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5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52화(52/202)
< 051화 – 쉴수록 잘하는 사람 >
첼시는 탄탄한 팀이다.
이 말이 가장 적당하다. 탄탄하다.
한 팀의 능력치를 축구 게임처럼 육각형으로 표현한다면, 아마 현시점에서 PL 팀들 중 가장 완벽한 육각형을 그릴 팀은 첼시일 게 분명했다.
그것도, 아주 큰 육각형.
수비, 미들, 공격의 밸런스.
베테랑과 신예의 밸런스.
주전과 후보간의 밸런스.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첼시라서, 웨스트 햄에겐 여러모로 가장 어려운 상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경기는 첼시의 홈,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치러야 한다.
사실상 이번 첼시 전이 웨스트 햄에겐 전반기 최대 고비가 될 듯 했다.
-첼시,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3연승으로 조 1위 달성!
-챔스 조별 예선 무실점 첼시, 수비는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첼시지만,
그래도 그 탄탄함의 근본을 찾아 본다면, 역시나 수비다.
첼시의 수비진은 리그 탑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꾸준히 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이 수비 덕분.
리그도 마찬가지지만 컵 대회, 그러니까 토너먼트에선 수비가 강한 팀이 확실히 이점이 있으니까.
그런 첼시 수비의 핵은, 역시나 쓰리 백을 이루는 세 명의 센터백들이다.
브라질 출신의 베테랑 마티아스 구스타보와, 잉글랜드 대표팀 센터백 셰이 벨라미, 그리고 독일 출신의 니클라스 긴터까지.
이 셋이 이루는 쓰리 백은, 첼시를 지탱하는 근간. 사실상 약점이 없다고까지 평가 받고 있었다.
그 셋이 이루는 조화가 너무나 이상적이기 때문이었다.
쓰리 백의 가운데, 커맨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리베로처럼 전진도 할 줄 아는 구스타보는 ‘똑똑한 센터백’의 대명사일 정도라 전체적인 컨트롤에 능하다.
벨라미는 좋은 의미로 약아빠진, 능구렁이 같은 센터백이었다. 뭐랄까. 우리 팀이면 든든한데 다른 팀이면 죽여 버리고 싶은 유형의 선수랄까. 상대 선수를 살살 긁는 플레이라든가, 트래시 토크도 서슴지 않는다든가.
때문에 벨라미만 만나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공격수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니클라스 긴터는 그냥 피지컬 괴물이다.
어지간한 타겟형 스트라이커들도 긴터와 붙었다 하면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기 일쑤라서, 장점이 피지컬인 공격수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수비수가 바로 이 긴터였다.
아무튼, 이 세 명의 수비수들이 지키는 첼시는 현재 리그 최소 실점 팀이었다.
앞선 12라운드에서 단 7실점.
클린 시트를 한 경기가 6경기나 된다. 무실점으로 마친 경기가 절반이라는 이야기였다.
실점을 한 경기도 1실점, 많아야 2실점이라는 것이었고.
때문에 축구 팬들은 이번 웨스트 햄과 첼시의 경기를 주목하고 있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첼시.
요한의 득점력을 필두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웨스트 햄.
그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이기는 팀은 어느 팀이 될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으니.
더군다나 양 팀 모두에게 있어, 이 경기가 전반기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기에.
양 팀 팬들의 신경전 또한 치열했다.
-첼시 vs 웨스트 햄 예상 선발 라인업··· 요한 반, 첼시를 상대로도 전 경기 공격 포인트 기록 가능할까?
└요한이 현재 득점 1위인 이유 : 아직 첼시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팀 수비가 털리는 게 상상이 안간다
└요한은 아무것도 못할거다
첼시 팬들은 요한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아직 자신들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신만만해 했고,
└첼시가 리그 최소 실점 팀인 이유 : 아직 요한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망치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너도 한 방. 너도 한 방.
웨스트 햄 팬들은 첼시가 최소 실점을 유지 중인 게 요한을 아직 만나지 않아서라며 응수했다.
결국, 누구의 말이 맞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았다.
많은 축구 팬들의 시선이 스탬포드 브릿지로 향하고 있었다.
ㆍㆍㆍ
2027년 11월 9일,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
잉글랜드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스타디움 중 하나인 이곳에 웨스트 햄이 상륙했다.
“기온이 부쩍 떨어졌다. 오늘은 좀 더 오버 워밍 해도 돼! 몸을 충분히 데워라!”
“예!”
경기 전 필드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을 향해 소리치는 제이미 코치.
저녁 시간대에 펼쳐지는 경기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긴팔 유니폼을 입는 시기가 왔다.
