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3화(3/202)
< 002화 – 열정과 재능 >
“미안하다. 걱정했어?”
“놀랐잖아. 아, 진짜. 심장 떨어지게 할래?”
“미안. 그래도 다행이지? 테스트 날 전까진 회복할 수 있을거래.”
“그건 다행이네. 그래도 좀 조심했어야지. 몰래 혼자 훈련을 더하다 다친다니, 진짜 나로선 이해할 수가 없다. 형을.”
한 걸음에 도착한 병실엔 형이 발목에 붕대를 한 채 누워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게 훈련을 하고도 부족하게 느껴져서 수업도 빼먹고 아빠 몰래 혼자 훈련을 하다 발목을 삐끗했단다.
요한의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1분도 하기 싫은 훈련을 더 하고 싶어서 몰래 훈련이라니.
참, 형은 이해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크게 다친 건 아니고, 테스트가 있는 날 전까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니 다행이긴 한데.
“나, 이제 일어나야 하는데 좀만 도와줄 수 있어? 입원할 정돈 아니니까, 집에 가기로 했거든.”
“에휴. 업어 줄게. 업혀. 아빠한텐 뭐라고 말할건데?”
“사실 그게 제일 걱정이야.”
“나 참···”
요한이 형을 번쩍 업어 병원을 나온다.
로한도 한 덩치하는 거구인데, 그런 로한을 가볍게 드는 요한도 힘이 장사다.
아무래도 집안 내력이다.
허우대 튼실한 강골에 힘이 장사인 건.
“근데, 요한아.”
“왜?”
“만약에 있잖아.”
“어.”
“나,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형을 업고 집으로 가는 길.
로한이 사뭇 축 처진 목소리로 묻는다.
미간을 찌푸리는 요한.
“벌써부터 떨어질 걱정을 해, 왜.”
“만약에 말야. 만약에 이번에도 떨어지면, 아빠한테 죄송해서 어떡하지.”
“형이 죄송할 게 뭐 있어. 열심히 했으면 된거지.”
“그치만···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있잖아. 매일 훈련 시켜주시고, 식단 챙겨 주시고. 아무리 아빠라지만 죄송할 정도로 지원해주시는데, 이번에도 결과를 못 만들어내면···”
“형.”
“응.”
“할 수 있어. 형이 누군데. 반씨 집안 자랑스러운 장남 아냐. 할아버지랑 아빠가 제일 아끼는 장남. 반씨 집안 장남이 지금 그런 거나 걱정하고 있는거야?”
짐짓 의젓하게 대답했지만,
요한은 마음이 이상했다.
형이 자신 앞에서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매번 테스트에서 떨어졌어도, 다음엔 꼭 붙을거라며, 더 열심히 하면 된다며 자신하던 형이었는데.
슬슬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며 조급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까.
형은 불안해 하고 있었다.
“무슨 수를 쓰든 이번엔 붙어야겠지? 다들 기대하고 계시니까. 반씨 집안을 망신 시킬 순 없지. 하하.”
“그래. 반씨 집안 망신은 나 하나로 충분해.”
“네가 왜 반씨 집안 망신이야.”
“망신이지. 할아버지나 아빠나 다 내가 마음에 안드실텐데 뭐.”
“···”
요한의 말에 로한이 입술을 깨물었다.
로한도 알고 있었다.
집안 어른들의 대우가, 자신과 요한에게 매우 다르다는 것을.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예쁨을 독차지하는 건 언제나 자신이었다.
누구보다 축구에 열심이었으니까.
비록 여태까지 아무런 결과도 내진 못하고 있었지만, 축구에 열과 성을 다한다는 것만으로 어른들은 대견하다 칭찬해주셨었다.
반면, 요한에게만큼은 비교가 될만큼 혼만 내셨던 어른들이었다.
동생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자꾸만 형인 자신과 비교를 하며 동생을 꾸중 하시는 어른들 때문에.
그렇기에 로한은 축구를 하지 않겠다는 요한이 더욱 안타까웠다.
로한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축구 때문에 매일 혼났던 동생.
동생 요한이, 사실은 장남인 자신보다도 더 큰 재능을 갖고 있단 걸.
동생이 그 재능을 뽐낼 마음만 먹는다면, 그러기만 한다면 어른들의 예쁨을 독차지할 수 있을텐데.
자기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훗날 반씨 가문을 빛낼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동생이 축구를 하기 싫어하니.
형의 입장에서 동생이 안타까울 수밖에.
