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3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37화(37/202)
< 036화 – 슈퍼 조커 >
요한의 잉글랜드 대표팀 발탁 소식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현재 리그 득점 1위 요한 반, 잉글랜드 대표팀 합류 확정!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요한 반, 잉글랜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데뷔?
잉글랜드 대표팀 역사상, 최연소 데뷔 기록을 가진 선수는 시오 월콧이었다.
2006년, 월드컵 직전 헝가리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21분, 당시 주전이었던 마이클 오언과 교체되어 대표팀으로서 처음 그라운드를 밟은 시오 월콧.
그때 월콧의 나이가, 17세 75일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요한이 이번 소집 때 그라운드를 밟게 된다면, 그 기록을 훨씬 더 앞당기게 될 것이었다.
대다수의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이 어린 선수의 소집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언제나 신성의 등장은 축구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요한은 좀 더 특별하기도 했다.
요한의 소속 팀이 웨스트 햄이라 그랬다.
아무래도,
웨스트 햄이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곤 하나, 그래도 상위권의 강팀과 비슷한 전력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전력이었으니까.
요한의 말도 안되는 골 결정력으로 결과가 좋을 뿐, 항상 경기 자체는 언더독의 느낌으로 풀어갔던 웨스트 햄이었다.
때문에,
팬들은 요한이 ‘강팀’에서 뛰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요한의 소집 소식은 잉글랜드 축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 소식에 파이어가 난 것은 사실 잉글랜드가 아니라 한국이었다.
-[속보] 반요한, 잉글랜드 대표팀 선택··· 한국 대표 자격 포기
└이거 맞냐?
└에반데;;
└아빠가 한국 국대였는데 아들은 뻥글 국대를 선택한다고?
└한국 오면 닥 주전인데;; 그렇다고 잉글이 뭐 유로나 월드컵 우승할 수 있는 팀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안온거지. 한국 오면 노예 확정인데 나 같아도 안 옴
└얘 게을러서 훈련도 제대로 안한다며. 난 당연히 이럴 줄 알았음
-반석호 아들 반요한, 2대째 이어졌던 반씨 가문의 한국 국가대표 명맥 끊겨
└반석호 노예처럼 부리지만 않았어도 앞으로 10년은 국대 스트라이커 걱정 없던건데 ㅋㅋ
└축협 ㅅㅂ놈들아 뭔 짓을 한 거냐
└영국이랑 한국 오가느라 반석호 3년은 일찍 은퇴함··· 축협이 좀만 더 배려해줬음 PL 100골 넘었지
└하 아무리 그래도 나라를 버리네 ㅋㅋ
└영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출생이 한국인데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게 이게 맞나?
└ㅅㅂ 니들 같으면 잉글 국대 버리고 한국 국대 선택하겠음? 나같아도 잉글 가지
└나 같으면 한국 선택할건데? 잉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것 같음?
└윗놈아. 그럼 이번에 소집된 건 뭔데? 16살에 소집된 게 좆으로 보임? 누가 봐도 일찍부터 경험 쌓게 해주면서 키우려는건데
-16세 반요한 발탁한 라니스터 감독, 어떤 의미? 매과이어와의 경쟁?
└걍 한국한테 뺏길까봐 미리 소집해둔거. 이번에 소집 안했으면 한국에서 데뷔했겠지. 그럼 나가리니까 일단 뽑아두고 본거임
└ㅇㅇ 그게 맞지. 원래 국적 복잡한 애들 일단 묶어 두려고 어린 나이에 소집하는 경우 많음
└국대 매과이어를 밀어내는 건 어렵지 않을까. 웨햄에서야 특수한 경우고
└매과이어도 아직 스물넷밖에 안되서 앞으로 적어도 6년은 전성기라는 건데. 주전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라니스터가 매과이어 같은 9.5번 스타일 엄청 중용하는 스타일인데 자리 있을까
└주전 경쟁은 ㅅㅂ 너무 앞서간거고. 얘 만 나이로 이제 열여섯이다 ㅋㅋ
└이번 경기엔 한 3분 나오려나? 친선도 아니고 네이션스 리그에 상대가 스페인, 이탈리아라서
한국의 반응은 역시나 뜨거웠고,
상반된 의견들이 엇갈렸다.
일단, 요한이 한국이 아니라 잉글랜드를 택했다는 점에 배신감을 느끼는 팬들이 많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요한이 혼혈 선수도 아니고, 어쨌든 이민 1.5세대라 해도 순수 한국인이었으니까.
그런 선수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뛴다는 게 한국 팬들의 정서상 상당히 이질적인 일인 건 사실이었다.
반면 이해가 된다는 반응 역시도 적지 않았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불러주지도 않는다면 모를까.
양쪽에서 부른 마당에 선택권이 있다면 나 같아도 잉글랜드를 선택했을거라 공감하는 팬들도 많았던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요한을 일찌감치 발탁하지 않은 한국 축구협회의 늑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한국 축협도 이런 비판은 억울할 것이었다.
애초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이었던 선수를 무슨 수로 일찌감치 발탁 하느냐고 항변할만 했으니까.