더군다나 오늘은 유독 날이 춥다.
저녁 8시에 킥 오프가 되는 오늘 스탬포드 브릿지의 기온은 영상 4도.
평년 기온에 비해서도 4도 이상이 훅 떨어진 추운 날씨다.
이렇게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에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건, 역시나 부상이다.
리그가 중반부로 접어들기 시작하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이 무렵은 부상자들이 급격히 많아지는 시기.
선수단의 뎁스가 그리 두텁지 못한 웨스트 햄이 가장 두려운 건 부상일 수밖에 없다.
워낙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선수들로 스쿼드가 구성되어 있고, 그런 선수들을 최대한 잘 버무려 서로가 서로를 커버하도록 만들어 놓은 게 지금의 스쿼드라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진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는 없지만, 하루 아침에 찾아올 수 있는 게 부상이니 조심해야만 했다.
특히 날이 갑자기 추워진 오늘은 더더욱 말이다.
“꼬맹아. 오늘은 좀 더 움직여둬라. 겨울에 공 차는 건 여름이랑은 확실히 달라.”
특히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요한이었다.
요한이 축복 받은 신체를 가진 건 분명했다.
구단 치료실의 스태프들도 요한의 몸을 만져보면 바로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니까.
다만 요한이 무슨 아이언 맨도 아니고, 인간인 이상 부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게다가 남들에 비해 몸도 대충 풀고 경기에 나서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경기 중에도 가만히 서 있다 급발진하며 스프린트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심지어 오늘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요한! 좀 더 뛰어! 가볍게 땀이 날 정도로 뛰어 놓으란 말이다!”
오늘 유독 제이미 코치가 요한에게 붙어 채근을 하고 있는 건, 첼시에 니클라스 긴터가 있기 때문이었다.
니클라스 긴터, 그 피지컬 괴물 말이다.
긴터, 그 녀석과 부딪힌 것만으로 부상을 당한 공격수도 있었다.
녀석은 말 그대로 인간 병기.
첼시는 그 긴터를 이용해 요한이를 피지컬로 괴롭힐 게 분명했다.
그런데 가뜩이나 날씨도 추우니,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부디, 아무런 부상자 없이 오늘 경기를 마칠 수 있기만을 바랄 뿐.
그나마 다행인 건, 채근이 통한건지 요한이 평소보다 몸을 더 열심히 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뭔가 좀 불안하다.
‘저 새끼, 왜 저런 눈으로 쳐다 봐?’
저 멀리서, 니클라스 긴터가 무서운 눈으로 요한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195센티미터의 거대한 키, 바싹 깎은 금발 머리에 각진 턱.
누가 봐도 몸싸움만큼은 피하고 싶은 게르만 전사, 니클라스 긴터는 꽤 오래 전부터 오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2년 전 첼시로 이적해올 때, 많은 기대를 안고 잉글랜드 땅을 밟았던 긴터였다.
프리미어 리그가 거칠기로 유명한 리그였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라면 거친 몸의 대화를 마음껏 나눌 수 있겠구나, 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온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죄다 비실이들 뿐이라 실망했던 긴터였다.
성에 차는 녀석이 없었다.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며 픽 쓰러지는 녀석들 뿐.
그 모습을 보고 열이 받아, 더 거칠게 몸싸움을 하다 퇴장을 당한 적도 몇 번 있는 긴터였다.
퇴장을 당할 때마다, 감독에게 한 소리 듣곤 열 받아서 라커룸을 부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걱정 없었다.
첼시의 감독, 요제프 호프만은 그렇게 얘기 했으니까.
“이번엔 마음껏 싸워도 좋을거다. 그 녀석도 만만한 녀석은 아니니까.”
마음껏 싸워도 좋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호프만 감독이 말한 ‘그 녀석’이란, 아직 한 번도 몸을 맞부딪혀본 적이 없는 웨스트 햄의 뉴 페이스.
요한 반이라는 녀석이다.
긴터도 요한을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지.
요즘 티비만 틀었다 하면 녀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녀석을 두고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어댔더라.
소년의 몸에 깃든 신의 재능이라고 했었나.
하지만 신의 재능 같은 건 상관 없었다.
신의 재능에 앞서, 인간의 육체다.
인간의 육체는 힘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압도적인 힘.
그게, 긴터가 난다 긴다하는 타겟형 스트라이커들을 박살내 온 비법.
“······”
긴터는 빨리 휘슬이 울리길 기다리며,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녀석과 마음껏 몸을 부딪히는 것을.
