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6화(6/202)
< 005화 – 입단 테스트 >
“오케이. 그럼 너희 둘이 중앙. 너희 둘이 사이드 보고. 스트라이커 볼 수 있는 사람?”
“저요!”
“저도 가능합니다!”
“저 어릴 때부터 스트라이커였습니다!”
연습 경기를 시작하기 전.
각자의 포지션을 정하는 시간.
담당 코치의 물음에 아이들이 너도 나도 손을 든다.
역시나 어린 선수들 사이서 가장 인기 있는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다.
축구의 꽃은 골이고, 그 골을 넣는 포지션인 스트라이커는 선망의 대상이니까.
물론,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기도 한게 스트라이커인데.
‘흠···’
스트라이커를 하겠다고 손을 든 아이들을 주욱 보며 턱을 매만지는 코치.
글쎄다.
손을 든 아이들의 평가지를 확인했을 때, 딱히 스트라이커를 맡기고 싶은 녀석이 없었다.
스트라이커를 맡기고 싶은 녀석은, 따로 있었다.
“자네는?”
“···가능합니다.”
“그래? 잘됐네. 그럼, 스트라이커는 61번. 자네가 맡도록 해.”
“예.”
참가 번호 61번, 요한.
코치는 요한에게 스트라이커 자리를 맡겼고,
그런 요한에게 곧 아이들의 견제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요한의 수준이 남다르다는 것을.
다들 요한이 테스트를 보는 장면을 봤었으니까.
이번 테스트는 상대 평가였다.
내 옆에 있는 녀석보다 내가 더 잘해야 뽑힐 수 있는 게임.
그러다 보니 일단은 같은 팀이라 할지라도, 요한에게 견제의 눈빛이 쏟아질 수밖에.
심지어,
꽤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친구야, 너 몇 살이냐?”
“열여섯.”
“그래? 그럼 아직 시간 많네. 이 형이 열여덟이거든? 패스 좀 많이 부탁한다.”
“야, 나도 열여덟이야. 나한테도 부탁해.”
요한에게 패스 좀 많이 부탁한다며 어깨를 툭툭 치고 가는 아이들.
자기들이 더 돋보이고, 주인공이 되고 싶어 그러는 것일 터.
그러나,
과연 그것이 결과적으로 누구를 돋보이게 할 것인가.
그건, 경기를 해보고 나면 알 일이었다.
*
요한이 경기에 임하는 각오는 간단했다.
형이 탈락한 건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란 걸 증명하는 것.
그 말인 즉, 집안에 흐르는 피가 절대로 형편없는 게 아니란 걸 대신 증명하겠단 뜻이었다.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긴 하지만.’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요한은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그나마 전후반 90분이 아니라 60분인 게 다행이긴 한데.
그 긴 시간을 20명 남짓이나 되는 아이들과 부대껴야 한다니 귀찮음이 몰려온 것.
이게 싫어서 도망쳤던 것인데, 제 발로 돌아오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시작한 이상, 눈 딱 감고 이 경기만큼은 형을 위해 제대로 하는 수밖에.
“삐이익-!”
경기가 시작 되었다.
요한이 속한 B팀의 킥 오프로 시작된 경기.
“뒤에 간다! 조심!”
“옆으로 빼!”
상대 팀인 A팀이 시작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일단 빨리 공을 빼앗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전방 압박.
모두가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경기다 보니 당연한 압박이다.
그런 압박에, 허둥지둥 공을 돌리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는 B팀 수비수들.
오늘 처음 본 아이들끼리 호흡이 제대로 맞을 리가 없다.
그러니,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압박을 풀어내고 공격을 전개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때문에,
“에잇!”
뻐어어어어어엉-!
수비 한 녀석이 공을 앞으로 뻥 차냈다.
전방을 향한 롱 패스라기보단, 일단 걷어내는 클리어링에 가까운 볼 처리.
그런데,
높게 뜬 그 공이 향하는 쪽이 요한이 서 있는 쪽이었다.
“머리로 따내!”
“자리 주지 마!”
공이 높게 뜬 틈에, 낙구 지점을 향해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 들었다.
공중볼 하나에 다섯 명이 동시에 달려드는 혼란스러운 상황.
그 중 A팀 선수가 넷이었고, B팀 선수는 요한 혼자였다.
누가 봐도, A팀이 공을 따낼 것으로 보이는 상황.
그러나,
타아앗-
파아앙-!
예상과 달리, 너무도 여유롭게 공을 따낸 건 요한이었다.
딱 1달 전, 16살이 되던 날 쟀던 키가 정확히 185센티미터.