“요한아.”
“응?”
“축구··· 더 해볼 생각은 진짜 없는거야?”
“···또 그 소리네. 아, 진짜. 형까지 이럴거야?”
때문에 예전부터.
로한은 요한이 축구를 하기를 바라왔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요한의 대답은 NO.
귀찮아서 싫다, 였다.
동생이 어릴 때부터 축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걸 아는 로한이었기에 강요를 할 순 없었다.
대신,
그래. 내가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어서 동생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던 로한이었고.
그러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입단 테스트를 앞둔 지금.
그 중요한 테스트를 앞두고 발목이나 다치고 앉아 있는 자신의 상황을 보며.
로한은 더 이상 믿음직한 형의 역할을 할 자신이 없어져 있었다.
“요한아. 만약에 말이야.”
“응.”
“만약에,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축구를 그만둔다면 넌 어떨 것 같아?”
“무슨 소리야, 갑자기. 형이 축구를 그만둔다고? 말도 안되는 소린 하지마.”
미간을 찌푸리는 요한.
요한은 형이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는지 안다.
그런 형이 축구를 그만둘 리가 없었다.
그런데,
형의 목소리가 진지했다.
“만약 이번 테스트도 통과 못하면, 솔직히 이젠 나도 모르겠어. 축구를 더 할 수 있을지···”
진심이었다.
10살 때 한국에서 영국으로 넘어와 벌써 18살이 된 로한.
로한은 이제 알 건 다 아는 나이였다.
아빠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나라를 버린 배신자란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까지도 말이었다.
아빠는 아들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배울 수 있게 해주기 위해, 10년 이상 국가대표를 지냈던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영국으로 이민을 결정하셨었다.
그런 아빠를 한국의 축구 팬들은 배신자라 불렀고.
또한 국적을 버려 놓고 그 아들들이 얼마나 훌륭한 축구 선수들이 되나 보자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썩 형편 없는 축구 선수가 된다면.
또 욕을 먹게될 건 아빠였다.
나라를 배신하더니 꼴 좋다, 따위의 욕들.
안봐도 뻔하지 않은가.
자신을 위해 모든 걸 감내하신 아빠가, 자기 때문에 욕을 먹는 걸 로한은 당연히 원치 않았다.
때문에, 만약 기대만큼의 선수가 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맞는 일 아닐까.
로한은 요즘 그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러니,
만약 이번 테스트에서도 합격을 하지 못한다면.
진지하게 축구를 그만둘 생각도 있는 로한이었고.
“하지만 나랑 다르게, 요한이 너라면 모두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축구를 그만둔다는 것 자체도 죄송스러운 일이었다.
여기서 그만둔다면, 이민까지 결심한 아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요한에게 항상 기댈 수 있는 형이었던 로한은 이젠 동생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었다.
부디 동생의 마음이 바뀌어, 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음하고 말이었다.
“알잖아. 나랑 축구는 안 맞는 거. 그러니까, 딴 생각 말고 합격할 생각만 하세요. 형은.”
“···그래야지. 우리 동생 말이 맞다.”
물론 동생의 마음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요한이 형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로한 역시도 누구보다 요한을 잘 알고 있었다.
축구만 없었으면 행복했을 거라는 말까지 했던 요한이었다.
그런 요한이, 다시 축구를 시작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겠지.
그걸 알고 있으니, 본인에겐 큰 재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피나는 노력을 해왔던 로한이었고.
하지만,
오늘만큼은.
동생의 등에 업혀 집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로한도 간절히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 희박한 가능성을.
어느 날 하루 아침에,
동생이 축구 선수가 되겠다 결심하게 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길 말이었다.
*
“테스트가 일주일 밖에 안남았는데, 정말 큰일이네.”
학교에서 돌아온 요한이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는 걸 본 반석호는 기함했다.
테스트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시점에 부상이라니.
제 컨디션이어도 합격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인데 말이었다.
분명 그렇게 휴식도 훈련이라고 말했거늘.
반석호는 다쳐서 돌아온 로한을, 아주 어릴 때 이후로 거의 처음 크게 혼내고 말았다.
그러나, 그렇게 로한을 혼내고 나서.
혼자 방으로 돌아온 반석호는 마음이 아릴 수밖에 없었다.
‘오죽 불안했으면.’
불안했으니 수업도 받지 않고 훈련을 한 것이리라.
그 동안 매번 테스트에서 떨어졌으니 불안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반석호는 알고 있었다.
담대한 마음을 가지는 것 또한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걸.
