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89)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89화(189/202)
< 188화 – 한여름 밤의 꿈 >
요한은 순수하게 기뻤다.
모든 게 끝났다.
그것도 아름답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결말을 지었다.
“우리가 우승이라니···!”
“해냈어···! 해냈다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해 감격하는 동료 형들.
“와아아아아아아!”
미쳐 날뛰며 환호하고 있는 팬들.
저 팬들 사이에서 함께 기뻐하고 있을 가족들.
‘이제···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리고, 스스로도.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모두가 만족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는 없다.
요한은 그라운드 한가운데 서서, 가슴이 시원해지도록 외쳤다.
“해방이다아아!”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결과는 분명 실망스럽겠습니다만, 레알은 확실히 강한 팀이었습니다. 내년 시즌에도 틀림없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남겠죠.>
경기장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 시상식이 이어졌다.
침울한 표정으로 준우승 메달을 수여 받는 레알 선수들.
그런 레알 선수들에게 위로와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다.
“고개를 들어라! 준우승도 잘한 거다!”
“그래! 요한이라는 자연재해를 막지 못했을 뿐! 너희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도 꽤 강한 상대였다고, 너희들!”
웨스트 햄 팬들의 위로가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맞는 말이다.
준우승도 잘한거지.
디펜딩 챔피언인 레알에겐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이어서 우승 메달 시상과, 웨스트 햄의 빅이어 세레머니가 이어지겠습니다!>
레알의 차례가 끝나고, 이어서 웨스트 햄의 시상 차례.
선수들이 거대한 환호를 받으며 한 명씩 시상대로 향했다.
“의지가 느껴지는 멋진 수비였어요.”
“감사합니다.”
“죽을 힘을 다 했죠, 뭐.”
제프 휴리첼을 시작으로, 마틴 페트로비치, 다니 기마랑이스, 미카엘 옌킨슨, 셰이 벨라미, 이상 레알을 1득점으로 틀어막은 수비진이 메달을 목에 건다.
분명 개인 능력 만으론 레알의 쓰리톱을 막아내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들은 투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 넷의 끈질긴 수비가 없었다면, 레알을 조급하게 만들지 못했을 것이고, 어쩌면 초반에 게임이 터졌을지도 모른다.
오늘 웨스트 햄의 승리엔 이들의 공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지치지 않고 뛰는 모습, 정말 감명 깊게 봤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마, 할 줄 아는 게 이거 뿐이라예.”
이어 팀 고든, 다니엘레 카펠로, 조너선 네이슨, 제이콥 버클리, 이상 미드필더 진이 메달을 수여 받았다.
수비진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투지를 보여줬다.
고든과 네이슨, 버클리는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 하면서도 엄청난 수비 가담을 보여줬고, 이들이 아니었다면 수비진이 과부하를 겪었을 것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레알의 공세를 잘 막아낼 수 있었다.
“어딘가 아쉬워 보이는군요. 아쉬워하지 말아요. 훌륭한 활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듯한 카펠로에겐 유에파 회장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오늘, 개인으로선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카펠로다.
하지만, 카펠로는 레알에게 점유율을 완전히 내주지 않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공이 넘어왔을 때, 카펠로가 없었다면 후방에서 공을 소유해줄 사람이 없었을 테니.
공격 포인트는 없었더라도, 카펠로는 분명 제 역할을 다했다.
카펠로도 알고 있었다.
사실, 아쉬운 것도 요한에게 어시스트를 하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말 엄청난 득점이었습니다. 마지막을 기쁨으로 장식해서 내가 다 뿌듯하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요한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은퇴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는 거죠?”
“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그동안 멋진 활약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쉬운 듯, 요한과 가볍게 포옹을 나누는 유에파 회장.
오늘 경기가 축구계 최고 스타의 마지막 경기라는 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요한이 등장한 이후, 요한이 참가했던 대회들은 모두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유로도 그랬고, 이번 챔피언스 리그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 흥행을 이어가주었으면 좋겠지만, 본인의 선택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
“축하드립니다. 멋진 팀을 만드셨습니다.”
