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50)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50화(50/202)
< 049화 – 돈은 좋은 거구나 >
요한의 목표는 확실했다.
웨스트 햄을 우승시키고 은퇴한 뒤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 것.
그렇게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요한은 축구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미래의 이야기였다.
아직 피부로 와닿지 않는 미래의 이야기.
때문에 요한이 그걸 목표로 하고 있다곤 하나, 목표를 위해 미친 듯이 달려야겠다거나 하루라도 빨리 은퇴를 앞당겨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아마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아무런 걱정 없이 돈을 쓸 수 있는 수준에 오른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말이다.
반길융의 말은 그것이었다.
체험하게 해줘라.
돈이 있으면 얼마나 좋고 편한지, 직접 맛보게 해주라는 얘기였다.
“근데, 뭐부터 해야 되지?”
“글쎄요. 저한테 물어보셔 봐야···”
일단 그건 알겠는데, 뭐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고민에 빠진 반석호와 로한.
로한이야 당연하고, 반석호도 돈에 있어선 요한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사람.
모으기만 모았지 잘 쓸 줄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둘이 뭘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있어?”
“···맞아. 생각해보니까 우리 집에 전문가가 있었잖아.”
“응? 무슨 전문가?”
“여보. 이리 앉아 봐봐.”
“뭔데?”
김라희의 등장에 반색하는 반석호.
그래. 돈쓰는 건 전문가가 따로 있었잖아.
“음. 어렵지 않지.”
“역시.”
“역시 엄마가 돈은 잘 쓰지.”
“···뭔가 나 욕하는 것 같다?”
“아냐, 아냐.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김라희는 별 고민 없이 얘기했다.
“다들 짐 챙겨. 일단 호텔로 가자.”
“호텔?”
의식주 중 식과 주를 해결할 수 있는 곳.
호텔로 간다.
ㆍㆍㆍ
런던 한복판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그랜드 스테이트 파크는 1년 내내 빈 객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호텔이다.
런던에 출장이나 여행을 온 방문객부터, 공연을 하러 온 스타들, 기업인이나 정치인 같은 거물들도 선택하는 곳이 바로 이 그랜드 스테이트 파크.
이곳에 요한과 가족들이 도착했다.
“잠은 그냥 집에서 자도 되는데···”
“그냥 따라오기만 해. 엄마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아니, 이거 다 요한이 위한건데. 어째 당신이 제일 신난 것 같다?”
“도와 달라며? 난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것 뿐이라고. 자, 다들 가자.”
“사실 저도 설레요. 헤헤.”
그랜드 스테이트 파크는 입구, 아니 들어가는 길부터가 번쩍번쩍 했다.
거대한 유리 통창으로 되어 있는 출입문은 얼룩 하나 없이 투명했고, 그 앞을 오가는 차들은 죄다 고급 차들이었으며, 친절한 미소를 띄고 있는 직원들 역시 테가 남달랐다.
“···이쪽 맞지?”
“그런가? 그런 것 같은데?”
사실 자신 있게 따라오라고 하긴 했는데, 김라희도 이런 델 자주 와본 건 아니라.
뭔가 어색하다.
반석호도 물론 선수 시절 세계 각지의 호텔에서 묵어보긴 했지만, 그거야 다 구단에서 제공해주는 것이었으니까.
다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잠만 자고 나왔으니 어색한 건 마찬가지.
게다가 무슨 VIP들이 지금 막 도착한건지, 고급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도어맨들도 죄다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머뭇거리고 있는데,
“어!?”
바쁘게 캐리어를 나르고 있던 도어맨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캐리어를 후다닥 내팽개치듯 싣고는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바, 바니! 요한 선수 아니십니까?”
“아, 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투숙하시러 오셨나요?”
엄마를 한 번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이는 요한.
도어맨은 호들갑을 떨며 손짓했다.
“들어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 네···”
“아니, 근데 제가 지시 받은 게 없었는데. 오늘 VIP 손님 명단엔 안계셨거든요.”
“VIP요? 제가요···?”
“당연하지요! 저희 클럽 최고의 선수신데! 그리고, 물론 아버님도 마찬가지시고요.”
그랜드 스테이트 파크는, 웨스트 햄의 구단주 중 한 명인 아담 긴즈버그가 총수로 있는 호텔 그룹에 소속된 체인이다.
때문에 웨스트 햄 소속 선수는 예약 우선권이라든가, 투숙 비용 할인 등 베네핏을 받을 수 있다. VIP 대우를 받는 거야 당연하고.
하지만 요한에 대한 대우는 그 중에서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웨스트 햄 최고의 인기 스타를 꼽으라면 100명 중 99명이 요한을 꼽을 것이다. 나머지 한 명은 다른 선수의 가족이고.
요한은 VIP가 아니라 VVIP였다.
“네, 지배인 님. 네, 알겠습니다. 책임지고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요한이 왔다는 걸 상부에 무전으로 보고하는 도어맨. 요한과 가족들은 VVIP 대우를 받으며 도어맨의 에스코트를 받아 호텔로 향했다.
