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9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92화(192/202)
< 191화 – 바보들 >
-[월드컵 예선 최종전] 잉글랜드, 에스토니아 꺾고 조 1위 월드컵 직행 성공!
-[2030 월드컵] 내일 8시, 조 추첨 시작··· 잉글랜드에게 최상의 조는?
-[2030 월드컵] 조 추첨 완료! 잉글랜드, C조 확정··· 32강은 문제없을 듯
-월드컵 조 추첨 총정리! 죽음의 조는? ‘A조와 F조’
-잉글랜드, 32강 진출 시 상대는?
요한이 없어도 잉글랜드는 무난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애초에 뭐, 32개국이 진출하던 시대에도 항상 본선까지는 잘 갔던 잉글랜드니까.
48개국이 참가하는 요즘 시대에야 본선 진출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문제는 본선이 아니라, 그 이후의 토너먼트인데.
잉글랜드가 이번 월드컵에서 노렸던 건 우승이었다.
64년 만의 우승.
이번이 적기라고 봤다.
유로 우승도 했고, 그 유로 우승 멤버들 모두가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점, 또한 오랫동안 팀을 맡아 온 라니스터 감독 체제가 공고하다는 점 등.
잉글랜드는 확실히 본선에서도 강팀으로 분류될만 했고, 우승 후보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전력을 갖춘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들은 다 부가적인 것에 불과했다.
애당초, 잉글랜드가 우승 후보로 꼽혔던 건 어디까지나 요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로 우승을 했던 것도 요한의 캐리가 아니었나.
요한이 없었다면, 잉글랜드가 그렇게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 요한이 은퇴하자 잉글랜드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프랑스 등에 밀려 우승 후보에서 내려온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그러한 평가는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역시 문제는 9번, 스트라이커였다.
└토트넘에서 쟬 왜 팔았겠음? 폼 떨어진 거 눈치 까고 팔아 버린거지.
└라이벌 구단한테 선수를 덥썩 샀으면 안 됐어. 의심을 해봤어야 했다고
└그땐 어쩔 수 없었던 거 다들 알잖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매과이어 쓸 바에 차라리 케인이 낫지 않음? 지금 폼만 따지면 차라리 케인이 나을 듯
└케인은 나이가 너무··· 주전으로 쓰는 건 불가능함
여름 이적 시장 때, 토트넘에서 웨스트 햄으로 이적한 메이슨 매과이어.
매과이어는 이미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였고, 원래 2030 월드컵 때까지도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자리를 책임질 선수로 평가 받았었다.
하지만 요한이 등장한 뒤, 대표팀에서 매과이어의 자리는 벤치였다.
그때부터였을까?
공교롭게도 요한과 웨스트 햄이 두각을 드러내면서부터, 토트넘의 성적은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고, 매과이어의 폼도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올 시즌엔 어떤가.
자신의 커리어 중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매과이어였다.
뭐, 이해는 된다는 여론도 있었다.
웨스트 햄과 잉글랜드 대표팀.
두 팀에서 요한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된 매과이어 아닌가.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냥 저냥 잘 했던 선수도 아니고, 역대급 선수의 뒤를 잇게 되었으니.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그런 매과이어의 사정에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건 결과.
리그에서 어떤 폼을 보여주고, 그 폼을 월드컵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 그래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냐 하는 결과가 중요할 뿐이었다.
대부분은 동의하고 있었다.
지금의 메이슨 매과이어로는,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없다.
우승은커녕 4강도 간당간당하다.
그래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목소리가 바로 요한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였다.
└답은 하나다··· 단기로라도 복귀 해야 됨
└라니스터 뭐 하냐? 매일 밤 찾아가서 바짓가랑이 잡고 빌어야 할 거 아냐
└이미 그러고 있을지도 모르지
└독일이랑 프랑스 놈들이 요한 은퇴 축하하던 거, 다 이유가 있었다니까
└요한이만 있으면 아무 걱정 없는데
└부디 거국적인 결정을···!
└요한 복귀 기원 97일차
처음에야 팬들이 내는 목소리였다.
웨스트 햄 팬들은 뭐 진작에, 리그 우승이 가까워졌을 때부터 은퇴 번복을 바랐었고.
다른 팬들은 요한을 상대하지 않아 좋으면서도, 잉글랜드 대표팀이 삐걱대는 걸 보곤 ‘요한의 웨스트 햄 복귀’는 반대하지만, ‘대표팀 단기 복귀’는 가능하다며 복귀를 바랐다.
그런데, 팬들만 내던 그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건 월드컵이 슬슬 코앞으로 다가오면서부터였다.
-[평가전] 잉글랜드 1 : 2 스웨덴
-주전 전원 출격했지만 스웨덴에게 패배한 잉글랜드, 골 결정력 문제 심각
-[평가전] 잉글랜드, 헝가리와 충격 무승부
-‘슈팅 16개나 하고도···’ 메이슨 매과이어, 6개로 팀내 최다 슈팅, 그러나 무득점
-[평가전] 잉글랜드 1 : 3 네덜란드
-평가전 1무 2패···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월드컵 D-57] 잉글랜드, 이대로 괜찮은가?
