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48)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48화(48/202)
< 047화 – 다양함이 필요해 >
웨스트 햄의 2선 공격은 좌우 윙어 조너선 네이슨과 제이콥 버클리,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 고든까지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다른 팀들의 2선과 달리, 이들은 공격 시에도 직접 득점을 노리는 움직임은 전혀 가져가지 않는 유형의 선수들이었다.
요한이 중앙에서 공을 잡았을 때, 네이슨이나 버클리는 좌우로 벌리는 대신 그 뒤를 받쳐주는 느낌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이었고.
고든 역시 나름 슈팅력이 있는 편이긴 하지만, 공이 흘러나올 경우 요한에게 재차 패스를 넣어주는 게 전부이지 슈팅을 자주 시도하는 타입은 아니었으니까.
로한이 보내 준 자료에 따르면, 네이슨과 버클리가 측면 침투를 시도하는 빈도가 한 경기를 통틀어 5회도 안될만큼 적다고 했다.
물론, 코칭 스태프들도 적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렇게 적을 줄은 몰랐다.
요한이 공을 잡으면 거기에만 시선이 쏠려서 그런지, 네이슨과 버클리가 그 정도로 침투를 꺼리는지는 몰랐다.
이 대목에서 슈미트 감독과 제이미 코치는 한 번 더 전력분석관을 씹었다.
아무리 코칭 스태프들이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 있고,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때로는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한 발 떨어져서 보는 게 훨씬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전력분석관을 따로 두는건데, 이런 자료를 이제야 받았으니.
아무튼,
2선의 공격 빈도는 확실히 늘릴 필요가 있는 웨스트 햄이었다.
“골을 넣냐 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시도를 하는 것 그 자체니까.”
네이슨과 버클리, 고든을 불러 모아 놓고 이야기하는 제이미 코치.
그의 말대로, 중요한 건 빈도수를 높이는 것이다.
더미 런(Dummy Run)이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풀면 가짜 움직임이라는 뜻인데, 공을 받지 않는 선수도 공을 받을 것처럼 움직여 준다는 거다.
그래야 수비의 시선이 분산 되니까.
네이슨과 버클리, 고든은 그게 부족했다.
아마 요한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커서 그럴지도 몰랐다.
일단 요한에게 공이 가면, 녀석이 알아서 하게끔 두는 게 이 셋이었으니.
어차피 자기들이 도와준답시고 알짱대봐야, 요한 혼자 해결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 떠나서 어쨌든 빈공간을 향한 침투 자체는 시도할 필요가 있었다.
그게 요한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어쨌든 침투를 해도, 어차피 너흰 아무도 안 막을거란 말이야?”
“···그렇죠.”
“그건 맞지.”
“맞는 말인데 희한하게 기분 나쁘네.”
“그래서 너희 역할이 중요한 거야. 너흴 아무도 막지 않을테니, 빅 찬스가 올 거고. 그걸 너희들이 넣어주면 우리는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겠지.”
맨시티 같은 강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번리 같은 팀들은 더더욱 요한을 경계하며 경기에 임할 것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나머진 아예 버리고, 수비 전원이 요한만 막을 수도 있는 일.
그렇기에 이들에게 기회가 많이 갈 것이고, 그걸 마무리해주는 게 중요하다.
“근데, 꼬맹이가 저희한테 패스를 주겠습니까?”
“쟨 그냥 지가 때리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내가 점마여도 내한테 패스 안줍니더.”
셋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는 제이미 코치.
제이미 코치는 대답 대신 요한을 불렀다.
그럴 줄 알고 준비한 게 있지.
2배 이벤트라고.
“자, 훈련 시작해보자.”
웨스트 햄의 다양한 공격 옵션을 만들기 위한 특훈이 시작 되었다.
*
“감독님. 우리한테도 리그 최고의 패스를 가진 선수가 있었네요.”
“으음···”
“그게 최전방에 박혀 있었을 뿐이지.”
훈련 중인 선수들을 보며 제이미 코치가 말했다.
이거 참. 수준급의 패스를 가진 미드필더 한 명만 있어도 요한과 합이 참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그 수준급 패서가 이미 팀에 있긴 했네. 그게 또 요한이라는 게 문제지.
요한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요한을 비롯해, 좌우의 네이슨과 버클리.
그리고 중앙의 고든까지.
이 넷이 한 번에 각자의 자리로 움직이며 골문을 노리는 패턴 훈련.
“헤이!””가운데!””마!”
네이슨이 왼쪽 사이드를 침투하고, 버클리가 오른쪽 사이드를 침투한다.
고든은 쉐도우 스트라이커처럼 박스까지 올라가며 중앙을 파고든다.
그리고, 요한이 수비수들을 이끌고 박스 아래로 내려와 3개의 선택지 중 하나로 패스를 뿌리고 있었다.
파아아아앙-!
“나이스 패스!”
요한의 패스 퀄리티는, 상당한 하이 퀄리티였다. 누가 보면 공격수가 아니라 원래 미드필더인 줄 알 정도다.
