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5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56화(56/202)
< 055화 – 모두의 요한 >
“로한아, 10만!”
“엄마. 그러다 눈 나빠지시겠어요. 새로고침 좀 그만하세요.”
“10만 500!”
김라희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계정을 개설한지 3시간만에 팔로워가 10만이 넘었다.
웨스트 햄 공식 계정이 요한을 태그해 계정 개설을 축하하는 글을 올린 게 팔로워 폭등을 일으켰다. 역시 웨스트 햄 최고 인기 스타다운 엄청난 인기.
물론 웨스트 햄 안에서만 인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많은 팔로워들 중 유명 계정들도 보였는데,
“얘넨 왜 팔로우 한거야. 기분 나쁘게.”
맨시티 단장이나 맨유 디렉터, 리버풀 출신 레전드 등등이 그들이었다.
그들이 요한을 팔로우하는 이유야 뻔했다.
이렇게라도 호감을 표시하겠다는 거지.
물론 일반 팬들도 마찬가지다.
팔로워의 99퍼센트는 요한의 팬이고, 그 중 90퍼센트 정도는 웨스트 햄 팬들이겠지만, 나머지는 타 팀 팬일거다.
그들은 게시글마다 자기 팀에 오라며 댓글을 달고 있었다.
└다음 시즌 맨시티 와야지?
└제2의 프라이스 각?
└Manchester Yonited♡
└Come On Yohan Spurs!!
└Vanny, You will never walk alone!
└아스날 와라··· 물론 별로 오고 싶진 않겠지만···
└첼시 오면 부상 당하게 한 거 봐줄게
└요한이 솔직히 골만 잘 넣지 경기 내용 보면 그닥··· 그니까 우리 팀한테 버려줘
└다 꺼져 10bird들아
웨스트 햄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요한의 인기는 팀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사실상 모두의 요한이다. 아무래도, 웨스트 햄 소속 선수다보니 지들 클럽이 부르면 올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댓글들에 로한은 화가 나서 직접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요한이 웨스트 햄 엠블럼에 키스하는 사진에다가, ‘언제나 웨스트 햄의 우승만을 위해 달리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어서.
다만, 그런 댓글들은 그냥 귀여운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요한이에게 직접적인 악플을 다는 악성 댓글러들도 있었으니까.
때문에 행여나 엄마가 보고 상처를 받으시면 어쩌나 했는데, 김라희는 생각보다도 강철 멘탈이었다.
Vanny_9 @
-요한 선수의 어머니가 직접 관리하는 계정입니다.
프로필에 요한 엄마가 직접 관리하는 계정이라고 달아 놓으니, 웨스트 햄 팬들은 알아서 악플들을 싹 다 밀어 버렸다.
악플이 있으면, 그 밑에 착한 댓글을 수십 개씩 달아 안보이도록 위로 밀어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라희의 인기까지 덩달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니 사진 많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요한이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래의 며느리가 미리 인사드려요♡
└장모님 안녕하세요
└??? 장모님이요?
└악플 다는 놈들 제가 가만 안두겠습니다
└와! 웨스트 햄의 어머니! 웨머니!
└웨머니! 웨머니! 웨머니!
└어머니는 어떤 분이시길래 이런 멋진 아들을 낳으신거죠?
└아···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거라니 차마 악플 못 달겠네.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얘들 귀엽네.”
몸이든 입이든, 축구에 관해서라면 거칠기로 유명한 PL의 팬들이다. 그건 웨스트 햄 팬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악플이나 자기 팀으로 오라고 꼬시는 댓글에 대댓글로 쌍욕과 가운데 손가락 모양의 이모티콘으로 도배하던 웨스트 햄 팬들이었다.
그러나 요한의 어머니가 계정을 직접 운영한다 밝히니, 다들 친구 집에 놀러와 친구 어머니를 뵌 것처럼 순한 양이 되었다.
김라희는 그걸 보며 웨스트 햄 팬들 귀엽다고 또 웃었다.
“10만 1천!”
오늘 하루 내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김라희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아들의 인기가 어마어마하니 당연하기도 한데, 뭐랄까. 재밌는 소일거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사실 이 나이쯤이 된 부모라면, 가장 큰 낙이 자식들을 보는거다.
계정을 만들면서 간만에 사진첩을 뒤졌는데, 어렸을 때부터 찍어 놓은 요한이 사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던 김라희였다.
한 편으론 나름 사진을 많이 찍어 두어서 다행이다 싶었고, 한 편으론 앞으로도 사진을 많이 찍어두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도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요즘만큼 행복했던 시기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저것도 찍어 둬야지. 요한이는 찍을 시간이 많겠지만, 저 이는 또 모르는 일이잖아. 얼마 안남았을지도.”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요한과 반석호를 사진으로 담기 시작하는 김라희.
이 사진도 팬들이 좋아하겠지? 한 명은 구단의 레전드고, 한 명은 레전드가 될 사람이니까. 그 둘이 저리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무슨 중요한 축구 얘기라도 하고 있는 줄 알거야.