겨울이 지나고, 월드컵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잉글랜드 대표팀은 세 번의 평가전에서 1무 2패의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두었다.
사실 평가전의 결과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이건 심각했다.
특히 스웨덴과 헝가리는, 지난 유로 때 박살을 냈었던 팀들이 아닌가.
그런 두 팀에게 지거나 비기고 말았으니,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여론은 나라 전체로 퍼져, 결국 일이 커지고 말았다.
무려 ‘영국 왕실’에서, 요한의 복귀를 바란다는 성명문을 낸 것이었다.
ㆍㆍㆍ
“귀족 나으리.”
“?”
“귀하께서는, 영국 왕실에게 기사 작위를 하사 받은 귀족이 맞으시지요?”
“맞다.”
“그럼, 왕실의 명을 받들 의무도 있으시겠네요.”
“명이라?”
귀족 얘기를 꺼내자 말투부터 바뀌는 요한을 보고 로한은 웃음을 참았다.
요 단순한 녀석.
“아직 못 들으셨습니까? 왕실에서 귀하에게 성명문을 하사하셨습니다.”
“읊어보아라.”
“왕실에서는, 국가의 명예를 위해 귀하께서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시길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요.”
“···뭐라? 농담하지 말거라.”
“진짜입니다, 나으리. 이걸 보시지요.”
“······진짜네.”
머리를 긁적이는 요한.
진짜다.
왕실에서, 자신이 잉글랜드를 위해 월드컵에서 뛰어줬음 한다는 말을 했다.
“경이 몇 등급 훈장을 받으셨었죠?”
“3등급.”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1등급 훈장을 수여할 수도 있다는데요?”
“1등급···?”
1등급 훈장을 준다고?
그건 좀 흥미로운데.
솔직히, 3등급 훈장을 받았을 땐 좋았는데.
그게 생각처럼 막 대단한 건 아니었다는 걸 요한은 뒤늦게 깨달았었다.
근데, 1등급이면 다르지 않을까?
“흠.”
요한은 턱을 쓰다듬으며 상상에 잠겼다.
*
일단 일이 커졌으니, 요한으로서도 가만히 있긴 어려웠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대로 잠깐 복귀를 하든, 아니면 니들 일은 니들이 알아서 하라고 거부를 하든.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 같았다.
복귀를 해야 할 의무는 전혀 없었다.
뭐 왕실에서 원한다지만, 명령도 아니고 부탁이니 무조건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고.
월드컵이 한 달 정도로 짧다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긴 시간이기도 해서.
무지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은 됐다.
워낙 복귀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요즘 안 그래도 아빠와 형을 보면 좀 안타까울 때가 있기도 했다.
팀 성적이 안 좋아서 웃는 날이 별로 없었거든.
물론 그 둘 뿐만 아니라, 팀 동료 형들이나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벨라미 : 요한아
벨라미 : 자니?
벨라미 : 형 술 한 잔 했다···
벨라미 : 요즘 좀 많이 힘드네···
벨라미 : 그냥 갑자기 너 생각이 나서···
벨라미 : 잘 지내지?
이런 문자를 보낼 정도면 힘들긴 힘든 모양이다.
에휴.
“아, 이 바보들. 진짜.”
고민을 거듭하던 요한은 머리를 세차게 긁으며 결국 체념하고 말았다.
ㆍㆍㆍ
“뭐? 그게 정말이야? 진짜로?”
“진짜냐?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마음을 먹은 거야? 그 녀석이?”
“뛰겠다고 했다고?”
“녀석이···? 흠. 재밌게 됐네.”
“됐어! 됐다고!”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로한, 반석호, 슈미트 감독, 라니스터 감독, 그리고 옛 팀 동료들까지.
또한 모든 프리미어 리그 팬들과, 전 세계 축구 팬들까지도.
요한의 결심 하나에 전 세계가 뒤집어졌다.
-요한 반, 깜짝 복귀 선언··· “월드컵만.”
-크리스 라니스터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요한 복귀 대환영··· 모든 고민 사라져.”
-맥마나만 구단주, “원한다면 언제든 팀으로 복귀도 가능. 자리는 만들면 그만.”
-요한 복귀에 전 세계 반응은? “축구 팬으로서는 기쁘지만, 자국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재앙.”
-‘해볼만 하다’던 같은 조 국가들의 공통적인 반응··· “망했다.”
-요한 복귀 소식에 요동치는 도박사 배당률! 7위였던 잉글랜드, 다시 1위로 복귀
-‘우승 후보가 돌아왔다’ 잉글랜드, 다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컴백
요한은 월드컵 참가 결정을 로한에게 전했고, 로한은 그 소식을 곧바로 슈미트 감독에게 전했다.