아니, 웬만한 미드필더들도 저 정도의 패스 퀄리티는 못 보여주지.
물론 이게 실전이 아니라 훈련인 것도 있다만.
오히려 훈련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둔 것도 있었다.
요한에게 수비 둘을 붙여놨고, 요한이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든 둘이 끝까지 따라가서 막으라고 롤을 부여해 두었으니까.
그런데도 요한은 계속해서 미친 패스를 뿌려대고 있었다.
한 번은 수비 사이를 꿰뚫는 땅볼 스루 패스.
한 번은 수비 머리를 넘기는 로빙 스루 패스.
한 번은 공을 앞발로 퍼올려 떨구는 패스까지.
패스 스킬도 스킬이거니와, 정확도와 시야까지도 완벽한 수준이었다.
“진짜, 요한이가 두 명이었으면 우승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요.”
“대신 둘 중 한 명은 게으르면 안되지.”
“아, 그것도 그렇네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요한이 한 명인 게 너무나 아쉽다.
중원에 하나, 박스 안에 하나 이렇게 있었으면 그 둘의 파괴력만으로 유럽을 제패 했을텐데.
그럼 진짜 나머지 스쿼드를 다 럭비 선수로 채웠어도 최소 리그는 먹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요한은 마치 그 자리가 원래 자리인 것처럼, 이상적으로 패스를 배급하고 있었다.
“쟤, 재밌어 보이는데요. 저렇게 집중해서 훈련하는 거 처음 보는데.”
“눈 돌아갔어. 아까 따블을 부르니까 눈이 헤까닥 하더라고.”
그 여느 때보다 집중해서 훈련에 임하고 있는 요한을 보며 얼떨떨한 미소를 짓는 제이미 코치와 슈미트 감독.
더블 이벤트의 효과는 대단했다.
녀석을 저렇게 훈련에 집중하게 만들다니.
이러다 잘못 잭팟이 터져서 영영 훈련장에서 못보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쟤들 꼬라지 보니까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겠네.”
네이슨과 버클리, 고든이 하는 짓을 보니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쟤네 윙어 맞냐?”
“다 알고 데려온 거긴 한데, 웃기긴 하네요.”
“난 웃음도 안 나온다.”
고든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둘의 마무리 능력은 가관이었다.
요한이 꿀패스를 떠먹여 줘도 죄다 뱉어내고 있었다.
공격력이 없다시피한 녀석들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야. 그래도 좀 심한데?
아니, 얼마나 심하면,
“아니, 하···”
요한이 탄식을 내뱉을 정도였다.
매사에 무던해서 애늙은이 같은 저 녀석이 탄식을 뱉을 정도면.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거다.
“뭐 어쨌든, 저래서 훈련 하는 거니까요.”
아무튼간에, 뭐.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키다 보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쟤들이 잘했으면 따로 훈련하지도 않았겠지.
이렇게 보니 요한이 평소 훈련에 대충인 것도 한 편으론 이해가 간다.
훈련이라는 게 필요하니까 하는건데, 쟨 그 필요성 자체를 못느낄만큼 완벽한 녀석이었으니.
“아, 진짜. 버클리 저 자식.”
“참으세요, 감독님. 혈압 관리 하셔야 돼요.”
“아오.”
앞으로 뒷목 잡을 일이 꽤 많아질 것 같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길게 보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까.
요한의 패스야 이미 완성된 수준이고, 하루 빨리 녀석들의 득점력이 향상되길 바랄 뿐이었다.
ㆍㆍㆍ
2027년 10월 16일, 런던 스타디움.
웨스트 햄이 번리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올 시즌 번리는 8경기에서 2승 4무 2패로 꽤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 비결은 역시나 수비. 수비에 있었다.
소위 말하는 텐백으로 지난 시즌, 아니 그 이전부터 재미를 봐오고 있는 번리.
그 어떤 팀도 번리만 만나면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양상이 지지부진해지는 탓에, 자칭 늪 축구, 타칭 수면제라는 별명을 가진 번리는 공공의 적이 된지 벌써 몇 시즌 됐다.
아무리 결과만 가져오면 장땡이라지만, 안티 풋볼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번리는 축구를 하러 나오는 게 아니라 수비를 하러 나왔으니까.
“억울하면, 뚫으면 됩니다.”
어떤 비판을 받든 번리의 태도는 굳건했다.
꼬우면 뚫든가.
지들이 못 뚫어놓고 왜 우리 보고 뭐라 그러냐는 식.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다 그런 태도였고,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맨시티가 너무 잘해서 공공의 적이라면, 번리는 조금 다른 의미로 공공의 적이 된 것인데.
물론, 요한에게도 번리는 쳐부숴야할 대상이다.
“뒤졌어.”
“야, 꼬맹이 오늘 무서운데.”
“내가 상대팀이었으면 바지에 지렸을거다.”
“오우, 빡친 요한이라니.”
무지성 수비만 하는 번리 놈들 때문에 안좋은 기억이 있으니.
