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4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45화(45/202)
< 044화 – 상성은 존재한다 >
“···Wow.”
요한의 득점이 터졌을 때, 에르네스토 감독은 웃고 있었다.
자기네 팀이 실점 했는데 웃고 있다니?
물론 한 골을 먹혔다고 해서, 오늘 경기를 질거란 생각 자체를 못했기에 웃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르네스토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웃음을 보고 상당히 놀랐을 것이었다.
완벽주의자인 에르네스토 감독은 5대0으로 이기고 있다가도, 1골을 먹으면 선수들을 불러 개지랄을 하는 감독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에르네스토 감독이 웃고 있다.
순수한 감탄에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디아즈, 블레이크. 둘 다 우리 팀에서 스피드로는 다섯 손가락 안인데.’
코너킥 상황에서, 디아즈와 블레이크의 위치를 직접 조정해줬던 에르네스토 감독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뒤에서 대기라하고.
첫 코너킥만 봐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원래처럼 좀 더 앞에 세워 둔다면, 분명 위험한 상황이 연출 될 거라는 걸, 첫 코너킥 때 요한이 공을 향해 달리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최대한 겸손하게 위치를 잡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건방진 생각이었을까.
디아즈와 블레이크는 요한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큰 키와 긴 다리, 안정적인 코어와 아름다운 자세에서 나오는 폭발력은 축구 선수가 아니라 육상 선수라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순수하게 아름다운 질주였다.
게다가 그 마무리는 어땠나.
사실 키퍼와의 1대1 찬스라는 게, 공격수가 엄청나게 유리한 상황인 건 맞다.
하지만 그렇기에 부담스러운 찬스인 것도 맞았다. 왜, 승부차기처럼 말이다. 못 막아도 본전인 게 키퍼의 입장이고, 못 넣으면 병신이 되는 게 공격수 입장이니까.
특히나 어린 선수라면, 그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고, 문전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런데 요한의 마무리는 너무나 쉬워 보였다.
전속력으로 공을 몰고 가면서도 발에 붙어 있는 공. 각을 좁히려 뛰쳐 나온 에두아르도를 보고, 속도를 살리며 방향 전환을 하는 것만으로 가볍게 제쳐 버리는 침착함.
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공격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마무리였다.
‘아름다웠어.’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하는 에르네스토 감독이었다. 내용이 없는 승리는 승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철학일 정도였으니까.
축구계의 심미학자라는 별명도 가진 에르네스토 감독이었기에, 그 아름다운 득점 장면을 보고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상대팀의 공격수라고 해도 말이었다.
‘올 시즌까지는···.’
물론, 그것도 올 시즌까지 일 거라고 에르네스토 감독은 생각했다.
녀석이 ‘상대팀’에 있는 것 말이었다.
분명 올 시즌을 시작하며 요한이 웨스트 햄과 재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에르네스토 감독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금액의 바이아웃도 걸어 놨겠지.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맨시티인데.
돈도 돈이고, 명예도 명예다.
‘이상향의 완성···’
에르네스토 감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요한을 손에 넣고 싶었다.
때문에,
“레토 코치.”
“예, 감독님.”
“라인 더 올려.”
“예?”
“더 공격적으로 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더 보고 싶었다.
녀석의 진가를.
*
“화력전 해보자, 이거 같은데요.”
“음···”
요한의 동점 골 이후, 후끈 달아오른 경기 양상을 지켜보던 제이미 코치가 얘기하자 슈미트 감독이 고개를 끄덕인다.
맨시티는 확실히 선택을 한 듯 했다.
요한에게 뒷공간을 털리는 게 무서워서 그에 대비할 바에, 차라리 신경을 끄고 화력으로 눌러 버리겠다, 그런 뉘앙스.
“간격! 벌어진다! 흔들리지 마!”
솔직히 그게 제일 무섭긴 했다.
‘공격적으로 나오는 맨시티’ 말이다.
이 팀을 과연 화력으로 누를 수 있는 팀이 있을까? 비단 PL 안에서만이 아니라, 유럽으로 그 범위를 넓혀도 손에 꼽을거다.
아니, 그 날 컨디션에 따라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들이 구사하는 축구의 고점을 생각해본다면, 맨시티는 단점이 없는 팀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크게 두렵지가 않았다.
오히려, 좋아. 해보자는 거지? 그래. 해보자.
누가 이기든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
이런 마음이 들었다.
물론 져도 그만이고, 비기면 좋고, 이기면 대박인 입장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다만 그것보다도, 그냥 그렇게 붙어도 해볼만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 더 컸다.
그건, 당연히 요한 때문일 것이었다.
