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34)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34화(34/202)
< 033화 – 누구 쓸래? >
헤더로 가져간 첫 슈팅에 이어.
매과이어는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흔히 말하는 육각형 스트라이커.
매과이어가 딱 육각형 스트라이커였다.
피지컬이면 피지컬.
연계면 연계.
슈팅이면 슈팅.
매과이어는 최전방부터 2선, 좌우로 빠지는 움직임까지 폭넓은 활동량을 보이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스트라이커면서도 경기장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과이어의 능력은, 실로 대단하긴 했다.
“좋은 선수긴 해. 매과이어.”
“국대잖어.”
“언제까지 토트넘에서 뛸랑가 모르겠네.”
“조만간 맨 시티 간다던데.”
“토트넘에서 있긴 아까운 선수긴 하지.”
웨스트 햄 팬들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력이다.
물론 토트넘을 인정할 순 없으니, 토트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그것 자체가 극찬이었다.
확실히 저런 스트라이커가 있으면, 경기가 편해진다.
다양한 툴을 가진 스트라이커.
경기 전반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스트라이커.
요한이 아직 공 한 번 터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
“···”
골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매과이어의 위협적인 슈팅이 여러 차례 터지고 나서.
순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던 두 감독의 눈이 마주쳤다.
여유로운 표정의 레예스 감독.
슈미트 감독은 그런 레예스 감독의 얼굴에서, 마치 레예스 감독이 질문을 던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래도 요한을 쓰겠다고 말하실 겁니까, 감독님?’
뭐, 실제로 레예스 감독이 그런 생각을 한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쪽에서도 해줄 대답은 있다.
‘매과이어는 확실히 좋은 스트라이커일세.’
매과이어.
좋은 선수다.
하지만,
‘근데 방금의 찬스들이 요한에게 갔다면, 이미 3대0이었을걸?’
매과이어에게 간 찬스가, 만약 요한이었다면.
그거 다 넣었을거다.
두고 봐라.
이게 그저 제 선수 감싸기인지, 아니면 객관적인 눈일지를.
*
“나이스 수비! 괜찮아, 괜찮아!”
“간격! 간격!”
“집중해!”
어쨌든 웨스트 햄은 잘 버텨나가고 있었다.
점유율을 4대6 정도로 내주고 있었고,
패스 횟수도 거의 3배 이상은 벌어지고 있을만큼 공격은커녕 공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곤 있었지만.
아무튼 상대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실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중요했다.
9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축구는 결국 한쪽만이 계속해서 흐름을 가져갈 순 없다.
분명 이렇게 버티다 보면 흐름이 넘어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그 흐름을 잡으면 충분히 기회는 있었다.
그리고, 전반 15분 경이었다.
“휴리첼!”
“?”
“한 번 해보자!”
웨스트 햄의 골킥 상황.
한 번 해보자는 센터백 루카스 시모네의 말에 휴리첼 골키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안전하게 골킥을 처리하는 대신, 훈련해왔던 패턴을 슬슬 해보자는 이야기.
센터백들이 박스 양옆으로 넓게 서고,
파아앙-
휴리첼이 짧게 골킥을 연결한다.
타타탓-!
곧바로 토트넘의 전방 압박이 시작된다.
과장이 아니라, 말그대로 골대 바로 앞까지 압박을 들어오는 무서운 기세.
그런 상대의 압박을 피해내며, 웨스트 햄 수비수들이 공을 돌리는데.
“어우, 난 저런 것 좀 안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차면 안돼?”
“불안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웨스트 햄 팬들이 마음을 졸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다.
저기서 공을 탈취 당하거나, 패스 한 번만 삐끗하면 그대로 치명적인 찬스를 내줄 수 있다.
차라리 상대가 잘해서 찬스를 내주면 모를까,
괜히 위험한 플레이를 시도하다 그러면 너무 억울하잖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리스크가 있는 플레이는 언제나 리턴도 크다는 것이다.
파아앙-
파아앙-
깊숙한 곳에서 공을 돌리는 웨스트 햄의 플레이에, 토트넘의 라인이 어느새 높이까지 올라왔다.
말했듯 전방 압박은 조직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몇몇이 개인적으로 압박을 해봐야 체력 소모만 될뿐.
때문에 일단 압박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선수 전원이 그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토트넘의 중원은 전방 압박을 펼치는 공격수들에게 맞춰 라인을 끌어 올렸고, 수비 라인 역시 그에 맞추기 위해 라인을 끌어 올렸다.
연쇄적인 움직임.
그리고,
그 움직임을 확인한 순간.
파아앙-
시모네가 차기 좋도록 공을 뒤로 흘려줬고,
뻐어어어어어어엉-!
요한의 위치를 슬쩍 확인한 휴리첼의 오른발이 전방을 향해 불을 뿜었다.
슈우우우우우우웅-
이른바, 라이너 킥이라 불리는 낮고 빠른 킥이 순식간에 토트넘 선수들의 머리 위를 넘어간다.
