돌아와도 막기 힘든 슈팅이었다.
철썩-!
<드, 들어갔습니다! 고, 고올-! 또 한 번 일을 저지르는 요한 반!>
1초라도 빠르게 집어 넣어라.
슈미트 감독의 지시를 완벽하게 이행하는 요한.
어쩌면 웨스트 햄에서 가장 전술 이해 능력이 뛰어난 건, 카펠로도 벨라미도 아닌, 요한일지도 몰랐다.
*
“씨이이이이발! 이거지!”
“이런 거 처음 보제, 이 개자슥들아!”
“이게 웨스트 햄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다!”
요한의 동점 골이 작렬하자, 웨스트 햄 팬들은 불안감을 한 번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또한,
결승은 다른가 싶었던 생각을 말끔히 지울 수 있었다.
요한이 있는 이상, 결승이라고 다르지 않다.
상대가 누구든 박살낼 뿐이다.
그게 요한이고, 웨스트 햄의 축구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 팬들뿐만이 아니라 웨스트 햄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우리 방식이다!”
“너희도 억울하지? 우릴 상대해왔던 모든 팀들이 그 감정을 느꼈었다고!”
태어나 처음 밟아보는 챔스 결승이라는 무대.
그 생소했던 공기가, 원래 알고 있던 편안한 공기로 바뀌는 느낌이다.
결승이라고 다를 것 없다.
챔스 결승도 90분간 11명과 11명이 공 하나를 두고 펼치는 똑같은 축구일 뿐.
웨스트 햄 선수들에게 축구란 무엇인가.
축구란 스물 두 명이 90분 동안 뛰어다니다가, 요한이 골을 넣는 스포츠다.
오늘도 축구는 그런 불합리한 스포츠가 될 것이다.
“자, 이제 시작이다!”
“집중해보자! 우리의 축구를 하자고!”
요한의 골 한 방으로, 웨스트 햄의 사기가 충천했다.
*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하게 굳듯.
요한의 동점 골 이후 웨스트 햄의 플레이는 경기 초반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훨씬 더 안정된 느낌.
반면 레알은 상당히 신중해진 느낌이었다.
공을 잡았다 하면 일단 공격하고 보던 초반과 달리, 15분 이후부터 레알은 최대한 점유율을 높이며 공을 소유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대에게 킥오프를 주는 것조차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몸으로 느껴버렸으니.
완벽한 상황이 아니라면 쉽게 공격을 시도하기 두려운 거다.
게다가 오늘은 결승 단판.
이후의 기회는 없다.
아무리 레알이라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폭풍이 거세게 몰아친 뒤로, 약간의 소강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번 세게 얻어 맞은 레알이 쉽게 들어가지 못하네요.>
그런 소강상태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물론 아예 공격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레알은 대부분의 시간을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데 할애했다.
전반 종료 막판, 파브리시우가 또 한번 오른쪽 측면을 부수고 들어가며 찬스를 만들어내나 싶었지만, 확실히 정신을 차린 페트로비치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며 상황을 종료시켰다.
“삐익, 삐이익-!”
그렇게 1대1, 전반이 마무리 되었고 경기는 후반으로 이어졌다.
*
“감독님.”
“음?”
“솔직히, 좀 다시 봤습니다.”
“뭐를.”
“확실히 연륜은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전 전혀 냉철함이 유지가 안 되는데, 감독님은 그래도 유지하고 계시네요.”
후반전이 시작되기 직전.
제이미 코치가 벤치에 앉으며 얘기했다.
솔직히 좀 감명을 받았다.
하프 타임 동안, 슈미트 감독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말이다.
올 시즌 마지막 45분을 위한 마지막 하프 타임.
슈미트 감독은 많은 고민을 하며 라커룸으로 향했었다.
하프 타임 동안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어떤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최선일까에 대해.
그 고민 끝에 슈미트 감독이 했던 말은 간단했다.
“나 뿐인가? 우리가 그 동안 만들어온 이 드라마의 결말을 알 것 같은 게. 아니, 나 뿐만이 아닐 거다. 여러분들도 다 알고 있을 거다. 다들 이미 답을 알고 있지. 이 드라마가 어떤 결말로 막을 내릴 것인지.”
“의심하지 마라. 확신을 가져라. 난 이미 전반전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은 우리가 질 수 없는 경기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며 후반전에 임해주길 바란다.”
슈미트 감독은 확신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근데, 그 이유라는 게 뭡니까? 저한테는 얘기해 주시죠. 역시 요한이죠?”
“너도 네가 스스로 생각해봐라.”
“끄응.”
“정답은 없어. 11명이 각자 다른 답을 생각해도 상관 없다. 확신만 생기면 돼. 난 그걸 심어주고 싶었을 뿐이다.”
“흐음. 멋진데요.”
“감독이란 직업은, 때론 쥐뿔도 없어도 있는 척을 해야 하는 법이지.”
솔직히, 승리에 대한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절대적인 믿음의 요한이가 있다지만, 상대도 결승전의 레알이다.
후반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슈미트 감독에게도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확신을 가져야 했다.
“이제, 지켜보자고. 마지막 45분을.”
“제가 생각하는 뻔한 결말이길 바랍니다.”
“그럴 거다. 올 시즌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고, 요한이니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뻔한 결말을 싫어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마침내 모든 벽을 넘어서고,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그런 결말.
뻔하지만, 그렇기에 모두가 바라는 결말이다.
슈미트 감독은 그 뻔한 결말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