아무튼,
그런 상반된 의견들이 맞부딪히는 가운데.
양쪽의 의견들 중에서도,
한 가지만큼은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그건 바로 요한이 잉글랜드를 택한 이상, 한국 대표를 선택했을 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경쟁을 해야할 것이라는 것.
요한이 한국을 선택 했다면 주전 자리는 당연히 확보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랬다.
현재 한국의 스트라이커 중 PL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경기 당 2골씩 넣을 수 있는 선수는 당연히 전무했다.
그러니,
요한이 한국 대표였다면 크게 중용이 되었을 것이고 어린 나이부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월드컵 예선도 뛰어 보고, 아시안 컵도 뛰어 보고, 3년 뒤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아볼 수 있었겠지.
모두 ‘주전’으로.
하지만 잉글랜드라면?
녹록치는 않을 것이었다.
물론 꾸준히 뽑히기만 한다면 커리어 자체는 비교도 안될만큼 쌓을 수 있을진 몰랐다.
하지만,
잉글랜드에 어리고 잘하는 선수가 좀 많은가.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는 경쟁판이다.
당장 한국 국적이었으면 당연히 국대에 발탁 되었을 선수가, 잉글랜드 국적이어서 국대는 꿈도 못꾸는 처지인 게 태반이다.
물론 요한 정도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잉글랜드 국대에 승선해 한국보다 더 높은 무대를 밟아볼 수 있을거란 의견도 많았지만.
과연 ‘주전’으로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의 관한 의구심은 여전했다.
뭐, 그렇다 해도.
한국에서 주전으로 뛰고 월드컵 조별 탈락하느니, 잉글랜드 후보로 토너먼트 가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건 사실이었는데.
그거야 지켜볼 일이었다.
요한이,
과연 경쟁 포화 상태인 잉글랜드라고 해서 후보 선수에 그칠지, 아니면 주전이 될지는.
지켜보면 알 일이었다.
ㆍㆍㆍ
2027년 9월 24일.
세인트 조지 파크 내셔널 풋볼 센터.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소집지인 이곳에,
라니스터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매과이어! 인사 한 번!”
“파커! 여기 봐주세요!”
“지글러!”
미끈한 세단, 터프한 SUV, 혹은 화려한 스포츠카.
각종 고급 차에서 깔끔하게 수트를 차려 입은 선수들이 기자들에게 여유로운 손 인사를 하며 센터로 향한다.
다들 워낙 젊고 건강한 신체를 가졌으니 마치 모델들의 런웨이를 보는 것 같은데.
“···응?”
“저거 누구야?”
그와는 상반된 모습으로, 뒤이어 차에서 내린 한 선수의 모습에 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큼지막한 회색 후드 티에 반바지 차림.
심지어 눌러 쓴 후드 아래로 부스스한 머리를 자랑하며 모습을 드러낸 건,
“아, 바니!”
“바니 주니어다!”
요한이었다.
비몽사몽한 얼굴로 차에선 내린 요한은 소란스러운 기자들을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요한아, 여기. 잘하고 와. 감독님 말씀 잘 듣고.”
“네에···”
운전 면허가 없으니 반석호의 차를 타고 온 요한이었다.
반석호가 건넨 백팩 하나를 한쪽으로 메고 기자들 앞을 지나는 요한.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네.”
“하하, 여기 처음 온 티가 나는구만. 풋풋해서 좋은데.”
“어린 선수는 저런 맛이지.”
“어릴 때부터 겉멋이 든 선수들 치고 잘 되는 꼴을 못봤으니까 말야.”
내추럴하기 짝이 없는 요한의 모습에, 기자들 사이에서 흐뭇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정말 영락없는 학생의 모습이다.
물론 키도 훤칠하고, 넓은 어깨에 다리도 길쭉해서 후드에 반바지 차림이라도 제법 남자다운 테가 나긴 한다만.
확실히 세련된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라, 국가대표에 뽑혀 온 선수라는 느낌은 전혀 안들었다.
그냥 학교가는 학생의 모습이었지.
하지만, 그래서 더 호감이었다.
뭐랄까.
겉으로만 보면 축구밖에 모르는 바보같은 이미지랄까.
현실은 정반대긴한데, 뭐 어쨌든.
요한은 그렇게, 앞으로 자주 오게 될지도 모르는 세인트 조지 파크에 처음으로 입성하게 되었다.
*
세인트 조지 파크에 정식으로 입소한 뒤.
라니스터 감독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을 미디어 센터에 모아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작했다.
이번 소집의 목적, 이번 경기들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마음가짐, 본인이 어떤 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할 것인지 등.
선수들 대부분은 이미 여러 번 소집 경험이 있음에도 라니스터 감독의 말을 경청했다.
대표팀을 맡기 전, 에버튼을 지도했던 라니스터 감독은 차기 유로는 물론 다음 월드컵까지도 잉글랜드의 사령탑을 맡을거라 예상되는 젊고 유능한 감독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이 라니스터 감독에게 보내는 신뢰는 컸고, 다들 파이팅에 넘치는 의욕적인 얼굴들이었다.
물론,
요한 빼고.
“드르릉···”
“···?”
