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3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35화(35/202)
< 034화 – 누구 쓸래? >
후반의 관건은 체력이었다.
체력 싸움.
양팀다 전반 동안의 체력 소모가 꽤 큰 경기였다.
웨스트 햄이야 수비하는 시간이 더 길었고, 수비 하는 입장이 한 발 더 뛰어야 하니 체력 소모가 큰 게 당연했고.
토트넘도 전방 압박을 활발히 하느라 그 소모가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양 팀 모두 슬슬 체력에 한계가 오는 시간대가 되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제는 전술적인 완성도를 따지는 것보다도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의 싸움이 되어가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양팀 모든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어가는 시점.
이 시점에,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은 제외하곤 딱 한 명만이 멀쩡한 체력을 유지 중이었다.
당연히 요한이었다.
양팀 통틀어 가장 적은 활동량을 기록 중인 요한.
요한의 체력은 분명 절대적인 최대값을 놓고 보면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모는 남들보다 현저히 적었다.
남들만큼은커녕 그 반도 뛰지 않았으니까.
적은 체력일지라도 훨씬 더 세이브가 된 것이다.
때문에,
후반 14분.
요한이 공을 잡은 순간,
토트넘의 수비수들은 요한이 원래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혼자 해봐, 꼬맹아!”
“해! 해!”
박스 좌측면.
요한이 공을 잡고 상대 풀백과 대치하자 과감히 해보라는 동료들의 외침이 들렸고,
그 말대로 요한이 툭툭 공을 건드리며 상대 수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요한과 맞상대를 하고 있는 토트넘의 라이트백, 피테르 시망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 공수 전반에 관여하느라 많이 지친 시망이었다.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 이런 녀석을 상대하는 건 고역.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녀석, 양발이야.’
요한에 대한 정보는 이미 숙지하고 있는 시망이었다.
왼발, 오른발 가릴 것 없이 모두 잘 쓰는 양발잡이.
게다가 드리블이나 순간 스피드도 좋다.
때문에 섣불리 달려 든다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수비를 하면 안되는데.
문제는 슈팅도 좋고, 뭣보다 그 타이밍이 빨라 단순히 기다리며 여유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은 타입.
“···”
그런 요한의 정보들을 머릿속으로 되뇌이던 시망은 욕설을 내뱉었다.
그 정보들로 얻을 수 있는 거라곤,
‘그럼 어떻게 막으라고?’
이 녀석은 막을 수가 없는 녀석이라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타타탓-!
요한이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밀었다.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려는 움직임.
그에 대한 시망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상대가 슈팅이 좋은 타입이고, 먼 거리에서의 슈팅도 주저하지 않는 타입이다보니.
좀 더 슈팅의 각도를 넓게 가져가기 위해 중앙으로 갈 것이란 걸 시망도 예측하곤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요한도 슈팅을 때리려는 듯 오른발을 크게 당기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촤아아아아-
스르륵-!
슈팅을 블로킹하기 위해 몸을 던진 시망.
하지만,
슈팅은 날아오지 않았다.
요한은 슈팅을 때리는 대신, 오른발로 공을 긁었다.
마치 호미 모양처럼 발등을 꺾어 기역자로 만든 요한은 공을 긁으며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나 부드럽다.
마치 공이 비단 위를 흐르듯, 요한의 볼 컨트롤은 너무나 스무스했다.
아무튼,
그렇게 시망을 완벽하게 벗겨내자 곧바로 왼발 슈팅 각도가 열렸고,
뻐어어어어어엉-!
요한의 왼발이 지체없이 불을 뿜었다.
목표는,
니어 포스트에 붙어 각도를 좁히고 있는 상대 골키퍼의 머리 위.
키퍼 입장에서 가장 반응하기 어려운 바로 그 곳이었다.
슈우우우우우웅-
철썩-!
“우와아아아앗-!”
요한의 두 번째 골이 작렬했다.
“···아.”
“···”
골망이 흔들리자 고개를 숙이는 토트넘 선수들과, 할 말을 잊는 토트넘 팬들.
이젠,
아무도 이견을 낼 수가 없을 듯 했다.
*
“삑, 삑, 삐이익-!”
최종 스코어, 2대1.
경기는 사뭇 의외의 결과로 끝이 났다.
후반 막판 토트넘의 만회골이 터지며 알 수 없는 흐름으로 흘러가긴 했으나,
동점골은 터지지 않으며 웨스트 햄이 승점 3점을 가져간 것.
이로써,
웨스트 햄은 시즌 개막 후 4연승을 달리며 초반이긴 해도 1위 자리를 지켜내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골 결정력에서 차이가 있었죠?”
