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2화(2/202)
< 001화 – 열정과 재능 >
“그렇지! 그렇게 발목을 고정시켜 놓고! 자, 한 번 더!”
“후우, 후우!”
잉글랜드, 런던 스트랫포드.
푸른 잔디밭에서 부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막 18살이 되어 제법 어른 티가 나는 아들의 이름은 반로한이고, 아버지는 과거 한국 국가대표이자 프리미어 리거였던 반석호다.
이 둘은, 얼마 뒤에 있을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아카데미 입단 테스트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좋아. 여기까지. 잠깐 쉬었다 하자꾸나.”
“휴우. 조금만 더 하면 안될까요? 딱 10번만 더 해볼게요.”
“아니. 휴식할 시간이다. 아빠가 뭐랬지?”
“···휴식도 훈련이라고 하셨죠. 그치만 좀 불안해서···”
“로한아.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어떤 결과든 후회없이 받아들일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된 거야.”
오늘만 벌써 3시간을 훈련했고, 때문에 로한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건,
아무래도 로한이 5번이나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진 경험 때문일 것이다.
런던 웨스트 햄 유스 아카데미.
퍼디난드 형제, 존 테리, 프랭크 램파드, 조 콜 등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해낸 웨스트 햄 아카데미는 잉글랜드 내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곳으로, 그 명성만큼 아카데미조차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들은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입단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심지어 팀의 레전드였던 선수의 아들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웨스트 햄에서 7년을 뛰었던 반석호의 큰아들 로한이 5번이나 테스트에 낙방한 것처럼.
“휴우.”
“많이 불안하니?”
“안 그러려곤 하는데, 어쩔 수가 없네요. 아무래도,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까요. 이제 한 살 더 먹으면 18세 팀에 들어갈 수 없잖아요.”
낙방에 낙방을 거듭하며 어느덧 로한은 18살이 되었다.
당장 테스트에 통과해 18세 이하 팀에 들어간다 해도 꽉 찬 나이.
이번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음엔 21세 이하 팀의 테스트를 봐야한다.
18세 팀 테스트도 통과 못하는데, 21세 팀 테스트에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
게다가 로한은 다른 팀에 들어가고픈 생각도 없었다.
아버지, 반석호의 유일한 소원이.
자신의 아들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팀, 웨스트 햄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부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매일 매일 지금처럼 녹초가 될 정도로.
그러나, 그럼에도 로한은 불안한 기색을 지울 수가 없어 보였다.
“부정적인 생각은 말아라.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해야 운도 따르는 거야.”
“휴우. 죄송합니다, 아빠.”
“죄송할 게 뭐 있냐.”
“항상 죄송하죠. 큰아들 주제에 아빠의 재능을 반의 반도 못 물려 받았으니···”
풀죽은 표정을 짓는 로한.
반씨 집안은 알아주는 축구 집안이었다.
로한의 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2대가 국가대표를 지냈고, 해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국위선양을 했던 축구 명문가.
그런 명문가에서 장남으로 태어났기에,
로한은 어릴 때부터 주변의 큰 기대를 받으며 자라왔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을, 아니 뛰어 넘을 선수가 되리라면서.
그러나,
로한은 이미 예전에 인정한 상태였다.
자신은 그런 기대들과 달리, 집안 대대로 내려온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것을.
자신이 물려 받은 건 축구에 대한 열정 뿐이지, 재능이 아니었다는 걸 로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항상 죄송한 마음 뿐이었다.
자신의 손자, 그리고 아들이 자신들을 이어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기를.
그래서 반씨 가문의 명예를 더욱 더 드높여 주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기대와는 달리.
자신은 여태 고작 아카데미 입단 테스트마저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로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아빠가 몇 번이나 말했을텐데.”
“···죄송해요.”
“됐다. 10분 쉬었으니까, 다시 해보자.”
“네.”
그런 로한이 가장 안타까운 건 당연히 반석호였다.
녀석의 잘못이 아닌데 죄책감을 가지는 아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비의 마음이 어찌 편할 수 있을까.
오히려 미안할 뿐이었다.
모두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서.
녀석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눠주지 못한 게 자기 잘못인 것 같아 미안한 반석호였다.
때문에, 이럴 때면 반석호는 하늘이 원망스럽곤 했다.
작은 아들 때문이었다.
반석호에겐 로한보다 2살 어린 작은 아들, 요한이 있었다.
요한이도 몇 년 전까지는 축구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2년 전, 그러니까 요한이 14살이 되었을 때부터 녀석이 축구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자긴 축구를 하는 게 너무 귀찮다는 해괴한 이유로 말이었다.
