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4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41화(41/202)
< 040화 – 어디 안 가요 >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경기가 있던 다음 날.
“아빠.”
“응?”
“혹시 속 더부룩하거나 소화 안될 때, 이거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여기요. 소화제요.”
로한이 반석호에게 노트북을 내민다.
노트북 화면엔,
한국 포털 사이트의 축구 기사 하나가 떠있었다.
-잉글랜드 대표팀 선택한 반요한, 발탁의 이유 보여줘··· 최연소 데뷔 및 골 기록 작성
└와··· ㄹㅇ 역대급 재능이다
└눈뜨고 코 베인 기분이네.
└하 ㅅㅂ 축협 개새끼들아! 니들이 좀만 반석호 배려해줬어도 저런 애가 우리 국대에서 뛸 수 있었던 거잖아!
└야. 그래도 그게 어쩌면 쟤한테는 축복인거임. 덕분에 한국 국대에서 고통받는 대신 뻥글 국대서 행복 축구 하잖어
└설마 바로 데뷔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거기서 두 골까지 넣을 거라곤 상상 못했네
└잉글가면 경기 못 나올거라더니 첫 경기부터 미쳤는데? ㅋㅋㅋ
└얘 다음 유로 땐 백퍼 주전이겠네···
“······꺼억.”
댓글 반응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트름이 나왔다.
커뮤니티 사이트와 기사 등, 인터넷 반응이라면 가릴 것 없이 모두 보는 로한이었기에 알고 있었다.
요한이 잉글랜드 대표팀에 가면 경기에 제대로 나오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는 팬들이 많았다는 거.
솔직히 입 밖으로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로 수위 높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도 많았고.
하지만,
어제 경기를 통해 요한이는 보여줬다.
어느 팀에 가든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는 걸 말이다.
뭐? 한국이면 주전 확정인데 잉글랜드 가면 가시밭길일 거라고?
응, 아니야.
“이탈리아 애들도 난리 났어요. 보셨어요?”
“응? 그건 아직 못봤는데.”
“어제 바르첼리랑 마르치오, 둘 다 요한이한테 찢겨서 난리 났더라구요. 괴물 한 놈 등장했다면서.”
“우리 반씨 집안의 자랑이 이제 유럽까지 퍼져 나가는구나.”
로한의 말대로 이탈리아의 반응도 다른 의미로 뜨거웠다.
충격이라는 반응이 대다수.
특히,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건 한 장의 기사 사진이었다.
“와···”
“이건 진짜 인생샷이다.”
“프로필 사진 또 바꿔야겠는데.”
사진엔 세 사람이 공중볼을 두고 함께 점프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왼쪽에 바르첼리, 오른쪽에 마르치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요한.
그 셋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건 요한이었다.
마치 올림픽 시상식의 금메달 리스트처럼.
“이 사진 하나가 어제 경기를 다 설명하는구나.”
“한짤 요약. 요한이가 혼자 이탈리아 부숨.”
상징적인 사진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바르첼리와 마르치오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이탈리아의 절반은 유벤투스 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벤투스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거대했고.
그런 유벤투스의 핵심인 바르첼리와 마르치오였으니, 그 둘은 곧 이탈리아의 자존심이었다.
그런데,
그 둘이 동시에 요한에게 털리는 장면은 이탈리아 팬들에겐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몇몇 기자들이 어제의 패배를 ‘웸블리 사태’라고 표현하기까지 했으니,
그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될 터.
그렇게 반요한이라는 이름 석 자는 바다 건너 이탈리아까지 퍼지게 됐고,
다음은 스페인 차례였다.
놈들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었다.
“근데, 너무 유명해지면 이거 곤란한데.”
“왜요?”
“이젠 같은 리그 팀들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요한이를 노릴 것 아니냐. 유벤투스는 뭐 그렇다 치는데, 레알 같은 팀이 붙으면 이거 골치 아파 지는거지.”
