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57)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57화(57/202)
< 056화 – 군자의 복수 >
때로는 겸손한 천재보다 솔직한 천재가 더 매력적인 경우가 있다.
요한의 그 대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요한 반, “골은 태어날 때부터 잘 넣었기에, 죽을 때까지 잘 넣을 것.”
└스웩이라는 게 폭발한다
└자신감 ㄷㄷㄷ
└스타성까지 미쳤네 ㅋㅋㅋ
└조금이라도 싼값에 영입하고 싶어서 후려치려던 애들 개같이 멸망
└축구 잘하고, 인물 좋고, 근본 있고. 근데 이젠 말까지 잘할 생각이야?
└제발 하나만 잘해!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
-바니 주니어, “가장 잘할 때 은퇴할 것.”
└우승하면 은퇴할 거라고 했으니까
└인생은 바니처럼
└웨스트 햄 우승 못했으면 좋겠다··· 바니가 은퇴하는 거 빨리 보고 싶진 않아
└나도 이런 처음 보는 캐릭터는 더 오래 보고 싶어
└가장 잘할 때 은퇴라면 웨스트 햄 리그 우승으론 아쉬운데. 챔스 우승까진 해야지.
└이왕이면 발롱도르까지 타고 은퇴하자
└발롱도르vs웨스트 햄으로 챔스 우승 뭐가 더 어려움?
└둘 다 헬 난이도인 건 똑같음
웬만큼 잘나가는 선수가 그런 얘길 했다고 해도,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콧방귀를 뀌었을 얘기였다.
하지만, 요한이 하니까 사람들은 열광했다.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의 발언이었지만, 그게 사실인데 어떡하겠어.
16살짜리가 압도적인 득점 선두를 달리며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는데.
게다가 웬만해선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 요한의 성격을 다들 알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
가끔 상식을 벗어난 말을 툭툭 할 때가 있어서 그렇지, 인터뷰 장에서의 활동량이 그라운드에서의 활동량보다 적은 요한이라는 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요한이 그런 얘길하니 사람들은 무례한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환호했다.
요한의 입이 터지게 만든 걸 칭찬 한다며 말이다.
사실, 요한이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려고 그런 대답을 했던 건 당연히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골을 잘 넣었고, 죽을 때까지 잘 넣을 것이라는 대답은 자신감의 표현도, 짜증나는 질문을 한 기자에게 반박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릴 때부터 밥을 먹고 자랐고, 죽을 때까지 밥을 먹을 것이다와 다름 없는, 아주 당연한 생각을 말로 내뱉었을 뿐.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열광한거다.
이게 진짜 천재구나.
보통의 사람들이 이해하려들면 안되는 진짜 천재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 요한의 발언이 화제가 된 건 일반 팬들 사이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좋은 떡밥을 두고 기자들이나 방송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잉글랜드에 역대급 게으른 천재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전직 게으른 천재들, 혹은 역대급 재능이라 불렸던 이들, 혹은 그냥 천재인 척 입 털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매체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들이 요한을 두고 한마디씩 한 것이었다.
-알렉산드르 파투, “10대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다. 18세의 나이에 호나우두와의 투 톱으로 데뷔해,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던 시절의 나 말이다.”
-아드리아누, “파투가 그런 얘길 했어요? 아직 정신을 못차렸나 보네. 보니까 그보다는 나와 비슷하던데요. 다만, 박스 바깥에서의 플레이는 내가 더 나은 것 같네요.”
-마이클 오언,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완벽히 이해한다. 아마 잉글랜드에선 나만이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승을 하고 싶다면 그는 더 적합한 클럽에 합류해야 할 것이다.”
-안토니오 카사노, “내 수준엔 못 미치지. 그라운드 안에서도 그렇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말야. 다만, 후자의 경우엔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네.”
-미카엘 라우드럽, “스트라이커 버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그를 지도할 수 있다면 감독직에 복귀할 마음도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도, 그 재능을 100퍼센트 만개하려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걸 가르쳐주고 싶다.”
-호마리우, “라우드럽이 그런 말을 했어? 내 생각은 반대인데. 재능이 진짜라면, 그 외의 것들은 필요 없어. 라우드럽이 내게 밀린 건,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으니까. 아직도 착각 중인 모양이네. 그나저나, 2011년생이라고? 의외로군. 나 같은 선수가 다시 나오려면 최소한 100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발 빠르게 움직인 기자들과 방송사들 덕에, 그 주간은 많은 반가운 얼굴들이 매체에 근황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보며 반석호와 로한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라우드럽과 호마리우 같은 레전드들이 요한이를 언급하다니···”
“아드리아누, 한때 엄청 좋아했던 선수였는데.”
