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3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32화(32/202)
< 031화 – 주가 조작범 >
시즌 2라운드, 왓포드 전과 3라운드 아스톤 빌라 전은 모두 원정 경기였다.
왓포드와 아스톤 빌라.
두 팀 모두 크리스탈 팰리스와 비슷하게, 지난 시즌 웨스트 햄과 중위권 싸움을 했던 팀들이다.
왓포드는 14위, 아스톤 빌라는 10위.
지난 시즌 두 팀과의 상대 전적은 모두 1승 1패.
객관적인 전력 차가 그리 크지 않은 팀들과의 경기가 이어지는 이 초반 일정은, 웨스트 햄에겐 중요한 기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상위권 팀들에게 승점 3점을 따낸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때문에 승점을 따낼만한 팀들에겐 모두 3점을 뺏어내야, 시즌 목표인 유로파 권 안착이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게다가 이 경기들 이후엔 더비 라이벌이자,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토트넘과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기에.
웨스트 햄에겐 이 두 번의 원정 결과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웨스트 햄은 그 두 경기에서 모두 승점 3점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왓포드 전, 2대0 승.
아스톤 빌라 전, 3대1 승.
두 경기에서 5골을 득점하는 불같은 화력을 선보이며 웨스트 햄은 3연승을 달렸다.
역시 승부를 가른 건 요한이었다.
요한은 왓포드 전에서 1골, 아스톤 빌라 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4개의 공격 포인트를 추가했다.
사실 두 경기 모두 웨스트 햄이 일방적으로 압도했던 경기들은 아니었다.
특히 아스톤 빌라 전은, 겉으로 보이는 지표들은 오히려 아스톤 빌라가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점유율도 미세하나마 빌라가 우위를 점했고, 슈팅 개수도 9대5로 빌라가 많았으니까.
그러나 결국 승점 3점을 가져간 건 웨스트 햄이었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역시나 스트라이커의 결정력 차이였다.
아스톤 빌라 역시도 웨스트 햄과 비슷하게, 최전방 공격수에게 상당한 득점 의존도를 보이는 팀이었다.
실제로 그 경기에서 아스톤 빌라의 최전방 공격수, 대니 프레이저는 6개의 슈팅을 때려내며 양팀 합쳐 가장 많은 슈팅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6개의 슈팅을 때리면서도 유효 슈팅은 2개에 불과했던 프레이저였다.
물론, 그 유효 슈팅 중 1개는 골이었고, 그렇기에 프레이저가 못한 경기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프레이저는 제 역할을 한 경기였다.
문제는, 프레이저와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웨스트 햄의 스트라이커, 요한이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뿐이었다.
6개의 슈팅을 때려 1개의 골을 만들어낸 프레이저와 달리, 요한은 3개의 슈팅만으로 2골을 만들어냈다.
요한이 훨씬 더 고효율의 타율을 자랑한 것이었다.
결국 스트라이커의 결정력 차이가, 경기 내용이 얼추 대등했음에도 3대1의 스코어를 만들어내고 만 경기였다.
다만 대니 프레이저는 억울할만 했다.
이 경기가 끝난 뒤,
아스톤 빌라의 팬들은 프레이저를 요한과 비교하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쟤네 팀 스트라이커는 슈팅 3개로 2골을 뽑아내는데, 넌 슈팅을 독식하고도 1골밖에 못 만들어내냐면서 말이었다.
하지만,
6슈팅 1골도 나쁜 수치가 아니라는 게 프레이저가 억울할만한 포인트였다.
그저, 요한의 3샷 2킬이 말도 안되는 수치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만큼을 못했다고 욕을 먹는 건, 프레이저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개막전을 포함해 3연승을 달리게 된 웨스트 햄은 이제 다시 홈으로 돌아가, 런던 라이벌 중 하나.
토트넘과의 일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ㆍㆍㆍ
“후후후···”
노트북을 보고 있는 로한의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개막 후 3연승.
리그 테이블만 봐도 배가 부른 로한이었다.
#1 WEST HAM 3-0-0
#2 MAN CITY 3-0-0
#3 CHELSEA 2-1-0
#4 LIVERPOOL 2-1-0
.
.
.
1위, 웨스트 햄.
봐도 봐도 웃음이 나오는 순위표다.
맨 시티, 첼시, 리버풀을 발 아래에 두고 있다니.
물론 이제 3경기 뿐이 안했으니 아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득점 순위도 마찬가지다.
#1 요한 반(웨스트햄) – 6골
#2 디에고 몬타로(레스터 시티) – 3골
.
.
.
요한이가 압도적인 1위다.
