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94)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94화(194/202)
< 193화 – 삼사자 군단! >
“난리 났네.”
“뭐가?”
“한국 사이트요. 요한이랑 일본 만났다고 축제 분위기에요.”
“그럴만 하지.”
32강전 경기가 펼쳐지는 발렌시아의 홈 구장,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
관중석에 앉아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던 로한과 반석호는 피식 웃었다.
일본이 잉글랜드와 만나게 되었다는 소식에, 한국은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한국은 우루과이랑 만났지?”
“예. 뭐, 요한이가 있는 잉글랜드를 만나는 것보다는 상황이 낫죠. 어려운 건 매한가지지만.”
“똑같이 32강에서 떨어져도, 일본보다 적은 점수 차로 지기만 하면 만족할걸. 한국 팬들은.”
“일본 발라주면 잉글랜드 대표팀 선택한 거 봐주겠대요.”
“하하하.”
한국 대표팀으로 오래 뛰었던 반석호야 당연하고, 어릴 때 영국으로 온 로한도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리는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영국에서 지낸 시간이 한국에서 지낸 시간보다 오래되었다고 해도, 뿌리는 뿌리다.
로한은 그걸 항상 인지하고 있었고, 때문에 요한이 한국 팬들의 소망을 들어주길 바랐다.
뭐, 꼭 그것 때문은 아니더라도.
16강 진출을 위해 일본을 박살 내야 하는 건 똑같았지만.
“자, 가보자.”
“렛츠 고! 삼사자 군단!”
*
<32강, 그 두 번째 경기! 휘슬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잉글랜드가 왼쪽에서, 그리고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이 오른쪽에서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2년 전부터 스즈키 잇페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일본은 과거의 일본과는 꽤 달라진 부분이 많은 팀이었다.
아기자기한 패스, 조직력 따위로 대표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일본은 그 기본 베이스에 더해 강한 압박과 거친 플레이도 불사하는, 꽤 터프한 팀으로 거듭난 상태.
덕분에, 의외로 아시아 지역 예선 내에서 고전하는 일이 많았던 과거의 일본이었지만.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의 일본은 꽤 압도적인 성적으로 무난히 본선 행을 확정 지었었다.
그들이 가진 패싱 플레이와 조직력은 아시아 내에선 최상위 레벨이었고, 피지컬 플레이 역시도 아시아 내에선 충분히 먹히는 수준이었으니까.
“아시아 레벨에서만 통한다는 이야기는, 이번 대회 이후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우리는 세계 레벨에 근접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일본의 자신감은 대단했었다.
마지막 평가전이자 출정식이었던 칠레와의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한 뒤, 스즈키 잇페이 감독은 당당한 포부를 밝혔었다.
일본이 아시아 레벨에서만 상위 클래스가 아니라, 세계 레벨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돌아오겠다고.
오늘 경기에서도 그런 의지가 일본 대표팀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경기 초반.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다르게, 일본은 수비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잉글랜드와 맞불을 놓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세이, 왼쪽으로. 계속해서 공을 주고받으며 경기장을 넓게 쓰는 일본입니다.>
<의외로 라인을 높이고 있는 일본이네요. 정면 대결도 충분히 할만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요.>
확실히, 단순히 패기를 보여주기 위한 말 뿐만은 아닌 듯 했다.
잇페이 감독과 일본은 진심으로 자신들의 축구가 세계 레벨에서 놀 수 있다고 생각한 듯 했고, 그걸 보여주고자 하는 듯 했다.
그런 자신감은 분명 높이 사줄만 했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컸을 뿐이라는 거다.
<벨라미, 깔끔한 태클로 끊어냅니다. 잭 프라이스에게. 프라이스, 단번에 전방으로! 요한을 봤습니다!>
전반 11분, 일본의 공격을 끊어낸 잉글랜드가 곧바로 역습에 들어갔다.
잉글랜드의 역습 루트는 간단하다.
미들진 전원이 전진 패스가 가능한 자원들이기에, 일단 모두가 공을 잡으면 요한의 위치를 찾고, 공을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패스하면 끝이다.
그럼, 요한이 알아서 패스를 잡은 뒤 마무리까지 이어간다.
1년 전, 웨스트 햄이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던 그 패턴.
그 패턴을 그대로 대표팀에 이식해 온 라니스터 감독이다.
퍼어억-!
“크헉!”
자리를 잡고 있던 요한에게 달려들었던 일본 수비수가 튕겨져 나갔다.
자기가 박고 자기가 나뒹구는 건 일본 고유의 병법인걸까.
앞서 말했듯, 일본은 이제 거친 피지컬 플레이도 즐겨하는 팀이었지만.
요한과 몸을 맞부딪힌 선수들은 깨닫고 말았다.
이걸로 세계 레벨과 싸우기엔, 그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아니, 근데 같은 아시아인이잖아!’
이해를 할 순 없었지만, 애초에 이해를 하려 들면 안되지.
