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5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55화(55/202)
< 054화 – 모두의 요한 >
첼시 전이 끝난 뒤.
11월의 셋째 주는 친선 A매치 주간이었다.
잉글랜드는 홈에서 웨일스, 아이슬란드와 친선 경기를 가졌다.
이번 대표팀에도 라니스터 감독의 부름을 받은 요한이었다. 뿐만 아니라, 두 경기 모두 교체로 출전했던 지난 번과는 달리 이번엔 모두 선발 출장.
물론 풀 타임을 다 소화한 건 아니었다.
웨일스 전은 63분을 뛰었고, 아이슬란드 전은 딱 전반 45분만 뛰었다.
그러나, 그렇게 짧게 뛰었음에도 요한의 임팩트는 역시나 강렬했다.
웨일스 전에선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재능을 자랑했고, 아이슬란드 전에선 30분 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얼음 군단의 빙벽을 파쇄해 버렸다.
그 두 경기에서 5골 1도움을 기록했으니, 요한의 A매치 기록은 총 4경기 8골 1도움이 되었다. 대표팀에서도 리그에서의 골 감각을 이어나가는 요한이었다.
덕분에 PL의 현지 팬들은,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요한을 보며 웨스트 햄 팬들을 더욱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요한이 우리 팀일 때 느끼는 이 감정을, 웨스트 햄 팬들은 시즌 내내 느끼는 거니까.
스트라이커 하나만으로 팀의 퀄리티가 달라지고, 절대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당연히 부러웠다.
요한은 정말 가지고 싶은, 우리 팀이었으면 좋겠는 스트라이커였다.
아무튼, 그렇게 대표팀에서 요한이 보여준 활약은 내년에 있을 유로2028 대회가 무척이나 기대되도록 만들었다.
누군가에겐 꽤 의외고, 누군가에겐 의외가 아닐 수도 있지만.
잉글랜드는 유로 역사상 단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
3위도 해봤고, 준우승도 해봤지만 우승은 없다.
잉글랜드 팬들이 가지고 있는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과는 전혀 매치가 안되는 우승 경력.
그 때문에 타국 팬들에게 언제나 조롱거리가 되곤 했던 잉글랜드였다.
특히나, 잉글랜드 팬들의 그런 자부심이 매 대회마다 설레발로 이어졌기에 더욱 그러기도 했다.
매번 대회 시작 때마다, 이번 대회야말로 ‘It’s coming home’을 부르짖을 때가 되었다며, 이번엔 진짜 우승할 때가 되었다며 설레발이란 설레발은 있는대로 다 떨어놓고, 막상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요한이라는 말도 안되는 천재가 나타난 이상, 이번엔 진짜다 싶었다.
내년 유로 대회에 요한이 선발될 것임은 당연.
요한이 합류한 잉글랜드 대표팀은 역사상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고,덕분에 잉글랜드 팬들은 여느 때보다도 일찍 설레발을 시작했다.
아직 유로 개막까진 반년도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2028년은 유로 트로피가 집으로 돌아오는 해가 될 것이라며 난리법석을 피운 것이다.
하지만, 고작 그거에 그쳤으면 잉글랜드가 설레발로 유명한 나라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잉글랜드 팬들은 이미 다음 월드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3년 뒤에 있을 2030 월드컵.
그 때가 되면, 요한이 스무 살이므로 보다 더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고, 당연히 월드컵 우승도 자신들 차지라며 3년 먼저 설레발을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그런 잉글랜드 팬들의 설레발에, 다른 유럽 국가의 팬들은 콧방귀를 뀌며 비웃을 뿐이었지만.
아무튼간에.
요한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었다.
모두가 요한을 원하고 있었고, 겨울을 앞둔 요한은 모두의 요한이 되어 있었다.
ㆍㆍㆍ
“한 잔 하시죠.”
“자, 짠.”
“짠!”
런던 최고급 호텔, 그레이트 스테이트 파크의 VVIP 라운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남자 셋이 잔을 부딪히고 있다.
라힘 맥마나만, 마크 앤드류, 아담 긴즈버그.
웨스트 햄의 세 공동 구단주들이었다.
호텔 최상층답게 통유리 밖으론 런던의 시내가 한눈에 내다 보이고, 그들 앞에 놓인 와인과 음식들은 모조리 최고급이다.
모두가 각자의 업계에서 한 자리들을 차지하고 있는, 흔히 말하는 거물들.
그런 그들이 이런 곳에서 와인을 곁들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왠지 정재계의 흐름 같은 무거운 주제가 오고 갈 듯 하다.
그러나,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는 런던 스트랫포드에 사는 스티브 지미(12세) 군과 그의 친구 타미 앳킨스(12세) 군이 나누는 대화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우리가 1위라니 말이 됩니까?”
“이 순위가 11월까지 지속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게다가 우리 팀에서 득점왕이 나오는 걸 보게 된다니··· 물론 끝까지 봐야 안다지만, 사실상 요한을 따라올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요즘처럼 살 맛 나는 때가 있었나요.”
