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20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201화(201/202)
< 200화 – 1 vs ALL >
학업 성적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들을 둔 학부형들의 단골 대사가 하나 있다.
“우리 애가 마음만 먹으면 잘하는데, 마음을 안 먹어요.”
이 말은 높은 확률로 사실이 아니며, 그저 부모들의 바람일 뿐이다.
하지만,
이 말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딱 두 명 있다.
반석호와 김라희다.
<요한이 뛰기 시작합니다!>
타타탓-!
하프라인에서부터 공을 몰고 올라가는 요한.
보통은 이 위치에서 전진을 할 때, 앞에 공간이 훤히 나 있는 게 아닌 이상 스타트를 전력으로 끊진 않는다.
하지만 요한은 시작부터 마음을 먹었기에, 스타트 라인부터 속도를 맥스로 끌어올렸다.
그래서,
순식간이었다.
<한 명! 두 명! 셋, 그리고 넷!>
그냥 달려가는 것 같았다.
앞에 무엇이 있든 보이지 않는 듯했다.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야생마 한 마리가 푸른 들판 위를 뛰듯.
애당초 뛰기 위해 태어난 생명이기에.
그저 그렇게 태어났기에 달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요한의 발엔 공이 붙어 있었고, 브라질 선수들은 아무도 그 공을 빼앗지 못했다.
아니,
요한이 달리는 걸 멈춰 세우지도 못했다.
진귀한 장면이었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믿기 힘든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요한은 너무도 간단하게 브라질 선수들을 제치며 달려나갔다.
“가··· 가자!”
전신이 찌릿찌릿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반석호.
요한이가 증명하고 있다.
녀석이 어릴 적, 자신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
우리 애가 마음만 먹으면!
마음만 먹으면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거봐!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상대가 안 된다고!
<일곱 명째!>
‘정면으로’ 제쳐낸 선수만 일곱 명째가 되자, 요한의 시야에 골키퍼와 골대가 나타났다.
순간 드는 잠깐의 고민.
한 명을 더 채울까, 아님 말까.
에이.
귀찮아.
말자.
뻐어어어어어엉-!
요한은 그대로 슈팅을 때렸고,
철썩-!
슈팅은 키퍼가 다이빙을 시도할 생각도 하지 못하게끔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브라질의 삼각편대가 보여준 아름다운 골.
그에 대응하는 요한의 솔로 골.
점수는 다시 원점이 되었고, 이번에도 브라질 팬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요한의 두 번째 골이 들어가자 할 말을 잃은 건 브라질 팬들뿐만이 아니었으니까.
“···”
“···”
베르나베우의 모두가 조용히 한 남자를 바라봤다.
그 눈빛들이, 마치 신을 영접한 듯 성스러운 눈빛들이었다.
*
<결승전 같지 않은 결승전입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결승전다운 결승전입니다.>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해야 하는 캐스터라는 사람이 앞뒤가 안 맞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걸 지적할 수는 없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결승전 같지 않지만, 결승전다운 경기 내용이 펼쳐지고 있다.
보통, 결승전이라하면 양 팀이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기 내용이 그렇게 박진감 넘치고 재밌진 않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이번 대회 통틀어 가장 박진감 넘치고, 눈을 뗄 수 없는 경기였다.
그래서 결승전답기도 한 것이다.
아직 전반이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이미 이 경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리마가 백힐로 내주고, 파브리시우! 아, 들어갑니다! 파브리시우 주니오르의 득점. 브라질의 세 번째 득점입니다.>
<중요한 프리킥인데요. 제발 이 기회를··· 요한, 갑니다! 슈우우웃! 고오오오오올! 환상적인 프리킥이 터집니다! 경기는 다시 원점! 요한 반, 벌써 세 번째 득점!>
전반이 끝나기 전에 양 팀은 한 개의 골씩을 더 주고받았다.
전반 36분, 브라질은 역시나 안드레 리마와 파브리시우의 호흡으로 수비를 무너뜨린 뒤 득점에 성공했고.
전반 41분, 잉글랜드는 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요한이 직접 처리해 성공시키며 득점에 성공했다.
브라질이 먼저 한 대 때리면, 요한이 응수하는 양상이었다.
벌어질 듯 벌어지지 않고, 뒤집힐 듯 뒤집히지 않는 시소 게임.
<후반전을 위해 선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 팀 모두, 선수 교체는 없습니다.>
<양쪽 모두 아쉬움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만족할만한 전반전이었죠. 브라질은 특유의 공격이 효과적으로 먹혀드는 모습을 확인했고, 잉글랜드는 요한 혼자서 브라질 모두를 상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말씀해주신대로, 브라질은 클레베르손, 리마, 파브리시우가 모두 똑같이 한 골과 한 개의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잉글랜드의 득점 세 개는 오로지 요한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구요.>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 후반전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는 선수들.