<요한, 가볍게 돌아섭니다! 그대로, 오른발 슈우우웃-!>
<이야, 들어갔어요!>
<들어갑니다! 요한의 멋진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골망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전반 11분, 잉글랜드의 선취골!>
요한은 일본에게 진짜 세계 레벨이 무엇인지, 중거리 포 한 방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고 했나.
처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상당히 수비적으로 태세를 전환한 일본입니다.>
요한에게 일격을 허용한 뒤, 일본은 겸손한 모습이 되었다.
올렸던 라인을 깊숙이 내리고, 가드를 단단히 세우며 추가 실점을 내주진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전반 초반 보여줬던 자신감과 패기는 온데간데없는 모습이었다.
<여유롭게 공을 돌리는 잉글랜드. 급할 것 없지요.>
그런 일본의 태도에, 잉글랜드는 여유롭게 공을 돌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미 리드를 잡았는데 급할 것이 없다.
근데, 그런 것보다.
잉글랜드의 여유는 한 점의 리드보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추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듯했다.
실제로 그랬다.
<잭 프라이스의 코너킥. 날카롭게 문전으로 향합니다!>
<요한-!>
<들어갔습니다! 강력한 헤더! 찍어눌러 버리는 요한 반! 머리로 한 점을 추가합니다!>
요한의 두 번째 골이 터진 건 전반 29분.
잭 프라이스가 올려준 코너킥을 고공에서 찍어 눌렀다.
함께 뛰어오른 일본 수비수들과 거의 한 뼘을 차이날 정도의 높이였다.
“어떻게 저런 점프가 가능한거지?”
“그러게. 저 몸으로.”
요한이 가공할 점프력을 가진 거야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러나 지금의 요한은 체중이 꽤 나가는 상태였기에, 지켜보던 팬들은 새삼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뭐랄까.
물리 엔진에 버그가 난 느낌이었다.
저런 육중한 몸이 저렇게 가볍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건, 물리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
“난다요, 고레···”
제일 어이가 없는 건 요한과 함께 뛰어오른 일본 선수들일 것이었다.
몸은 무슨 바위처럼 크고 묵직한데, 점프는 또 자기들 머리 하나 위로 떠버리니.
‘벽’이란 걸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쯤에서, 스즈키 잇페이 감독이 경기 전에 밝혔던 각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신력으로 이기지 못할 상대는 없다.”
음··· 글쎄.
아무래도 있는 것 같은데.
정신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차이라는 것이 말이다.
심지어, 요한의 두 번째 골이 들어가는 순간.
일본의 그 정신력이라는 것도 꺾인 듯 보였다.
벽을 느껴버린 일본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였고, 그들의 눈에서 전의가 사라진 듯 보였으니까.
*
<잭 프라이스의 강력한 중거리! 3대0을 만듭니다!>
전반이 끝나기 전, 잉글랜드는 3대0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한국은 난리가 났다.
“아, 진짜 웃기네.”
“왜?”
“역시 제국은 대영제국이래요.”
“하하···”
핸드폰을 틈틈이 들여다보고 있던 로한이 빵 터졌다.
어찌나 신이 났는지, 각종 드립들이 난무하고 있다.
└??? : 울트라 닛폰의 저력을 보여줄 것(실제로 한 말)
└??? : 세계 레벨에서도 자신 있다(실제로 한 말)
└반돈신 각시탈 지렸다 ㄷㄷㄷ
└탈탈 털어버리네 ㅋㅋㅋㅋ
└밥도 안 먹었는데 배가 부르네
└꺼-억
└스시타카 보여준다더니 왜 텐 백이 되어버렸냐 ㅜㅜㅜ
└원래 건드리지 말아야 될 걸 건드렸다 세게 한 방 얻어맞고 얌전해지는 게 그쪽 특임
└대 요 한
싱글싱글 웃으며 반응들을 보던 로한은, 후반전이 시작되려 하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한국은 우루과이 이길 수 있으려나······?”
“글쎄다.”
ㆍㆍㆍ
-[32강] 스페인 3 : 2 스위스
-[32강] 브라질 3 : 1 세네갈
-[32강] 프랑스 2 : 0 이란
-[32강] 우루과이 2 : 1 대한민국
-[32강] 네덜란드 5 : 1 사우디아라비아
-[32강] 아르헨티나 3 : 1 나이지리아
-[32강] 잉글랜드 5 : 0 일본
-요한 반, 이번 월드컵 첫 해트트릭 작렬! 벌써 7골째, 득점 단독 선두
-현재까지 득점 순위는? 1위 요한 반(7골), 2위 킬리안 음바페(4골), 3위 파블로 엔리케(3골)
-32강 경기 모두 종료, 16강 대진 완성
-잉글랜드 vs 멕시코
ㆍㆍㆍ
32강전이 끝나고, 16개의 팀이 살아남았다.
그 면면을 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16강 대진>
◆잉글랜드 vs 멕시코
◆네덜란드 vs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vs 포르투갈
◆스페인 vs 세르비아
◆브라질 vs 덴마크
◆독일 vs 스웨덴
◆프랑스 vs 콜롬비아
◆이탈리아 vs 크로아티아
이번 32강전의 특징을 꼽아보자면, 이변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탑독으로 꼽혔던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팀들이 승리를 거뒀고, 덕분에 16강 대진은 어느 하나를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알차게 구성이 되었는데.