맨시티의 화력을 감당할 수 있는 건, 두터운 수비나 선수들의 투지 같은 것이 아니라.
요한 저 녀석이 혼자서 내뿜는 화력 뿐이었다.
즉, 어쩌면 유럽에서 유일하게 맨시티와 화력전을 하고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건.
웨스트 햄이 유일할지도 몰랐다.
요한이를 보유한 건 웨스트 햄 뿐이니까.
아무튼, 그런 화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단은
맨시티의 화력을 몸으로 받아내는 게 먼저다.
어쨌든 선공권을 쥐고 있는 건 녀석들이니까.
파아앙-
파아앙-!
특유의 원 터치 숏 패스로 중원을 쉽게 통과하며 박스 안으로의 진입을 노리는 맨시티.
오늘 조너선 네이슨과 제이콥 버클리는 거의 공을 못 만지고 있었다.
압박을 하긴 하는데, 볼 탈취가 전혀 되지 않는 모습.
그 중심엔 잭 프라이스가 있었다.
안그래도 오늘 컨디션이 12시인 프라이스는 확실히 자극을 받은 상태였다.
동점 골을 넣고 하프라인에 공을 놓고 가던 요한의 모습이 도발로 느껴졌으니.
마치, 네가 한 말의 책임을 지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그렇다.
아무런 실력도 없는 놈이 아무리 입을 털어봐야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지도 못한다.
저 병신은 뭐야, 하고 무시하고 말겠지.
하지만, 프라이스가 웨스트 햄 팬들의 공분을 사는 건 확실히 실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입 터는 것도 꼴보기 싫은데, 잘하기까지 하니까. 누가 저 놈 좀 참교육 시켜주면 좋겠는데, 그럴 선수가 없으니까 더 열이 뻗치는 거다.
타타탓-!
이미 프라이스의 중거리에 실점을 내줬기에, 프라이스가 중앙으로 파고 들자 웨스트 햄 수비수들의 신경이 집중 되었다.
그러나 프라이스가 노린 것은 그것이었고,
파아아앙-!
아크 정면에서 우측 사이드로 방향을 꺾은 프라이스가 대각선으로 패스를 꺾어 넣었다.
오른쪽에서 수비 뒤로 돌아 들어가는 아라우호에게 찔러주는 스루 패스.
페트로비치의 대처가 한 발 늦었다.
아라우호는 확실히 빨랐고, 때문에 늦었다 싶은 페트로비치가 뒤늦게 몸을 날렸지만, 아라우호는 거기서 한 번 접으면서 완벽하게 왼발 슈팅 각도를 열었다.
그러나 이후 아라우호의 선택은 슈팅이 아니었다. 들어오는 프라이스에게 가볍게 툭 내주는 패스였다.
맨시티의 전매 특허, 수비수들의 혼을 빼놓는 빠른 패싱 플레이.
파아앙-
뻐어어어엉-!
철썩-!
사실 패를 까보기 전부터 입을 턴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프라이스는 그 자신감의 근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전반 28분만에 두 골.
이번에도 프라이스는 셀레브레이션을 했고, 동점 골 때 터졌던 환호보다 더 큰 야유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인가.’
다시 공을 하프라인에 놓고, 요한의 표정을 확인한 프라이스가 피식 웃는다.
녀석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이쯤되면 현타가 올만도 한데 말이다.
설마, 아직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건가.
‘고집 있구만.’
프라이스가 피식 웃었다.
*
전반전은 1대2로 마무리가 되었다.
나쁘진 않은 스코어였다.
어쨌든 그 파상 공세를 어떻게든 몸으로 막아내며 2점으로 막아 냈다는 게.
하지만, 아직 후반 45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후반전의 양상은 전반전과 다르지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맨시티는 전반의 흐름을 바꿀 필요가 없었고,
웨스트 햄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니까, 가드를 머리 끝까지 올리고 시종일관 두들겨 맞는 흐름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힘들다.”
“뭐,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잖아. 오히려 생각보단 잘 버티고 있어.”
“그래도 어려워 보이긴 한다···.”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긴 하지만.
언제 골문이 열려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에 조금씩 힘이 빠지는 웨스트 햄 팬들.
기대보다 잘 버티고 있는 건 맞다만, 슬슬 마음을 비워야 하는 시점이 오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뭐 져도 괜찮아. 상대가 맨시티잖아.
이런 느낌으로.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점유율은 3대7이 넘어가지, 슈팅 개수도 압도적이지, 패스에선 아예 게임이 안되지.
엄청난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 어떻게 비벼볼 껀덕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운이라는 게.
그 운이라는 게 생각지도 않은 시점에 찾아오는 것 같기도 했다.