중계 카메라는 브라질의 쓰리톱을 차례대로 잡은 뒤, 요한의 얼굴을 오랫동안 원샷으로 잡았다.
3명의 월드 클래스와, 한 명의 신.
<이제 뒷심 싸움입니다. 체력 싸움이고, 또 정신력 싸움이죠.>
<조금은 걱정되긴 합니다. 한 명이 세 명을 상대한다는 게, 힘이 부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체력적 부담이 따라오는 후반으로 갈수록 그럴텐데요.>
<글쎄요. 보통 ‘인간’의 경우엔 그렇죠.>
라인업에 변함이 없듯, 시작된 후반전의 양상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브라질은 닥공.
잉글랜드는 10명이 방어 태세를 구축하고, 요한이 언제든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알프레도 도밍고, 클레베르손에게. 클레베르손, 다시 뒤로 내줍니다.>
<일단 공격을 잘 막아내고, 공을 좀 소유할 수 있다면 잉글랜드로서는 좋을 것 같은데요.>
어찌 되었든, 선공권은 브라질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요한의 세 골 모두가 동점 골이었듯, 브라질은 항상 먼저 공격을 시도했고, 매 공격마다 파괴적인 모습으로 잉글랜드의 골문을 위협했다.
“딱 한 골. 딱 한 골만 막자. 원래라면 들어갔어야 할 골, 딱 한 골만. 그럼 우리가 이긴다. 월드 챔피언이 되는 거고,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무슨 말인지 다들 이해하겠지?”
하프 타임 동안 라니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딱 한 골만 막자고.
모든 골을 다 막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상대가 요한을 막지 못하고 있듯, 브라질의 공격도 모든 공격을 다 막아내기엔 힘들다.
그러니까, 딱 하나만.
원래라면 먹혀도 이상하지 않을 골을, 혼신의 힘을 다해 하나만 막자는 거다.
‘우리의 힘으로든, 아님 신이 우릴 돕든···’
스스로의 힘으로 막아내든, 아니면 신이 돕든.
상관없다.
결승전에서 중요한 건 결과뿐이니까.
어쨌든, 하나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는 얘기였다.
브라질의 공격은 어찌저찌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상대는 요한을 막지 못할 테니까.
아주 간단한 계산이었다.
때문에, 참을 수 있었다.
후반 11분.
브라질에게 네 번째 실점을 내줬을 때에도 말이다.
<파브리시우가 한 골을 더 기록합니다. 이번에도 어시스트는 안드레 리마. 이야, 이거 참. 잉글랜드가 네 골을 헌납하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요.>
<정말 대단하긴 하네요. 자신의 홈구장이라 그런지, 파브리시우의 날이 바짝 서 있습니다.>
아마 그런 계산이 없었다면, 이 실점으로 잉글랜드는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세 번째 골이 들어갔을 때부터 무너졌겠지.
하지만, 무려 네 골을 내줬어도 잉글랜드 선수들은 집중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요한이 그 이유를 보여줬다.
후반 14분.
브라질의 네 번째 골이 들어간지 불과 3분 뒤였다.
<됐습니다! 요한! 엄청난 고공 폭격! 프라이스의 코너킥을 그대로 찍어누릅니다! 해트트릭을 넘은 포트트릭!>
<이건 정말···!>
오늘 경기에서만 네 번째 동점 골.
브라질로서는 치가 떨리지 않았을까.
공격진에서 무려 네 골을 뽑아줬는데, 도대체 점수 차가 벌어지질 않는다.
아니, 벌어지긴커녕 동점이다. 동점.
정말 지긋지긋하게도 따라온다.
심지어, 그게 오롯이 한 명의 힘이라는 게 브라질로서는 두려울 지경이다.
<잉글랜드에서 먼저 교체 카드를 꺼내듭니다. 스티브 던컨이 들어가는데요.>
<수비적인 교체네요. 공격은 계속해서 요한만 믿고 가겠다는 겁니다.>
<양팀 도합, 무려 여덟 골이 터졌지만. 왠지 이 경기는 한 골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후반 20분.
라니스터 감독은 왼쪽 윙어 미켈 마이어스를 빼고 수비 자원인 스티브 던컨을 투입했다.
수비 보강을 위한 교체.
제발, 하나만.
하나만 막자.
<이미 네 골을 넣었지만, 브라질은 공격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잉글랜드가 수비 보강을 하니 브라질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브라질도 이젠 때리다 지치는 시간대다.
브라질의 쓰리톱은 서로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기반으로 호흡을 통해 골을 만들어내는 타입이므로, 당연히 기동력이 떨어지면 그 위력도 반감이 된다.
이미 앞서 네 골이나 집어넣었다는 건, 그 위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그들도 전력을 다했다는 것이고.
때문에 체력 소모가 컸던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분명 넘치는 재능과 타고난 센스를 가졌지만, 체력 면에서 있어선 비교적 부족한 면이 있다.