“놀랍구만.”
경기가 끝난 뒤.
런던 스타디움의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남자 하나가 턱을 매만졌다.
포마드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와, 그에 어울리는 수트를 빼입고 경기장을 찾은 이 남자의 이름은 크리스 라니스터.
현 잉글랜드 A대표팀의 감독이다.
라니스터 감독은 이달 말에 있을 UEFA 네이션스 리그를 대비해, 매과이어의 컨디션을 체크하러 경기장을 찾았었다.
벌써 2년째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 중인 라니스터 감독.
라니스터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매과이어를 주전 공격수로 발탁 했었다.
사실 어떤 감독이 매과이어같은 공격수를 싫어하겠느냐만, 라니스터 감독은 특히나 매과이어를 고평가 했다.
그가 토트넘으로 이적해오기 전, 사우스햄프턴에서 뛰던 유망주 시절 때부터 말이다.
그렇게 라니스터 감독의 선택을 받은 매과이어는, 2026 미국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잉글랜드의 8강을 이끌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라니스터 감독 체제가 계속되는 한 매과이어가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라니스터 감독의 매과이어 사랑은 그 정도였다.
그런데.
“···”
오늘만큼은.
오늘만큼은, 매과이어보다 다른 선수에게 시선을 빼앗긴 라니스터 감독이었다.
토트넘의 9번이 아닌, 웨스트 햄의 9번.
요한 반.
“Assassin(암살자)···”
어마어마한 킬러 본능이었다.
정말 암살자를 보는 것 같았다.
경기 내내 잠복해 있다가, 찬스가 오는 순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적의 숨통을 끊는,
암살자.
솔직히, 오늘 경기는 웨스트 햄이 이길 경기가 아니었다.
토트넘이 많은 찬스들을 놓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웨스트 햄에게 찬스가 많이 간 경기도 아니었으니까.
한데,
그 몇 안되는 찬스들을 요한, 저 선수가 모두 골로 연결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저 선수의 연령별 대표팀 기록을 알고 있나?”
“연령별 대표팀이요. 잠시만요···”
라니스터 감독의 물음에 분석관이 태블릿으로 검색에 나선다.
이내 분석관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한 경기도?”
“예.”
“국적은 어떻게 되지? 한국인가, 아니면?”
“자세히는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복수국적인 것 같습니다. 영국, 한국.”
“아직 미성년자라 그런가 보군.”
“안 그래도 한국 쪽에서 얘기가 좀 있나 보네요. 대표팀 관련해서.”
“그런가.”
한국이라면 당연히 데려가고 싶어할거다.
자신도 탐이 나는데, 한국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럼, 이쪽에서도 좀 서두를 필요가 있겠는데.
“으음···”
라니스터 감독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요한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후후.”
MOM 인터뷰를 위해 프레스 센터에 대기 중인 기자 알란 키디스는 어딘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물론 그가 웨스트 햄 팬이기도 했지만, 것보다는 이번에도 요한이 MOM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키디스는 오늘도 요한이 MOM을 차지한다면, 그에게 질문할 거리들을 미리 준비해온 상태였다.
요한 반.
재밌는 캐릭터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느낌일 뿐이었는데,
까놓고 보니 사실상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아닌가.
그동안 천재들은 많았다.
그 중에서도 흔히 말하는 게으른 천재, 평범함을 거부하는 천재들도 많았고.
하지만 이런 어린 나이부터 1군 무대에서 재능을 폭발시키는, 규격 외의 천재는 키디스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슈퍼스타가 되기 충분해.’
웨스트 햄은 성적이 좀 떨어질 뿐, 인기로는 런던에서도 최고다.
런던 최고 인기팀인 아스날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니까.
때문에 웨스트 햄 인기 스타가 되면, 그게 곧 잉글랜드 인기 스타가 되는거다.
요한은 많은 인기를 얻을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윽고 요한이 인터뷰 장에 나타났고, 인터뷰가 시작 되었다.
“일단 오늘 경기 승리와 2골 축하 드립니다.”
승리에 대한 축하와 경기 내용에 대한 일상적인 질문들이 이어지고, 일상적인 대답이 이어진다.
키디스는 이어서, 개인적으로 준비해 온 질문들을 꺼냈다.
“오늘은 토트넘이라는 지역 라이벌을 상대로 한 경기였는데요. 오늘 경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었나요?”
오늘 경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냐는 말에, 요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음··· 아뇨. 딱히 없어요.”
“그런가요? 이번 주 훈련은 며칠 하셨나요?”
“이틀? 이틀이요.”
“이틀··· 따로 토트넘을 분석해야겠다거나, 수비진을 어떻게 뚫을지 연구하진 않으셨군요?”