뻐어어어엉-!
슈우우우웅-
타아아아앙-!
“어우, 쉣!”
“와, 먹히는 줄···!”
골대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후반 8분 프라이스의 슈팅이 골대를 맞았고, 16분 아라우호의 슈팅이 또 한 번 골대를 맞았다.
사실상 먹혀도 이상하지 않은 슈팅들을 골대가 두 번이나 살려낸 것이었다.
경기장에 싸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경기의 분위기와 흐름을 한 번에 뒤바꿀 수 있는 건 골이다.
근데, 골만큼은 아니어도 분위기를 바꾸는 게 들어갈 골이 들어가지 않는거다.
맨시티가 때려낸 두 번의 골대 강타는, 확실히 게임의 흐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경기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흐름이 웨스트 햄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흐름을 잡았다곤 하나 웨스트 햄이 맨시티를 당황시킬만큼 밀어붙인다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시종일관 밀어붙이던 상대의 전방 압박이 조금 느슨해졌을 뿐이었고, 후방이나 하프 라인 근처에서 그나마 볼 순환이 좀 된다, 딱 그 정도일 뿐이었다.
심지어, 맨시티의 공세를 막아내느라 체력도 녹아버린 상태라.
요한에게로 향하는 패스가 쉬운 패스 임에도 번번히 미스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곤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한 사람만이 아직 만땅에 가까운 체력을 아껴놓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뻐어어어엉-!
슈우우우웅-
투우웅-!
고든이 띄운 로빙 패스가 맨시티의 박스 우측면으로 깊게 떨어졌다.
사실 어처구니 없는 패스 미스였다.
다리가 후들 거리는 탓에 빗맞아 버려서, 요한이 있는 쪽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차버린 패스였으니까.
때문에 고든이 공을 차는 동시에 쏘리, 라고 외쳤을 정도였다.
그런데, 요한에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존 블레이크는 골 라인을 향해 굴러가는 공을 향해 다가가다가, 슬쩍 뒤를 보곤 생각했다.
‘힘 좀 빼놔야겠군.’
요한이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녀석이 이렇게 죽은 공까지 살려내려 뛰는 타입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확실히 녀석도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그러니, 그걸 이용해 녀석의 힘을 좀 빼놓을 생각이었다.
때문에, 블레이크는 일부러 속도를 줄이며 공이 그대로 구르도록 놔두었다.
건드리지 않으면 그대로 골 라인까지 굴러갈 공이었다.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녀석을 몸으로 막기만 하면, 녀석의 체력도 빼고 시간을 조금이라도 끌어 상대의 흐름을 저지할 수 있는 상황.
그런데, 블레이크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워낙 요한에게 공이 안가니 맞부딪힐 일이 없어서 그랬는데, 아직 몰랐던 거다.
요한의 몸빵이 어느 정도인지.
물론 겉으로 보기에도 세보이니, 셀 거라고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근데 문제는, 실제 요한의 힘은 블레이크가 어림 짐작한 수준을 아득히 뛰어 넘는다는 것이었다.
퍼어어어억-!
차라리 블레이크가 가만히 경로만 막고 있었다면 몰랐다.
그랬다면 뒤에서 들어오는 요한에게 파울이 주어졌을테니.
하지만, 블레이크도 요한을 막기 위해 몸을 집어 넣는 액션이 있었다.
결국 둘이 똑같이 맞부딪힌 셈.
그러니,
“커억!”
블레이크가 우스꽝스럽게 고꾸라졌대도 파울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촤아아아-!
진귀한 장면이었다.
요한이 몸을 날리며 나가는 공을 살려낸 것이었다. 모두가 처음 보는 장면이자, 어쩌면 오늘을 마지막으로 다신 못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어쨌든, 공을 살려낸 요한은 지체할 것 없이 박스 안으로 공을 몰고 들어갔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각도는 없었다.
거의 골 라인을 따라 들어갔으니까.
때문에 슈팅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
요한의 시선이 뛰어 들어오는 동료의 위치를 파악하듯, 뒤쪽으로 향했는데.
그걸 에두아르도 키퍼가 캐치했다.
때문에, 에두아르도는 왼손을 골대에서 떼었다.
그 말인 즉, 컷백이나 크로스가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한 역시 그걸 놓치지 않았다.
뻐어어어어어엉-!
분명 각도는 없었다.
그러나, 요한에겐 바늘구멍만큼의 빈틈만 있으면 충분했다.
바늘구멍이라도 억지로 쑤셔 넣으면 들어가긴 들어 가니까.
슈우우우우웅-
아웃프론트로 강하게 때린 슈팅이 니어 포스트로 휘어 들어갔고, 에두아르도 키퍼는 역동작에 걸려 한 쪽 무릎을 털썩 꿇었다.
