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198)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198화(198/202)
< 197화 – 그라운드 위의 전쟁 >
“미치겠다, 진짜.”
로한은 인정해야 했다.
아무리 객관적인 척해도, 자신은 객관적이지 않았다는 걸.
어쩔 수 없는 가족이었다.
그래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던 거다.
월드컵은 역대급 선수들에게도 어려운 무대니, 네덜란드는 쉽지 않은 상대라느니.
웃기는 걱정이었다.
월드컵조차, 네덜란드조차 요한에게는 쉽게만 보였다.
어쩌면 요한이를 제일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건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축구 팬은 무슨.
그것보다 요한이의 가족이자 형의 시선으로 요한이를 본 거다.
“자, 이제 좀만 버티면 돼!”
“기회를 주지 마! 이대로 끝내는 거다!”
요한의 세 번째 골 이후, 네덜란드는 더욱 급해졌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를 적절하게 끊어준 것은, 라니스터 감독의 선수 교체였다.
<아론 레이놀즈가 나오고, 조던 스펜서가 들어갑니다. 수비 강화 목적이죠?>
<적절한 교체로 보입니다.>
<잉글랜드의 두 번째 선수 교체입니다. 미켈 마이어스가 나오고 스티브 던컨이 들어갑니다. 이젠 아예 수비수 한 명을 더 투입하는 라니스터 감독.>
<일단 위치를 봐야할 것 같은데요. 던컨은 수비형 미드필더도 볼 수 있는 선수니, 백 포 앞에 위치할 것 같네요.>
<주드 해리슨, 공을 밖으로 걷어냅니다. 아, 잉글랜드의 세 번째 선수 교체가 있군요.>
<연이어 교체를 쓰면서, 네덜란드의 흐름이 자꾸 끊기고 있어요.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보입니다.>
라니스터 감독은 5분 간격으로 선수 교체를 사용하며 경기 흐름을 계속해서 끊었다.
교체되어 나오는 선수들은 카드를 받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천천히 경기장을 빠져 나왔고, 이런 잉글랜드의 작전에 네덜란드는 점점 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수비 라인이 두터워졌습니다.>
<두 골의 여유만 지켜내면 되니까요.>
<이제 시간은 어느덧 후반 25분. 남은 시간은 20분뿐입니다.>
네덜란드가 계속해서 롱 볼 위주의 공격을 전개 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그리고,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
<추가 시간은 4분! 나름 넉넉한 시간을 얻은 네덜란드입니다만, 그래도 충분하지는 않은 시간입니다! 4분만 버텨내면 4강에 진출하게 되는 잉글랜드!>
전광판의 시계가 멈췄고, 추가 시간은 4분이 주어졌다.
승리의 시간이 다가오는 순간.
그런데,
네덜란드의 우직한 공격이 뒤늦게 결실을 맺었다.
<어어, 들어갑니다. 페테르 얀센의 골. 인저리 타임에 한 골을 따라붙는 네덜란드. 경기장의 분위기가 이상해집니다.>
2분을 남겨두고 들어간 페테르 얀센의 골.
네덜란드 선수들은 공을 가지고 빠르게 하프라인으로 뛰었고, 잉글랜드 선수들은 순간 엄습하는 불안감에 서로를 쳐다봤다.
설마··· 아니겠지?
“제발···”
“연장전 가면 안 돼!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갑자기 이상해진 분위기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잉글랜드 팬들.
이렇게 되면 더 초조해지는 건 쫓기게 된 잉글랜드다.
딱 남은 2분만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면 되는데, 될까?
<재개되는 경기, 남은 시간은 2분!>
그러나,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다음 순간.
이내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가장 든든한 요한이 공을 잡고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2분.’
요한은 공을 가지고 있을 요량이었다.
2분 동안.
예전처럼 여기서부터 다 제치고 올라가 골을 넣기엔 체력이 안 된다.
현역 때도 후반 막판엔 힘들었던 기억이 많은데, 지금이야 더더욱 그러니.
대신, 공을 지키고 있을 정도의 자신은 있었다.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고.
<오른쪽으로 공을 몰고 가는 요한. 네덜란드는 어떻게 해서든 저 공을 빼앗아야 하는데요!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요한이 공을 가지고 터치 라인을 향해 가자, 네덜란드 선수들이 우루루 몰려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아, 안 밀립니다! 석상처럼 꿈쩍하지 않고 공을 지켜내는 요한!>
한 번에 서너 명이 달려드는데, 요한은 꿈쩍하지 않았다.
터치 라인 앞에 공을 세워두고, 뒤에서 밀어대는 선수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공을 지키는 요한.
그런 와중에 공을 향해 뻗어대는 발을 피하기 위해 요한은 발재간을 부렸다.
