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2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25화(25/202)
< 024화 – 비시즌 돌입 >
-아빠 : 요한아 밥 먹으러 나와라
“응?”
침대에 누워 있던 요한이 고개를 갸웃였다.
아빠가 톡을 보내셨다.
거실에 계시면서, 밥 먹으러 나오라는 말을 웬 메시지로 하신담?
“···이건 또 어디서 난 사진이야.”
메시지를 확인하다 자연스레 보게 된 아빠의 프로필 사진.
자신이 웨스트 햄 엠블럼에 뽀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아빠의 프로필로 되어 있었다.
“뭐야. 형도네? 엥? 엄마도?”
아빠 뿐만이 아니다.
다른 가족들의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모두 같은 사진으로 되어 있었다.
왜들 이래.
부담스럽게.
“어, 그래. 앉아라.”
“요한아. 밥 먹어.”
부엌으로 나가니 형과 아빠가 식사 중이다.
근데, 아빠는 밥상을 앞에 두고 웬 신문을 읽고 계셨다.
“흠. 어? 이거 봐라. 요한아, 여기 너 나왔다.”
“네?”
“여기 봐봐. 네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니까.”
“···그렇네요.”
괜히 모른척하며 신문을 건네는 반석호.
반석호의 말대로, 신문엔 요한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다.
<웨스트 햄의 미래가 나타났다! 16세 스트라이커 요한 반, 리버풀 상대로 해트트릭 달성!>
머리를 긁적이는 요한.
사진 뿐만 아니라 자신에 관한 내용이 몇 줄이나 적혀 있었다.
죄다 호들갑 떠는 내용들이다.
괴물이 나타났다느니, 천재가 나타났다느니. 최연소 기록들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다느니.
다 부담스러운 내용밖에 없다.
다만,
흥미로운 내용도 있긴 했다.
······요한 반은 과거 웨스트 햄에서 7시즌을 뛰며 266경기 99골 63도움을 기록한 ‘반니’ 석호 반의 아들이다. 이 날 경기장을 찾은 반니는 “내가 처음 해트트릭을 기록했을 때보다 정확히 12배 정도 더 기쁘다.”라며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빠, 인터뷰도 하셨어요?”
“응? 아, 그게.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알아봐서 말이야.”
괜히 식사에 집중하는 척하며 대답하는 반석호. 하지만 숨길 수 없는 뿌듯함이 요한의 눈에도 보인다.
자기가 해트트릭 했을 때보다 12배가 더 기쁘다니. 그렇게 기쁘셨을까.
요한은 어제, 자신을 향해 환호하던 관중들을 떠올렸다.
아빠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셨겠지.
형도 마찬가지일 테고.
이 두 사람이 자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요한도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근데, 아빠.”
“응?”
“최종 기록이 99골이었어요?”
“아, 그랬지.”
“한 골만 더 넣고 은퇴하시지 그러셨어요.”
요한의 말에 허허 웃는 반석호.
“나라고 왜 안 그러고 싶었겠냐.”
웃고 있지만, 반석호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스쳐 지나간다.
웨스트 햄 소속 시즌 통산 99골.
선수 시절 단 한 번도 개인 기록을 위해 뛴 적은 없는 반석호였지만, 그 마지막 한 골만큼은 내내 한으로 남았던 반석호였다.
99골이나 100골이나 딱 한 골 차이일 뿐이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100골이 주는 상징성.
반석호도 이왕이면 웨스트 햄에서 100골을 달성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었다.
그러나 무릎이 문제였다.
유럽과 한국을 바삐 오가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뛰었던 반석호에게 돌아온 대가는 몇 번의 수술과, 무릎에 가득 찬 물이었다.
지금도 반석호의 무릎엔 연골이 없다.
양 쪽 모두다.
무릎 뿐인가. 성한 곳 찾기가 더 어려운 반석호의 몸 상태였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관리를 받았다면 100골을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이상도 충분히.
반석호가 한국에서 오는 연락들을 모조리 씹고 있는 것도, 오늘 밥상에 건강식만 가득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우리 요한이가 아빠 대신 100골을 넣어주면, 그 아쉬움도 눈 녹듯 사라질 것 같아.”
웃으며 요한의 머리를 쓰다듬는 반석호.
그러나,
‘100골 넣으려면 몇 골을 더 넣어야 돼···’
그런 반석호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요한은 그저 씹던 닭가슴살 때문에 목이 막힐 뿐이었다.
ㆍㆍㆍ
2027년 6월 5일.
웨스트 햄은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2026/27 시즌을 마무리 했다.
리그 최종 순위 9위.
38경기에서 13승 14무를 거두며 승점 53점을 획득했다.
결과적으로 썩 나쁘지만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많은 시즌이었다.
FA컵과 리그컵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것,
약팀들을 상대로도 승점 3점을 확실히 챙기지 못하고, 총 14무나 기록한 답답한 공격력 등.
