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9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91화(191/202)
< 190화 – 바보들 >
“으아아! 어떻게 온 찬스를 그 따위로 날려 먹냐! 으아아아!”
“저거, 저거 진짜! 대체 왜 쉬운 것만 골라서 놓치는 거냐!”
“쩝, 쩝.”
경기 내내 로한과 반석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요한이 보기에도 좀 안타깝긴 했다.
팀이 첼시에게 완전히 끌려가고 있었거든.
경기는 상당히 답답했다.
“쩝, 이상하네. 왜 저러지.”
희한한 일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함께 뛰었던 형들이 그대로 있는데, 매번 이겨왔던 첼시에게 힘을 못 쓰는 것일까.
분명 못하는 형들이 아닌데.
아니, 뭐.
엄청 잘하는 건 아니어도, 열심히는 하는 형들인데.
열심히 하면 이겨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카펠로, 그래! 네가 해라!”
“매과이어한테 주지 마! 네가 해!”
“아오! 매과이어한테 주지 말라니까!”
“미치겠네. 저놈은 진짜 쓸데없이 움직임은 좋아서!”
“차라리 움직임이라도 좋지 말든가! 저런 움직임을 가졌으면, 골 결정력도 가지든가!”
후반 30분, 매과이어가 또다시 결정적인 찬스를 날렸을 때.
거실엔 소파 쿠션들이 나뒹굴었다.
티비 속의 카펠로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카펠로가 항상 시니컬하긴 해도, 경기 중에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요한은 처음 봤다.
“아, 졌다···”
“조졌네. 2주 만에 6위에서 8위로···”
결국 경기는 웨스트 햄의 패배로 끝이 났다.
스코어는 2대3.
티비 속 첼시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
푹 고개를 숙이는 옛 동료 형들과, 무거운 표정을 한 슈미트 감독님의 얼굴도 보였다.
어째, 몇 개월 전보다 감독님의 머리가 더 하얘지신 것 같다.
그 모습을 본 요한은, 잠시 말없이 있었다.
그리곤, 치즈볼 통의 뚜껑을 닫았다.
“저녁이나 먹어요.”
“안 되겠다. 오늘은 뭐 해 먹을 기분이 아니네. 외식이나 하자.”
*
-[실시간] 요한 목격함 ㄷㄷㄷ···jpg
└저거 요한임?
└와 전설의 포켓몬
└4개월 만의 근황 뭔데
└풍채 보소 ㅋㅋㅋ
└떡대 왤케 커짐? 거의 빅벤인데?
└요한이 많이 불어났네 ㅋㅋㅋ
└요한이 행복하게 잘 지냈구나··· 행복이 많이 쪘네
└복귀 해줘··· 우리 눈 높여 놓은 거 책임 지라고···
└근데 저 몸으론 복귀해도··· ㅋㅋㅋ
└저 몸으로 뛰어도 매과이어보단 잘할 듯
└ㅇㅈ
└운동 선수들 몸 모름? 각 잡고 몇 달만 운동해도 쫙쫙 빠짐
└반돈신이네 반돈신 ㅋㅋ
“어, 요한아. 누가 네 사진 찍어서 올렸다.”
“나?”
“응.”
그랜드 스테이트 파크 호텔 라운지.
식사를 하며 해머스 닷컴을 눈팅 중이던 로한이 핸드폰을 보다 말했다.
간만에 요한이와 함께 하는 외출.
누군가 요한이를 발견하곤 사진을 찍었나 보다.
어쩔 수 없는 유명인의 삶.
아니, 요한이는 그냥 유명인 정도가 아니지.
스트랫포드 구역에선 그냥 신이니까.
“뭐라는데.”
“너 살 많이 쪘다는데?”
“흠.”
사실 뭐, 요한이라고 여름 내내 집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가끔은 산책도 하고, 마트에도 가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긴 했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귀찮은 일들이 생기곤 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해도 스트랫포드 사람들이 요한을 몰라볼 리가 없지 않나.
“많이 찌긴 했지.”
“쩝, 쩝.”
다 저 말도 안 되는 식성 때문이었다.
은퇴 후, 안 그래도 컸던 요한의 덩치는 더욱 불어난 상태였다.
운동 선수들이 은퇴 후, 몸무게가 불어 나는 일은 꽤 흔한 일이었다.
그야 당연한 게, 운동량이 일반인보다 월등히 많은 선수들은 먹는 양도 많을 수밖에 없다.
움직인 만큼 채워주지 않으면 회복이 되지 않으니까.
근데, 은퇴를 해버리면?
식성을 쉽게 바꾸기란 어려워서,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운동량은 현저히 적어진다.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한의 먹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불과 몇 개월 만에 선수 때보다 풍채가 몰라보게 좋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먹는 거에 비하면 말라깽이긴 해.”