축구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레전드들이 요한이를 언급하다니.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이었던 꼬맹이를 말이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건 곧 요한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어때? 레전드들이 너를 주목한다는 것에 대한 기분은?”
“레전드···? 다 누군지 모르겠는데.”
“···그래. 넌 모르는 게 당연하지.”
물론 그 레전드란 사람들도 요한에겐 그냥 모르는 아저씨들일 뿐인지라, 정작 요한은 아무런 감흥도 없어 보였지만.
아무튼, 요한의 인기가 폭발하자 바빠진 건 반석호와 김라희였다.
요한을 위해 축구 외적인 일을 모두 처리해주고 있는 반석호는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연락에 눈코뜰새가 없었다.
짧아도 좋으니 인터뷰 한 번만 하자는 기자들이나, 방송에 한 번만 출연해달라는 방송사들의 연락.
혹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요한과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싶다는 연락 같은 비즈니스적인 문의까지.
요한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처리하느라 반석호는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였다.
김라희도 비슷했다.
요한이의 SNS 계정 팔로워는 어느새 1백만 명을 돌파해 있었고, 각종 광고 문의가 쏟아졌다.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었다.
만약 반석호와 김라희가 요한에게 고용된,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었다면 꽤 많은 보수를 받았을 것이었다.
그 정도로 요한의 높아지는 인기와 밀려드는 일은 비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석호와 김라희는 바빠진 일상이 그저 기쁘고 뿌듯할 뿐이었다.
반석호는 아들이 멋진 축구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고, 김라희는 점점 아빠를 닮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게 자랑스러웠다.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일한다는 건, 일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둘은 모두 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얼마든지 이보다 바빠져도 좋았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
대신, 반석호와 김라희는 요한이에게도 강조했다.
항상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네가 지금 받고 있는 돈, 앞으로 받을 돈, 네 꿈이 이뤄질 수 있는 것. 모두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팬들에겐 항상 감사해야 해.”
“사랑은 항상 받은만큼 돌려주어야 한다. 아들.”
요한도 알겠다고 대답은 했다.
뭐, 관심과 사랑을 달라고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팬들이 자기 때문에 행복해 하는 걸 보는 건 꽤 뿌듯한 일이고.
뭣보다 요즘만큼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가족들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팬들 덕분이다.
때문에 요한은 어떻게 해야 팬들에게 그들이 준 사랑을 돌려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곤, 간단히 답을 내렸다.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그들이 가장 크게 환호할 때는, 자신이 골을 넣었을 때니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골을 넣고, 그들의 소원이자 자신의 목표인 우승을 하면 된다.
그걸로도 충분할 것이 분명했다.
ㆍㆍㆍ
“진짜 고비가 시작되는군요.”
“으음···”
앞으로의 일정표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제이미 코치와 슈미트 감독.
12월이 찾아왔다.
박싱데이가 있는, 그 악명 높은 12월이.
“미친 일정이긴 하다, 진짜.”
알곤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 헛웃음이 나오는 일정이다.
12월의 첫 경기는 3일에 있다.
그 다음 경기는 이틀 뒤인 5일에 있고, 그 다음 경기가 12일, 17일, 20일, 23일.
그리고 27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12월 일정이 마무리 된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고, 1월 2일에 한 경기가 더 있다.
그러니까, 사실상 한 달 동안 리그 경기만 8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중간에 리그 컵 경기가 하나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9경기.
정신이 아득해지고, 앞길이 막막한 일정이었다.
안그래도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너덜너덜한 현재의 웨스트 햄이었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지만, 웨스트 햄은 특히나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타입의 전술을 사용 중이다. 게다가 주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후보 선수들에 비해 상당히 길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하는 12월은 누구와 상대하느냐를 떠나서,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물론 일정이 갑자기 정해지는 건 아니기에, 이를 대비해 오곤 있었다.
11월부터 체력 훈련의 비중을 줄였고, 대신 후보 선수들의 훈련량은 늘려 경기에 내보낼 준비를 시키고 있었다.
또한 유스 선수들도 꾸준히 체크해, 필요한 경우 유동적인 콜업도 준비 중이다.
또, 긍정적인 부분도 꽤 있었다.
일단 아직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가 없다는 점, 챔스나 유로파 등 유럽 대항전에 나가지 않기에 상위권 팀들에 비해선 경기 수가 적다는 점 등이 그것.
일례로 첼시 같은 팀은 부상자도 꽤 있고, 챔스에 리그컵까지 소화해야 하니 팀이 박살날 지경이다. 그런 팀에 비해선 웨스트 햄은 차라리 수월한 편.
무엇보다, 요한의 체력 상황이 꽤 여유있다는 게 가장 긍정적인 요소였다.