그리고, 저 꼬맹이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만족시켜줄 수 있기를 말이었다.
“삐이이익-!”
긴터가 그렇게 기다리던 휘슬이 울렸고,
경기가 시작 되었다.
*
“하아-”
한숨을 내쉬자 하얀 입김이 요한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다.
춥다.
런던으로 이사를 온지 벌써 수 년째인데, 11월 초부터 이렇게 추운 적은 처음인 듯 했다.
당연하게도 추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한이다. 겨울엔 두꺼운 이불 속에 틀어박혀 있는 게 최고.
때문에 워밍업도 평소보다 좀 더 열심히 했던 요한이었다.
다만 그렇게 워밍업을 했어도, 라커룸에 들어가 있다 다시 그라운드로 나오니 한기가 돌았다.
워밍업할 땐 트레이닝 자켓이라도 걸쳤지, 지금은 얇은 유니폼 한 장 뿐이니까.
아, 근데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
“······”
요한은 사람의 체온이라는 게 이렇게 따뜻한 건지 처음 알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키퍼 휴리첼과 비슷하게 생긴 덩치 하나가 계속 자기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도 없는데 자꾸만 붙어서 비비적대고 있었다.
남자와 살 비비는 걸 좋아할 리는 없으니 처음엔 미간을 찌푸렸던 요한이었는데, 그의 체온이 훈훈한 기운을 감돌게 하고 있었다.
게다가 덩치도 커서, 휭휭 불고 있는 바람도 어느 정도 막아주는 것 같고.
“후우, 후우.”
아니, 근데 체온을 나눠주는 건 고마운데.
뜨거운 입김까지 불어대는 건 좀 불쾌한데.
키도 엄청 커가지고, 뒷통수가 뜨끈하다.
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헉헉대는거지?
설마··· 아니지? 설마, 취향이 그 쪽인건가···?
요한의 생각이 엄한 곳으로 흐르고 있을 때.
‘뭐지···?’
요한의 그림자처럼 찰싹 붙어 있던 니클라스 긴터 역시 요한을 어이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당황스러울만큼, 녀석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긴터와 조금이라도 몸을 부딪혀 본 공격수들은 지금까지 모두 사색이 되기 일쑤였다.
그 바위처럼 단단한 몸은, 살과 근육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감이 오게 만들었으니까.
이 녀석과 잘못 부딪히면 X되겠다는 감 말이다.
때문에 슬쩍 몇 번 비비적거리다 보면, 알아서 몸을 피하는 게 보통 공격수들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아니, 아예 개무시를 하는건지.
자꾸 하아, 하며 자신의 입김을 가지고 장난이나 치고 있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실제로, 꽤 몸에 힘을 주고 녀석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으니까.
원래 이 정도하면 웬만한 녀석들은 바로 표정이 굳는다.
근데, 이 녀석은 대체···
뭐 하는 몸뚱이를 가진 녀석이지?
그렇게, 긴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
파아아앙-!
요한에게로 첫 번째 패스가 날아 들었다.
머리 뒤로 넘어가는 로빙 패스였다.
때문에 요한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
긴터는 옳다꾸나 싶었다.
그래. 지금이다.
툭툭 건드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몸 대 몸으로 맞부딪힐 좋은 기회.
‘초장에 죽여 놔야지.’
애초에 공은 보고 있지도 않은 긴터였다.
긴터는 자신의 옆을 지나치기 위해 몸을 돌리는 요한의 앞을 떡하니 가로 막았다.
그러나 요한도 돌아가는 성격은 아니었다.
몇 걸음 돌아서 가는 것조차 귀찮은 일이니, 무조건 최단 거리다.
때문에 긴터 같은 초거구가 앞을 가로 막았대도, 요한은 경로를 변경하지 않았다.
그 둘의 충돌은 필연적이었고,
퍼어어어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한 선수가 꼴사나운 모습으로 뒷구르기를 굴렀다.
쓰러진 건 니클라스 긴터였다.
“···!?”
처음 느껴보는 충격.
세상이 빙글 빙글 돌아가는 것을 보며, 긴터는 제멋대로 떠들어대던 언론을 저주했다.
소년의 몸에 깃든 신의 재능이라며?
씨발!
이게 소년의 몸이냐?!
앞뒤가 바뀌었다!
신의 재능이 아니라, 신의 몸뚱이라고!
“컥!”
요한과의 몸 싸움을 그렇게 기대했던 긴터였지만,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을 만족시켜줄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고 있던거지, 그걸 아득히 뛰어넘는 걸 기대한 게 당연히 아니었단 말이다.
요한의 파워는 긴터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