가히 괴력.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아앙-!
정신없이 밀어대느라 잠깐 틈이 벌어진 사이.
요한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좁은 공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터치 라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탓-!
요한이 달려갈수록, 네덜란드의 애간장이 타내려간다.
터치 라인을 따라 달린 요한은 순식간에 코너 플래그까지 도달했고, 거기서 또다시 금강불괴를 시전했다.
<남은 시간은 30초!>
코너킥 존 안에 공을 세워두고 치열하게 공을 지켜내는 요한.
그 요한 하나를, 네덜란드 선수들은 치워내지 못했다.
그리고, 야속한 시간이 모두 흘렀다.
“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승리의 발판을 만든 요한이, 결국 승리를 지켜내기까지 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잉글랜드가 4강으로 진출합니다!>
요한 하나 때문에 네덜란드가 여기서 여정을 멈추었다.
ㆍㆍㆍ
-잉글랜드, 3대2 접전 끝에 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
-요한 반 대회 두 번째 해트트릭, 이번 대회 12호 골··· 역대 최다골 기록(쥐스트 퐁텐, 13골)에 한 골 남겨둬
-아르헨티나, 연장 혈투 끝에 스페인에게 승리··· 최종 스코어 4대2. 이로써 개최국 모두 탈락 고배
-연장 없이 4강 진출 잉글랜드, 연장 승부 끝에 4강 진출 아르헨티나··· 결승 진출 청신호
-브라질, 독일 3대2로 누르고 4강 티켓 확보!
-120분간 승부 가리지 못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승부차기 끝에 4대3으로 이탈리아 4강 진출
ㆍㆍㆍ
잉글랜드의 4강 상대는 남미의 전통 강자, 아르헨티나.
이번 대회 개최국 중 하나인 스페인을 꺾고 올라온 아르헨티나는, 라리가에서 뛰는 기술적인 선수들이 많은 팀이었다.
전형적으로 ‘남미’하면 떠오르는 스킬풀하고 화려한 축구를 하는 게 아르헨티나.
공수의 밸런스는 네덜란드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공격력만큼은 네덜란드 이상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의 4강을 앞두고.
잉글랜드 언론은 이미 결승 진출을 상당히 낙관하고 있었다.
아니, 언론뿐만이 아니다.
팬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승부차기 하고 올라온 아르헨티나 만나는 잉글랜드··· 결승 진출 가능성 99.9%
-4강이 8강보다 쉬울 것··· 네덜란드 이긴 시점에서 이미 잉글랜드 우승 확정?
-월드컵 우승 날짜 국가 기념일 제정? 제임스 로건 총리의 우승 공약
-런던의 한 중학교, 학교 이름 ‘요한 반 중학교’로 변경
-“런던 이름 바꾸자” 잉글랜드 팬들, 월드컵 우승 후 런던의 이름을 ‘세인트 요한’으로 변경 청원··· 30만 명 동의 얻어
-2030 월드컵 우승 문신 새긴 아빠 팬··· “내 생에 최고의 결정”
-브라질이냐, 이탈리아냐··· 결승 상대 예측
설레발하면 잉글랜드다.
아마 전 세계에서도 설레발로는 잉글랜드를 따라올 나라가 없을 거다.
사실 이런 설레발은 대회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지만, 네덜란드를 이기고 4강 진출을 확정짓자 더욱 심해졌다.
“흠··· 좀 불안한데 갑자기.”
로한은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로한도 아르헨티나는 분명 잡을 수 있는 상대고, 여러 상황을 봐도 잉글랜드가 유리한 상황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다들 너무 설레발을 떠니 도리어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가 그렇게 만만히 볼 팀은 아닌데.”
분명, 아르헨티나와 스페인 중 스페인이 더 까다로운 팀인 건 분명했다.
일단 개최국, 홈 팀이라는 점.
그리고 선수들의 면면이 아르헨티나보다 화려하다는 점 등.
하지만, 그런 스페인을 이기고 올라온 게 아르헨티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강한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팀이 강한 것.
아르헨티나는 스페인보다 강한 상대였고, 스페인 대신 아르헨티나를 만나게 된 것을 좋아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였다.
“흐음. 어쨌든 저번 유로때도 설레발이 저주가 되진 않았으니까. 이번에도 그러길 바라야지.”
요한이에겐 설레발의 저주도 통하지 않으니까.
믿어봐야겠지.
ㆍㆍㆍ
<캄프 누입니다. 카탈루냐의 성지인 이곳에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4강 경기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서로 먼 대륙에 떨어져 있어,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나라지만.
사실 국가 간의 전쟁을 치뤘을 정도로 역사적인 관계가 있는 사이다.
포클랜드 전쟁.