실상은, 전혀 아니지만.
“훈련도 안나가면서 주 1회 누텔라를 허락해달라는 게 말이 되니?”
“훈련 안해도 잘 하잖아요.”
“돼지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거다.”
“일주일에 한 번 먹는걸로 돼지 안될텐데.”
“훈련에 나가면 허락해주마.”
“······두고 보세요. 우승하고 나면 제 방에 누텔라 분수를 둘 거니까요.”
“우승만 하면 누텔라 수영장을 만들어도 신경 안써주마.”
“약속했어요.”
나 참.
둘이 정신연령은 비슷한 것 같다니까.
ㆍㆍㆍ
A매치 주간이 지나고, 웨스트 햄은 11월 마지막 경기 상대로 사우스 햄튼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사우스 햄튼은 올 시즌 리그 11위를 달리고 있는 팀. A매치 브레이크 전까지 웨스트 햄이 보여준 기세라면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 팀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팀들간의 전력 격차가 매우 적은 지금의 PL에서 쉬운 상대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고, 뭣보다 중간에 끼인 A매치 주간 때문에 좋았던 흐름이 살짝 끊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올 시즌 소튼은 리버풀과 비기고, 맨유를 잡아내기도 하는 등 자이언트 킬러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는 팀이었다.
지금의 웨스트 햄도 자이언트라 불리기 충분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만만하게 생각할 14라운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요한의 어시스트 2배 이벤트가 끝났다는 것일지도 몰랐다.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다고 판단한 슈미트 감독이 첼시 전을 끝으로 이벤트를 종료 시켜버렸으니까.
실제로, 그것 때문인진 몰라도 경기 양상은 쉽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초반 흐름을 쥐는 소튼입니다. 오른쪽 루카 에르난데스의 폼이 오늘도 상당히 좋아 보이는데요.>
<좌우를 안가리는 에르난데스가 오늘 오른쪽에 나온 건, 웨스트 햄의 왼쪽 페트로비치를 공략하겠다는 의도거든요. 페트로비치가 빠른 선수와의 1대1에서 약한 모습을 자주 보여왔으니까요.>
소튼은 집요하게 웨스트 햄의 왼쪽을 노렸다.
페트로비치는 크로스가 좋지만, 수비 상황, 특히 빠르고 직선적인 드리블러와의 1대1 상황에서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해 왔었다.
소튼엔 루카 에르난데스라는 스피디한 드리블러가 있었고, 소튼은 그 둘을 계속해서 맞붙게 하며 위협적인 장면을 연속해서 만들어 냈다.
심지어, 선제 득점을 가져간 것도 소튼 쪽이었다.
<에르난데스! 뒤로 꺾어주고! 바튼!>
<고오오올-! 에르난데스가 완벽히 내준 공을 애런 바튼이 쉽게 마무리 합니다! 먼저 앞서가는 소튼!>
<오늘도 일을 내나요? 사우스 햄튼! 오늘 경기를 완벽하게 준비해왔다는 게 보입니다! 분석을 아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전반 15분, 이번에도 에르난데스가 페트로비치를 벗겨 내고 오른쪽 측면을 완벽히 허문 뒤, 정확한 컷백으로 애런 바튼의 골을 도왔다.
확실히, 해설자의 말대로 소튼은 오늘 경기를 위해 이를 갈고 나온 듯 보였다.
이번 시즌의 웨스트 햄은 지난 시즌의 웨스트 햄과는 아예 다른 상황에 놓여 있었다.
11월까지 리그 1위.
이 말은, 아래에 위치한 팀들에게 엄청난 분석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어떤 팀과의 경기든 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 분석을 소홀히 하진 않지만, 리그 10위를 상대할 때와 리그 1위를 상대할 때. 그 무게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지금의 웨스트 햄은 그 기세가 그냥 1위라고 치부하기에도 어려운 정도였으니.
소튼이 이번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건 당연했고, 경기 초반. 그것이 정확히 먹혀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변화를 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잡아 먹힐 겁니다.>
<페트로비치와 에르난데스를 계속해서 매치업시키면, 방금과 같은 장면이 경기 내내 나오겠죠. 그럼,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1골은 그렇다 치지만, 그게 우연한 사고로 벌어진 실점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그저 우당탕탕, 혹은 어쩔 수 없는 원더골 등 운 나쁜 실점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실점은 상대에게 약점을 철저히 공략 당한 실점이었고, 때문에 이후가 더 문제였다.
소튼은 계속해서 그곳을 노리고, 후벼 팔 테니까.
<어떻게 할 거죠, 슈미트 감독?>
<일단은 그대로 지켜보는 모양새인데요.>
허나, 슈미트 감독은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사실 경기 중에 더 내릴 수 있는 지시는 없었다.