지난 실패는 없었던 일인 것처럼 잊어 버리고, 언제나 할 수 있다는 담대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
그런 멘탈이 없다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반석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스타가 된다는 건 그렇게 뻔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면에선 요한이가 참···’
어쩌다 보니 생각이 또 이렇게 흐른다.
뻔뻔함 하면 반요한이었다.
녀석은 어찌나 뻔뻔한지, 학교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매일같이 지각과 땡땡이를 반복 하면서도 당당했단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든 핑계를 대는데, 요한이는 항상 자느라 늦었다며, 수업 듣기 싫어서 땡땡이 쳤다며 당당했다고.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화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왔던 반석호였다.
반씨 집안에서 태어났으면서 축구는 싫어하는 이상한 녀석 주제에, 자기를 똑 빼닮은 부분이 있긴 하구나 싶어서.
선수 시절 반석호가 뻔뻔함의 대명사였기 때문이었다.
선수 시절, 시즌 중이던 어느 날.
반석호답지 않게 부진 했던 경기가 끝나고나서의 인터뷰.
그 인터뷰에서 기자는 반석호에게 오늘 경기 부진의 이유에 대해 물었고, 반석호는 잔디의 상태가 엿 같았다고 대답했었다.
뻔뻔함의 극치였다.
그 날 경기가 펼쳐진 구장은 최상의 잔디 컨디션을 자랑하는 구장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뻔뻔함이 반석호가 멘탈을 관리하는 비법이었다.
나쁘게 얘기하면 핑계지만, 다르게 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져버리지 않는 것.
실제로 반석호는 그런 멘탈 덕분에 가끔 한 두 경기 부진할 때는 있어도, 한 번도 오랜 시간 슬럼프에 빠진 적이 없었다.
정상급에서 활약하려면 그 정도의 멘탈은 갖춰야 한다고 반석호는 생각했었다.
그런 면에서 로한이는 너무 유약했다.
바르고, 착하고.
아들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녀석이지만, 축구 선수로 놓고 봤을 땐 글쎄.
차라리 자신의 뻔뻔함을 빼닮은 요한이가 더 적합했지.
“휴우.”
한숨을 내쉬는 반석호.
항상 이런 식이다.
로한이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항상 요한이를 떠올리는 것.
녀석은 어차피 절대 축구를 하지 않겠다 선언까지 한 녀석인데.
자꾸만 미련을 가지는 자신이 싫은 반석호였다.
녀석이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 먹으면 좋으련만.
현재로썬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반석호의 한숨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번 테스트도 떨어지면···’
로한의 여섯 번째 도전인 이번 입단 테스트.
녀석이 반드시 합격하길 바라는 마음밖엔 없지만, 반석호로서도 만약 불합격할 경우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한이 여러 번 고배를 마셨음에도 계속해서 웨스트 햄 아카데미에 도전하는 건, 단순히 웨스트 햄 아카데미가 알아주는 명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웨스트 햄이 아빠가 7년을 뛰었던 팀이고,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팀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사랑하는 팀에서 아들이 뛰는 모습을 보는 게 이 아비의 유일한 소원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고.
녀석은 아빠의 소원을 이뤄주겠답시고 최선을 다해왔던 것이다.
아빠의 소원을 이뤄드리겠답시고 피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아들이 어찌 대견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빠의 소원 때문에 아들에게 안되는 일을 계속 붙잡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
분명 반석호의 소원은 정말로 열렬히 염원하는 소원이 분명했지만, 만약 이번에도 로한이 테스트에서 떨어진다면.
그런 소원쯤은 포기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하는 반석호였다.
뭐 어쩌겠는가.
세상엔 죽어도 안되는 일이 있는 것을.
그저, 또 한 번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요한이라면 그까짓 소원따위 이뤄주고도 남을텐데···’
요한이만 마음을 고쳐 먹는다면, 안될 게 없을텐데.
요한이가 축구를 다시 시작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될텐데.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로한이의 합격을 바라는 게 훨씬 가능성 있는 일이겠지.’
반석호는 고개를 저었다.
바랄 걸 바라야지.
로한이의 입단 테스트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안될 걸 바라고 있을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로한이를 챙겨야 하는 시간이다.
반석호는 훈련 일지를 고쳐 쓰며, 앞으로의 일주일 동안 어떻게 테스트를 준비해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요한이에 대한 아쉬움이 머릿속에서 떠날 줄을 몰라 한숨이 절로 나오는 반석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