자잘한 빌드업 과정을 생략하고 단번에 하프 라인을 넘어가는 롱 킥.
휴리첼의 그 롱 킥은, 이거 하나로 자신이 웨스트 햄의 키퍼 장갑을 꼈다는 걸 증명하듯.
상당히 빠르고 정확했다.
그리고.
파아아앙-!
요한의 오늘 경기 첫 볼터치가 이루어지는 순간, 관중들에게서 거대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
토트넘의 수비수, 은쿠두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풀쩍 뛰어오른 요한.
요한은 휴리첼의 강한 킥을 이마로 받아냈는데, 그 터치가 예술이었다.
어찌나 절묘하게 힘을 죽였는지 공이 수직으로 예쁘게 떠올랐으니까.
그러나 그 이후의 동작이 더 예술이었다.
공이 떠오른 순간, 요한은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파아아앙-!
떨어지는 공을 백힐로 재차 트래핑하며 은쿠두의 키를 넘겨 버렸다.
단 두 번의 터치만으로, 상대 수비를 완벽히 벗겨낸 것.
엄청난 판단과 우아한 볼 컨트롤이었다.
게다가,
그 다음이 더 빨랐다.
타타타타탓-!
길게 차놓고 달리기 시작하는 요한.
라인을 높이 끌어 올리느라 토트넘의 뒷공간은 넓었다.
게다가 요한에게 붙었던 은쿠두가 그렇게 쉽고 빠르게 벗겨질거라 아무도 생각 못했기에,
동료 수비수들의 커버도 있을 수가 없었다.
“크윽!”
자신의 곁을 빠져 나가는 요한의 유니폼 자락이라도 붙잡아 보려 손을 뻗는 은쿠두.
그러나, 닿지 않는다.
뭔놈의 속도가 저리 빠른지.
요한은 이미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었다.
“···””···”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중들.
수만 명의 시선이 동시에 모아지며, 기대감으로 가득한 숨죽임이 런던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다.
그러한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어느새 박스 근처까지 도달한 요한.
토트넘의 골키퍼가 어금니를 깨물며 각도를 좁히기 위해 나왔다.
하지만,
나와주면 땡큐다.
더 몰고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까.
파아아아앙-!
툭.
요한이 공의 밑둥을 가볍게 툭 찍어 찼다.
그 슈팅은,
슈우우우웅-
유유히 골키퍼의 키를 넘겼고,
출렁-!
토트넘의 골망을 가볍게 흔들었다.
16세 소년의 마무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로빙 슈팅이었다.
원샷 원킬.
오늘 경기의 선제골이,
시종일관 주도권을 잡고 있던 토트넘이 아니라 웨스트 햄에게서 터지는 순간.
“우오오오오오-!”
런던 스타디움이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
런던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과열됐다.
그런데,
과열된 건 관중들 뿐만이 아니었다.
제일 과열된 건 제프 휴리첼이었다.
“저, 저놈 어디가?”
“무섭게 왜 저래?”
두두두두두-
요한의 골이 작렬한 순간,
휴리첼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새하얀 피부에 온몸의 체모가 백금발인 휴리첼의 별명은 사이보그.
그런 휴리첼의 얼굴이 흥분으로 시뻘겋게 물드니,
“사이보그 과열 상태···!”
“어, 어이. 냉각수라도 들이부어야 하는 거 아니냐?”
과열된 사이보그가 됐다.
“어어어···!”
“쟤, 쟤 왜 달려와?”
“피, 피해! 저거랑 부딪히면 날아간다!”
요한에게 달려들었던 선수들이 저 멀리서 달려오는 시뻘건 사이보그를 발견하곤 당황했다.
휴리첼은 요한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평소,
감정 표출을 하지 않는 휴리첼이었다.
사이보그란 별명이 생긴 것도 꼭 외모 때문이 아니라, 골이 들어가는 순간에도 기계처럼 묵묵한 모습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휴리첼이 이렇게 흥분한 건.
자신의 꿈 중 하나가 방금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어시스트!’
자신의 킥이 요한에게 정확히 이어졌고,
요한이 그걸 골로 연결시켰다.
자신의 어시스트였다.
PL 규정상 몇 번의 터치가 있든 마지막 패스자가 어시스트니까.
어릴 때부터 목표로 했던 꿈이 이뤄진거다.
이건 사이보그라도 흥분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요한!”
“커억···!”
요한을 덮치는 휴리첼.
아마 요한이 아니라 다른 평범한 선수였다면, 뒤로 날아갔을거다.
그만큼 휴리첼은 격하게 안겼고,
덕분에 요한은 약간 당황했다.
“고마운!”
“어··· 네.”
뭐지, 이 아저씨.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는 거야.
*
“우와아악!”
“봤지이이이! 봤냐고오오오!”
“건방진 짜식덜! 감히 내 아들을 무시해!?”
요한의 골이 작렬하는 순간 웨스트 햄 팬들은 펄쩍 뛰었고, 반석호와 로한, 그리고 김라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하하하! 누굴 쓸거냐고? 누굴 쓸거냐고?”