동생이 득점 1위란 걸 떠나서도,
웨스트 햄의 스트라이커가 1위라는 게 믿기지 않는 광경.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순위들이 현실이 되어 있으니.
입가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요한이 몸값도 엄청 올랐어.’
순위 확인에 이어, 트랜스퍼 마켓에 접속한 로한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트랜스퍼 마켓은 선수들의 최근 활약이나 나이 등을 지표로 삼아, 해당 선수가 이적 시장에 나온다면 얼마의 몸값이 책정될지를 예상해주는 사이트다.
물론 실제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트랜스퍼 마켓의 예상값과 실제 몸값이 얼추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나름 신뢰할 수 있는 지표인데.
개막 이후 요한의 몸값은 3경기 사이에 폭등해 있었다.
-이름 : 요한 반
-포지션 : 스트라이커
-나이 : 16세
-마켓 밸류 : € 60.00M
요한이의 몸값은 무려 6천만 유로로 책정되어 있었다.
‘내 옆방에 6천만 유로가 자고 있다는거지.’
6천만 유로, 한화로 800억이 넘는 금액.
시장이 인정하는 요한이의 현재 가치가 800억이 넘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요한이의 몸값은 2천만 유로였다는 것이었다.
근데 3경기를 치른 지금 그 3배인 6천만 유로가 되었으니.
한 경기할 때마다 2천만 유로가 오른 셈이다.
말 그대로 폭등주였다.
‘하지만 지금도 싼거지.’
그러나 로한은 그 60M 유로라는 몸값도 여전히 저평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막 프로 통산 7경기를 뛰었으니, 시장도 섣부르게 가치를 책정할 수 없는거다.
하지만 로한은 확신할 수 있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아니 겨울 쯤만 되더라도.
요한의 가치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임이 증명될 것이고, 몸값은 더욱 폭등할 것이란 걸.
그때가 되면,
요한이의 마켓 밸류는 지금의 두 배가 되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일 것이었다.
‘재밌는 건, 다른 우리 팀 선수들도 전부 올랐다는 거.’
시즌이 시작된 뒤 몸값이 치솟은 건 사실 요한이 뿐만이 아니었다.
웨스트 햄 선수들 대부분이 전보다 오른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평이한 몸값이었던 주장 팀 고든도 훌쩍 뛰어 올랐고,
특히나 이적생들의 몸값이 3경기만에 훅 상승해 있었다.
레프트백 마틴 페트로비치와 미드필더 조너선 네이슨은 200억 초반대에 영입된 선수들이었지만, 지금은 300억에 가까운 가치가 책정되어 있었다.
또한 제이콥 버클리와 제프 휴리첼은 300억 대에서 400억 대가 되어 있었고.
덕분에 지난 시즌만 해도 웨스트 햄의 1군 스쿼드 전체 가치는 €430M였으나, 지금은 €540M으로 뻥튀기가 되어 있었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그 정도는 아니거든.’
로한은 웨스트 햄을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오히려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요한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몸값 상승엔 거품이 끼어 있다고 생각하는 로한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웨스트 햄의 스쿼드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해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건, 요한을 제외하곤 없다는 게 로한의 생각이었으니까.
페트로비치나, 네이슨이나.
버클리나 휴리첼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이 선수들은 모두 웨스트 햄의 현재 전술에 딱 들어 맞춰진 선수들이었다.
요한이라는 스트라이커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지금의 전술 말이다.
그런 현재의 웨스트 햄에 이들이 딱 맞는 선수들이라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만약 스트라이커가 요한이 아니었다면, 이 선수들이 이만큼의 몸값 상승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었다.
그들이 가진 단점이 가려지고, 장점만이 부각될 수 있는 건 순전히 요한이 때문일 뿐이었으니까.
‘완전히 주가 조작범이네, 내 동생.’
요한이 때문에 주변 선수들의 몸값이 오른다.
이걸 이용하면, 웨스트 햄은 앞으로 사기꾼에 가까운 장사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적당한 선수들을 사오면, 요한이가 몸값을 폭등시키고, 폭등한 값에 다시 팔아 버리는거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으론···
‘요한이 챙겨 줘야지. 암.’
다른 선수는 다 팔 수 있다쳐도, 요한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아무리 큰돈이 든다고 해도, 진짜로.
동생 덕을 보려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팀이 목표로 하는 유로파권까지 올라 가려면, 요한이는 무조건 지켜야 한다.
‘빅클럽들이 노릴 게 분명 하니까.’
요한이가 빅클럽으로 팔려간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인데, 한 편으론 가슴 아픈 일이니까.
우승이 목표라던 요한이.
그 목표는, 솔직히 말하면 비현실적인 목표였다.
웨스트 햄에서 뛰는 한은 말이다.