선수들의 스쿼드나 슈미트 감독의 역량을 생각해 봤을 때, 9위보다 더 높은 순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이 분명히 있었던 시즌이었기에, 확실히 나쁘지도 않지만, 만족스러운 것도 아닌 시즌이었다.
다만, 다음 시즌을 기대해볼 수 있는 여지는 많았다.
우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든든히 지원하겠다는 구단의 공표도 있었고, 다음 시즌으로 슈미트 감독이 2년차가 되니 더 완성된 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시즌 말미에 나타난 괴물 유스 스트라이커가 다음 시즌까지 기다리기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시즌 35라운드부터 출장해 7골 3도움.
고작 4경기만에 팀내 득점 2위에 오른 괴물 유스, 요한.
시즌 중반에만 합류했더라도 승점 10점 이상은 거뜬히 벌어다 줬을듯한 요한 하나 때문이라도, 다음 시즌을 기대해볼만 할 것 같았다.
그건 팬들 뿐만 아니라,
슈미트 감독의 생각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이렇게라고 봅니다만.”
“으음. 감독님의 판단이 그러시다면야, 저희는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즌이 끝난 뒤.
구단 수뇌부와 미팅 자리를 가진 슈미트 감독이 명부 하나를 내밀었다.
그 명부엔, 영입을 원하는 선수들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애당초 구단이 이번 여름 지원을 약속한 금액은 7천만 파운드, 대략 1,100억원 수준인데.
그 자금은 오롯이 스트라이커 보강을 위해 준비된 자금이었다.
슈미트 감독이나 구단이나 가장 시급한 포지션으로 꼽은 게 스트라이커였고, ‘옆그레이드’가 아니라 진정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스트라이커 하나에 1000억이 넘는 돈을 투자 해야만 했다.
그런데, 요한의 등장 때문에 슈미트 감독은 노선을 바꿨다.
스트라이커 영입이 필요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음 시즌, 주전 스트라이커는 요한으로 간다.
대신 스트라이커 영입을 위해 지원을 약속 받았던 자금을 다른 포지션에 투자하자는 것이었다.
팀으로써도 훨씬 더 여유가 생긴 일이었다.
1천억이면 서너 개의 포지션을 강화할 수 있는 자금이었다.
그만큼 스트라이커가 비싸다.
특히 쓸만한 스트라이커는.
그런데, 요한 덕분에 스트라이커가 필요 없어 졌으니 자금을 더욱 폭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목록에 올려주신 선수들을 보니, 뭔가 공통점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확실히 감독님의 색깔이 묻어나네요.”
슈미트 감독이 1순위로 물망에 올린 선수들은 총 4명이었다.
미드필더 둘에 수비 하나, 그리고 골키퍼 하나.
포지션은 달라도 그들에게선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단 200억에서 300억 사이의 몸값을 가진 젊은 선수라는 것.
그리고, 모두 신체조건이 좋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이란 것이었다.
아, 골키퍼는 당연히 활동량 대신, ‘좋은 롱 킥 능력’을 가진 키퍼가 물망에 올랐다.
“다음 시즌 기대해봐도 좋겠죠, 감독님?”
“제일 기대되는 건 접니다.”
슈미트 감독이 원하는 대로만 이적 협상이 마무리 된다면, 충분히 자신 있었다.
다가올 새 시즌.
웨스트 햄을 완벽히 다른 팀으로 바꿔낼 자신이.
“서둘러 보겠습니다.”
“저도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네요.”
바쁜 여름이 될 것 같았다.
ㆍㆍㆍ
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프리 시즌 팀 트레이닝이 시작되는 주까지.
그 사이에 뜨는 비시즌 기간은 대략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가 된다.
보통의 선수들은 이 기간 동안 개인 훈련에 집중한다.
시즌을 치르며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거나,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며 컨디션을 유지하거나.
경기가 없는만큼 선수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에, 선수 개개인에 있어선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비시즌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 활약 여부가 갈릴 정도니까.
그만큼 비시즌 기간은 단순한 휴식 기간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슈미트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요한 때문이었다.
아주 당연하게도, 요한이 비시즌 동안 알아서 개인 훈련을 할 녀석은 아니었다.
누가 시킨다고 해도 안 할 녀석인데, 비시즌까지 겹치면 어떠할까.
한 달 내내 축구를 잊고 살다가 프리 시즌 트레이닝에 합류할 지도 모르는 일.
그러니 요한에게 어떤 방학 숙제를 내줘야 효과적일까, 고민을 하던 차인 슈미트 감독이었는데.
“안 그래도, 저와 저를 도와줄 전담 트레이너를 모셨습니다.”
“전담 트레이너요?”
“예. 아마 믿으셔도 좋을 겁니다.”