“먹는대로 다 살로 갔으면, 이미 200킬로그램이 넘었겠지.”
그나마, 먹성만큼 요한의 기초대사량도 어마어마한건지.
로한과 반석호의 말대로 먹는 만큼 살이 찐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근육까지 늘어난 느낌이랄까?
살이 축축 처지는 살이 아니라 땡땡해서, 겉으로 보기엔 살이 쪘다는 느낌이기보단 풍선처럼 부푼 느낌이다.
뭐, 아무튼.
아무리 은퇴를 했다 해도, 비만이 되면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반석호는 최대한 요한을 자제 시키려 노력하고 있긴 했다.
물론 타협은 쉽지 않았다.
아빠가 자제를 시키려 할 때마다, 요한이 “우승했을 땐 마음껏 즐기라고 했으면서요!”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었으니까.
“아빠. 요한이 쟤, 만약에 복귀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못 뛸 것 같지 않아요?”
“하하. 아마 45분 뛰기도 벅차할 것 같은데.”
“에이. 45분은 좀 심했고. 아마 10분 뛰고 헥헥 댈 것 같은데요?”
“하긴. 5분마다 터치 라인으로 나와서 초코바 하나 먹고 다시 들어가겠지.”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는 로한과 반석호.
그런 둘을 아랑곳하지 않고, 요한은 하던 식사나 열중했다.
10분이 아니라 1분도 못 뛴다 한들,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뛸 일이 없는데 말이야.
“···”
그래도 10분도 못 뛸 거라는 건 좀 심하지 않냐? 살도 얼마 찌지도 않았구만.
······그래. 좀 찌긴 했다.
씨이.
ㆍㆍㆍ
“미치겠네. 대체 뭐가 문제지?”
“뭐가?”
“후··· 아냐. 고민거리가 좀 있어서.”
“그니까, 뭔데.”
부엌에서 물 한 잔 마시는데,
거실서 로한이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도저히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한숨을 내쉬고 있어서 요한이 묻자, 로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팀 말이야. 솔직히 8위까지 떨어질 팀은 절대로 아니거든. 지난 시즌이랑 달라진 거라곤, 최전방 공격수 한 명 뿐이잖아.”
“근데?”
“근데 그 한 명의 차이가 너무 크네. 매과이어를 살려야 하는데, 감독님 얘기를 들어보니 시간이 좀 필요한 모양이야.”
자기가 물어봐 놓고 별 관심 없다는 표정의 요한이었지만, 로한은 고민 거리를 술술 털어 놓았다.
아빠도 아빠지만, 형은 요즘 특히 더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팀의 성적 때문이다.
아빠야 그냥 한 명의 팬일 뿐이지만, 형은 팀에 소속된 사람이기 때문인 듯 했다.
그러게 잘들 좀 하지.
왜 이렇게 형을 힘들게 해.
“하아. 아무튼 매과이어의 폼만 빨리 올라오면 좋을 것 같은데. 이건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 열심히 한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니까.”
“그래, 뭐··· 네 말이 맞다. 휴, 멘탈 정화 좀 해야겠다.”
로한은 노트북을 덮고는 티비를 켰다.
그리곤 티비와 핸드폰을 연결해, 영상 하나를 틀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을 때마다 로한이 돌려 보는 영상이다.
[신의 몸에 깃든 신의 재능,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 요한 반 스페셜]“몇 번째 보냐, 이걸.”
“이거만 보면 마음이 편해져. 고민이 사라지고.”
요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은 이 영상만 수백 번을 봤을걸?
질리지도 않는지.
“여기서, 빵! 미친 중거리. 브금도 미쳤다니까.”
이거 봐라.
몇 분 몇 초에 무슨 장면이 나오는지 다 외울 정도로 봤으면서, 아직도 재밌는지 실실 웃는다.
이 소중한 동생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대.
“야, 근데 요한아.”
“응?”
“저기 있는 요한이는 어디 가고, 지금은 뚱땡이만 남았냐?”
“···뚱땡이?”
소중한 동생한테 뚱땡이?
뚱땡이? 뚱땡이? 뚱땡이?
“형이라고 봐줄 줄 알지?”
“아, 알았어! 항복! 항복! 나 죽는다고! 켁, 켁!”
별로 힘주지도 않았는데 엄살은.
“아, 근데 이건 볼 때마다 살짝 아쉽다니까. 한 10분 정도만 더 긴 버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너무 짧아.”
어느새 영상이 끝나고, 로한은 연관 동영상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뭘 볼까나···”
[축구 황제, 펠레 희귀 영상 모음] [아르헨티나의 영원한 영웅, 교주 디에고 마라도나 스페셜] [캄프 누의 신 ‘메갓’ 리오넬 메시 스페셜]“이야, 요한아 이거 봐라. 알고리즘도 인정하는 거야. 네가 펠마메 라인이라는 걸.”