“우리 아들, 이 정도였어?”
“그러게요.”
요한의 어깨를 툭치며 웃는 김라희와 머리를 긁적이는 요한.
아들이 이 정도라니, 뿌듯할 수밖에 없다.
“어서 오십시오. 이쪽에서 따로 예약 확인 해드리겠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일반적으로 체크인을 하는 투숙객들과 달리, 요한과 가족들은 프라이빗한 로비로 안내를 받았다.
“근데, 당신. 예약은 하고 왔어?”
“응? 그러고 보니, 예약을 안했네?”
“안했다고?”
“나 너무 들떠 있었나 봐. 예약도 안하고 왔어. 내 정신 좀 봐.”
어라.
그러고 보니, 예약을 안했다.
이런 호텔에 예약을 하지 않고 오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난감해 하고 있는데, 직원이 친절하게 웃었다.
“저희 호텔은 예약 없이도 이용 가능한 VIP 전용 객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요한 님은 VVIP시기 때문에 당연히 이용 가능하시고, 더불어 구단 소속 선수 할인도 진행 되십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객실 정보를 확인하니, 가격은 확실히 뜨헉할만 했는데.
반석호는 큰 맘 먹고 카드를 내밀었다.
오늘은 요한이에게 돈맛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왔으니까.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아주 혼쭐을 내줄테다.
*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호출해 주십시오.”
요한과 가족들이 묵게 될 곳은 그랜드 스테이트 파크에서도 최고급 객실, VIP에게만 숙박을 허용하는 수페리어 펜트하우스였다.
“와아··· 디게 넓네.”
“이거, 이거. 뷰 봐! 어머!”
“돈이 좋긴 좋구만.”
객실에 발을 딛자 마자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넓은 개방감과, 화려하면서도 모던하게 꾸며진 인테리어, 그리고 통창 너머로 펼쳐진 템즈강과 시티뷰까지.
확실히 VIP 펜트하우스가 주는 느낌은 달랐다.
하지만, 요한은 딱히 큰 감흥이 없어 보이는데.
“요한아.”
“네?”
“좋지?”
“좋네요.”
“근데 호텔의 제일 좋은 점이 뭔 줄 아니?”
“뭔데요?”
“어지럽혀도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청소를 안해도 된다구요?”
“당연하지. 직원들이 다 해줘. 청소부터 빨래까지 다.”
“빠, 빨래까지?”
반석호의 말에, 그제야 요한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요한에겐 화려한 인테리어나 멋진 뷰보다도, 청소를 안해도 된다는 게 훨씬 더 와닿았다.
방 청소 때문에 엄마한테 잔소리 듣는 게 그렇게 귀찮았는데, 청소를 안해도 된단 말이야?
“조··· 좋은 곳이네요.”
“그 뿐만이 아니지. 아빠가 신기한 거 보여줄까?”
신기한 걸 보여주겠다며 호텔 전화기를 드는 반석호.
반석호는 룸 서비스를 주문했다.
그리곤, 득의만만하게 웃었다.
“전화 한 통만 하면 최고급 요리를 가져다 줘. 근데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뭔데요?”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반석호의 말에 요한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
돈이란 건, 요한의 생각보다도 훨씬 더 좋은 것이었다.
뭐든지 다할 수 있었다.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말이다.
그저 깨끗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창밖의 풍경이나 바라보다가, 배고프면 누군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그리고 다시 뒹굴 거리고.
게다가 내일 자고 일어나면 이불도 갤 필요 없고, 정리도 할 필요 없단다.
돈을 냈으니까.
‘생각보다도 더 좋아.’
요한이 꿈꾸던 삶이다.
이렇게 사는 것 말이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유유자적.
이 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것이 꼭 그래서만은 아니었다.
만약 혼자였다면, 물론 그것도 행복했을거다. 그걸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나, 가족들이 있기에 배로 행복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신혼여행 때 생각난다. 그지?”
“그땐 좋았지.”
“그땐 좋았지? 과거형이다?”
“아니, 지금도 좋은데 그때도 좋았다는거지.”
“난 지금이 더 좋아. 이렇게 아들들이랑 가족이서 다 같이 있으니까. 뭐랄까, 잘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그래. 내가 못난 놈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당신이 못난 놈이었으면 내가 결혼 안했지.”
“맞아. 웬만큼 잘난 놈 아니면 당신이랑 결혼 못하지.”
소파에 앉아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고 계시는 아빠와 엄마.
“와, 얘네들은 백 쓰리를 쓰네?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여기까지 와서 축구 경기를 보는 형.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가족들을 감싸 안는 모습은 마음이 편안하기 짝이 없었다.
할아버지와 보냈던 여름이 떠오르는 요한이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은 사실이었다.
돈이 있으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거.
다만 오늘은 한 가지를 더 느꼈다.
