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39)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39화(39/202)
< 038화 – 슈퍼 조커 >
“substitution for England, replace Mason Maguire by Yohan Van!”
후반 15분.
메이슨 매과이어가 나오고, 요한이 투입되었다.
“오오, 바니? 바로 데뷔냐?”
“그래!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답답해 죽는 줄 알았는데, 저 꼬맹이라면 기대해볼만 해!”
요한이 그라운드로 들어오자,
많은 관중들이 주먹을 쥐며 소리를 질렀다.
무엇보다 1골이 필요한 시점.
해결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잉글랜드의 벤치엔 확실히 요한만큼 그 역할에 어울리는 선수는 없었다.
때문에, 대부분이 요한의 투입을 환영하는 분위기.
다만,
“이거 맞아? 이 상황에 데뷔 시키는 거 맞냐고.”
“너무 배려 없는 거 아니야? 이게 데뷔전인 꼬맹이한테 너무 부담되는 상황이잖아!”
“틀렸어. 라니스터, 쟤 또 명장병 도졌다고.”
요한의 투입을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관중들도 존재했다.
확실히 그들의 반응도 일리는 있다.
0대1로 뒤지고 있는 후반 15분.
이 상황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를 빼고, 이 경기가 데뷔전인 열여섯짜리 신인을 투입시킨다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요한이 아무리 리그에서 이미 활약 중이라고 해도, 국가대표는 또 다른 범주인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하라는 임무를 데뷔전을 가지는 신인에게 짊어지게 한다는 건,
확실히 배려 있는 교체는 아니었다.
그런 부담 속에서,
과연 데뷔전을 치르는 저 어린 선수가 이 상황을 해결을 해줄 수 있을까.
관중들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들 수밖에 없었다.
“che cosa? questo bambino?”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와, 자기들 사이에 서는 요한을 보고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고개를 갸웃인다.
이 애송이는 뭐냐는 얼굴들이다.
그들에겐 요한이 당연히 초면이었다.
얼굴도 앳된 걸 보니, 분명 신인인 것 같은데.
이런 녀석을,
지금 이런 상황에 왜 투입 시킨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탈리아 선수들은 킬킬대며 웃었다.
그러나,
요한은 그런 녀석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은 채 하나만을 생각 중이었다.
‘웨스트 햄의 얼굴···’
어제, 간단한 훈련을 마치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던 요한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주장 팀 고든이 보낸 문자였다.
-야, 꼬맹아. 정신없지? 괜찮아. 처음이잖아. 근데 아마 그 감독이 제대로 된 감독이라면, 네 진가를 알아볼거다. 그러니까, 잘 준비하고 있어. 그래야 내일 기회가 오면 한 방 제대로 먹일 수 있지 않겠냐? 네가 웨스트 햄의 얼굴이다. 그러니까, 우리 쪽팔리지 않게 제대로 보여주라고.
네가 웨스트 햄의 얼굴이라던 고든의 말.
어제 훈련장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주는 말이었다.
“···”
중원에 서 있는 잭 프라이스를 바라보는 요한.
오늘,
요한은 잉글랜드 대표가 아니라 웨스트 햄 대표로 뛸 생각이었다.
그러니, 그 누구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란 것이었다.
“으음, 지금은 공격 숫자를 한 명이라도 늘리는 게 낫지 않았나?”
“그러게. 굳이 매과이어를 뺄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요한이 투입 되었지만,
포메이션의 변화는 없었다.
매과이어와 요한, 같은 포지션의 선수끼리 맞교체였으니까.
1점을 뒤진 상황에서 스트라이커만 바꾼다는 건, 확실히 공격적인 교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확실히 스타일의 변화는 있었다.
포지션 자체는 같아도,
요한과 매과이어는 분명 다른 스타일을 가진 스트라이커들이었으니.
매과이어가 활동 범위를 폭 넓게 가져가며 필드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일이라면,
요한은 오로지 득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경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로지 동점 골이 필요한 지금.
요한의 투입은 확실히 근거가 있다.
그리고,
그 근거를 결과로 보여줄 차례.
파아앙-
파아앙-!
중원에서 볼을 돌리는 잉글랜드.
전반부터 누적된 잉글랜드의 패스 횟수는 이탈리아의 몇 배는 되었고, 그 성공률도 거의 90퍼센트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탈리아가 뒤로 깊게 내려서 있기 때문이었다.
압박을 하기보단 한 발 물러서서 공간을 지키는 수비.
때문에 잉글랜드의 미드필더들은 중원에서 공을 주고 받는데 전혀 방해를 받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박스 안에서의 수비가 워낙 탄탄했기에 패스 자체는 많아도 키 패스가 안 나오고 있던 것이 문제였는데.
더 문제는,
요한이 투입된 후반 15분을 기점으로 이탈리아의 태세가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spingere!”
“Avanzare!”