남아메리카 서남단에 위치한 포클랜드라는 섬의 소유권을 두고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벌인 전쟁.
축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역사 이야기 같지만, 아예 연관이 없는 건 아니다.
이 포클랜드 전쟁 이후,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8강에서 서로를 만났다.
결과는 아르헨티나의 승리였다.
아르헨티나엔 마라도나가 있었고, 마라도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는 전쟁에선 졌지만 축구에선 승리하며 결국 그해 월드컵 우승을 따내고 만다.
다만, 양 팀의 8강전은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낳은 경기이기도 했다.
어쩌면 마라도나의 수많은 골들 중 가장 유명한 골, ‘신의 손’ 사건이 그 경기에서 나왔기 때문.
때문에 잉글랜드 팬들은 그 날의 패배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렀지만.
이들은 오늘을 ‘복수의 날’이라 부르고 있었다.
<신성한 그라운드에 다른 것들이 개입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건 결국 국가대항전인 만큼, 양 국가의 국민들은 이 경기를 지켜보는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겠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오늘 경기장엔 많은 안전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다고 하네요. 부디 불미스러운 일 없이, 좋은 경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서로 간의 감정도 좋지 않고, 양 국가의 팬들 모두 얌전한 편은 아닌 만큼.
캄프 누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그건 선수들도 마찬가지.
“···”
“···”
휘슬이 울리길 기다리는 선수들의 눈빛이 여느 때보다 결연해 보인다.
절대 서로에게만큼은 질 수 없다는 얼굴들.
그 사이에, 요한만이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다.
“삐이이이익-!”
그라운드 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
<문제는 체력 싸움일 겁니다. 안 그래도 월드컵은 짧은 기간 동안 연이어 경기를 펼치게 됩니다. 8강 경기도 불과 5일 전에 있었죠.>
<게다가 이동일은 휴식으로 칠 수 없으니, 사실상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은 4일 뿐이었습니다. 그 부분에선 아르헨티나가 확실히 불리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결국 깔끔하게 승리를 거둔 자의 정당한 권리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불리한거지, 억울한 건 아니죠.>
경기 초반부터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얼굴은 어딘가 수척해 보였다.
불과 5일 전, 스페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던 아르헨티나.
반면 잉글랜드는 90분 안에 깔끔하게 승리를 거뒀다.
안 그래도 경기 텀이 짧은 상황에서, 30분을 더 뛴다는 건 큰 부분이다.
아르헨티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본인들에게 좋을 게 없을 거라는 걸.
때문에, 전반 초반.
먼저 몰아붙이기 시작한 건 아르헨티나였다.
<아기자기한 패스로 풀어 나오는 아르헨티나. 선수 개개인의 테크닉과 저런 짧은 패스가 무기인 아르헨티나인데요.>
<저 리듬에 당해선 안 돼요.>
확실히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기량은 무섭다.
공격수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비수들까지도 공 잘 차는 선수들로 가득한 게 아르헨티나.
선이 굵은 축구보단, 개인 기량을 적극 이용하는 부분 전술로 스페인을 물리쳤던 아르헨티나는 이번에도 그런 전술을 들고나온 듯했다.
그리고, 그건 꽤 위협적이었다.
<벗겨내고 들어가는 아리엘라! 왼쪽을 파고듭니다!>
아르헨티나의 좌우 윙어들 모두 수준급의 드리블러.
오늘 좌우 풀백들이 꽤나 고생할 것 같다는 느낌이 초반부터 든다.
하지만,
잉글랜드도 대처법을 들고 나왔다.
사이드에서 어느 정도 털리는 건 애초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중앙에서의 수비를 강화시키는 것.
어차피 아르헨티나에겐 초반 러쉬 밖에 답이 없다는 걸 잉글랜드는 잘 알고 있었다.
<아리엘라의 슈팅이 옆그물을 때립니다. 벨라미가 슈팅 각도를 잘 막아줬습니다.>
오늘 경기의 첫 슈팅을 가져가는 아르헨티나.
벨라미가 각도를 잘 줄여 유효 슈팅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이미 최대한 많은 슈팅 시도를 하라는 지시를 받고 나온 상태라 그런지.
일단 때릴 수만 있다면 슈팅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어쨌든 결국 골이 들어가기 위해선 슈팅을 해야 하고, 골을 만들어내기 위해 슈팅 개수 자체를 늘리는 건 꽤 좋은 접근법이다.
<아르헨티나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골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오늘 경기의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은데요.>
<잉글랜드는 일단 최대한 수비에 집중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초반 러쉬가 통하느냐, 아니면 잉글랜드가 그걸 막아내느냐.
그것이 오늘 경기의 결과를 판가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전문가란 양반들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냐는 듯.
요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