그걸 가장 먼저 느낀 건 잉글랜드 선수들이었다.
<벨라미가 한 발 먼저 터치라인 밖으로 걷어냅니다. 지금은 잘 따라갔습니다.>
<좋아요. 벨라미. 저렇게 끝까지 붙어줘야죠.>
끈질긴 슬라이딩 태클로 상대 공을 커팅해낸 벨라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정말 정신이 없었다.
눈 깜빡하면 내 앞에 있던 녀석이 사라져 있었고, 뒤를 돌아보면 저쪽에 있던 녀석이 어느새 이쪽에 있기도 했다.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근데, 이제는 다르다.
보이고 있다.
녀석들의 움직임이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여전히 따라가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상대의 발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는 게.
“할 수 있어!”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벨라미.
버티다 보면, 분명 신은 우리를 도울 것이다.
사실 벨라미는 무신론자였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지금은 신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신은 지금 이 그라운드 위에 있다.
그가 우릴 도울 것이다.
<브라질, 길게 뒤로 내줍니다. 다시 숨을 고르며 공격을 준비합니다. 어느새 시간은 30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들어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득점이 나오지 않고 있네요. 이젠 정말 한 골 싸움이 될 것 같은데요.>
이젠 브라질도 쉽게 마무리까지 이어가지 못한다.
남은 시간이 줄어든다는 건,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뜻이다.
아무리 브라질이라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연장 승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브라질.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습니다.>
할 거면 완벽하게 해야 한다.
행여나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하고, 역습이라도 내주게 될 경우.
그 실수 한 번이 모든 걸 망칠 수 있다.
브라질은 최대한 빈틈을 엿보며, 신중하게 때를 기다렸고.
<에코, 클레베르손에게. 클레베르손, 순식간에 속도를 높입니다! 왼쪽을 파고드는 클레베르손!>
때가 왔다고 느꼈을 때, 마지막 공격이라는 생각으로 브라질이 공격에 나섰다.
선봉장은 클레베르손.
왼쪽 측면을 부수고 들어간 클레베르손은 욕심 부리지 않고 중앙으로 내줬고,
파아앙-!
이를 안드레 리마가 수비를 등지고 잡은 뒤 다시 클레베르손에게 내줬다.
리마의 앞을 스쳐 지나가며 공을 낚아채가는 클레베르손.
박스 중앙을 향해 접어들어가던 클레베르손은,
<막아야 합니다!>
그대로 슈팅을 때릴 듯 오른발을 접었다.
그러나,
클레베르손의 선택은 슈팅이 아니었다.
인기척을 숨기고, 수비 뒤로 돌아들어가고 있던 파브리시우에게 향하는 패스였다.
촤아아아-
절묘한 스루 패스.
이 패스가 파브리시우의 발에 닿기만 한다면 골이 되겠다 보일 정도로 결정적인 패스였고, 파브리시우는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파브리시우를 놓치지 않고 있던 벨라미가 있었다.
파아아앙-!
<벨라미이이-!>
비명에 가까운 해설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듯, 벨라미의 커팅은 극적이었다.
정말 발끝, 벨라미가 5mm만 작은 축구화를 신었더라면 닿지 않았을 아주 미세한 차이로.
클레베르손의 패스에 벨라미의 발이 닿았고, 공의 궤적이 바뀌며 파브리시우는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타타탓-!
이후 공이 골라인을 나가기 직전.
이번엔 왼쪽 풀백 대니 화이트가 몸을 날려 공을 가까스로 멈춰 세웠다.
그리고, 곧바로 공을 잭 프라이스에게 연결했다.
공을 넘겨 받은 잭 프라이스는, 볼 것도 없이 전방을 향해 연결했다.
아니, 사실 연결했다고 하긴 뭐하고.
알아서 잡으라는 듯 걷어냈다고 하는 게 적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차피 저기서 공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저 녀석이니까.
연결이라고 해도 무방할 거다.
“아···”
“···”
한 끗 차이로 공격이 막힌 브라질 쓰리톱이 몸을 돌려 자신의 진영을 바라본다.
이윽고, 한 명 한 명씩 브라질 선수들의 몸이 자신들의 진영 쪽으로 돌아간다.
모두의 시선은 한 곳.
요한의 등이다.
요한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브라질 선수들 중엔, 등을 보고 있으면 안 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 숫자는 계속해서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최종에 가서는.
골키퍼를 제외한 전원이 요한의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거나 그 자리에 벌렁 드러누워 버리고 말았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월드 클래스 11명.
그들도 인간계 최강이었을 뿐이다.
신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요하아아아아아아안-!>
라니스터 감독을 비롯한 모두의 바람대로, 신이 잉글랜드를 도왔다.
그 스스로, 다섯 번째 골이자 오늘 경기 최초의 역전 골을 넣음으로써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