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2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27화(27/202)
< 026화 – 요한과 어미 새들 >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엔 총 3명의 공동 구단주가 존재한다.
영국 최대 식품 기업, LSF 컴퍼니의 오너인 라힘 맥마나만.
유럽 각국에 매장을 두고 있는 의류 기업, 드류앤드류스의 창업자 마크 앤드류.
호텔 그룹의 총수이자 부동산 재벌, 아담 긴즈버그.
이 셋은 재밌게도 놀라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의, 식, 주가 모두 모인 것이다.
의류, 식품, 부동산.
덕분에 웨스트 햄과 관련해 재밌는 이야기도 있었다.
웨스트 햄에서 3년만 뛰면 의식주 걱정은 해결이라는 이야기.
웨스트 햄에서 3년 이상을 뛴 선수들에겐 본사 제품 일정 종류 무상 지원, 또는 굉장한 할인을 해주는 베네핏이 있기 때문이었다.
맥마나만이 말하려는 것도 그 베네핏의 연장선이었다.
“근데, 우승이라는 조건이니 좀 더 통이 커야겠죠.”
“그럼?”
“뭐, 기업 제품과 서비스 평생 무상 지원. 이런 거죠. 앤드류 씨나 긴즈버그 씨는 따로 얘기해봐야겠지만, 저희 쪽에선 뭐 다 가능합니다. 운영 중인 레스토랑 전부 무료 이용이라든가, 아니면 아예 제품 지원도 되고. 평생.”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정도야 뭐. 아니, 이 옵션 다 따내고, 팀을 우승시키면 그 자체로 우리 팀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되는건데. 그거 하나 못해주겠습니까. 더 해줄 수도 있죠. 그리고.”
“그리고?”
“말이 그렇다는거지. 그게 어디 쉽게 가능하겠어요?”
껄껄 웃는 맥마나만 구단주.
그래.
사실 뭘 건다 해도 큰 의미는 없을거다.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창단 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1부 리그 우승을 해본 적 없는 팀이었다.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승을 못해본거다.
그런 팀을 데리고 우승할 수 있다면야, 모든 걸 해줄 수 있겠지만.
아마 현실적으로 어렵겠지.
우승이라는 게.
“뭐, 좋네요. 그럼 그렇게 미팅 해보도록 하자구요.”
“예. 그 꼬맹이 덕분에 전력 보강도 꽤 잘된 것 같고, 기대가 큽니다.”
“기대에 부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우승을 하면, 평생 의식주를 해결해주겠다고?’
계약서를 받아든 요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상치도 못한 계약서였다.
다른 항목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로지 마지막 줄.
팀을 우승시킬 경우 받게 될 특전만이 눈에 들어왔다.
‘개꿀인데?’
이 팀을 우승만 시키면, 평생을 놀고 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니.
이거 완전 개꿀아닌가.
우승만 하면 그 즉시 은퇴를 해도 평생을 책임져주겠다니, 꿈이 이루어 지는거다.
아무것도 안하고 사는 꿈.
요한은 더 볼 것도 없이, 허겁지겁 펜을 들어 서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반석호가 잠시 말렸다.
“요한아. 사인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네? 더 볼 것도 없을 것 같은데요?”
“···설마, 우승 옵션 때문에 그러는 거냐?”
“네.”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반석호.
요한이가, 아직 웨스트 햄으로 리그 우승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00년대 이후로,
27년간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들어올린 팀은 고작 6팀밖에 되지 않는다.
맨유, 맨시티, 첼시, 아스날, 리버풀, 레스터.
그 중 15/16시즌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를 제외하곤, 이변이라고 할만한 우승은 없었다.
즉, 우승도 해본 팀이 한다는 것.
웨스트 햄의 골수 팬인 반석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현재의 웨스트 햄은, 우승 경쟁을 할만큼 경쟁력을 가진 팀이 아니란 걸.