돈이 어느 정도 있으면 혼자 편하게 살 수 있고, 돈이 엄청 많으면 사랑하는 가족들도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거.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을 보며 요한은 생각했다.
자신의 힘으로 이 행복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이었다.
그러려면, 역시 축구를···
“요한아.”
“응?”
“좋지?”
“응.”
호캉스를 누구보다 제대로 즐기고 있는 요한을 보며, 반석호와 로한이 서로 눈을 마주치곤 고개를 끄덕였다.
통했다 싶었다.
그럼, 이제 슬슬 몸이 근질근질할 법도 하겠지? 이쯤에서 슬쩍 한 번 떠볼까?
“앞으로도 평생 이러고 살고 싶지?”
“좋지.”
“그럼, 막 내일이라도 훈련하러 가고 싶지 않아? 막, 빨리 더 잘해야겠다 이런 생각들지?”
“훈련하러?”
로한의 물음에, 씨익 미소를 짓는 요한.
그런 요한의 미소에 로한과 반석호의 얼굴이 밝아지는 순간.
“아니.”
“···응?”
잊지 말 것.
상대는 요한이다.
다만.
“그냥, 다음 경기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드네.”
“오옷···!”
어느 정도 효과는 발휘하고 있었다.
돈이라는 게, 좋긴 좋았다.
ㆍㆍㆍ
10월부터 프리미어 리그는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리그 경기와 유럽 대항전 경기, 그리고 리그 컵도 시작되며 한창 경기가 많아지는 즈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피크는 12월 박싱 데이이고.
웨스트 햄은 그나마 출전하는 대회가 많진 않다. 유럽 대항전에 나가지는 않으니까.
소화해야 할 건 리그, 리그컵, FA컵, 이 세 개의 대회인데.
그 중 중요도가 가장 떨어지는 건 아무래도 리그컵이다.
총 92개 팀이 참가하는 리그컵은 우승 팀에게 유로파 리그의 하위 단계라 볼 수 있는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딱히 매력적인 우승 특권이라 볼 순 없었다.
그렇다고 상금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다만, 웨스트 햄처럼 어떤 트로피라도 들고 봐야할 팀들에겐 오히려 더 중요한 대회 일수도 있긴 했다.
하지만 슈미트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할 생각이었다.
현재의 스쿼드는 확실히 베스트 일레븐이 확고한 상태. 선수단의 뎁스도 그리 두터운 편이 아니다. 더군다나 전술 상 주전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소모되는 편이라, 컨디션 관리에 무엇보다 공을 들여야 하는 상태였다.
또한 리그 성적도 상당히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아무리 초반이라 해도, 벌써 9라운드까지 치른 상태다. 전체 일정의 1/4은 온 셈.
그런 상황에서 7승 1무 1패라는 성적은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리그 6위권 안에 들어, 컨퍼런스 리그가 아니라 진짜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는 것을 말이었다.
아니, 솔직히 그걸 넘어 챔스권 안에 드는 것도 욕심이 나는 상황.
때문에, 10월 20일에 열린 리그 컵 경기를 후보 선수들과 유스 선수들로 치른 웨스트 햄이었다.
요한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매우 아쉬워 했지만, 그래도 상대인 블랙번 로버스를 2대1로 잡아낸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특히, 이 경기에서 첫 1군 데뷔를 한 아카데미 선수, 조슈아 베일리의 활약이 꽤 대단했다는 게 좋았다.
사실 베일리는 요한이 뜬금포로 등장하기 전, 웨스트 햄 팬들이 가장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였다. 그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전역의 유망주들 중 11년생 탑으로 꼽힐 정도였고.
그런 그의 활약에 많은 팬들이 환호를 보낸 건 당연했다.
다만, 베일리는 운이 나쁜 케이스였다.
아무리 리그 컵 경기에 일시적인 콜업이라 해도, 16살의 나이에 1군에 데뷔해 빼어난 활약을 펼쳤으면 굉장한 주목을 받고 그 주목이 적어도 일주일은 가야 하는 게 정상이었는데.
불과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웨스트 햄 팬들의 관심이 온통 다른 선수에게 향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11년 생.
그러나 이미 5개월 전에 1군에 데뷔해 주전을 넘어 팀의 핵심이 된 선수.
요한이 주말 리그 경기, 브렌트포드와의 경기에서 어느 때보다 가벼운 컨디션을 보이며 2골 2어시스트, 팀의 3연승을 이끌었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해 버렸다.
뭐, 베일리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그러려니 하는 수밖엔 없었다.
지금까지 요한이 보여주고 있는 센세이션한 활약은, 비단 같은 11년생들 뿐만이 아니라.
10년생, 09년생, 아니 나이를 불문하고.
어떠한 선수도 요한에게 향하는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가기 힘든 수준이었으니까.
중요한 건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것이었다.
이후 웨스트 햄과 만나게 될 팀들은 상당히 긴장해야 했다.
그들이 마주해야 하는 건, ‘풀 휴식의 반요한’이라는 자연재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