오늘은 신나게 털어버릴 생각.
게다가, 비장의 무기도 준비했다.
“좋아, 가보자!”
“부순다!”
웨스트 햄과 번리의 시즌 9라운드 경기가 시작 되었다.
*
“아, 지루해.”
“진짜 축구 X같이 하네.”
경기 양상은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번리는 엉덩이를 뒤로 쭈욱 빼고 수비.
웨스트 햄은 그 두터운 수비를 뚫기 위해 이리저리 기회를 엿보는 흐름.
차라리 보는 맛은 맨시티 같은 강팀을 상대할 때가 훨씬 낫다.
골대 앞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번리 선수들의 모습은 관중석에서 봐도 숨이 턱 막히는 광경.
그나마 그 사이에 요한이 있다는 게 희망이긴 한데, 그 요한에게까지 공이 갈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기도 하다.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도 애초에 스펙타클한 경기를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웬만한 빅 클럽들도 번리만 만나면 말리며 꾸역승을 거두는 게 대부분이라.
웨스트 햄도 경기 내용이 어떻게 됐든 승리만 가져가길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보는데.
“삐익-!”
그러던 전반 12분.
웨스트 햄에게 상당히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이 주어졌다.
“오, 그래! 이거다!”
“야! 이런 기회는 잡고 가자!”
프리킥 판정에 반색하는 관중들.
이런 세트 피스야 말로 안티 안티 풋볼이다.
게다가 킥력이 좋은 요한도 있고, 위치도 상당히 좋다.
아크 정면. 골대까지의 거리는 대략 20미터 정도.
이런 기회는 반드시 살려야 했다.
다만,
“쟤네 뭐 하냐?”
“X발, 벽을 몇 명을 세우는 거야?”
번리가 수비 벽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관중들의 욕설이 날아든다.
말 그대로 덕지덕지였다.
기본적으로 공 앞에 7명이 벽을 세웠다.
그리고,
“저 새낀 뭐하냐?”
한 명이 벽 뒤에 누워 몸을 가로로 길게 뻗는다. 행여나 벽이 점프하는 것을 노려 땅볼로 차는 프리킥을 방지하려는 목적.
그것 뿐만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도 박스 안에 들어와 있었다.
골키퍼를 포함한 11명 전원이 박스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는 뜻이었다.
“미친 새끼들. 어으, 더러워.”
“바니! 그냥 뚫어버려!”
“아니면 그냥 후려라! 누구든 맞고 뒈지라고!”
“그래, 골보다 그게 더 속 시원하겠다!”
차라리 벽에 대고 맞고 뒈져라 슛이나 갈기는 게 더 속시원할 것 같은 광경.
그 광경 속에서,
공을 두고 선 요한이 버클리와 귓속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준비됐죠?”
“하아. 잠깐만. 마음의 준비 쪼매만 할게.”
“준비할 게 뭐 있어요.”
“마, 니가 내 입장이라 생각해봐라. 후. 알겠다. 내 간다잉.”
크게 숨을 내쉬고, 박스 안으로 향하는 버클리.
사실, 그제부터.
버클리는 요한과 따로 준비했던 패턴 하나가 있었다.
딱 지금과 같은 프리킥 상황에서 쓰려고 준비했던 패턴.
“꼭 그래야 하나? 걍 니가 직접 넣으면 되는 거 아이가.”
“코치님이 말하셨잖아요. 득점을 다양하게 만들라고.”
“근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골 넣기 싫으세요?”
“하, 마. 알겠다. 내는 기냥 가만히 서 있으면 되는 거 맞제?”
“예.”
뭔가 좀 꺼림칙 하긴 했다만.
요한이 의욕적으로 같이 해보자고 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었다.
“후우우.”
박스 안의 버클리가 긴장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요한이 뒤로 한 발자국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꽤 멀찍한 위치까지 물러서는 요한.
그 모습에,
“···”
번리의 골키퍼가 몸을 긴장 시키며 두 손을 비볐다.
저렇게까지 멀리 물러난다는 건, 벽을 넘기는 킥보단 벽 옆으로 세게 후리는 킥일 가능성이 높다. 거리도 가까우니까.
때문에, 일단 벽 뒤의 공간은 버려두고.
공이 보이는 쪽에 자리를 잡는 키퍼.
그 앞에 덩치 큰 상대 선수 하나가 서 있긴 한데,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자, 와라.
“삐이이익-!”
이윽고 휘슬이 울리고,
타탓-!
요한이 공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 들었다.
누가 봐도 직선 그대로, 오른쪽 구석을 보고 강하게 때릴 것 같은 모양새.
실제로 그랬다.
뻐어어어어어엉-!
다만, 요한의 타겟은 골문 구석이 아니었다.
버클리였다.
“흐으으읍!”
눈을 질끈 감으며 배에 힘을 주는 버클리.
그리고,
파아아아아앙-!
“커어억!”
요한의 강력한 킥이 버클리의 복부를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