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4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43화(43/202)
< 042화 – 상성은 존재한다 >
<사실 맨시티는 우리에겐 레스터 시티보다 더 쉬운 상대입니다.>
실소가 터져 나올만한 칼럼 제목이었다.
누군가 그냥 어그로를 끌려고 쓴 제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글쓴이가 단순한 어그로 꾼이 아니었다.
아이디 VannyBoy.
제이미 코치나 슈미트 감독마저 그 아이디를 알고 있을 정도로, 해머스 닷컴에선 어떤 전문가들 보다도 전문가로 통하는 칼럼니스트 아닌가.
때문에 쭈욱 칼럼을 읽어 내려가던 제이미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그래··· 해볼만 하지. 왜 지레 겁을 먹었지?”
“뭐라고?”
“아니, 그렇잖아요. 맨시티만큼 우리한테 딱 맞는 상대가 어디 있다고.”
“뭘 읽고 있길래 그런 소릴 하는거냐.”
“여기요. 감독님도 한 번 읽어 보세요.”
핸드폰을 건네는 제이미 코치.
슈미트 코치도 칼럼을 쭈욱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으음···”
슈미트 감독마저도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럴싸 하다.
찬찬히 읽어 보니,
맨시티가 레스터보다 쉽다는 글의 제목은 단순히 어그로가 아니었다.
분명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는데,
한 줄로 요약하자면 웨스트 햄이 맨시티에게 상성 상에서 우위가 있다는 것이었다.
칼럼에선 그 강력한 근거로, 맨시티의 실점 패턴을 들고 있었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38경기 동안 103득점을 하고 37점을 실점했다.
골득실이 66포인트나 될 정도로 큰 차이.
허나,
사실 실점의 절대적인 값만 놓고 본다면 압도적으로 적은 것만도 아니었다.
실제로 2위였던 첼시의 전체 실점이 30점으로 오히려 맨시티보다 적었으니까.
그런데 그 실점들 중 대다수의 실점이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역습에 의한 실점들이었다는 것.
칼럼이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전체 실점 37점 중 18실점이 역습 상황에서 내준 실점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절반이 조금 안되는 셈.
역습 상황 하나가 전체 실점에 절반이 된다는 건, 확실히 맨시티가 역습에 약한 팀이라고 할만한 근거가 되기 충분해 보였다.
그 원인이야 자명했다.
맨시티가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고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높은 라인을 유지하며 경기를 풀어 나가는 팀은, 당연히 역습에 의한 뒷공간을 노출하기도 쉬웠다.
하지만, 칼럼에서는 그렇게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가지 포인트를 더 짚고 있었다.
그건 바로 맨시티의 코너킥 횟수였다.
맨시티는 경기당 코너킥 획득 수가 가장 많은 팀 중 하나였다.
그 이유야 당연했다.
맨시티가 90분 동안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팀이고,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공격을 하는 팀이니까.
공격 빈도수와 코너킥을 얻는 횟수는 비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맨시티는 좌우 윙어들을 활용한 공격을 많이 시도하기에 다른 강팀들보다도 그 횟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건.
코너킥이 상대에겐 쉽게 득점을 노릴 수 있는 좋은 세트피스 상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어 입장에선 역습을 노리기에도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코너킥 상황은 축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 중, 상대 선수들이 우리 진영으로 가장 깊게 들어오는 순간이니까.
즉, 뒷공간이 가장 넓게 벌어지는 순간인 것이며, 역습을 노리기에 최적의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맨시티는 키가 큰 공격수가 없어, 최후방 수비수가 박스 안에서 헤더를 노리도록 하는 팀이기까지 했다.
그러니,
코너킥을 가장 많이 얻어내는 팀 맨시티는,
되려 역습에 가장 취약한 순간이 제일 많은 팀이라고 해석할수도 있었다.
칼럼은 웨스트 햄의 높이가 리그 전체로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센터백 듀오 둘 다 190에 육박하는 선수들이고, 미드필더들도 모두 피지컬들이 좋다.
실제로 이번 시즌,
웨스트 햄은 경기 당 5번 꼴로 코너킥을 내주고 있지만, 아직 한 번도 코너킥에 의해 실점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 코너킥 상황은 웨스트 햄이 유일하게 맨시티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며.
웨스트 햄에겐 이 기회가 많이 찾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필연적으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대의 코너킥.
그 코너킥에서 자신들의 장점인 높이를 살린다면,
기다리고 있는 건 역습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환경과,
맨시티의 어떤 선수들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는 요한이었다.
그러니까,
코너킥 상황에서 역습을 빠르게 올라가는 훈련만 집중적으로 할 수 있다면.
맨시티는 레스터보다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팀이라고,
칼럼은 설명하고 있었다.