“제가 한 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슈미트 감독이 메달을 걸었다.
겸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오늘 이 메달을 목에 거는데 있어, 자신이 기여한 건 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슈미트 감독이었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오롯이 선수들의 몫.
그래서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자, 이제 빅이어가 우승 팀의 주장, 팀 고든에게 전달되겠습니다!>
메달 수여가 끝나고, 이제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할 차례.
유에파 회장이 웃으며 빅이어를 고든에게 전달했다.
“묵직하네···”
‘West Ham United’라는 각인이 새겨진 빅이어를 보물처럼 소중히 건네받는 고든.
유럽 챔피언을 상징하는 이 트로피가 자신들의 것이다.
불과 2년 전, 아니 1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 품 안에 들어왔다.
“자.”
그 소중한 빅이어를, 고든은 요한에게 내밀었다.
요한이 고개를 갸웃이자, 고든은 팔이 아프다며 빨리 받으라며 재촉했다.
“좀 들어주라. 이거, 너무 무거워서 난 못 들 것 같아.”
“제가요?”
“응.”
하는 수없이 빅이어를 건네받는 요한.
곧 수많은 손들이 요한의 등을 떠밀었고, 요한은 빅이어를 든 채 선수들 앞으로 나왔다.
“멋드러지게 들어봐!”
“오오오오오오-”
손을 아래 흔들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선수들.
요한은 그런 동료 형들을 한 번 바라본 뒤, 무릎을 굽혔다 펴며 빅이어를 힘차게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챔피언!”
2028/29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의 차지였다.
*
결승전의 모든 일정이 끝난 뒤, 베를린의 밤은 광란 그 자체였다.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마음껏 파티를 즐겼다.
모든 방의 문은 열려 있었고,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승리의 밤을 즐겼다.
아빠 : 마음껏 즐기렴. 정말 고생 많았다.
요한은 아빠의 허락을 받고, 마음껏 맛있는 음식들을 즐겼다.
거의 호텔 음식들을 모두 거덜낼 것처럼 포식했다.
이제 요한을 막을 사람은 없다.
식단 관리? 그런 걸 왜 해.
이제 자유다.
“후우, 후우.”
“아니, 무슨 경기 때도 안 하는 호흡 조절을 해가면서 먹냐. 배부르면 그만 먹어.”
“하지만 맛있어요.”
“많이 참긴 했구나.”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는 요한을 보며 고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경기할 때보다 더 열심히다.
대단한 놈.
“뭐야. 아직도 먹고 있어?”
“그러다 배 터지겠다.”
하나 둘씩 라운지로 모이기 시작한 선수들도 요한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그렇게, 어느새 모든 선수들이 라운지에 모였다.
“난 아직도 꿈 같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아.”
“꿈같지만 현실이야. 저게 저기 있잖아.”
테이블 위에 자랑스럽게 놓여져 있는 빅이어를 바라보며 웃는 선수들.
저게 왜 여기에 있는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그만큼 멋진 일을 해냈다.
“다들 고생 많았다. 정말 멋진 시즌이었어.”
“그러게. 아마 내 인생 최고의 시즌이 아니었을까.”
“앞으로 이런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야.”
허심탄회하게 한마디씩 하는 선수들.
정말 꿈만 같은 시즌을 보냈다.
리그에선 무패로 우승을 차지했고, 첫 출전한 챔피언스 리그에선 거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는데, 이 녀석이 들어온 이후로 많은 게 달라졌어.”
요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빙긋 웃는 고든.
여기 있는 선수들 중 가장 오랫동안 이 팀에 몸 담은 고든은 유독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아마 이런 날이 올 거라고 가장 상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고든이겠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웨스트 햄은 챔스 우승은커녕 유로파 진출이 목표였던 팀이었다.
그랬던 팀이, 지금은 빅이어를 한쪽에 세워두고 파티를 즐기는 팀이 되었다.
“다 네 덕분이다, 꼬맹이.”
그 과정을 함께한 고든이기에 단언할 수 있었다.