“뭐, 네. 그럴 필요까진···”
오케이, 거기까지.
요한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키디스.
일단 벌써 헤드 라인 두 개 땄고.
‘요한 반, 토트넘? 훈련 이틀 정도면 충분.’
‘요한 반, 토트넘? 알 필요 없는 팀.’
웨스트 햄 팬들이라면 미칠만한 문구다.
물론 토트넘 팬들 역시도.
좋다, 좋아.
이어서 다음 질문.
“오늘 메이슨 매과이어라는 잉글랜드 최고의 스트라이커와의 맞대결에 주목하는 팬들이 많았는데요. 그의 존재가 요한 선수에게 자극이 되었을까요?”
매과이어의 존재가 자극이 되었느냐고?
고개를 갸웃이는 요한.
“저, 죄송한데. 그게 누구였죠?”
“하읏! 아, 죄송합니다.”
생각보다도 더 자극적인 대답이 튀어나온 탓에 저도 모르게 교성을 내지른 키디스가 사과했다.
오 마이 갓.
웨스트 햄의 팬인 기자로서 방금은 참을 수 없는 멘트였다.
‘요한 반, 매과이어? 그게 누구?’
마음을 진정 시키고 매과이어에 대해 설명해주는 키디스.
설명을 들은 요한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과 비교하는 레예스 감독의 말에 자극을 받거나 하진 않으셨나요?”
“음··· 사실 지금 알았는데요.”
“그런가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요한 선수의 눈빛이 좀 달랐잖아요? 뭔가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눈빛이었는데요.”
“아.”
오늘 경기를 특별히 진지하게 임한 거?
그건 이유가 있지.
“···헤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요한.
요한은 안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기면, 아빠가 누텔라 한 통 다 먹어도 된다고 했거든요.”
“···아?”
뭐? 누텔라?
이건 무슨 소리야?
그··· 근데 아무튼 상관없다.
어쨌든 이것도 좋은 소스다.
‘요한 반, 토트넘 쯤은 누텔라 먹으면서도 2골 넣을 수 있다? 역대급 악마의 재능.’
요한 반.
참으로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었다.
*
“그게 그렇게 맛있니?”
“쩝, 쩝. 네. 쩝.”
“그래. 많이 먹어라. 오늘까지만.”
반석호는 통에 표기된 칼로리에 기함하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약속은 약속이기에 어쩔 수 없이 누텔라를 허락했다.
어으.
보기만 해도 이가 썩어버릴 것 같은 악마의 잼이다.
몸관리를 끔찍이 생각하는 반석호는 평생 한 번도 입에 대어 보지 않은 걸, 빵에 한 움큼을 발라서 먹는 요한이를 보니 꺼림칙.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날아갈 듯 좋다.
“정말 대단했어. 그놈들, 골 먹히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꼴을 보니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맞아요. 뭣도 아닌 것들이 우릴 무시하더니. 요한이가 제대로 가르쳐줬죠.”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오늘 경기를 회상하며 싱글벙글 미소를 짓는 반석호와 로한.
이건 평생,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질 기억이다.
앞으로 우울한 일이 생겨도, 오늘만 떠올리면 뭐든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우와, 요한아. 이거 봐봐. 너에 관한 기사가 엄청 많이 떴어.”
“쩝, 쩝.”
“어디, 나도 보자.”
“여기요.”
로한이 내민 노트북 화면을 보고 반석호의 입이 다시 귀에 걸릴 듯 찢어진다.
“바니 주니어, 매과이어의 토트넘을 잠재우다··· 레예스 감독의 질문에 2골로 대답한 요한 반··· 국대보다 나았던 16세 소년··· 허허허!”
요한이를 찬양하는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세상이 아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이것만 보고 있으면 다른 반찬 필요없이 밥 두 공기는 먹겠다.
“···엥?”
근데,
반석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도 있었다.
<런던 푸드, 요한에게 누텔라 무상 협찬 의사 밝혀! 광고 모델 제의도?>
이, 이건 절대 안되지.
행여나 요한이 볼까 얼른 노트북을 자기쪽으로 트는 반석호.
이 사람들이, 누굴 망치려고.
지금 저거 한 통 준 것도 걱정 되는구만.
어흠.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고.
“흐흐흐···”
아무튼 그것만 제외하면 다 보기 좋은 기사들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들에 관한 기사들로 배불리 식사를 대신하던 반석호는,
“···음?”
한 가지 특히나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잉글랜드 대표팀 크리스 라니스터 감독, 요한 활약 직접 봤다··· 차후 네이션스 리그 소집 명단에 변화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