슈미트 감독은 즉시 구단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만약 요한이 원한다면 얼마든 팀에 합류해 함께 훈련하며 경기 감각을 되살려도 좋다고 말해왔다.
아무리 요한이지만, 일단 근 1년 간을 아무런 훈련도, 경기도 하지 않았기에 구단 측에서 배려를 해주겠다는 것.
심지어 웨스트 햄 뿐만 아니라, 맨시티나 맨유 같은 다른 팀에서도 와도 된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근데, 뭐 그럴 생각은 없었다.
웨스트 햄에게도 확실히 뜻을 전했다.
경기는 딱 한 경기만 뛰는 것으로 하겠다고.
그 이상은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요한의 단기 복귀 소식은, 안 그래도 월드컵을 앞둬 설레고 있던 축구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ㆍㆍㆍ
“근데, 사실 전 좀 걱정하고 있긴 해요.”
“걱정?”
“불과 1년도 안 되긴 했다지만, 축구는커녕 운동이랑 아예 담 쌓았고. 덕분에 체중도 많이 불었잖아요. 예전 같은 기량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 상황이니까.”
“그렇긴 하지.”
2030년 5월 15일.
런던 스타디움.
경기장이 평소보다 훨씬 붐비는 가운데.
로한과 반석호가 사뭇 긴장된 얼굴로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오늘 경기는 리그 37라운드, 에버튼과의 경기다.
꽤 중요한 경기였다.
후반기에 접어들며 팀은 전반기에 비해 많이 반등한 상태였고, 한때 8위까지 떨어졌던 팀은 6위까지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다만 아직까지 유로파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인 건 아니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긴다면 6위 확정이지만, 진다면 마지막 경기까지 봐야 하는 상태.
그런 경기에, 요한이가 경기에 나선다.
1년 만의 복귀다.
요한이를 누구보다 믿지만, 솔직히 걱정이 안 될 순 없었다.
쉰 기간이 꽤 되기도 하고, 그 쉬는 기간 동안 현역 때와 몸 상태가 많이 바뀌었다.
갑작스레 결정한 복귀라 몸을 다시 만들 시간도 없었고.
아무리 요한이라지만, 100퍼센트가 아닌 몸 상태와, 떨어져 있을 게 당연한 경기 감각 따위를 생각한다면.
오늘 요한이가 제 기량을 발휘하길 바라는 건 어려운 일.
예전의 절반 만큼만, 아니 절반의 절반 정도만 보여줘도 성공이라 보는 게 맞을 것이었다.
“그래도, 다들 요한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 보이는 걸.”
“근데, 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로한이 걱정하는 건, 그런 요한의 모습에 팬들이 실망하진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요한의 모습과, 오늘 보게 될 모습이 괴리가 크다면.
어쩔 수 없이 실망하지 않겠나.
어쩌면 예전의 요한을 더욱 그리워하게 될 수도 있다.
솔직히 요한이가 월드컵에 나가겠다고 했을 때, 뛸 듯이 기쁘긴 했지만.
한 편으론 말려야 하나 싶기도 했던 로한이다.
못 해도 3개월 정도만 빨리 결정했더라도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은 고작 1달이 남았다.
글쎄.
분명 예전 같진 않을 텐데···
그렇게, 걱정스러운 로한과 그래도 요한이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반석호, 그리고 팬들이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삐이이이익-!”
요한은 정말 오랜만에 그라운드 위를 누볐다.
그리고,
경기가 끝났을 때.
로한은 깨닫고 말았다.
집에서 맨날 뒹굴뒹굴거리는 모습만 보느라 요한이가 어떤 녀석이었는지 잠깐 잊고 있었다는 걸.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말이었다.
└내가 말했지 ㅋㅋㅋㅋㅋ 저 몸으로 뛰어도 매과이어보다 잘한다고 ㅋㅋㅋㅋ
└ㅅㅂ 오랜만에 속이 다 시원허다!!
└이거지 ㅋㅋㅋㅋ 이게 요한이지 ㅋㅋㅋㅋ
└그저 빛··· 잉글랜드를 구원하기 위해 내려온 한줄기 빛···
└요한이 오늘 경기 뜀? 눈부셔서 안 보이던데
└The Football’s Coming Home
└와 어떻게 저런 몸으로 저렇게 유연하고 빠를 수가 있지
└유니폼 터질 듯이 꽉 끼는 거 보고 잠시나마 의심했던 저를 반성합니다··· 외쳐! 반돈신!
└아니 대체 어떻게 훈련도 안 하고 현역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거임??
└정보) 요한은 현역 때도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다
└어차피 원래 타고 난 재능으로 축구하던 애인데 잠깐 쉰다고 어디 가겠냐고 ㅋㅋㅋ
└존버는 승리한다 ㅋㅋㅋㅋ
└월드컵 딱 대 ㅋㅋㅋ
타고난 게 어디 가진 않는다.
요한이는 요한이었고, 로한과 반석호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