“보면 알 거라며? 보면 알 거라며?”
“이제 저 양반도 알겠네!”
“아직도 모르면 축알못이고!”
레예스 감독의 뒷통수에 대고 폭소를 터뜨리는 반석호와 로한.
뭐? 메이슨 매과이어?
줘도 안 갖는다 이거야!
요한이가 있는데, 누가 더 필요하단 말야!
주제에 안맞게 건방진 토트넘 녀석들,
꼴 좋다!
“역시 내 아들이다!”
“무슨 소리야! 내가 낳았어!”
“내 씨앗으로 낳은 거잖아!”
“10달 동안 배부른 건 나야, 이거 왜 이래!”
누가 들으면 싸우는 줄 알겠지만, 반석호와 김라희는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중이었다.
정말,
10년 묵은 체증이 싹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저 꼴보기도 싫은 시끄러운 이웃에게 한 방을 먹인 것도 통쾌한데, 그게 내 아들이고 동생이라면.
얼마나 기쁠까.
“오늘은 이 안 닦고 자도 잔소리하지 않으마!”
“뭐? 누구 맘대로?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돼!”
“형이 대신 닦아줄게! 넌 아~ 만해!”
놀라운 건 그 골의 주인공이, 아직 집에서 애기 취급을 당하는 열여섯 소년이라는 거다.
*
“삑, 삐이익-!”
전반전은 요한의 골에 힘 입어 1대0으로 웨스트 햄이 앞선 채 마무리가 되었다.
토트넘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는 스코어였다.
집계 상 전반전 점유율은 64대36으로 토트넘 강우세.
슈팅도 8대2로 압도했다.
허나 스코어는 1대0, 웨스트 햄 리드니 억울할 수밖에.
결국 본인들의 흐름이 왔을 때, 방점을 찍었느냐 못찍었느냐의 차이였다.
축구란 골을 넣을 수 있을 때 넣어야 하는 스포츠다.
당연한 이야기긴 하지만, 흐름이 넘어 왔을 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토트넘은 그 흐름을 웨스트 햄보다 오래 가지고 있었음에도 득점으로써 방점을 찍지 못했다.
반대로, 웨스트 햄은 그 흐름이 짧았음에도 방점을 찍었고.
덕분에,
요한의 골이 나온 뒤엔 수비를 하는데 있어도 더 쉬워졌음을 느낀 웨스트 햄이었다.
이어 시작된 후반전에도 양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저것들, 급하다.”
“급하겠지. 충분히 골을 넣을만 했는데 하나도 못 넣었으니.”
“매과이어는 다 좋은데 저게 좀 문제란 말이지. 결정력이 그다지 안좋아.”
“매과이어는 확실히 보는 맛은 있어. 근데, 우리 요한은 경기를 이기게 해주는 선수라고.”
후반전이 시작되고, 실수를 연발하는 토트넘 선수들을 보며 기분 좋게 말하는 웨스트 햄 팬들.
“매과이어 몸값이 어느 정도지? 한 1,200억 정도 되나?”
“그 정도 되겠지.”
“그럼 그 1,200억이 넘는 매과이어를 줄테니 요한이랑 바꾸자고 하면, 바꿀거냐?”
한 팬의 질문에, 다른 팬이 콧방귀를 뀐다.
“미쳤냐? 안 바꾼다.”
“진짜? 지금 바꾸면 한 400억은 이득 보는건데?”
“400억 이득? 야. 지금에나 그렇지. 한 2년만 지난다고 생각해 봐. 그땐 둘 몸값이 뒤바뀌어 있을걸?”
“하긴.”
“그리고, 만약에 요한이 토트넘에서 뛴다고 생각해 봐. 감당할 수 있겠냐?”
“그럼 지금쯤 0대3으로 지고 있겠지.”
“0대3이면 다행이고. 0대5여도 안 이상해.”
만약 양팀의 스트라이커가 바뀐 채로 오늘 경기가 진행 됐다면.
경기 내용은 좀 달라졌겠지만, 스코어 역시도 달라졌을거다.
요한이라면, 매과이어가 놓친 찬스들을 절대 놓치지 않았을테니.
“바니한테 감사해야겠군. 덕분에 저런 선수를 공짜로 얻었잖아?”
“그렇지. 우린 한국에 고마워 해야 돼. 2대에 걸쳐 우리 팀의 스트라이커를 맡아주고 있으니.”
“바니가 토트넘에서 뛰었다면, 어휴. 끔찍한 일이군.”
이미 모든 웨스트 햄 팬들은 레예스 감독이 했던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잉글랜드 국대 스트라이커, 메이슨 매과이어.
그리고 데뷔 3개월차의 16세 소년 요한 반.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누굴 주전 스트라이커로 쓸 것인가?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만약 아직도 대답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확신을 주겠다는 듯.
“가라아아앗! 바니 주니어!”
“집어 넣엇!”
후반 14분,
요한이 다시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