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200)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200화(200/202)
< 199화 – 1 vs ALL >
<브라질의 선발 라인업을 살펴드리겠습니다. 골키퍼 에두아르도 모라에스, 센터백에 마티아스 구스타보, 다니 기마랑이스. 좌우에···>
전 세계 모든 국가 중, 브라질만큼 인재 풀이 넓고 깊은 나라가 있을까.
오늘 브라질의 선발 라인업은 초호화, 그 자체였다.
맨시티의 수문장인 에두아르도, 첼시의 캡틴 마티아스 구스타보, 요한의 전 동료 다니 기마랑이스, 파리의 에이스 클레베르손, 레알의 신성 파브리시우 등등.
그 외에도 모든 포지션이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고, 모두가 빅 클럽에서 주전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심지어 선발 뿐만 아니라,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마찬가지.
저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있다는 게 아까울 지경이다.
<가볍게 공을 돌리며 경기를 시작하는 브라질. 뭐, 큰 무대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보니, 막 긴장한듯한 모습이 보이진 않습니다.>
<큰 무대가 오히려 더 편한 선수들이죠.>
물론 축구 역사에서, 초호화 군단이 언제나 잘나가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팀들은 꼭 한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곤 했었다.
바로 조직력.
모두가 스타고, 저마다 밝게 빛나려는 별들이다 보니.
잘 조화되지 못하고 불협화음이 일기도 한다는 거다.
하지만 브라질은 그렇지 않다.
되려 동료들 간의 호흡이 강점인 팀이다.
또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선수들도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헤나투 에코나 중앙 공격수인 안드레 리마, 이 둘이 그렇다.
헤나투 에코의 존재는 공격형 미드필더들인 알프레도 도밍고와 디에고 카사스가 마음껏 올라갈 수 있는 이유이고, 가짜 9번의 정석인 안드레 리마는 좌우 윙어들이 많은 득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선수였다.
이렇듯 팀을 잘 굴러가게 만드는 윤활유 같은 선수들이 존재하니, 초호화 군단의 단점이 브라질에겐 찾아볼 수 없는 거다.
그 점이 제일 무서운 점이었다.
<디에고 카사스, 오른쪽의 파브리시우에게. 두 레알 선수들이 이루는 오른쪽 라인은 상당히 경계를 해야 합니다.>
<물론 왼쪽, 알프레도 도밍고와 클레베르손의 파리 커넥션도 경계해야 하구요.>
경기 초반, 주도권을 쥔 쪽은 브라질이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의 압박에도 브라질 선수들은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았고, 특유의 리듬으로 여유롭게 공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그러면서, 번뜩이는 장면도 나오기 시작했고.
<파브리시우, 멋지게 돌아섰습니다! 그대로 슈웃-! 키퍼 선방! 다행입니다!>
<워우, 가슴이 철렁했네요. 지금은 대니 화이트가 완벽히 속았습니다.>
<이곳, 베르나베우를 안방으로 쓰고 있는 파브리시우 주니오르입니다. 코너킥을 차러 가면서 관중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것 보세요.>
전반 7분, 개인 능력으로 오른쪽 측면을 허물고 들어간 파브리시우의 슈팅이 나왔다.
다행히 키퍼의 선방이 나왔지만, 브라질이 경기장의 분위기를 가져가는 슈팅이었다.
분명 이곳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중립 경기장이지만, 어쩐지 브라질 쪽의 경기장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레알에서 뛰는 선수가 브라질에 둘이나 있기 때문일까.
특히, 그 중 한 명인 파브리시우는 오늘 컨디션이 매우 좋아 보인다.
‘잊지 않고 있었거든.’
코너킥을 준비하며 골문을 응시하는 파브리시우.
지지난 시즌, 웨스트 햄에게 패배해 빅이어를 내줬던 때의 기억을 파브리시우는 잊지 않고 있었다.
오늘 상대가 웨스트 햄인 건 아니지만, 잉글랜드엔 요한이 있다.
어차피 웨스트 햄이 곧 요한이었고, 요한이 곧 웨스트 햄이었다.
그러니, 오늘 경기를 복수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터.
‘이보다 화려한 복수가 있겠어?’
공을 향해 달려들며 생각하는 파브리시우.
빅이어는 내줬지만, 월드컵을 들어 올린다면 이보다 더 멋진 복수가 어디 있을까.
뻐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우웅-
<날카롭게 올라옵니다!>
파아아앙-!