“펠마메 라인이 뭔데.”
“펠레, 마라도나, 메시. 3대장. 역대 최고 축구 선수 라인 말여.”
“그 셋이 3대장이야? 나는?”
요한의 물음에 로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순수 실력으로만 보면 네가 1대장이라고 생각해. 근데···”
“근데?”
“누적이라는 게 있잖아. 그걸 무시 못하거든. 호나우두나 호나우지뉴가 왜 저 라인에 못 끼겠어. 단기 임팩트로는 밀릴 게 없지만, 누적이 안 되거든.”
흐음. 그래?
요한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난 몇 위인데.”
“내 마음 속엔 1등.”
“형 생각 말고.”
“···의견이 분분하긴 해. 널 1위로 놓는 사람도 꽤 많아. 근데, 주류 의견은 4위야.”
“저 3대장 다음이라는 거네?”
“솔직히 개 대단한거지. 두 시즌 뛰고 역대 4위 라인에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되냐? 그만큼 네가 보여준 게 대단했던 거라고.”
알아.
좀 대단하긴 했지.
“이건 정말 내 개인적인 의견인데, 내 순위는 이거야. 1등 너. 2등 메시. 3등 펠레, 마라도나 공동.”
“펠마메라며? 왜 메시가 2등인데?”
“메시가 월드컵만 먹었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겠지. 모두가 메시를 1위로 뒀을걸. 근데 그 놈의 월드컵이 없어서 그렇지. 솔직히 나도 이해는 해. 월드컵 없으니까 펠레, 마라도나 다음으로 평가받는 것도.”
“흠.”
요한이 아무리 축구 문외한이라지만, 리오넬 메시라는 이름 정돈 알고 있었다.
아빠가 자주 이야기하던 선수였으니까.
“월드컵이 그렇게 중요해?”
“중요하지.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 대회인데. 메시처럼, 너도 똑같아. 너가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우승시켰다면, 네가 1위에 올랐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야.”
“흠.”
“근데, 단순히 월드컵이 없다는 이유로 순위가 내려간거지. 펠레랑 마라도나는 그 월드컵 우승이 있거든.”
로한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영상을 재생시켰다.
디에고 마라도나의 영상이다.
“크으, 1986 월드컵. 마라도나가 이때 아르헨티나를 우승시켰어. 봐봐.”
“태어나기 몇십 년 전의 이야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난 너랑 다르게 축구에 대해 좀 아니까.”
“그래, 그래. 난 축구를 몰라도 역대 4위긴 해.”
심드렁하게 마라도나의 영상을 보는 요한.
그런데, 확실히 다른 느낌이 전해지긴 했다.
“저 경기가 월드컵 경기라는 거지?”
“응. 열기 미쳤지?”
요한이 뛰어 봤던 리그 경기나, 챔스나.
그 열기는 정말 대단했었다.
그런데,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열기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인 듯 보였다.
뭐랄까.
단순한 축구로 보이지 않는다.
전쟁 같다고 해야 하나?
축구를 잘 모르는 자기가 봐도, 그 열기가 화면 너머로 느껴진다는 게 요한은 조금 신기했다.
“하아. 근데 이거 보니까 또 이번 월드컵이 고민이네. 매과이어가 살아나야 하는 건 우리 팀뿐만이 아니라 대표팀도 마찬가지인데.”
갑자기 다시 한숨을 내쉬는 로한.
어쩌다 보니 웨스트 햄과 잉글랜드 대표팀, 두 팀에서 요한의 공백을 메우게 된 메이슨 매과이어다.
그 매과이어의 폼이 좋지 않아, 웨스트 햄과 대표팀 모두가 고민에 빠져 있다.
웨스트 햄은 이대로 쭉 가면 유로파도 간당간당하게 생겼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잘해도 16강이나 8강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을 받고 있다.
요한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유로에서 압도적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컵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잉글랜드 대표팀이 말이다.
“참 축구라는 게 쉽지 않다, 쉽지 않아.”
“쉽던데.”
“둘 중 하나인데. 형님의 이 모든 고민이 사라질 수 있는 방법. 하나는 매과이어가 한창 좋았을 때의 폼을 되찾는다. 근데, 이건 완벽하진 않아. 폼 찾는다고 월드컵 우승급이 되는 건 아니니까. 나머지 하나가 정말 완벽한 해결책인데···”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요한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로한.
“···뭘 봐?”
“완벽한 해결책이 여기 있는데···”
“뭘 보냐고.”
“하, 있는데 쓸 수가 없네···”
···뭐 어쩌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