요한이의 이름이 널리 퍼지는 거야 자랑스러운 일이다만, 어쩔 수 없이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현재의 축구 판에서, 어린 빅 사이즈 스트라이커는 일단 뜨기만 하면 비싼 값에 완판되는 뜨거운 매물이었다.
이번에 호되게 당한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나, 만약 스페인 전에서도 활약하게 되면 라리가의 레알 같은 팀도 요한이에게 군침을 흘리게 될 거다.
레알은 유럽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메가 클럽이자 명문 클럽.
그런 거인에게 웨스트 햄은 선수를 지키는데 있어 너무나 연약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빅 클럽에서 뛰는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어제 웸블리에 우리 응원가가 불리는 걸 본 이상···”
레알같은 명문 클럽은, 꼭 레알 팬이 아니더라도 축구 선수로서 누구나 한 번쯤 뛰어보고 싶은 클럽이다.
레알에서 한 번 뛰어본 것도 큰 명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으니.
그만큼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제 느껴봤지 않은가.
요한이 덕분에, 웸블리에 ‘I’m Forever Blowing Bubbles’가 울려 퍼지는 순간을.
웨스트 햄 뽕 치사량 수준이었다.
그걸 한 번 맛봤는데,
요한이를 다른데 보낼 수가 있을까.
“그런 면에서, 요한이 성격이 어쩌면 좋게 작용할지도 모르죠.”
“성격?”
“걔가 스페인까지 갈 애예요? 이사하는 것도 귀찮아서 안 간다고 할 애잖아요.”
“그건 그렇지.”
뭐, 요한이를 믿어 봐야지.
학교도 집이랑 가까운 곳, 국가대표도 집이랑 가까운 곳을 선택한 요한이다.
그렇다면,
클럽도 집이랑 가까운 곳이 요한이에겐 최고의 클럽이겠지.
부디,
그 귀차니즘은 변치 말아다오.
“어쨌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구나.”
“저는 소화가 돼서 배 고픈데.”
“그렇다면, 만병통치약이로구나.”
웨스트 햄 팬이자 요한의 사생 팬.
반석호와 로한은 요한 뽕에 취해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ㆍㆍㆍ
[새 메시지 99+]“···?”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느즈막히 눈을 뜬 요한이 핸드폰을 확인하곤 미간을 찌푸렸다.
메시지가 엄청나게 많이 와 있었다.
누가 그렇게 메시지 테러를 했나 봤더니,
일단 가족들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하아.
문자에 답장하는 것도 일이다.
아빠 :
♧알아두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들
우리네 인생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나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칠 뿐입니다. 그 중 최고는 건강인데요. 건강은 조강지처와도 같다고 합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거지요 ㅡㅡㅋ 그런 의미에서 우리 친구분들께 세상에서 가장 용하다는 의사 다섯 명을 소개할까 합니다.
1. 햇 볕
2. 휴 식
3. 운 동
4. 건강한 식사
5. 자신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아빠에겐 늘 그렇듯 좋은 글귀가 와 있었다.
경례하는 이모티콘 하나를 답장으로 보낸다.
엄마 : 야 이태리 머스마들 잘생겻더라 ㅋ
엄마 : 근데 엄마 눈엔 우리 막내가 최고 잘생김♥♥
엄마 : 너희 아빠 얼굴보고 결혼한 보람이 잇음ㅋ
엄마 : 근데 기사보니까 아들보고 슈퍼 조커라는데 이게 뭔 뜻? 조커는 영화 나오는 악당 아니야?
엄마는 요즘 축구에 재미를 붙이신 듯 했다.
자꾸 어디서 축구 용어 같은 걸 배워 오시는데···
아빠랑 형으로도 족한데, 엄마까지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어깨를 으쓱이는 이모티콘 꾹.
형 : 요한아
형 : 역전하고 관중들이 웨스트 햄 응원가 부를 때 기분 어땠음?
