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61)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61화(61/202)
< 060화 – 골든보이 >
이탈리아의 스포츠 언론, 투토스포르트가 2003년에 만든 어워드, 골든 보이 어워드.
매년 12월 초에 발표되는 이 상은,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20세 이하의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즉, 유망주 계의 발롱도르.
물론 발롱도르만큼의 권위를 가진 건 당연히 아니지만, 워낙 이른 나이에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요즘의 추세이기에.
이 골든 보이 어워드는 2020년대에 들어 더욱 권위가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과거까지만 해도 골든보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안데르손, 알렉산드르 파투, 이탈리아의 마리오 발로텔리, 프랑스의 안토니 마샬 등이 이 골든 보이를 수상했지만 성인이 된 후 그만큼의 성장을 보이진 못했다.
그나마 발로텔리 정도가 제일 큰 족적을 남긴 케이스고, 나머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20년대 이후의 골든 보이들은 수상 이후에도 그에 걸맞는 활약을 이어나가며 월드 클래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워낙 모든 팀들이 유스 아카데미에 신경을 쓰고 있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보니.
뛰어난 유망주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발굴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20세 이하 선수들끼리의 경쟁도 발롱도르 못지 않게 치열해지다보니 골든 보이의 권위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나, 작년과 재작년.
2025년도 골든 보이 수상자와 2026년도 골든 보이 수장자는 이후 미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25년도 수상자인 레알 마드리드의 페르난도 비에가는 그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26년도 수상자인 바이에른 뮌헨의 플로리안 슈타우터는 벌써 리그 우승이 세 개째다.
그러다보니, 골든 보이 위너라고 해봤자 좀 더 지켜봐야 안다던 과거의 인식과는 달리,
지금의 골든 보이는 꽤 신용이 높은 증명서였다.
이 선수는 앞으로 대성할 것이 분명한 선수라는 증명서.
아니, 대부분은 골든 보이를 수상할 당시 이미 대성한 상태이기까지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2026/27시즌이 끝났을 때까지만 해도 골든 보이 수상이 유력했던 건 바르셀로나의 이아고 퀸테스였다.
물론 골든 보이는 한 시즌이 아니라 한 해의 활약을 본다.
하지만, 26/27시즌 동안 보여준 퀸테스의 활약은 그것만으로도 골든 보이에 선정되기 충분하다 느껴질 정도였다.
17살의 나이에 라 마시아에서 넘어와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퀸테스는, 2년 차인 26/27시즌 리그 12골과 챔피언스 리그 3골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 대표팀에도 승선하며, 스페인의 미래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때문에 이후 남은 반년 동안, 그 동안의 활약을 이어가기만 한다면 2027년 골든 보이 수상자는 이아고 퀸테스가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물론, 27/28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27/28시즌이 개막한 뒤.
퀸테스가 수상자가 될 것이라던 여론은 급격히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PL 웨스트 햄 요한 반, 시즌 첫 경기 해트트릭 기록!
-잉글랜드의 요한 반, 후반 교체로 들어와 게임을 뒤집고 이탈리아를 무찌르다!
-요한 반의 활약으로 맨시티를 꺾은 웨스트 햄!
-첼시도 막지 못했다, 요한 반!
-한 경기 5골, 요한 반! 압도적인 득점 기록! 15라운드까지 27골! PL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 경신 확실시!
-16세의 활약이 아니다! 요한 반, 반 시즌 동안의 활약으로도 골든 보이를 수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요한 반, 요한 반, 요한 반.
스포츠 뉴스를 틀었다 하면 나오는 그 이름 때문에, 퀸테스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자신에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 역시 이번 시즌이 3번째 시즌일 뿐이었고, 올 시즌에도 나이에 비해 월등한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녀석 하나가 말도 안되는 기록들을 매일같이 써내리고 있다.
그리고 언론에선 그 녀석과 자신을 비교하며 떠들어 댄다.
동나이 때는 물론 지금 당장으로 비교해도 안된다는 둥, 골든 보이 수상 배당률이 압도적으로 뒤집혔다는 둥.
결국 이아고 퀸테스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다른 20세 이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잉글랜드의 소식에,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어쩌면 이번 시즌 어린 유망주들의 활약이 유독 뛰어났던 이유는 거기에 있을지도 몰랐다.
20세 이하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름, 요한 반.
그의 활약이 그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Official] 2027년 골든 보이 어워드, 수상자는 프리미어 리그,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공격수 요한 반.
골든 보이 어워드는 한 시즌이 아니라 1년간의 활약을 본다.
하지만, 요한에겐 1년이 아니라 한 시즌도 필요치 않았다.
고작 반 시즌이면 됐다.
그 반 시즌의 활약만으로도,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으니까.
2027년 골든 보이의 수상자는 요한으로 정해졌고, 그 트로피는 런던으로 향하게 되었다.
ㆍㆍㆍ
2027년 12월 5일, 런던 스타디움.
올드 트래포드에 다녀온 지 이틀 만에 다시 경기가 있는 날.
이번 시즌 내내 그랬듯, 오늘도 런던 스타디움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웨스트 햄 팬들도 북적이고 있는데.
다만, 오늘은 유독 관중들이 1층 스탠드 쪽에 몰려들어 있다.
다들 손에 카메라를 들고 말이다.