잉글랜드가 지금까지 그래왔듯 하프 라인 근처에서 공을 돌리자, 전진을 외치는 바르첼리와 마르치오.
그러자,
방금까지만 해도 웅크리고 있던 이탈리아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더 이상 웅크리고만 있진 않을 생각.
유벤투스가 사용하던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전반 동안은 리그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강팀이라기엔 이상할 정도로 웅크리다가,
후반 10분 이후.
상대의 체력이 고갈되는 순간부터 전진을 시작하는 것 패턴 말이다.
그걸 그대로 대표팀까지 가져온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이제 잉글랜드가 중원에서도 편하게 패스를 하지 못하게 방해할 셈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하게 된다면.
바로 이어지는 역습은 이전보다 훨씬 위협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즉,
이탈리아의 전진은 여기서 게임을 굳힐 심산인 것이었다.
“헤이!”
“오른쪽!”
지금껏 전혀 없던 압박이 들어오자 조금은 급하게 공을 돌리기 시작하는 잉글랜드 미드필더들.
파아앙-
파아앙-!
점점 뒤로 밀린다.
패스의 방향도 횡에서 뒤로 각도가 틀어지고, 선수들도 제 자리가 아닌 뒷걸음질을 치며 패스를 주고 받는다.
그 모습에,
이탈리아 선수들은 이 때다 싶었는지 더욱 기세를 높이기 시작했다.
때문에, 어느새.
파아앙-!
중원에서 돌던 공은 잉글랜드의 최후방 수비, 맨시티의 안톤 지글러에게 향했고,
타타탓-!
수비 지역에서부터 시작됐던 이탈리아의 전진은 전방 압박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 순간을 노린 잉글랜드였다.
탓-!
맨시티 선수들은 포지션 불문 뛰어난 발 기술과 패스 실력을 자랑한다.
안톤 지글러 역시 마찬가지였다.
맨시티가 워낙 라인을 높게 올리고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이다보니, 센터백들도 미드필더들 못지 않은 탈압박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대의 빠른 압박에 당황한 듯 보였던 선수들과 달리,
안톤 지글러는 달려드는 상대 공격수의 속도를 역이용한 터치 한 번으로 여유를 확보했다.
그리고,
뻐어어어어엉-!
곧바로 전방을 향한 롱 패스를 때려 넣었다.
슈우우우우우웅-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패스.
매과이어가 있을 때에도 간간히 롱 패스 연결을 시도했던 잉글랜드였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패스는 같은 롱 패스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방향이다.
매과이어가 있을 땐 패스의 방향이 사이드 쪽이었다.
매과이어가 피지컬과 제공권이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하지만,
상대가 바르첼리와 마르치오라는 게 문제였다.
따로 떼놓고 봐도 좋은 피지컬을 가진 둘이었다. 피지컬 뿐인가. 거친 플레이도 서슴지 않는 둘이다.
게다가, 그런 둘이 한 몸처럼 움직이기까지 하니.
당연히 혼자서 경합을 이겨내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리 매과이어라도 말이다.
때문에,
비교적 쉬운 경합을 위해 매과이어는 사이드로 빠지는 움직임을 보였고, 그럴 때마다 롱 패스가 공급된 것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공이 연결 되어도,
그게 결정적인 연결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사이드에서 받아 봤자, 중앙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건 똑같았으니.
어차피 바르첼리, 마르치오 듀오를 또 상대해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롱 패스로는 별 다른 재미를 못보고 있던 잉글랜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글러의 롱 패스는, 중앙을 향하고 있었다.
바르첼리와 마르치오가 버티고 있는 중앙.
타타탓-!
역시나 낙구 지점을 향해 빠르게 자리를 잡는 둘.
공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그 둘의 모습은, 마치 아가리를 벌리고 기다리는 악어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 둘이 양쪽에서 뛰어 오르면, 그 사이에 낀 공격수는 그 누구라도 삼켜질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그 둘 사이에서 뛰어오른 건 한 마리의 고래였다.
파아아앙-!
악어의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듯, 둘 사이에서 뛰어오른 요한이 머리로 공을 따냈다.
“···!?”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바르첼리와 마르치오에겐 말이었다.
이미 자신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동시에 뛰어 올랐는데 공을 빼앗긴다?
이 애송이,
뭐 하는 녀석이지?
타탓-!
어쨌든 중요한 건 그 다음.
더 낮게 뛰었으니 지면을 밟는 것도 바르첼리와 마르치오가 먼저다.
둘은 나란히 서서 요한의 등 뒤로 가깝게 붙었다.
공을 내주긴 했지만, 절대 돌아서는 것만큼은 허용치 않겠다는 생각.
아니나 다를까.
감히 돌아설 생각은 못 하는건지 요한이 등을 진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
돌아서는 건 욕심이지.