형 : 극락이었지?
형 : 웨햄 뽕에 가슴 벅찼지? 이 클럽에 평생 충성을 바쳐야겠다 생각했지?
···웨스트 햄 응원가?
아.
어제 어쩐지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오더라니, 그게 웨스트 햄 응원가였구나.
‘난 또 요즘 인기 있는 노래인 줄 알았지.’
그렇게 생각하니, 뭐 나름 뿌듯한 것도 같고.
형에게는 엄지 척 이모티콘 꾹.
“다음은··· 주장?”
미간을 찌푸리는 요한.
주장 고든에게선 수십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주장 : 내 사랑, 꼬맹이! 이 자랑스러운 놈!
주장 : 너 웨스트 햄 소속인 거 잊으면 안된다! 넌 해머스야! 한 번 해머스는 영원한 해머스!!
주장 : 너 처음 1군 왔을 때 제일 잘 챙겨준 게 나인거 알지?
주장 : 내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잖아. 그치?
“···”
고든에게서 온 메시지를 처음부터 읽어 봤더니, 일단은 경기 잘 봤다는 내용과 조금의 자기 자랑이 섞여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주장 : 야! 안 읽냐!?
주장 : 어쭈? 주장 메시지를 씹어?
주장 : 집합 당하고 싶냐?
주장 : 농담이야··· 🙁
주장 : 읽으라고!!!!
주장 : [사진]
주장 : [기프티콘]
집착··· 광기가 느껴질 정도의 집착이다.
이 사람, 말 많은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무슨 메시지도 이렇게 투 머치냐.
글자만 봐도 시끄럽다.
아마 기분 좋아서 맥주라도 한 잔 걸친 것 같은데.
“휴우.”
요한은 한숨을 내쉬곤 답장을 보내기 위해 적당한 이모티콘을 찾다가,
똑똑-
“네?”
“어, 요한 군. 잠깐 나올 수 있어? 선수들 개인 면담하는 시간이 있거든.”
“아··· 네.”
코칭 스태프가 부르는 바람에 핸드폰을 침대 위에 던져 놓고 옷을 입었다.
그 바람에,
주장 : 야! 1 사라졌는데 답장이 없냐?
주장 : 읽씹!?
주장 : 우리한테 정 떨어진거냐!
주장 : 그래. 잘하는 놈들이랑 공 차니까 편하다 이거지?
주장 : 거기선 행복해라!!!
주장 : 또 안 읽네
주장 : [기프티콘]
고든만 애가 탔다.
ㆍㆍㆍ
4일간의 휴식과 훈련을 거친 뒤,
다시 웸블리에서 스페인과의 네이션스 리그 B조 조별 예선 4차전이 펼쳐졌다.
지난번 스페인 원정에서 잉글랜드는 1대2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었다.
덕분에 조 1위 자리도 스페인에게 내준 상황.
잉글랜드가 이탈리아에게 승리하며 2승 1패가 되었지만, 스페인은 잉글랜드와 스위스에게 모두 승리를 거두고 이탈리아와 비기며 2승 1무로 앞서고 있는 상황.
따라서,
조 1위에 안착하고 유로 2028 본선 직행 티켓을 위해서라면 스페인은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였기에.
웸블리 스타디움의 열기는 오늘도 뜨거운 가운데.
잉글랜드의 선발 라인업은 1차전과 다르지 않았다.
즉 요한은 오늘도 일단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
스페인은 확실히 이탈리아와는 다른 스타일의 팀이었다.
따지고 보면 잉글랜드와 결이 비슷하달까.
라인을 높이고, 중원 싸움에 힘쓰며, 긴 패스 보다는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스타일.
그렇다 보니, 경기는 누가 더 실수를 줄이고 제 플레이를 다하느냐로 갈릴 듯 보였는데.