팀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모든 이유들을 만들어낸 건 요한 한 명 덕분이라고.
요한이 팀에 들어온 이후로 모든 변화가 시작되었고, 녀석이 굴린 눈덩이는 어느새 산사태가 되어 축구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한 소년의 힘으로, 그저 그런 중위권 팀이 유럽 최정상 팀이 된 것이다.
“그동안 덕분에 행복했다, 꼬맹이.”
“나도. 즐거웠어.”
“나에겐 네가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요한!”
“마, 너의 동료였다는 게 내 인생 최고의 자랑이다!”
여전히 접시에 코를 박고 있는 요한에게 웃으며 한마디씩 하는 선수들.
오늘로써 끝이다.
요한과 함께 뛰는 것은.
아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정상에서 헤어지는 것이니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룰 수 있는 건 모두 다 이뤘다.
그러니, 웃으며 헤어질 수 있잖아.
“······꺼억-!”
“어으, 씨.”
도저히 더 먹겠는지, 요한이 배를 두들겼다.
짜식이.
형들이 진심을 털어 놓았는데, 음식에 정신이 팔려 듣고 있지도 않았나 보다.
필드 위에선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이럴 때마다 실감이 된다니까.
이 녀석이 고작 17살이라는 게.
하지만, 사실 요한은 다 듣고 있었다.
“근데···”
“응?”
“꼬맹이요? 너요?”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요한.
그러고 보니, 다들 갑자기 말들이 짧아졌다?
선수들이 모두 껄껄 웃었다.
“뭐, 인마! 꼬맹이를 꼬맹이라 부르지!”
“이젠 경을 붙여줄 이유가 없다구!”
“꼽냐? 꼬우면 은퇴 번복하든지!”
“···”
이 형들이 감히!?
요한은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배가 너무 불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쳇. 한 번만 봐준다.
ㆍㆍㆍ
“와아아아아아!”
런던 히드로 공항.
베를린에서 돌아온 웨스트 햄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진다.
선수들을 공항까지 마중 나온 웨스트 햄 팬들이 내는 환호성이었다.
“요한 반! 요한 반!”
“멋졌다! 모두!”
“어이! 어이! 유럽 챔피언들!”
말 그대로 금의환향.
거사를 치르고, 비행의 직후라 약간은 피곤했던 선수들도 그런 팬들을 마주하자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유럽 챔피언이라.
“마! 맞습니더! 우리가 유럽 챔피언입니데이!”
“와아아아아!”
신이 난 버클리가 팬들을 향해 소리치자 팬들이 더 큰 환호성을 내지른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럽 챔피언의 팬들!”
다른 선수들도 웃으며 팬들에게 인사한다.
전쟁에서 이겨 돌아온 군인들도 이 정도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요한아.”
“예?”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슈미트 감독이 요한을 불렀다.
그리고, 큰 가방 하나를 열어 묵직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곤 그걸 요한에게 건네주었다.
“모두에게 보여줘라.”
“예.”
묵직한 트로피를 들고 팬들 앞으로 나서는 요한.
빅이어다.
“와아아아아아아!”
“찰떡이다!”
“그대를 위해 만들어진 트로피요!”
“요한 갓! 요한 갓!”
요한이 빅이어를 들어보이자, 팬들은 실신할 듯 소리를 질렀고, 요한도 피식 웃었다.
이런 환영,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
“고생했다.”
“고생했어, 우리 막내!”
멋진 결과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요한을 가족들은 격하게 환영해 주었다.
“정말 고생 많았다. 요한아.”
요한도 느낄 수 있었다.
아빠의 포옹에, 고생 많았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요한도 아빠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방에 들어가 봐. 너희 아빠가 큰맘 먹고 선물을 준비했어.”
“선물이요?”
웃으며 요한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는 엄마.
선물? 무슨 선물?
요한은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얼빠진 얼굴로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 진심인가?
“마음에 드냐? 말 그대로, 진짜 큰맘 먹었다.”
방엔 누텔라 통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쌓여 있었다.
마음에 드냐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