솔직히, 이렇게 뒤에서 밀고 있는데 밀리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그냥 애송이인 줄 알았는데,
확실히 이런 시점에 투입될만한 이유가 있는 녀석이란 건 인정해 줘야겠어.
그런 생각들을 하며,
바르첼리와 마르치오는 요한이 다시 백 패스나 넘기길 기다리고 있던 찰나였다.
스르륵-
요한이 발바닥으로 공을 몸쪽으로 긁었다.
그리고,
툭-
발 앞 코로 공을 부드럽게 퍼올린다.
요한의 무릎 높이까지 떠오르는 공.
그 공을 다시,
파아앙-!
머리 위를 넘어가도록 차올린다.
그리고,
동시에 몸을 돌린다.
요한은 당연히 백 패스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이 둘을,
직선으로 뚫고 지나갈 생각이었다.
“···!?”
따지고 보면 레인보우 플립과 비슷한 매커니즘.
공을 띄워 수비의 머리를 넘겨 제쳐낸다.
참으로 겁 없는 발상이었다.
자신을 막아서고 있는 수비가 빙다리 핫바지들도 아니고, 이탈리아 최고의 센터백, 그것도 둘이다.
때문에 당연히, 공이 떠오르는 것을 본 바르첼리와 마르치오의 빡이 돌았다.
말했다시피 둘은 과격한 수비도 서슴지 않는 수비수들이었다.
이탈리아 남자가 어떤 것으로 유명한가.
다혈질 아닌가.
바르첼리와 마르치오는, 예의 없이 자신들의 사이로 빠져 나가려는 요한을 몸으로 막아서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유니폼을 붙잡았다.
공은 지나가도 사람은 못 지나간다는 태도.
그런데,
그런 둘의 눈이 다시 동그랗게 떠진 건 그 때였다.
“···큭?!”
“이익···!”
처음 느껴보는 힘이었다.
마치 황소를 막아서는 기분.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뭐지?
그 둘이 당황하는 사이,
요한은 이미 둘 사이를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웸블리 스타디움에 탄성이 인다.
통곡의 벽처럼 느껴졌던 바르첼리와 마르치오가 동시에 뚫렸다.
그 어처구니 없는 돌파로,
순식간에 만들어진 키퍼와의 1대1 상황.
그래, 이런 거였다.
오늘이 국대 데뷔전인, 열여섯짜리 꼬맹이가 교체 투입 되었을 때.
붙박이 주전 스트라이커가 빠졌음에도 오히려 기대가 되었던 이유.
요한은 공을 잡으면 항상 예상조차 할 수 없는 플레이들을 보여주곤 했었다.
지금도 그랬다.
저길 저렇게 돌파할 생각을 하다니.
“때려엇!”
“넣어! 우리 팀이랑 할 때처럼!”
관중들이 한마음으로 외쳤다.
넣어줘!
‘어느 쪽이냐.’
방금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서 있던 이탈리아의 수문장, 페트루치가 급히 자세를 낮췄다.
젠장.
이렇게 갑자기 1대1 찬스를 내줄 줄은 몰랐기에, 뛰쳐 나가 각도를 좁히기도 애매한 상황.
페널티 킥과 비슷한 상황이다.
미리 뛰지 않는 이상 슈팅을 막아내긴 불가능한 상황이니. 선택해야 한다.
왼쪽, 오른쪽.
“···”
어느 쪽으로 때릴거냐.
요한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페트루치.
그리고,
요한의 오른발이 크게 접히는 순간.
타앗-!
페트루치가 오른쪽으로 뛰었다.
요한의 눈이 그쪽으로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
슈팅을 때리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요한의 오른발이 허공을 갈랐기 때문이었다.
헛발질.
당연히, 의도된 헛발질이었다.
털썩-!
페트루치가 슈팅 모션에 속아 몸을 오른쪽으로 날린 탓에 드러난 빈 골대.
그 빈 골대를 향해,
파아앙-!
요한이 아주 가볍게 공을 밀어 넣었다.
경기에 투입된 지 5분만에 요한이 승부의 균형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우와아아아앗-!!”
거대한 함성으로 물드는 웸블리 스타디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요한에게 찬스가 열린 순간,
골망이 흔들리는 건.
그러나,
그 다음이 좀 놀랍긴 했다.
“···”
골을 넣은 요한이,
조용히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인 것이었다.
골 셀레브레이션.
사실 셀레브레이션이라기엔 너무나 소박했지만, 어쨌든 요한에겐 큰 셀레브레이션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골을 넣은 뒤 자의적인 셀레브레이션을 한 적이 없던 요한이었으니까.
‘보고 있으려나.’
그렇게 요한이 손가락 하나를 펴보인 건.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동료 형들을 위한 것이었다.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
오늘, 이 경기를 뒤집는 건 웨스트 햄이 될 거니까.
내가 웨스트 햄의 스트라이커고, 곧 내가 웨스트 햄이다.
요한의 셀레브레이션은, 그런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