슈미트 감독에게 스타팅 일레븐이란, 곧 베스트 일레븐을 의미 하니까.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이미 이 상황이 최선일 뿐이고, 선수들은 각자의 역할과 상황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하면 될뿐.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가 된 것이기에, 소튼이 초반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음에도 슈미트 감독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이, 슈미트 감독이 가장 많이 듣는 비판 대상일 것이다.
플랜 A가 확실한 건 좋지만, 그게 너무 확고해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다는 점.
선수 교체에 보수적이라는 점.
워낙 밑그림부터 채색까지 꼼꼼히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본인이 그려온 그림을 바꾸기 싫어한다는 점.
이게 성적이 좋기만 한다면 장점으로도 꼽힐 수 있는 성향이긴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면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힐 수도 있는 성향들이었다.
근데, 중요한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현재 웨스트 햄의 성적이 매우 좋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웨스트 햄은 슈미트 감독의 그림대로 플레이했고, 한 번도 거기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때문에 변화를 꾀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해 온 결과가 1위였으니까.
그리고, 그 1위의 비결은 오늘도 해결을 해주었다.
경기의 양상을 뒤집은 건 전반 33분과 35분, 2분 간격으로 연이어 터진 요한의 골이었다.
어려운 흐름의 해결책에 대한 슈미트 감독의 대답은, 그저 요한이었다.
<바니! 눈부신 골입니다! 페트로비치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발리로 때려 넣습니다!>
<세상에, 바니 어게인! 3분도 안되는 시간에 두 골을 만들어 냅니다! 소튼에게서 억지로 리드를 빼앗아 웨스트 햄에게 넘겨주는 바니!>
<정말 암살자 같은 모습입니다. 킥오프 후 30분이 지날 때까지만 해도, 요한 선수가 출전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상대가 방심한 틈에 나타나 치명상을 입힙니다!>
2분만에 터진 두 골은 경기의 흐름을 완벽히 바꿔내기에 충분했다.
이후 웨스트 햄은 기세를 올리며 주도권을 잡았고,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 당한 소튼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페이스를 잃었다.
사실 해설자의 말대로, 요한이 카메라에 제대로 잡힌 건 그라운드로 입장할 때와, 득점을 하는 순간, 그 두 장면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요한의 골로 웨스트 햄은 경기를 뒤집었고, 결국 초반까지만 해도 불안해 보였던 소튼과의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으니까.
또한, 덕분에 웨스트 햄은 11월을 리그 1위인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번 사우스햄튼 전은, 공격수는 득점 하나만으로 팀에게 승점을 벌어다 줄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또한, 본격적인 겨울로 진입하면서.
개인의 능력만으로 승점을 벌어올 수 있는 요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져만 갔다.
*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만, 분명히 존재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요한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비판인데요.”
소튼 전이 끝난 뒤, 인터뷰 장.
한 기자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꺼낸다.
“플레이가 너무 이기적이다, 동료들의 체력을 갉아 먹는다는 식의 비판 말입니다. 이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여쭙고 싶은데요.”
질문을 꺼낸 기자가 웨스트 햄과 무슨 악연이라도 있는건지 싶을만큼, 경기에 승리한 뒤 MOM을 받은 선수에게 하는 질문이라곤 적절치 않은 질문.
그러나 사실, 최근 들어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고 있는 요한이었다.
인기가 많아지면 사람들의 시기가 따라오는 게 이치다.
“잘 모르겠어요.”
웬만하면 이런 질문엔 무성의한 단답으로 일관하는 요한이었다.
공을 들여 대답하기엔 너무 귀찮은, 그런 질문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요한의 대답이 짧을 수록 질문은 길어진다.
“이런 식의 의견도 있습니다. 지금까진 믿을 수 없는 페이스로 골 폭풍을 몰아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페이스가 언제까지고 이어질거라 장담할 순 없고, 언젠간 떨어진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오면 장점이 여러 가지인 선수들과 달리, 득점 하나에만 특화된 요한 같은 선수는 슬럼프에 깊게 빠질 수 있다, 이런 의견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듣는 것만 해도 벅찬 질문이 요한에게 향했고, 요한은 잠시 턱을 긁적였다.
며칠 전, 아빠가 그런 얘기를 해주신 적이 있었다.
한국엔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인터뷰도 귀찮다고 대충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해주신 얘기였다.
숨기면 숨길수록 알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아빠는 그러셨다.
확실히 아빠의 말씀은 틀리지 않은 듯 했다.
귀찮다고 대충 말하니, 오히려 더 귀찮게 캐묻는다.
때문에, 이 질문부터 요한은 좀 귀찮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그렇게 대답했다.
“전 태어날 때부터 골을 잘 넣었어요. 그러니 죽을 때까지도 잘 넣을 거고요. 게다가 전 가장 잘할 때 은퇴할 예정이니, 그런 걱정 할 에너지가 아깝네요.”
“···아.”
그 대답을 끝으로 더 이상의 귀찮은 질문들은 없었다.
이게 진짜 통하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그 대답을 기점으로 요한의 인기는 그라운드 밖에서까지 미친 듯이 상승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