그러니, 이 옵션은 사실상 없는거라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여기, 다른 옵션들도 검토해 봐야지. 우승 옵션도, 이 옵션들의 70퍼센트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고 써있잖니.”
“···옵션이요?”
반석호의 말에 계약서를 다시 읽어보는 요한.
그러고 보니, 옵션이라고 표기된 항목들이 많다.
-한 시즌 총 35경기 이상 출장 : £120,000
-한 시즌 총 2,200분 이상 출장 : £120,000
-한 시즌 통산 20골 이상 득점 : £180,000
-한 시즌 통산 10도움 이상 기록 : £160,000
-해당 시즌 리그 득점왕 수상 시 : £250,000
-이달의 선수 수상 시마다 : £70,000
-···
-···
-···
옵션만 해도 거의 10개 가까이 되는데.
아직 옵션의 개념을 정확히 모르는 요한이 묻는다.
“이걸 하면 이만큼을 보너스로 준다는 건가요?”
“그게, 그렇지. 근데 자세히 봐라. 어느 것도 쉬운 게 없다. 쉽게 주지는 않겠다, 이거지.”
반석호의 말에, 요한이 고개를 갸웃인다.
이게? 이게 어려운 건가?
글쎄다.
한 시즌을 다 뛰어본 적이 없으니 감이 잘 잡히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4경기를 뛰고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한 시즌은 총 38경기.
그럼, 아무리 못해도 사구 삼십육. 칠구 육십삼. 삼구 이십칠.
63골 27도움은 할 수 있다는 건데?
게다가 컵 대회같은 경기들도 있잖아.
“···그거야, 단순해도 너무 단순하게 계산한거고. 매 경기 골을 그렇게 넣는다는 게 쉽지 않지. 그 정도면 옛날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들이나 가능했던 기록이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거 반만 해도 되는 거잖아요. 그럼 쉬울 것 같은데.”
이해를 못하는 요한에 머리를 긁적이는 반석호.
으음.
저게 쉬워보인다는 녀석에겐, 지금은 아무리 설명해봤자 못 알아들을 것 같다.
반석호는 요한에게 설명하는 대신 구단 관계자에게 말했다.
“옵션 기준을 좀 낮추는 게 어떻겠습니까. 데뷔한지 2달도 안된 선수에겐 기준이 상당히 높은 것 같은데요.”
“으음, 그런가요. 뭐, 낮출 수는 있겠지요. 대신, 당연히 수당도 떨어질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난이도가 떨어지면 보상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
반석호는 그래도 그게 낫겠다 싶었다.
대신 기본급을 좀 더 올려달라고 해야겠지.
하지만, 이번엔 요한이 막았다.
“이대로 할게요, 아빠. 아빠, 목표는 크게 가져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
요한의 말에 반석호가 탄복했다.
요한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순간 반석호는 계산적이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래. 아들의 꿈을 응원해주자.
녀석이 이렇게 목표를 가지고 의욕을 보이는 것도 기적인 일이다.
어차피, 기본 조건만 해도 구단이 요한의 가치를 상당히 높게 쳐줬다는 게 보였기도 했다.
“사인 할게요?”
“그, 뒷장은 봤니?”
“네. 봤는데 무슨 골프 금지인가 써있던데. 저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더라구요. 또 뭐 BMI? 이런 것도 있는데 뭔지 모르겠고.”
“골프? 어··· 그래.”
결국 요한은 펜을 들었고,
새로운 재계약이 마무리 되었다.
계약 기간은 4년에 1년 연장 옵션.
연봉은 기존에서 약 40배 인상 수준.
그 외 옵션 총합 약 180만 파운드 수당 포함.
그리고, 우승 시 의식주 평생 해결.
‘웨스트 햄 우승.’
요한의 다음 시즌 목표가 정해졌다.
ㆍㆍㆍ
2027년 7월 5일.
런던 스트랫포드, 웨스트 햄 1군 훈련장.