더군다나 맘 먹고 뛰면 어떤 아이들보다도 높게 뛸 수 있는 요한이니 공중볼을 따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상대 선수 네 명이 거칠게 밀어대고, 같이 점프를 뛰었음에도 말이었다.
“빼앗아!”
“밀어!”
“다리를 집어 넣어, 다리를!”
어쨌든 그렇게 공을 따내긴 했는데,
문제는 이 다음.
공을 가진 요한을 네 명이 그대로 둘러 쌌다.
순식간에 고립된 요한.
이런 경우,
포위망을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동료들이 다가와 주는 게 보통.
하지만,
“야! 여기!”
“나 프리다! 이리 줘봐!”
B팀 아이들은 요한에게 다가오긴커녕 멀리 떨어져 패스를 달라고 손만 들고 있었다.
요한에게 수비가 몰렸으니, 자연히 빈공간이 드러났고.
모두 그 빈공간으로 침투할 생각만 한 것.
그러다 보니,
요한이 공을 따냈다해도 상대의 협력에 다시 공을 빼앗기는 건 시간 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어억!”
“이익!”
마치 가드레일을 부수고 중앙선을 침범하는 덤프트럭처럼.
사방으로 나동그라지는 수비수들과, 그 틈으로 공을 몰고 빠져 나오는 요한.
어마무시한 피지컬이었다.
일 대 다의 싸움에서도 밀리긴커녕 압도해버리는 모습.
요한에게 밀려 넘어진 아이들이 억울한 표정으로 심판을 바라 보았으나,
“···”
심판은 눈길도 주지 않고 경기를 속행 시켰다.
전혀 반칙이 아니었다.
요한에게 잘못이 있다면, 16살 주제에 형들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밖엔 없었다.
“빨리 달라니까!”
“여기! 여기!”
그렇게 요한이 상대 수비를 부수고 빠져 나오자, 아이들이 더욱 극성을 부린다.
다들 마음이 급하다.
요한에게 죄다 수비가 몰린 터라, 곳곳이 허허벌판이니 그럴만도.
‘어디 보자.’
요한은 발로 공을 굴리며, 그렇게 공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어렸을 때.
요한도 아빠 때문에 억지로 시합을 뛰어본 경험이 꽤 있었다.
그때, 요한은 아빠에게 항상 혼났던 기억이 있다.
다 좋은데, 너무 안뛴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뛰기 귀찮아서 경기 시간의 대부분을 걸어 다녔으니까.
하지만,
그랬기에 쭉쭉 실력이 늘은 부분도 있었다.
바로 패스였다.
‘왼쪽이랑 중앙, 이 둘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었고.’
뛰지 않아도 되고, 갖고 있으면 귀찮은 일만 생기는 공이란 놈을 남에게 처리할 수 있으니 패스라는 건 요한에게 있어 최고의 선택.
‘오른쪽.’
덕분에 시야와 패스 테크닉이 스트라이커답지 않게 상당한 요한이었다.
지금도,
1초 남짓한 짧은 시간만에 전방 동료들과 상대 수비의 위치를 모두 파악한 요한은,
뻐어어어엉-!
최선의 선택지를 향해 로빙 스루 패스를 날렸다.
그 로빙 스루의 퀄리티가,
슈우우우웅-
투우웅-!
일품이었다.
높이.
궤적.
속도.
세기와 심지어 회전까지.
침투하는 동료를 향해, 수비 뒷공간으로 떨군 요한의 로빙 스루는 완벽했다.
그 패스 한 번에,
“와우.”
“고져스!”
“뭐지? 한 두 번 뛰어본 솜씨가 아닌데?”
사이드 라인 쪽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를 지켜보던 코치들이 내뱉은 감탄사였다.
피지컬부터 공을 다루는 스킬까지, 이미 눈에 띄었던 저 61번.
앞선 테스트만 보면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보다도 나았던 61번이었다.
허나,
경기에선 당연히 그만큼의 반짝임을 보여주진 못할거라 생각했던 코치들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무소속의 아이들이 리그 경기를 뛰는 아카데미 선수들보다 경기 감각이 좋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장난 아니군.”
“피지컬도 그렇고, 시야도 그렇고. 방금 패스한 그 킥까지 완벽했어.”
“어디서 저런 물건이 튀어나온거지?”
61번이 보여준 지금 장면은 그렇게 생각했던 코치들의 뒤통수를 세게 후렸다.
물론,
한 장면일 뿐이었다.
함께 뛰고 있는 아이들 역시 무소속의 아마추어들이니 가능한 장면이기도 할 거고.
하지만 그 모든 걸 감안한다 해도.
방금 장면에서의 61번은, 마치 지난 10년간 잉글랜드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였던 해리 케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할 정도였다.
“워후우우! 컴온! 잇츠 미, 베이베!”