이탈리아 전과 달리, 경기는 화력전의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양팀은 절대 한 수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듯 서로 라인을 끌어 올렸고,
시작부터 날카로운 패스와 아찔한 슈팅이 교차하며 서로의 골문을 두드렸다.
그런 가운데, 선취골의 주인공은 메이슨 매과이어였다.
지난 경기 요한의 활약에 아무래도 자극을 받은건지, 매과이어는 전반 11분만에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었다.
허나 스페인도 가만 있지 않았다.
전반 25분, 작년 시즌 챔스 우승의 주역인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페르난도 비에가가 찔러준 패스를 세비야의 득점왕 파블로 엔리케가 마무리하며 동점을 만들어낸 것.
이후에도 몇 차례 찬스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양팀 골키퍼들의 눈 부신 선방이 터져 나오며, 그렇게 전반은 1대1로 마무리.
후반전도 양상은 비슷했다.
어떻게든 리드를 잡기 위한 양팀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고, 또 다시 한 골씩을 주고 받은 양팀이었다.
후반 9분, 이번엔 스페인이 먼저 골을 터뜨리며 역전을 만들어 냈으나,
곧바로 후반 13분, 안톤 지글러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를 성공시키며 재차 동점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2대2, 경기는 다시 원점.
하지만 뭔가 이렇게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지 않을 것같은 느낌이 그라운드에 감도는 가운데.
후반 15분.
이탈라이 전때와 마찬가지로, 슈퍼 조커 요한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매과이어가 아닌, 미드필더 이안 클리프 대신 투입 되었다는 것이었는데.
이 라니스터 감독의 노림수가 또 다시 적중하고 말았다.
교체로 들어간 요한은 매과이어의 자리에 섰고, 대신 매과이어가 이안 클리프의 자리였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갔는데.
그 둘의 시너지가 꽤 괜찮았던 것이다.
매과이어는 득점에 대한 부담을 한층 내려놓고, 9.5번으로서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행사했으며.
요한은 그런 매과이어 덕분에 편하게 박스 안에서 농성을 하며 스페인 수비수들을 당혹케 했다.
물론 스페인 수비수들도 유럽 정상급의 수비수들인 건 분명했다.
허나,
클래스로만 놓고 보면 누구도 이탈리아의 수비진을 능가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런 이탈리아도 요한에게 털렸는데,
스페인이라고 막아낼 수 있었을까.
없었다.
요한이 결승 골을 터뜨린 건 종료 7분을 남겨 놓은 후반 38분.
매과이어가 좋은 드리블 돌파로 박스 안까지 볼을 운반했고, 수비수들의 주의가 그쪽으로 끌린 틈을 타 요한에게 패스를 넘긴 매과이어였다.
박스 안에서 요한이 공을 잡았다, 그 이후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요한은 침착하게 골문 구석으로 공을 집어 넣었고,
그 골은 곧 결승 골이 되었다.
결국 요한이 두 경기 모두 결승 골의 주인공이 된 것이었다.
*
경기가 끝난 뒤.
이번 네이션스 리그 두 경기에서 모두 MOM으로 선정된 요한은 인터뷰를 가졌다.
그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대표팀 데뷔를 치른 요한에게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는데.
그 가운데, 요한의 심기를 슬쩍 건드리는 질문도 있었다.
“유독 맨시티 선수들과의 호흡이 좋았었던 것 같은데요. 항간에는 조제 에르네스토 맨시티 감독이 요한 선수를 눈 여겨 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사실 질문 자체가 무례한 질문이긴 했다.
나름 돌려 돌려 물어본거긴 한데,
어쨌든 그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뜻은 쉽게 말하면 ‘너 맨시티가 부르면 갈거지?’였으니까.
아무리 요한이라도 그 질문의 속뜻을 모를 리는 없었다.
때문에,
요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 목표는 오로지 웨스트 햄의 우승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요한의 대답에,
그날 런던 스트랫포드는 눈물 바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