“앞으로 잘해보도록 하세.”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곳에 뼈를 묻겠심더!”
“···확실히 스코틀랜드 억양은 나만큼이나 특이하구만.”
“지도 감독님이 저희 할아버지 같심더!”
훈련장이 요란스럽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웨스트 햄에 새로 합류하게 된 선수들 때문이었다.
인원은 모두 넷.
다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첫 출근부터 의욕적인 얼굴들이다.
“자아! 여기가 내 꿈을 맘껏 펼칠 곳이란 말이제!”
“···앞으로 누구 때문에 귀가 뜨겁겠는데.”
“마! 귀만 뜨급나! 니 심장도 뜨급게 해줄께!”
그 중에서도 의욕이 과다해 보이는 덩치 하나.
스코틀랜드 리그의 셀틱에서 이적해 온 미드필더, 제이콥 버클리.
스코틀랜드 사투리도 심하고, 어딘가 좀 못 미더워 보여도, 넷 중 가장 높은 몸값으로 이적해 온 기대주 버클리는 훈련장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이제 이곳이 이 몸의 나와바리가 되겠구나, 하는 표정.
“어? 슨배님이다!”
훈련장을 둘러보던 버클리가 누군가 훈련장으로 들어온 걸 발견하곤 갑자기 달려간다.
“슨배임! 인사 드리겠심··· 어라?”
“···?”
“오오, 니 그 꼬맹이 맞제! 최연소 데뷔골! 맞네, 맞아!”
털레털레 훈련장으로 걸어오던 건 요한이었다.
버클리가 요한을 알아봤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버클리의 소음공해에 미간을 찌푸리는 요한.
뭐지. 못보던 얼굴인데.
버클리는 요한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말했다.
“마, 니 좀 치데? 앞으로도 그렇게만 하믄 이 형님처럼 좋은 선수 될 수 있을기라!”
“···”
“앞으로 이 형님이 마이 도와줄테니까, 마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알았제, 막내야?”
“누가 누굴 보고 배우래?”
“엉? 엇! 티, 팀 고던! 인사드리겠심니더, 캡틴!”
요한의 뒤를 이어 고든이 나타났다.
고든은 요한의 어깨에서 버클리의 팔을 치웠다.
“고던이 아니라 고든이다.”
“예? 예. 고던.”
“···고든.”
“고던.”
“네가 그 스코틀랜드에서 온 놈이냐?”
“헤헤, 맞심더.”
“웬만하면 앞으로 사투리부터 고치자. 그리고.”
“예, 캡!”
“첫날이니까 봐주는데, 앞으론 얘 막내 취급하지 마라.”
“예, 예?”
“너, 아직 모르는구나?”
“뭐를예?”
“네가 이 팀에 왜 들어오게 됐는지 말이다.”
버클리가 멍청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고든은 버클리 뿐만 아니라 신입 넷 모두에게 말했다.
“너흰 모두 이 녀석을 보필하러 온 거다. 다른 자아는 버리는 게 좋아. 얘는 왕자님이고, 우리는 모두 왕자님을 모시는 하인들이다.”
“···에?”
“따라해 봐. 왕자님.”
“왕자님···”
“신입들 주제에 목소리 보소?”
“왕자님!”
“우리는 하인.”
“우리는 하인!!”
고든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그러니까 나이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왕자님? 가시죠.”
“···.”
“여, 열심히 하겠심더! 캡!”
요한을 데리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고든.
고든은 뒤를 한 번 쳐다 보더니, 낄낄 웃었다.
“쩔었지?”
“···제가 왜 왕자님이에요. 그렇게 불러달라고 한 적 없어요.”
“짜식이.”
껄껄 웃는 고든과,
한숨을 내쉬며 축구화를 갈아신는 요한.
왠지, 앞으로 팀이 좀 시끄러워질 것 같다.
*
“삑-!”
프리 시즌 트레이닝, 첫 팀 훈련이 시작됐다.