그 문제로 반석호와 면담을 하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반석호는 믿을만한 전담 트레이너를 불렀다며, 책임지고 비시즌 동안 요한이를 훈련 시키겠다고 장담했다.
“실례지만, 그 트레이너란 분이 어떤 분이신지 여쭤봐도 됩니까?”
“절 훈련 시켜주셨던 분입니다. 요한이가 제일 무서워 하는 분이기도 하구요. 그 분 말씀이라면 요한이도 잘 들을 겁니다.”
“요한이가 제일 무서워 하는? 요한이가 무서워 하는 사람도 있단 말입니까?”
“예. 있습니다.”
씩 웃는 반석호.
요한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남자.
그가 영국행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한국에서부터 날아오고 있었다.
ㆍㆍㆍ
6월 11일.
런던 하운스로우, 히드로 국제 공항.
“에구, 허리야.”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하나가 허리를 두들기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오랜 비행 탓에 쑤시는 삭신.
인천에서부터 오는데만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백발 노인에겐 힘들 수밖에 없는 비행.
그러나,
그렇다기엔 수트를 입은 노인의 체구는 여느 20대 못지 않을만큼 탄탄해 보였다.
“아버지!”
“어, 그려.”
요한의 할아버지, 반길융이 영국에 도착했다.
“오시느라 힘드셨죠.”
“좀이 쑤셔서 죽는 줄 알었다.”
“비행기 안에서 잠은 좀 주무셨어요?”
“잠은 무슨. 내리기 직전까지 업무 처리하다 왔어.”
올해 춘추가 일흔넷.
그러나 허리 하나 안굽은 반길융은 여전히 누구보다 바삐 사는 정력가였다.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내내 업무 일처리를 했을 정도로.
선수를 은퇴한 뒤 식품 관련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반길융은 여전히 1선에서 기업을 경영 중인 경영인이었다.
때문에 아들 내외가 영국으로 간다 했을 때도 본인은 한국에 남은 것이었고.
이번에 아들의 부탁으로 이렇게 온 것도, 겨우 시간을 내서 온 것이었다.
“경기는 좀 보셨어요?”
“봤지. 뉴스에도 나오더만.”
“한국 뉴스에도 나왔어요?”
“그려. 아주 호들갑들을 떨던데.”
차에 캐리어를 싣고 집으로 향하는 길.
자연히 요한에 관한 이야기부터 나온다.
반길융의 말에 따르면,
요한의 활약이 한국에서도 화제인 모양이었다.
프리미어 리그에 16세의 나이로 데뷔해, 4경기에서 7골을 넣는 맹활약.
당연히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셨어요? 요한이, 대견하지 않습니까?”
“으음···”
“최소한 저보단 더 반씨 집안의 피를 물려 받은 것 같지요?”
“이제 4경기인가 뛰고 뭘 안다고.”
“에이. 딱보면 알지요. 열여섯살에 그 정도 하는 아이가 어디 있다고. 열여섯이면 제가 아버지한테 한창 혼날 때 아닙니까?”
“그땐 사춘기랍시고 고집을 피우니까 그랬지.”
“아버지는 열여섯살 때 뭐하셨었어요?”
“내가 열여섯일 때? 어디 보자. 그때가 3공 때니까···”
“···3공이요? 아버지가 진짜 동안이시긴 하네요.”
“엊그제도 노인회관 가니까 청년은 못 들어온다고 하드마. 껄껄!”
아버지와 함께 훈련했던 10대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 반석호.
10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내며 중등 대회 우승도 하고, 연령별 대표팀에도 뽑혔던 반석호였지만 아버지에겐 그저 매일 혼나는 열등생일 뿐이었다.
정말 많이 혼나면서 배웠었지.
아버지의 기준은 매우 높았고, 엄격했으니까.
그래도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커리어를 가질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반석호였다.
그렇기에,
이번 한 달도 기대가 된다.
요한이도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기를.
물론,
“저 다루듯이 그렇게 혼내시면 안돼요. 요한이는.”
“그런 게 어딨냐.”
“열 받아서 때려 친다고 하면 어떡해요.”
“그런 썩어빠진 정신으론 때려 치는 게 맞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아버지가 워낙 기준이 높은 분이기에, 요한이를 너무 많이 혼내면 어쩌나 하는 걱정.
본인이야 혼나면 혼날수록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타입이라지만, 요한이는 아닐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아버지도, 요한이 보시면 인정하실 수밖에 없으실 거예요.”
“글쎄다. 아무리 손주라도, 아니 손주니까 더 엄격하게 가르쳐야지. 아무튼, 내가 사람 하나 만들어 놓을테니 넌 끼어들지 말거라. 넌 마음이 너무 약해.”
“네. 맞아요. 전 아들한테 그렇게 모질게는 못하겠더라구요. 누구처럼.”
“···뭬야?”
“하하!”
그렇게 높은 아버지의 기준도,
요한이에겐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