반씨 집안의 아들이 어떻게 축구를 싫어할 수가 있는지.
반석호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운 건, 그런 요한이가 재능을 타고 났다는 것이었다.
요한의 할아버지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 재능 말이었다.
정말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었다.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이는 재능이 부족하고, 재능이 있는 아이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고.
왜 그 두 가지가 한 아이에게 모두 선물되지 못했을까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만약 그 두 가지 모두가 한 아이에게 주어졌다면,
모두가 행복했을텐데.
왜 그 두 가지가 운명의 장난처럼 나뉘어, 이렇게 모두 행복하지 못할까.
“할 수 있어. 너무 걱정 말고. 내일도 열심히 하면 된다.”
“네. 알겠어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오늘도 반석호는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ㆍㆍㆍ
런던의 한 공원.
벤치에 한 소년이 누워 있다.
반석호의 작은 아들, 반요한이다.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 있을 이른 시간.
요한은 오늘도 수업을 땡땡이치고 공원에 나와 누워 있었다.
지루한 수업을 듣는 건, 너무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아.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게으름의 극치.
이렇게 보면 요한이 처음 영국에 왔을 때, 정말 특이한 한국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한국인들은 모두 성실한 줄로만 알았는데, 요한은 누구보다도 게으르기 짝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여유롭기로 유명한 지중해 쪽 사람들마저도 요한을 보면 혀를 내두를 것이다.
요한은 말 그대로 한량, 그 자체였다.
“잠깐. 오늘이 며칠이지?”
한참을 누워 있던 요한이 휴대전화를 꺼내 날짜를 확인한다.
4월 18일.
그러고 보니 벌써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형의 입단 테스트 말이었다.
세상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요한이지만,
유일하게 관심이 있는 건 바로 형이다.
아주 어릴 때 낯선 영국 땅에 와, 서로를 의지하며 커왔던 둘.
요한에게 형이란 존재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기 때문이다.
“이번엔 꼭 붙어야 할텐데.”
이번으로 벌써 여섯 번째 도전인 형.
요한은 형이 꼭 테스트에 통과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형이 얼마나 간절하고, 열심인지 요한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 만사가 귀찮은 요한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일같이 노력해왔던 형.
그랬던 형이니 이번만큼은 반드시 합격을 했으면 좋겠는 요한이었다.
“이번에도 안되면, 곤란해진다고.”
다만,
형이 테스트에 합격하길 바라는 데엔 분명 다른 이유도 있었다.
집안 어른들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부터 아빠까지.
모두가 축구인이었던, 그것도 훌륭한 축구인이었던 축구 집안.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걸음마를 떼자마자 축구공부터 차야 했던 형과 자신.
형과 자신 중, 누군가는 축구 선수가 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누군가는 축구 선수, 그것도 할아버지와 아빠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어 가문의 맥을 이어나가야 할 운명.
그러나 요한은 그 운명을 짊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축구는 자신과는 정말로 안맞는 스포츠였으니까.
축구는 성실해야만 하는 운동이었다.
한 시합만 해도 90분을 뛰어야 하고, 그 90분을 위해 매일을 훈련에 매진해야 하는 운동이 축구다.
그런 축구를, 지중해 사람들도 게으르다 할 요한이 적성에 맞아 할 리는 없었다.
때문에 아빠에게 매일같이 혼나면서도 축구하기를 거부했던 요한이었고.
그러니, 자신 대신 형이 그 역할을 해내주길 바라는 것이었다.
축구 명가의 맥을 이어가는 것.
다행히도, 형은 축구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축구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축구를 싫어하는 돌연변이인 자신과 달리, 형은 누가 봐도 반씨 집안의 장남.
요한은 그런 형이 축구 선수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진심으로 형을 응원해왔었다.
반드시 형이 집안의 가업을 이어주기를.
“잘하겠지, 뭐. 누가 누굴 걱정하겠냐.”
에휴, 하고 한숨을 쉬는 요한.
집안의 골칫덩이인 자신이 모두의 예쁨을 받는 형을 걱정한다 생각하니 퍽이나 웃겼다.
누가 누굴 걱정해.
알아서 잘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요한이 실소를 머금고 눈을 감았을 때였다.
우우웅-!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휴대 전화.
휴식을 방해하는 진동에 미간을 찌푸리며 확인해보니,
“형이네?”
형이다.
요한은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의 형 목소리가 무거웠다.
-요한아. 미안한데, 병원으로 좀 와줄 수 있어? 형이 조금 다쳐서···
형이 다쳤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