한 달만에 다시 만난 선수들과,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
필드 위엔 코치들의 호각 소리와 선수들이 내는 거친 숨소리만이 가득하다.
“허억, 허억!”
“뭐야. 덩치는 산만한 놈이, 벌써 죽으려고 해?”
“허억, 고, 고등학생 때도 이렇게는 안했심더···!”
“여기 있는 동안은 이게 일상이 될 거다. 처음엔 다 토하면서 견디는거야.”
“그, 그래도 가오가 있지예! 절대 토는 안합··· 우욱!”
“낄낄.”
지옥의 시작이었다.
오늘이 웨스트 햄에서의 첫 훈련인 신입생들은 구역질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물론 슈미트 감독의 성향이 어떤진 들었고, 영입 제의를 받았을 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긴 했지만.
첫날부터 이렇게 고강도의 훈련을 하게 될줄은 몰랐던거다.
때문에, 그렇게 목소리가 크던 버클리조차도 지금은 입에 말 대신 거품을 물고 있었다.
“후우, 각오는 단단히 하고 왔지만. 그래도 빡쌔긴 빡세네.”
“우리 축구 선수가 아니라 특수 부대원들이었던거지···?”
기존 선수들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슈미트 감독 밑에서 훈련하며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건만.
슈미트 감독의 2년차는 차원이 달랐다.
첫 훈련이 시작된지 벌써 2시간 정도가 흘렀는데, 그 2시간 동안 한 거라곤 체력 훈련이 전부였다.
아직 공조차 한 번 만지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지금 이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건지, 프랑스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건지 헷갈릴 지경.
때문에,
그런 선수들의 눈이 자연히 한 선수에게로 향한다.
모두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
체력 훈련에 매진 중인 선수들과 달리,
한 선수만이 슈미트 감독과 함께 1대1로 훈련 중이다.
요한이었다.
“12에 10. 오케이, 다음.”
뻐어어어엉-
파아앙-!
비시즌 동안 선수들 개개인 모두에게 맞춤 훈련을 짜온 슈미트 감독이었다.
그렇다 해도 다른 선수들의 계획표를 짜는 건 쉬웠다.
어차피 절반 이상이 체력 훈련으로 채워졌으니까.
하지만, 요한을 위한 세션을 짜는데엔 그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어쨌든 녀석이 이제 어느 정도 의지를 가졌다곤 하나, 그래도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건 여전하니까.
녀석을 위한 맞춤 훈련은 보다 세심하게 짤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슈미트 감독이 선택한 건, 과업형 훈련이었다.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 목표치를 달성하면 그대로 훈련 마무리인 과업형 훈련.
근데,
오늘 보니 이것도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11에 10.”
“휴우. 끝난거죠?”
“···그래. 고생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 근데 더 훈련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 같이 해주마.”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내일 보자.”
그래도 나름 난이도를 잘 조절했다 싶었는데.
첫날 요한의 훈련은 1시간도 안되어서 끝이 나버렸다.
골대 4각 구석에 공을 매달아 놓고, 여러 위치에서 슈팅으로 맞히는 훈련을 기획했는데.
요한이 그걸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으니까.
한 위치마다 10개를 맞히는데 15번 이상의 시도도 필요 없었던 요한이었다.
“끄응.”
짐을 챙겨 떠나는 요한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는 슈미트 감독.
오늘은 늦게 퇴근을 해야할 것 같다.
이미 다 짜여진 요한이의 훈련 계획을 전부 손봐야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짜식.”
기분은 좋았다.
다음 시즌, 느낌이 좋다.
때문에 17일까지 기다리기가 힘들다.
7월 17일, 카디프 시티와의 첫 연습 경기.
정말 마음을 먹고 모든 리소스를 요한에게 몰아준다면, 녀석은 얼만큼의 리턴을 가져다 줄 것인가.
슈미트 감독은 카디프 시티와의 경기를 통해, 하루 빨리 그것이 확인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