“없었죠.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우리 팀 최고! 요한 군 최고!”
최근 들어 자주 회동을 갖는 세 사람이었다.
팀 성적이 안나올 땐 이 회동이 서로에게 불편하기만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팀이 1위인데 불편할 리가.
요즘의 기세만 봐선 진짜로 이번 시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거 아닌지 설레발을 치고 싶을 정도였다.
“이거, 돈 좀 더 풀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회가 왔을 때, 투자를 아낄 필요는 없지요.”
“가능성이 보이니, 그럴 마음도 드는데요.”
곧 겨울 이적 시장이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내년 여름도 따지고 보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승 트로피라는 건 천운이 따라야 하는거고, 그 천운은 쉽게 오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성적이라면, 올해가 그 천운이 따른 해라고 볼 수 있을 터.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돈을 쓸까.
세 구단주들은 흔쾌히 거금을 투자하자고 손을 모았다. 이번 겨울은 물론, 내년 여름 슈미트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최대한 지원을 해주자고 말이었다.
“물론, 그 전에 제일 중요한 건 요한이죠.”
“요한을 노리는 팀들이 지천에 깔려 있습니다.”
“옆 동네 말고도, 바다 건너에도 많지요.”
“목숨 걸고 지켜야 합니다. 우리 팀에서 얼마만에 나온 근본 프랜차이즈 스타인데.”
“얼마 줘도 안팔 겁니다. 얼마를 부르든, 우리가 그만큼을 더 해줘야죠.”
“요한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물론 그 이적 시장들에서, 새로운 영입보다 더 중요한 건 요한을 지키는 것일 터.
시장이 정해주는 요한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하고 있는 상태였다.
12경기에서 20골을 집어 넣었다. 그러는 동안 도움은 11개를 올렸고, 그런 선수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이며 나이는 열여섯이다.
당장 요한이 시장에 나온다면 어느 클럽으로 가든 클럽 레코드를 깰 게 확실할 정도다.
게다가 미래 가치까지 생각하면, 역대 레코드를 깰지도 모를 일이지.
그 말인 즉, 웬만한 빅 클럽들은 모두 요한을 한 번씩 찔러볼 것이며, 그들이 부르는 금액은 상상도 못한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공산이 컸다.
그렇다면, 요한을 지키기 위해서 웨스트 햄에서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단 주급 재협상은 당연히 해야 하고, 뭔가 더 획기적인 조건도 내걸어야 할 거다.
그게 어떤 게 있을지,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세 구단주가 의논을 나누는 사이.
“실례하겠습니다. 음식 놓아 드리겠습니다.”
“어, 그래. 왔다. 이게 제가 말한 그 신 메뉴입니다.”
“아, 이겁니까?”
“근사한데요.”
종업원이 큼지막한 접시를 들고 나타나자, 라힘 맥마나만과 마크 앤드류의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긴즈버그의 지시로, 그레이트 스테이트 파크에서 이번에 새롭게 서비스하게 된 메뉴다.
메뉴의 이름은 ‘바니 스페셜’.
요한의 이름을 딴 최고급 메뉴였다.
“이게 요한의 얼굴을 형상화 한 겁니까?”
“맞아요. 그럴싸 하죠?”
“에이, 이거보다 요한이 훨씬 잘 생겼죠. 그래도, 이쁘긴 하네요.”
“사진, 사진 찍어놔야겠다.”
넓은 접시 위에, 각종 재료들로 얼굴을 형상화한 바니 스페셜.
그걸 보고 두 손을 모아 박수치고, 사진까지 찍는 모습은 또 좋아하는 연예인을 덕질하는 여고생들을 보는 듯 하다.
“젠장, 나도 뭐 하나 출시 해야겠는데요. 뭐가 좋을까요? 바니 누텔라?”
“으으, 저도 빨리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할텐데. 제 옷을 요한이 입고 있는 걸 빨리 보고 싶단 말이죠.”
“다들 한발 늦으십니다? 하하! 전 만약 우승하면, 요한의 이름을 딴 객실도 새로 만들 생각입니다.”
“빠르십니다, 빠르셔.”
다만 다들 한 기업의 오너들이다보니, 덕질의 클라스가 다르다.
누군 요한의 이름을 딴 메뉴를 내놓질 않나, 누군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 요한의 이름을 딴 라인을 만드는 중이다.
사실 그런 것들 외에도, 이미 요한의 굿즈들은 많았다.
유니폼이나 머플러 같은 것 말고도, VAN9 모자, 양말, 열쇠고리, 핸드폰 케이스 등을 구단 자체적으로 출시했고, 그것들 모두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웨스트 햄 팬이라면 요한의 굿즈 하나 정돈 다 갖고 있을테니 당연한 일.
물론 여기 있는 구단주들도 마찬가지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핸드폰도 다 VAN9 케이스가 씌워져 있었고, 목에 두른 머플러 역시도 요한의 것이다.
요즘 이들의 낙은 요한 덕질이었다.