라니스터 감독의 열변이 한참 이어지고 있던 와중, 어디선가 들려온 코골이 소리에 선수들이 하나씩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공이, 오늘이 첫 소집인 꼬맹이라는 것을 안 선수들의 표정이 가관이 되었다.
맨 뒷자리에 앉은 요한이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아주 팔자 좋게.
‘뭐지, 이놈?’
딱 그 표정들이었다.
대체 뭐하는 놈인가, 하는 표정으로 요한을 쳐다보는 선수들.
그런 선수들이 곧 라니스터 감독의 눈치를 살핀다.
라니스터 감독도 들을 수밖에 없을만큼, 드르렁 소리가 미디어 센터 안을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라니스터 감독은 웃으며 꾹 참고 하던 말을 이어 나갔다.
‘슈미트 감독께서 당부하신 게 있으니까.’
어제였나.
라니스터 감독은 웨스트 햄의 슈미트 감독에게 장문의 문자 한 통을 받았었다.
요한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아무래도 요한을 손자처럼 생각하시는건지,
걱정이 되는 마음에 몇 자 적어서 보낸다고 하셨는데, 몇 자 수준이 아니라 목차가 붙어 있을 정도로 장문이었다.
요한이란 녀석이 어떤 녀석이고, 어떤 걸 싫어하며, 그래서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은지 등등.
그 문자에서 애틋한 마음까지 느껴져, 하나 하나 다 읽어보고 머리에 담아두었던 라니스터 감독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경기장 밖에선 웬만하면 터치하지 말라는 거였다.
녀석이 겉으로 보기에 태도가 좀 불성실할 순 있어도, 나름 착하고 남한테 피해주는 타입은 아니니까 웬만하면 놔두라고.
어차피 남한테 피해만 안준다면, 경기장 안에서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던 슈미트 감독의 말이었다.
라니스터 감독도 동의하는 바였다.
물론 태도도 불성실하고, 동료들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소위 물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선수들은 아무리 축구를 잘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다만, 저렇게 조는 것 정도야 뭐··· 귀엽게 봐줄 수 있지. 아직 꼬맹이니까.
라니스터 감독은 젊은 나이답게, 꽤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기장 밖에서 터치를 안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경기장 안에서 잘할 때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축구도 못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외부에서도 그 요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녀석이 졸아도 그냥 넘어가려면, 녀석이 보여줘야 할 거라는 거다.
이 정돈 참고 넘어갈 수 있을만큼, 피치 위에서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뭐, 물론 그 능력을 이미 경기장에서 봤기에 녀석을 데려온 것이긴 하지만.
이곳은 또 다른 무게를 가진 곳이니까.
“자,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A훈련장에서 모이도록 합시다. 이상!”
“예!”
*
요한은 아무래도 좀 걱정이 있었다.
뭐랄까.
잠깐이긴 하지만 전학을 가는 기분이었달까.
이제는 익숙해진 웨스트 햄을 떠나, 새로운 선수들과 새로운 코치들과 함께 훈련을 해고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거.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엔 없었다.
슈미트 감독님은 그래도 유도리가 있는 분이었는데, 여긴 얘기가 다를 수도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슈미트 감독님과 동료들이 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아주 살짝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그래도 좀 다행이다 싶었다.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부여된 훈련 방식이 웨스트 햄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였다.
거기서도 그랬듯,
여기서도 라니스터 감독과 코치들은 과업형 훈련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이것만 다 하면 혼자라도 숙소로 보내주겠다고 했고.
때문에 크게 나쁘진 않았다.
다만, 그렇다 해도 크게 막 의욕이 나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웨스트 햄에서야, 어쨌든 목표가 있었다.
우승도 해야 되고, 계약할 때 봤던 그 옵션들도 채워야 한다는 목표.
그 목표가 있으니 훈련도 하고, 경기도 나름 잘 뛰었던 건데.
여기서는 글쎄.
목표가 없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선택한 것도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멀리 갈 필요가 없어서 선택한거라 사명감 따위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요한이 한숨을 내쉬며 대충 훈련에 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 요한을 의도치 않게 건드린 건, 대표팀 동료 하나였다.
“여어, 꼬맹이. 요즘 너 장난 아니던데?”
“···?”
멀끔하게 생긴 선수 하나가 말을 건다.
맨체스터 시티 소속의 미드필더,
잭 프라이스다.
프라이스는 초면이면서 친근하게 요한의 어깨를 감싸며 친한 척을 했다.
“시티 와야지?”
“···네?”
“너, 목표가 리그 우승하는 거라며.”
“네.”
“그럼 우리 팀 와야지. 거기선 우승 못해. 선배인 내가 잘 알지.”
요한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잭 프라이스는 웨스트 햄 아카데미 출신이었다. 물론 1군에서도 데뷔하자마자 핵심으로 뛰었고.
허나 야망이 있던 프라이스는 3년 만에 맨 시티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적한 첫 시즌에 우승컵을 2개나 들어 올렸다.
프라이스는 낄낄 웃었다.
“그런 애들 데리고 우승 못하니까, 우리 팀 오라고. 인마.”
“그런 애들···?”
그런 애들이라는 말에 요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