<으아···!>
<사람을 놓쳤어요. 짤라 들어가는 클레베르손을 놓쳤습니다.>
파브리시우의 코너킥은 니어 포스트 쪽으로 낮고 빠르게 향했고, 이를 클레베르손이 쇄도하며 센스 넘치는 백 힐로 방향만 살짝 틀어놨다.
그것이 그대로 골망을 출렁였다.
<전반 8분, 브라질이 선취골로 앞서갑니다.>
<큰일인데요. 너무 이른 시간에 실점입니다.>
브라질은 확실히 결승 상대다운 모습이었다.
*
“너무 이른데···”
“적어도 10분은 넘겼어야 하는데.”
“그러니까요. 이럼 분위기 확 탈 텐데.”
“그게 무섭지.”
로한과 반석호는 근심 어린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반 8분 만에 선제 실점을 내줬다.
사실, 상대가 브라질이 아니었다면 크게 개의치는 않았을 거다.
오히려 이른 시간의 실점은, 곧 만회할 시간이 많다는 거니 좋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
하지만 말했듯 상대가 브라질인 게 문제다.
브라질은 번지기 시작하면 산 하나를 홀랑 태워 먹을 수 있는 불씨 같은 팀이라고 했다.
한 번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팀이라는 뜻.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은 브라질은 당연히 기세가 오를 것이고, 선제골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을 단단히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2대0, 3대0이 될 수도 있다.
오늘 상대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아 보이니까.
“요한이가 끊어줘야 돼.”
“해줘···!”
결국 요한이를 믿는 수밖에 없다.
타오르기 시작하려 하는 불씨에 찬물을 끼얹어줄 수 있는 건 요한이 밖에 없다.
*
잉글랜드 선수들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잉글랜드 선수들도 유럽 최정상의 선수들이고, 브라질 선수들을 리그에서나, 유럽 대항전에서 만나 본 경험이 있었다.
근데, 오늘 느낌은 좀 다르다.
그들이 소속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보다, 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훨씬 더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월드컵의 브라질이다.
전통의 강호이자, 영원한 우승 후보.
월드컵 최다 우승국, 브라질.
별이 다섯 개 박혀 있는 저 노란 유니폼엔 뭔가 있는 게 틀림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다.
<자, 뭔가가 필요한 시점인데요. 분위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잉글랜드입니다.>
<한 방이 필요한 순간이죠. 그걸 위해서 요한이 있지 않겠습니까?>
<역시 요한에게 기대를 해봐야겠습니다. 잭 프라이스, 왼쪽으로. 미켈 마이어스, 다시 뒤로 내줍니다. 벨라미, 전방으로 길게!>
잉글랜드 선수들도 알고 있다.
결국 믿을 건 요한밖에 없다는 걸.
브라질 선수들은 모두 월드 클래스다.
하지만, 요한은 그 모두를 압도할 수 있는 클래스를 가진 유일한 선수.
최강의 패, 조커.
슈우우우우웅-
벨라미의 롱 패스가 전방으로 향한다.
낙구 지점을 포착해 자리를 잡는 요한과, 그런 요한을 양쪽에서 둘러싸는 구스타보와 기마랑이스.
구스타보와 기마랑이스 모두 요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수비수들 중 하나다.
첼시 소속의 구스타보는 요한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던 선수고, 기마랑이스야 동료였으니까.
하지만,
잘 안다고 해서 요한의 몸싸움과 높이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파아앙-!
둘과의 경합을 이겨내고 머리로 공을 받아내는 요한.
그리고, 요한은 빠르게 돌아서서 둘과 대치했다.
“···”
“···”
잔뜩 긴장하고 자세를 낮추는 구스타보와 기마랑이스.
요한을 상대할 땐, 절대 먼저 달려들어선 안 된다는 걸 둘은 알고 있다.
때문에 기다리는 둘.
그 둘 앞에서, 요한은 공을 멈춰세우고 오른발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휙, 휙-!
이리 찰까, 저리 찰까.
꿈쩍하지 않는 둘의 밸런스를 흔들기 위해, 허리와 발을 틀며 각을 재는 요한.
그 모습이, 공교롭게도 마치 브라질의 삼바 리듬과 닮은 듯한데.
어쨌든 구스타보와 기마랑이스는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흐음.
절대 먼저 움직일 생각은 없다는 건가.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냥 때리는 수밖에.
뻐어어어어엉-!
<······슛!>
슛이라는 짧은 단어를 외치는데, 해설자의 반응이 상당히 느렸다.
그만큼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 때린 슈팅.
그야 당연한 게, 요한은 어떠한 도움닫기도 없이 선 채로 슈팅을 때렸다.