때문에, 동생이 목표를 이루려면 빅클럽에 가는 게 맞긴 맞다.
하지만··· 동생을 어찌 놔줄 수 있을까.
아빠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동생이 웨스트 햄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이렇게 행복한데 말이다.
정말, 요근래 들어 이렇게 행복한 나날들이 없었다.
요한이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집안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만약 그런 날이 오면, 아빠는 요한이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하셨지만.’
형이랍시고 이러쿵 저러쿵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선택은 본인의 몫.
그치만, 그런 날이 언젠가 온다면 마음이 정말 복잡해질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먼 미래 얘기니까.’
피식 웃는 로한.
나중 걱정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그저 행복할 뿐이다.
요즘 요한이 때문에 즐거운 상상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겠으니까.
이대로라면,
정말 내년 시즌 팀이 유로파 리그에 나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쩌면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회로까지 돌리게 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요한이만 있다면.
요한이만 있다면, 불가능도 아니지 않을까.
‘우선은, 이번 주 토트넘부터 쳐발랐으면 좋겠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일단 이번 주말에 있을 런던 더비 경기부터 이긴다면 더 없이 행복할거다.
‘솔직히 얘들이 제일 싫거든.’
런던을 연고로 한 웨스트 햄의 더비 라이벌이라면, 첼시와 토트넘이 대표적이다.
두 팀다 빅6로 분류되는 팀들이라, 만만치 않은 상대들임은 틀림 없다.
하지만,
유독 토트넘만큼은 꼴뵈기가 싫은 로한이었다.
그건 아마 로한 뿐만이 아니라, 모든 웨스트 햄 팬들이 비슷할거다.
물론 아빠도 마찬가지다.
첼시야 뭐 리그 우승, 챔스 우승이 다 있으니 인정한다고 치는데, 토트넘은 지들도 수십년 째 우승 트로피 한 번 못 들어보고 있고, 객관적인 전력도 큰 차이 없는데 빅클럽인 척하는 게 열 받기 때문이었다.
“이거 봐, 이거 봐. 지들이 진짜 빅클럽인 줄 안다니까?”
웨스트 햄과 토트넘 경기에 관련된 기사들을 보던 로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웨스트 햄 팬들과 토트넘 팬들이 댓글로 싸우고 있었는데, 이 닭대가리 놈들이 상당히 열받게 만들고 있었다.
└시즌 초 1위 아무런 의미 없는데··· 하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좋아하겠냐. 마음껏 행복해하렴···
└아무 의미 없는 시즌 초에도 1위 한 번 못해보는 토트넘이 할 말은 아니지^^
└크팰, 왓포드, 빌라 개꿀 일정 해놓고 1위 드립 ㅋㅋ 얼마나 갈 거 같음?
└적어도 다음 주까진 갈 거 같은데?? 이번 주도 개꿀 일정이라~
└만년 중하위권 새끼들이 기고만장한 거 역겹네 ㅋㅋ 그 요한인지 요셉인지 걔가 우리랑 할 때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애초에 열여섯살 짜리 유망주한테 모든 기대를 거는게 웨햄의 현실임 ㅋㅋ 얼마나 스쿼드가 허접하면 ㅋㅋ
└팀 대표 선수가 데뷔 3개월차 유망주 엌ㅋㅋㅋㅋㅋ
└우리가 그 꼬맹이 제대로 검증해줄게^^ 빅클럽 검증^^
“개깝치네···”
부들부들.
다 필요 없으니까, 진짜 얘들은 꼭 이겼으면 좋겠다.
아주, 무참히 발라 버렸으면.
‘안되겠다.’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로한.
로한은 그대로 옆방, 요한의 방으로 향했다.
“요한아!”
“······엉?”
“해줘!”
“······엉?”
“이겨줘! 무슨 일이 있어도, 토트넘 새끼들은 대가리를 박살내 줘!”
“······엉.”
“약속했다!?”
“······엉.”
잠결에 대답하는 요한에게 약속을 받아낸 뒤,
다시 방으로 돌아온 로한은 싱글벙글 웃으며 댓글을 달았다.
└나 요한이 형인데. 방금 요한이가 닭집 박살낼 거라고 약속함. 니네 다 뒤졌다.
그러자 곧바로 토트넘 팬들의 대댓글이 달린다.
└니가 요한이 형이면 난 요한이 할애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걔가 약속한다고 뭐 달라짐? ㅋㅋ
└동생 울면 니가 좀 달래줘라 ㅋㅋㅋ
“그래. 마음껏 비웃어둬라.”
대댓글들을 보며 자신만만하게 웃는 로한.
어디 두고 보라지.
그렇게 여유부릴 수 있는 건, 지금 뿐일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