요한의 패스는 곧바로 골로 이어졌다.
골을 넣은 녀석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셀레브레이션을 펼친다.
첫 골을 넣었으니 당연히 코치들의 주목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그런 녀석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보았고.
그러나,
그런 녀석에겐 미안하게도 코치들의 시선은 여전히 61번, 요한에게 머물러 있었다.
골이 들어간거야 패스가 완벽했기 때문일 뿐.
코치들은 골을 넣은 녀석에게 관심도 주지 않고 있었다.
코치들은 그저,
요한이 다음엔 또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그게 궁금할 뿐이었다.
*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3대3이었다.
전반전 요한의 스탯은 3어시스트였고.
하지만, 사실상 3개의 어시스트는 더 올릴 수 있었던 전반이었다.
요한의 꿀패스를 다른 아이들이 뱉어내지만 않았어도 말이었다.
B팀의 거의 모든 공격은 요한의 발에서 시작되었고, 그 하나 하나가 모두 날카로웠다.
전반만 보더라도, 경기장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누가 봐도 요한이었으며 후반을 뛰지 않아도 합격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다.
“그래도 보고는 싶군.”
“뭘? 슈팅?”
“응. 저 친구, 아직 슈팅 한 번을 안 때렸잖아.”
“흐음. 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닐텐데. 슛은 자신이 없는건가?”
바로 슈팅이었다.
전반 동안, 요한은 한 개의 슈팅도 때리지 않았다.
물론,
“뭐, 평범한 수준, 아니 평범보다 좀 못해도 괜찮을 것 같긴 해. 다른 부분들이 워낙 뛰어 나니까 말이지.”
그럼에도 다른 부분에서 월등함을 보여줬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만.
그래도 스트라이커 포지션인만큼.
슈팅 한 번은 볼 수 있길 기대하는 코치들이었는데.
요한이 슈팅을 때리지 않았던 건,
어디까지나 슈팅보다 패스가 덜 귀찮은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페널티 박스까지 스스로 공을 몰고 가서 슈팅을 때린다든지, 좋은 패스를 받기 위해 이리 저리 침투를 한다든지.
어느 쪽이든 슈팅을 때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런 이유에서 굳이 슈팅을 때려야할 이유를 요한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흐음···’
후반전이 시작되고.
30분의 시간 중 15분 경이 흐른 무렵.
“오예!”
“좋았어!”
상대의 역전 골이 터져 나왔을 때.
그때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다들 뭐하는 거야.’
찬스는 전반처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데, 다들 의욕이 과한 탓인지.
쉬운 찬스도 골로 연결을 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개인 평가니 경기 결과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겠다만, 그래도 지는 것보단 이기는 게 평가에 유리하지 않겠나.
슬슬, 요한도 패턴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귀찮은 짓을 할 생각은 없고.’
다만, 그렇다고 앞서 말한 귀찮은 짓들을 할 생각도 없는 요한이었다.
드리블로 골키퍼 앞까지 치고 달리거나, 빈공간을 향해 침투하는 일 따위 말이다.
하지만 골을 넣긴 넣어야겠다.
그렇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뻐어어엉-!
슈우우웅-
어김없이 롱 볼이 요한에게로 향한다.
이미 아이들도 전반을 통해, 무조건 요한에게 전달하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란 걸 알았다.
그 롱 볼을,
파아앙-!
요한이 쉽게 따낸다.
이젠 많은 수비가 달려들지도 않았다.
수많은 경합 상황에서 단 한 번도 요한이 공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
어차피 못 이길걸 아니 덤빌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대신, 수비들은 요한과 거리를 두고 패스를 차단하겠다는 듯한 포지션이었다.
요한이 계속해서 위협적인 패스를 찔러 넣었으니, 그 또한 당연한 일.
허나.
하필 이 때 요한이 패턴을 바꾸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겠지.
스르륵-
요한은 발바닥으로 공을 밀어 굴렸다.
그리고,
타탓-
그 공을 향해 두어 걸음 정도 도움닫기를 한 다음,
휘익-!
오른발을 크게 뒤로 당겼다.
이것 저것 귀찮은 짓 할 필요 없이, 그대로 때릴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중거리 슈팅을.
“저기서?”
“때린다고?”
코치들의 동공이 설마하며 크게 떠졌다.
상당히 먼 거리였다.
골대까지, 적어도 30미터 이상.
웬만한 성인 선수들에게도 직접 슈팅을 가져가기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하지만.
요한에겐 아무 것도 아닌 거리였다.
뛰어 다니는 게 귀찮아 늘었던 건, 패스 뿐만이 아니라.
뻐어어어어어어엉-!
슈팅도 마찬가지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