“아아, 근데 좀 아쉽단 말이죠.”
“뭐가요?”
“덕질할 거리가 너무 적어요. 너무 신비주의야.”
“그건 맞아요. 요한이 소식 볼 수 있는 게 경기 때밖에 없어요.”
“최소한 훈련때 찍은 사진같은 거라도 보고 싶은데, 훈련도 안 나온다니 사진도 없고.”
그들 말대로 요한을 덕질할 거리가 적긴 하다.
선수의 매력은 충분한데, 매체가 별로 없는 것이다.
경기가 있는 날 외엔 얼굴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쉬는 날에도 맨날 집에만 있고.
저번엔 기자들이 요한은 대체 일주일 동안 뭘 하나 취재한 적이 있는데, 6일 내내 집에서 안나왔었다고 한다. 경기가 있는 날에야 집밖으로 나왔다고.
그렇게 축구 외엔 아무것도 안하니 덕질할 거리가 적다.
하물며 인스타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왜, 요즘 축구 선수들 중에 인스타 안하는 선수 없지 않나.
“요한이 계정 만들면 바로 팔로우할텐데.”
“만들면 하루만에 팔로워 50만은 찍을걸요?”
“50만!? 하루만에 나보다 많아지네?”
“팬서비스 차원에서 구단에서 만들어주는 건 어떻겠습니까?”
“귀찮아 할텐데요.”
“에이,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프로 선수라면 팬들을 위해 그 정돈 할 수 있죠.”
“그럼, 관계자한테 한 번 연락해 볼까요?”
“그럽시다!”
세 구단주는 신이 났다.
ㆍㆍㆍ
“엄마. 혹시 요한이 어릴 때 사진 같은 거 있으세요?”
“요한이 어릴 때 사진? 많지.”
“많아요? 잘됐다.”
“왜?”
“아니, 구단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요한이 인스타 같은 거 좀 만들라고.”
“인스타?”
“네. 팬들이 소통 창구 좀 만들어 달라고 난리래요.”
“그래? 그럼 엄마가 한 번 해볼까?”
“엄마가요?”
로한이 고개를 갸웃였다.
웬만한 구단이나 선수들 계정은 모두 팔로우하는 로한이다.
때문에 로한은 팬들의 커뮤니티 문화를 다 꿰고 있었고, 엄마가 해보겠다는 말이 썩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상에는 워낙 극성 팬들도, 극성 안티 팬들도 많아서 착한 댓글들만 달리는 게 아니거든.
하지만 뭐, 엄마가 의욕적으로 해보겠다니 일단 맡겨 볼까.
“이 아이디로 만들면 바로 인증 마크를 달아준대요.”
“좋아. 엄마가 예쁘게 꾸며볼게.”
“예쁠 필요까지는··· 그냥 요한이 사진만 꾸준히 업데이트하면 될 거예요.”
구단에서 미리 받아둔 아이디가 있었다.
이걸로 계정을 만들면, 바로 오피셜 인증 마크를 붙여 준다고 한다. 짝퉁 계정이 아님을 증명하는 마크 말이다.
“유명 선수들은 게시물 하나 올리는 걸로 광고료 수천만원씩 받는다던데.”
“축구에도 그런 게 있니? 엄마도 인스타로 그런 거 해본 적 있어. 리뷰 해주고 몇 만원씩 받아서 그걸로 소고기 사 먹었잖아.”
“진짜요? 엄마 팔로워 몇 명인데요?”
“엄마? 5천 명.”
“히엑? 엄청 많네?”
“요한이는 몇 명 되려나? 한 10만?”
“10만이요? 에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젓는 로한.
10만도 많긴 하지만, 어지간한 인기 선수라면 적어도 100만은 되어야지.
흠. 지금 요한이 정도의 인기라면, 200만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프로필 사진은··· 이걸로 하고. 자, 만든다?”
“네.”
“···왠지 떨려.”
“뭐가 떨려요.”
“만들자 마자 팔로워 막 느는 거 아냐?”
“그럼 좋은 거 잖아요.”
“휴우. 간다?”
“갑시다.”
이게 뭐라고.
김라희가 숨을 크게 내쉬고 계정 생성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요한의 어릴 때 사진을 첫 게시글로 올렸다.
“···새로고침 눌러 볼까?”
“올린지 1분도 안된 것 같은데요.”
“그래도. 팔로워 좀 늘지 않았을까?”
“1분도 안됐는데 뭔 수로 팔로우가 늘어요.”
“에잇.”
게시글을 올린지 1분쯤 지났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로고침을 누르는 김라희.
그래도 아들 인기가 좀 있으니까, 그새 팔로워가 10명 정돈 생기지 않았을까?
그러나,
“헉···”
“왜요?”
새로고침된 팔로워 수에 김라희의 입이 떡 벌어졌다.
“배, 백 명 넘었는데?”
“···”
로한은 어이가 없었다.
1분도 안돼서 백 명? 이게 인기 스타의 삶인가···?
김라희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