웨스트 햄 선수들도 꽤 많이 16강에 진출한 것이 눈에 띄기도 했다.
벨라미, 요한의 잉글랜드.
마틴 페트로비치의 세르비아.
미카엘 옌킨슨의 덴마크.
다니 기마랑이스의 브라질.
그리고, 다니엘레 카펠로의 이탈리아까지.
32강에서 탈락한 건 스코틀랜드의 제이콥 버클리 뿐이라, 웨스트 햄 선수들이 있는 단톡방에선 버클리를 향한 위로···는 개뿔.
웃으며 놀리는 이모티콘만이 가득했고, 버클리는 대회 끝나고 보자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아무튼.
요한의 잉글랜드는 멕시코와 16강에서 맞붙게 되었다.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멕시코는 여러모로 특색이 있는 팀이다.
일단, 멕시코를 말하면서 16강 징크스를 빼놓을 수 없다.
멕시코는 못 해도 16강, 잘 해도 16강이라는 말이 있다.
항상 16강까진 진출하면서 8강은 진출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
그냥 느낌적으로만 그런 게 아니다.
기록을 보면, 이건 징크스가 아니라 하나의 법칙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무려 9개 대회 연속으로 16강에서 대회를 마감했으니 말이다.
참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징크스가 이어진지 10번째 대회.
이번 월드컵에서도 멕시코는 16강 징크스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었다.
요한의 잉글랜드를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도 대단한 기록인데, 10회 연속 16강은 미친 기록이긴 하다.
그 와중에 10회 연속 8강 진출 실패도 말도 안 되는 대기록이고.
과연 멕시코가 그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지.
“대기록을 세워 보자!”
“오우!”
정작 그 기록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건 잉글랜드였지만, 어쨌든.
32강이 끝나고, 이제 진짜 본격적인 토너먼트.
월드컵 16강이 기다리고 있었다.
ㆍㆍㆍ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입니다. 16강 그 첫 번째 경기, 일본을 5대0으로 꺾고 올라온 잉글랜드와, 웨일즈를 3대2로 꺾고 올라온 멕시코가 8강행 티켓을 놓고 싸우게 되겠습니다.>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전에 배정된 경기장은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요한에겐 구면인 스타디움.
좋은 기억이 있는 스타디움이다.
작년 챔스 4강전 때, 이곳에서 결승행을 확정 지었었으니까.
오늘도 이곳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고 갈 수 있을까.
<오늘 잉글랜드는 32강전에 출전했던 베스트 일레븐이 그대로 출전했는데요. 반면 멕시코는 명단에 변화가 있습니다. 역시 수비적인 변화가 눈에 띄죠?>
<웨일즈와는 화끈한 난타전을 벌였던 멕시코입니다만, 잉글랜드와는 그럴 자신이 없는 거겠죠. 일본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봤을 테니까요.>
멕시코는 딱히 두드러지는 강점이 없는데, 그래서 특이한 팀이다.
남미는 테크닉, 유럽은 힘, 아시아는 조직력 등 각 대륙과 국가마다 특징이 있기 마련인데, 멕시코는 그 모든 게 조금씩 섞여 있는 느낌.
선수들 모두가 남미 선수들과 버금가는 테크닉을 가지고 있고, 거친 플레이도 즐기며, 주전 대부분이 멕시코 리그에서 뛰는 만큼 끈끈한 조직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육각형의 느낌.
괜히 멕시코가 16강 단골 손님인 게 아니다.
다만,
멕시코가 8강까지는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 역시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뚜렷한 스타일 없이 모든 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건, 결국 모든 면에서 조금 애매하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육각형은 육각형인데, 각 대륙의 강팀들에 비하면 그 육각형이 조금 작은 거다.
사실 강팀을 상대하는데 있어, 이런 유형보다는 오히려 언밸런스할 정도로 뚜렷한 강점과 약점을 가진 팀이 이변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높다.
예를 들어, 다른 포지션은 평균 이하인데 월드 클래스 윙어가 한 명 있어 역습 하나만 주구장창 파는 팀이라든지.
수비 조직력 하나만큼은 상위권이라 늪 축구를 펼치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든지.
멕시코는 그런 팀이 아니었고, 결국 순수하게 체급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팀이었다.
그게 원인일지도 몰랐다.
16강까지는 무조건 가지만, 8강까지는 절대 가지 못하는 이유.
16강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팀들은, 멕시코보다 체급이 높은 강팀일 확률이 높으니까.
체급 대 체급에선 싸움이 안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멕시코에겐 오늘 경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체급을 자랑하는 게 잉글랜드였으니까.
<오늘 8호골과 그 이상에 도전하는 요한 반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도 경기가 거듭되면서, 나름 날렵해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유니폼이 꽉 끼긴 하지만요.>
뭐, 그게 남다른 헤비급인 요한의 그 체급을 말하는 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