발의 앞축으로 말이다.
인간의 몸 구조상, 도움닫기 없이 강한 슈팅을 때릴 수 없다.
강한 슈팅은커녕, 아크 정면에서 골대까지 공을 보내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축구화의 앞 코를 사용한다면 가능하다.
요한의 슈팅은 그 앞 코를 이용한 슈팅이었고, 구스타보와 기마랑이스는 슈팅에 전혀 반응을 할 수 없었다.
슈우우우우웅-
사실 앞 코를 이용한 슈팅은 공격수들이 선호하지 않는 킥이었다.
당연히 정확도가 떨어지니까.
공에 닿는 발의 면적이 발톱 수준인데, 정확한 컨트롤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요한의 감각이라면 가능했다.
앞 코로도 정확히 골문 구석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말이다.
철썩-!
<드, 들어갔습니다! 그냥 들어갔어요!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간단하게 동점 골을 넣어버리는 요한! 요한 반!>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요한밖에 없다니까요!>
너무도 기가 막힌 골에, 한창 흥이 올라 삼바 노래를 시끄럽게 부르고 있던 브라질 관중석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
요한의 골은 확실히 충격적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이 다시 경기 초반 때처럼, 천천히 공을 돌리게끔 만들 정도로.
노골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골이지 않나.
천재들이 즐비한 브라질에서도 역대급으로 꼽히는 그 외계인 말이다.
브라질의 축구는 브라질 선수만이 할 수 있다고 믿는 브라질 사람들이다.
근데, 그걸 요한이 해버렸으니 충격은 두 배였을 거다.
하지만, 어쨌든 브라질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계속해서 공을 소유하며 빈틈을 노렸고, 소강 상태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브라질은 알고 있었다.
요한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공격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라는 걸.
<클레베르손, 흔들고 들어갑니다. 아아, 중심을 완전히 빼앗습니다! 중앙으로 접어 들어가는 클레베르손!>
전반 21분, 브라질의 전매특허가 발휘되었다.
시작은 왼쪽의 클레베르손이었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드리블로 수비를 벗겨낸 클레베르손은 중앙으로 파고 들었고, 여기서 브라질 삼각편대의 호흡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사람 잡아!”
“뒤!”
잉글랜드 수비가 악을 지르며 마킹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지만, 그들을 약 올리는 듯 브라질 공격수들은 유유히 움직였다.
클레베르손이 공을 가지고 중앙으로 향하자, 중앙에 있던 안드레 리마는 왼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러자 오른쪽의 파브리시우가 박스 안으로 파고들었고,
파아앙-
클레베르손이 이를 놓치지 않고 스루 패스를 연결했다.
촤와아아-
수비 사이를 꿰뚫는 패스는 파브리시우에게 정확히 연결되었고, 파브리시우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다시 반대편으로 연결했다.
왼쪽으로 빠져 있었던 안드레 리마를 향한 낮고 빠른 크로스.
파아아앙-!
리마가 발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되는 크로스였다.
철썩-!
<아···! 이게 또 들어갑니다! 브라질의 두 번째 득점. 다시 리드를 잡는 브라질!>
<공격 작업이 완벽했네요.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골이라고 해야 할까요.>
<확실히 무서운 쓰리톱을 보유한 브라질입니다. 잉글랜드가 전반 20분 만에 두 점을 내주는 건, 이번 대회 들어 처음인데요.>
브라질이 다시 앞서가기 시작했다.
*
모두가 느꼈고, 요한도 느꼈다.
오늘 수비에게 기대를 걸면 안되겠다는 걸.
브라질의 공격력은 생각보다도 더 강했다.
때문에, 이 경기를 이기기 위해선 상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수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안드레 리마가 한 골. 파브리시우가 두 개의 도움. 그리고 클레베르손이 한 골과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합니다. 역시 이게 브라질의 무서움이죠.>
<쓰리톱 세 명 모두에게서 득점이 나올 수 있고, 도움이 나올 수 있죠.>
<반면 잉글랜드는 요한 한 명에게 많은 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결국 브라질의 쓰리톱 만큼을 요한이 혼자서 해줘야 한다는 건데요.>
브라질 쓰리톱의 화력을 요한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3대1의 대결.
하지만, 요한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1 vs 3이 아니다.
1 vs All이다.
어차피 오늘은 동료들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으니까.
<프라이스, 조금 불안하지만 패스를 넘깁니다. 요한이 내려와 있습니다. 하프 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는 요한, 빠르게 돌아섭니다! 그리고 달립니다!>
그냥 다 비켜.
혼자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