추우우웅분한 휴식과, 경기를 치러도 100퍼센트의 체력을 다 쓰지 않는 녀석의 플레이 스타일 덕분에, 아이러니하지만 체력이 강점인 다른 선수들보다 현재 체력적으로 더 여유로운 게 요한이었으니까.
게다가 아직 잔부상 하나 없는 요한의 축복 받은 신체는, 웨스트 햄에겐 든든한 재산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렇기에 더욱 더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1주일 간의 간격으로 규칙적이었던 지금까지의 경기 일정과 달리, 12월엔 3일 간격, 4일 간격, 심지어 2일 간격으로 경기가 연속되는 일정이라서, 요한도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평범한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일정인데, 일주일에 한 경기 뛰는 것도 귀찮아하는 녀석에겐 확실히 적응과 인내가 필요할거다.
때문에 녀석에겐 더욱 신경을 써주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매 경기 풀타임, 혹은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뛰게 하긴 어려울 것이다.
분명 출장 시간을 조절해 주어야 할 것이고, 어쩌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하거나 한두 경기 정도는 완전 휴식을 부여해야 할 수도 있다.
그 경기들을 얼마나 슬기롭게 넘기느냐가 이번 시즌의 분수령이 될 것이었다.
지난 리그 7라운드, 그러니까 요한이 유일하게 결장한 그 경기. 그 경기에서 웨스트 햄은 울버햄튼에게 0대1로 패배했다.
요한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재의 팀은 요한 하나에게 모든 걸 맞춰놓은 팀이니까.
때문에 각오는 해야할 것이다.
12월엔 지금까지처럼 말도 안되는 연승을 이어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니, 그게 당연한거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욕심을 내면 오히려 지금껏 쌓아 왔던 게 와장창 무너질지도 모른다.
시즌은 길게 봐야 한다.
사람들은 9월의 순위, 12월의 순위, 2월의 순위엔 관심 없다.
마지막에 남는 건 오로지 5월, 마지막의 순위뿐.
그걸 위해서라면, 당장의 결과를 포기하더라도 길게 봐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의 웨스트 햄에겐, 그게 12월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면, 또 모르지.
이런 난세엔 꼭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니까.
어쩌면 누군가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쳐서, 마음을 비웠던 경기에서도 뜻밖의 수확을 거둘 수도 있는 일이다.
그게 또 요한이 될지, 아님 생각지도 않은 다른 선수가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 12월만 잘 넘기면 이후론 비교적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구단 수뇌부에게 지난 여름보다도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 받은 슈미트 감독이었다.
물론 1월, 그러니까 겨울 이적 시장은 여름보다 활발하지 않다.
거물급 선수가 움직이는 일도 거의 없고, 대부분의 선수가 시즌 중간에 팀을 옮기는 걸 선호하진 않는다.
겨울에 팀을 옮기고 싶어하는 선수라면, 전반기 동안 그 팀에서의 활약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 되기에, 즉시 전력감을 구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게 웨스트 햄에겐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었다. 웨스트 햄이 필요한 건 수퍼스타가 아니라, 수퍼스타와 함께 뛰고 싶은 선수들이니까.
그런 선수들이라면, 충분히 겨울 이적시장에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고.
“잘 해보자고.”
“영감님도 건강 관리 신경 쓰시고요.”
“난 멀쩡해.”
“제가 제 시간에 딱딱 약을 챙겨 드리니까요. 나참, 이런 수석 코치가 세상에 어딨겠습니까?”
“너처럼 말 많은 수석 코치는 없는 게 확실하지.”
어찌 되었든, 가장 중요한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27/28시즌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경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인 건 다행인 일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는 맨유는 구단이 쓰는 돈 대비 성적이 저조해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히 볼 팀은 아니다.
어쨌든 스타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은 팀이 맨유인 건 부정할 수 없고, 스타 플레이어가 괜히 스타 플레이어인 건 아니니까.
오히려 상성만 보면 개개인의 기량이 출중한 맨유는 웨스트 햄에겐 가장 까다로운 상대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그들이 12월의 첫 번째 상대인 건 다행인 일이었다.
그런 까다로운 상대를 처음에 만나는 게, 한창 힘들고 지쳐 있을 때 만나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행인 점은 따로 있을지도 몰랐다.
그건 바로, 요한의 아버지 반석호가 현역 시절, 맨유와 상당한 악연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반석호는 당시 맨유 소속 선수와 깊은 마찰이 있었다.
그 맨유 소속 선수의 이름은 제임스 히들스톤이었는데, 현재 맨유의 감독이 바로 제임스 히들스톤이다.
어쩌면, 이게 맨유 전의 가장 큰 변수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