“흐음···”
칼럼을 모두 정독한 슈미트 감독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기가 찼다.
“우리 전력 분석관은 뭘 하고 있던거지?”
“몰라요. 또 경기보러 가서 졸고 있었겠죠.”
“그 철밥통, 그 자리에 몇 년 있었냐?”
“한 10년은 되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썩을.”
팀의 전력 분석관이라는 작자가 일개 아마추어보다도 못하다니.
현재 구단 프론트에서 일하고 있는 웨스트 햄의 전력 분석관들은, 솔직히 말해서 연봉이 아까운 수준들이었다.
웃긴 건, 그 작자가 구단주의 사촌이랬나.
한 마디로 인맥 빨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거다.
때문에 슈미트 감독이 아는 전력 분석관을 추천하긴 했는데, 받아 들여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팀이 지난 10년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려면 그런 구태들부터 갈아 치워야 하거늘.
막내만 혼자 우승을 외치면 뭐하나.
윗놈들은 별 관심도 없는데.
“그러고 보니까, 너.”
“네?”
“내가 이 사람 누군지 알아보라고 하지 않았었냐?”
“어, 그러셨었나. 하도 시키신 게 많아서 기억이 잘···”
“전력 분석관이고 뭐고, 이 놈부터 갈아 치워야지, 원!”
허허실실 머리를 긁적이는 제이미 코치에 슈미트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냉큼 애들 불러 모아라. 코너킥 훈련을 해야겠다.”
“넵! 알겠슴다!”
에이, 쯧.
제이미 코치가 못 믿을 녀석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되면 직접 수소문을 해봐야할 것 같다.
이 Vannyboy란 사람.
어디서 뭐하는 사람인지 말이다.
가능만 하다면, 당장 팀의 전력 분석관으로 추천하고 싶은 인재였으니까.
‘바니보이······ 음?’
뭐야.
잠깐만.
바니···?
ㆍㆍㆍ
2027년 10월 9일.
런던 스타디움.
리그 3위 웨스트 햄이 리그 1위, 7전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런던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홈팬들은, 멋진 응원가와 함성으로 맨시티를 환영했다.
그 만석에 가까운 팬들만 봐도 알 수 있듯,
오늘 경기의 중요성은 컸다.
지난 주 리그 첫패를 당한 웨스트 햄이었다.
때문에 오늘도 패배하게 된다면 2연패.
1패는 그럴 수 있다쳐도, 연패는 시즌 초 좋았던 기세가 무색해지기 충분한 사고다.
때문에 아무리 상대가 맨시티라 해도, 오늘은 무조건 승점 1점이라도 가져가야 하는 웨스트 햄이었다.
물론 믿을 구석은 있었다.
요한의 복귀.
오늘 유독 런던 스타디움을 찾은 홈팬들이 많은 건, 지난 주 휴식으로 대표팀 소집의 여독을 푼 요한이 복귀한 탓이 제일 컸다.
안그래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요한이었지만, 대표팀에 다녀온 뒤로 요한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팬들이 요한에게 보내는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재밌는 헤프닝도 있었다.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한 삼류 일간지에서 요한에 관한 기사를 냈는데.
요한이 맨시티 전을 앞둔 훈련에서 태업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기자가 직접 훈련 취재를 나갔는데, 요한의 훈련 태도가 아주 불성실 했다면서 말이다.
그 기사를 쓴 기자는, 기사 말미에 요한이 맨시티 합류를 원하는 것이 태업의 이유일 것이라며 추측을 내놓았는데.
그걸 믿는 웨스트 햄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일단 지금이 태업을 할 시기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도 팬들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요한이 일단 훈련장에 출근한 순간, 훈련장에서 뭔 짓을 하든 그게 절대 태업일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요한에겐 출근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웨스트 햄 팬들은 오히려,
요한이 5일의 훈련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출근했다는 소식을 듣곤 환호성을 내질렀다.
요한이 태업은 커녕 맨시티 전을 앞두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때문에,
웨스트 햄 팬들은 오히려 오늘 경기를 더더욱 기대했다.
그런데,
오늘 경기를 기대하고 있는 건 웨스트 햄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
경기장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 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 보고 있는 한 남자.
맨시티의 감독 조제 에르네스토다.
에르네스토는 현재의 맨시티를 완성시킨 감독이자, 부임 5년 동안 3번의 리그 우승을 만들어낸 이견이 없는 명장.
그런 에르네스토 감독이 바라보고 있는 건,
맨시티 선수들이 아니라 웨스트 햄 쪽이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건성건성, 느릿느릿 몸을 풀고 있는 한 선수.
요한 반.
에르네스토 감독은 요한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에르네스토 감독이 요한을 처음 본 건 지난 시즌, 웨스트 햄과 리버풀의 경기에서였다.