철썩-!
“와아아아앗-!”
요한에겐 누구도 예상못한 창의적인 패스나, 감탄이 나오는 킬러 패스가 필요 없다는 것 정돈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요한에게 최고의 패스는, 그저 발밑에 정확히 갖다 주는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단 말이다.
근데, 웨스트 햄 동료들이나 팬들조차 아직 모르고 있던 사실 하나는.
‘빡쳐 있는 상태의 요한’에게는, 어처구니 없는 미스 패스조차도 그럴싸한 패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요한이 균형의 추를 다시 한 번 맞추었다.
*
요한의 그 두 번째 골은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맨시티에게도, 웨스트 햄에게도.
전혀 실점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실점을 해버렸으니 맨시티에겐 충격인 게 당연했다.
반면, 웨스트 햄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 꼬맹이가···’
나가는 공을 향해 끝까지 달리던 요한의 모습.
저 놈이 저럴 놈이 아니라는 건 동료 형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 요한이 그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후들거리던 다리를 억지로라도 빳빳히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게으르기 짝이 없던 막내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형들이 되어서 포기할 순 없잖아.
녀석이 포기하지 않은 덕에 어렵사리 만들어 준 동점이었다.
“지켜내자. 그래야 녀석 얼굴을 떳떳히 보지.”
“또 먹히면, 진짜 우린 자격이 없는거다.”
“다음 훈련 때 야구 배트 하나 들고 와야지. 그리고 일렬로 서서 꼬맹이한테 줄빠따를 맞는거야.”
이걸 못 지켜내면 정말 요한을 볼 면목이 없다. 안 그래도 약간의 자격지심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까지 한계를 보인다면 정말 자괴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녀석을 위해서도 본인들을 위해서도.
더 이상의 실점은 없어야 한다.
아, 하나 더.
“저 개자식이 또 날뛰는 꼴을 볼 순 없기도 하고.”
“이런 기회 다신 안 온다. 저 새끼 눈앞에서 비웃어줄 수 있는 기회.”
잭통수, 저 자식이 처음으로 무릎 꿇는 꼴을 보고 싶어서라도.
어떻게든 버티자.
그런 생각으로, 웨스트 햄 선수들의 두 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악 물어!”
“끝나고 걸을 힘이 있는 놈은 나한테 뒤지는 거다!”
“마, 갈 때까지 가보재이!”
동점이 되자 맨시티가 급해진 건 당연했다.
때문에 그들의 공격은 전반보다도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웨스트 햄 선수들도 초인적인 힘을 내뿜고 있었다.
프라이스가 고마울 정도였다.
경기 전에 그런 말을 지껄여준 게 말이었다.
아마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뛰지는 못했을거다.
근데, 녀석의 말이 자극제가 되었고 웨스트 햄 선수들은 말 그대로 젖먹던 힘까지 다해 맨시티의 공세를 막아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어느새 90분이 지나 추가 시간이 되어 버렸다.
“삐이이익-!”
마지막 기회를 잡은 건 맨시티였다.
3분의 추가 시간도 반 이상이 지난 시점, 코너킥을 얻어내는 맨시티.
이대로 무승부에 만족할 수 없기도 하고, 어차피 마지막 공격이겠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박스 안으로 집결한다.
뒤에 남아 있는 거라곤 요한과 풀백 둘, 그리고 키퍼 뿐.
이 코너킥 하나가 길었던 오늘의 승부를 가를 수도 있는 순간.
뻐어어어엉-!
프라이스의 킥이 올라왔고,
파아아앙-!
웨스트 햄의 센터백 루카스 시모네가 머리로 걷어낸 공이 박스 옆으로 튕겨져 나온다.
그 공을 잡은 건, 코너킥을 짧게 연결하는 걸 막기 위해 서 있던 고든이었다.
고든은,
뻐어어어어어엉-!
볼 것도 없이 전방을 향해 공을 때렸다.
그리고,
슈우우우우우웅-
고든은 공이 날아가는 걸 대충 보더니,
그걸 끝까지 보지도 않고 등을 돌렸다.
그리곤 뚜벅 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프라이스에게로였다.
프라이스의 앞에 선 고든은, 두 팔을 들더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자신이 걷어낸 공을 누가 잡았는지도 보지 않았으면서, 고든은 미리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패를 까보기도 전에 이긴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스가 자신이 있었기에 경기 전부터 입을 털었던 것처럼, 고든도 자신이 있었기에 미리 셀레브레이션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와아아아아아악-!”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런던 스타디움이 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맨시티라는 거함이 침몰하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