요한이 해트트릭을 기록한 그 경기 말이었다.
그 날 요한을 처음 본 에르네스토 감독은,
완전히 반해 버리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지금껏 찾아 헤맸던 선수가, 바로 요한같은 선수였으니까.
매 경기 그라운드를 지배하고,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맨시티였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팀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에르네스토 감독이었다.
완벽했다면,
본인의 숙원이었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했겠지.
하지만 5년 동안 3번의 리그를 차지하면서도, 아직 유럽 정상의 자리엔 오르지 못했던 맨시티였다.
딱 한 가지.
완벽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으로 꼽히는 포지션 때문이었다.
바로 스트라이커 말이다.
맨시티는 전형적인 9번, 그러니까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는 팀이었다.
포메이션 상으론 4-3-3을 쓰긴 하지만, 중앙 공격수 자리에서 뛰는 선수는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뛴다.
그래도 득점을 뽑아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워낙 2선 자원들의 득점력이 출중한 맨시티였으니까.
하지만, 가끔은 그것 때문에 난항을 겪기도 하는 게 사실이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엔, 경기를 완벽히 지배했음에도 득점이 터지지 않아 답답한 경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때문에,
사실 이러한 전술의 정점에 있는 에르네스토 감독조차도 스트라이커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더욱 원했다.
자신의 전술을 완성시킬 수 있는 건, 완벽한 스트라이커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다만,
에르네스토 감독은 완벽주의자였다.
아주 심각한 완벽주의자.
때문에 그가 원하는 건 어중간한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완벽한 스트라이커였다.
자신의 전술에 100퍼센트 녹아들 수 있는, 그런 완벽한 스트라이커.
그런 인재를 찾아 몇 년 간을 헤매었던 에르네스토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런 인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
웨스트 햄과 리버풀의 경기에서 지금껏 자신이 원해왔던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는 재목을 가진 선수를 발견한 것이다.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저 선수를 데려와, 저 선수가 자신의 전술 안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하면.
설레이기까지 했다.
그러니,
오늘 경기를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는 건 사실 에르네스토 감독이었다.
승패엔 딱히 관심 없었다.
어차피 결과야 본인들의 승리로 정해져 있다.
에르네스토 감독이 관심 있는 건,
그저 요한.
저 선수가 자신의 선수들을 상대로 얼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것인가.
그뿐이었다.
때문에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에르네스토 감독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설레여 보였다.
*
“삐이익-!”
경기가 시작 되었다.
전반전 선축은 웨스트 햄.
그러나 몇십 초도 지나지 않아, 공이 맨시티에게로 넘어 간다.
확실히 공격만큼이나 압박 능력도 좋은 맨시티인데.
문제는, 한 번 공이 넘어가면 그 때부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을 다시 되찾아 오기가 힘들다는 거다.
“에워 싸!”
“뒤! 차단해!”
열심히 압박을 가해 보지만 얄밉게도 쏙쏙 빠져 나가는 상대.
확실히 발 기술로는 따라갈 수가 없다.
웨스트 햄 선수들이 밥 먹고 체력 훈련만 한다면, 맨시티 선수들은 밥 먹고 저거만 하니 애초에 따라가는 게 이상한 일.
파아앙-
파아앙-!
천천히 공을 돌리며 자신들의 템포로 경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는 맨시티.
전력을 다해 뛰며 압박하는 웨스트 햄 선수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맨시티 선수들은 한껏 여유롭게 천천히 공을 돌렸다.
하지만, 그렇게 천천히 공을 돌린다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다.
그러다가도, 지금처럼.
뻐어어어어엉-!
빈틈이 열리면 곧바로 전진 패스를 찔러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맨시티엔 즐비하니까.
슈우우우우웅-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왼쪽 사이드에 쏠리자, 공을 잡은 잭 프라이스가 지체 없이 반대편으로 오픈 패스를 띄웠다.
킥은 역시나 낮고 빠르며, 정확했다.
파아앙-!
그 패스를 부드럽게 잡아 놓는 오른쪽 윙어, 하비에르 아라우호.
아라우호는 1대1에 능한 드리블러.
곧 상체를 흔들며 대각선으로 치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아라우호에게 농락당한 풀백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파아앙-!
이번엔 웨스트 햄의 레프트 백 마틴 페트로비치가 아라우호의 생각을 잘 읽었다.
골 라인 쪽으로 치고 들어가려는 아라우호의 공을 건드려 라인 밖으로 걷어낸 것.
“삐익-! 코너!”
그렇게,
맨시티가 전반 4분만에 첫 번째 코너킥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
“···”
웨스트 햄 선수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인 뒤.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일주일 간, 지독하게 훈련한 성과를 보여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