왜냐면, 그들에겐 카메라에 꼭 담고 싶은, 클럽에게 있어 꽤 역사적인 순간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탠드 아래 그라운드를 감싸고 있는 다홍색의 트랙 위.
경기 시작을 위해 도열해 있는 선수들 앞에, 한 선수가 웨스트 햄의 엠블럼이 그려져 있는 트랙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선수에게 황금색의 공이 전달된다.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그 공을 건네받은 선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인다.
이윽고, 장내 아나운서의 힘찬 목소리가 런던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다.
“빛나는 황금색 공! 발롱도르는 아니지만, 미래의 발롱도르라고 볼 수 있는 그 황금색 공이 웨스트 햄의 품에 안기는 순간입니다! 2027년 골든 보이, 웨스트 햄의 자랑스러운 아들, 요한 반!”
거대한 환호성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눈이 부시게 터져 나온다.
그 플래시에, 애초에 부은 눈이었던 요한은 아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자랑스럽다!”
“네가 우리 클럽의 자랑이자, 미래다! 제발 오랫동안 뛰어 줘!”
“작은 황금 공 말고, 큰 황금 공 받을 때까지 우리 곁에 있어 줘!”
“우리 품에 발롱도르가 안길 때까지!”
정작 수상자는 심드렁한데, 그걸 바라보는 팬들은 감개무량하기 짝이 없는 모습.
정말 감개무량한 순간이 아닐 수 없긴 했다.
팀 트로피든, 개인 트로피든.
가릴 것 없이 트로피라는 것 자체와 인연이 없었던 웨스트 햄이다.
때문에 요한이 지난 번 PL 이달의 선수 상을 받았을 때도 감격했던 웨스트 햄 팬들이었다.
그런데, 골든 보이라니.
프리미어 리그 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상이 본인들의 품으로 왔다.
이는 클럽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일이었다.
클럽의 위상.
이는 곧 근본을 의미하고, 그 근본은 이런 트로피들로부터 채워진다.
크든 작든 트로피들이 진열장에 하나씩 채워져야 근본이 채워지는 것이고, 곧 클럽의 위상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요한의 골든 보이 수상은 그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웨스트 햄 팬들에겐 개인 수상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었다.
요한이 웨스트 햄 소속으로 그 상을 받았다는 건, 앞으로 웨스트 햄이 유럽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클럽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해주는, 그런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의미였다.
아닌 게 아니라, 봐라.
지금까지의 수상자들과, 그들의 소속 팀을.
-2024` 골든보이 디미트리 볼레로비치(당시 20세, 유벤투스 FC)
-2025` 골든보이 페르난도 비에가(당시 19세, 레알 마드리드 CF)
-2026` 골든보이 플로리안 슈타우터(당시 20세, FC 바이에른 뮌헨)
그런데, 이제 여기에 이 한 줄이 추가 되는거다.
-2027` 골든보이 요한 반(16세,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FC)
황금색 공을 든 요한을 사진에 담으며, 팬들의 웨스트 햄 뽕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
웨스트 햄의 16라운드 상대는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이었다.
브라이튼은 올 시즌으로 어느덧 10년째 프리미어 리그에 잔류 중인 팀.
그 10년 동안의 대부분을 10위권 이하에서 보내긴 했지만, 어쨌든 이제 어엿히 챔피언십보단 프리미어 리그가 더 어울리는 팀이 된 브라이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브라이튼이라 해도 지금의 웨스트 햄과는 게임이 될 리 없다.
10년 잔류가 아니라 리그 우승을 했던 팀들도 웨스트 햄에게 대가리가 깨지고 있는 현실이니까.
하지만, 오늘 브라이튼은 로또를 맞은 기분이었다.
승리의 여신이 자신들의 편에 선 느낌.
그게 무슨 말이냐면, 경기 시작 전 시상식까지 하며 기를 죽이던 그 녀석이 그라운드에 없다는거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오늘 경기 선발 명단을 확인한 브라이튼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환호를 내질렀었다.
웨스트 햄의 선발 명단에 요한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녀석이라고 해서 모든 경기에 나설 순 없다. 당연히 몇몇 경기는 쉬어가야 하겠지.
근데, 그 경기가 자신들과의 경기라니.
로또를 맞은 기분일 수밖에.
앞뒤 경기의 상대들에겐 미안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기회가 자신들에게 왔으니, 자신들은 그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기 초반부터 브라이튼의 기세는 평소보다도 거셌고, 홈팀 웨스트 햄을 거칠게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힘있게 밀고 들어갑니다! 페트로비치와의 경합을 이겨내는 베오 잭슨! 그대로 크로스!>
<아슬하게 빗겨 갑니다! 그러나 날카로웠습니다. 예상과 달리 브라이튼이 위협적인 장면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역시 요한이 없으면,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전반의 모습.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말도 안된다고 할 수도 있다.
공격수 한 명이 빠진다고 전체적으로 다 다운 그레이드가 되는 게 말이 되냐고.
어차피 요한은 수비 가담도 하지 않는데, 수비까지 불안해지는 게 말이 되냐고 말이다.
하지만 톱니바퀴가 하나 빠지면 모든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당연하다.
특히, 요한은 가장 큰 톱니바퀴였다.
물론 요한이 수비 가담이나 전방 압박 등, 득점 이외엔 적극적으로 경기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사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 요한은 상대 수비를 긴장케 하고, 뒤로 물리는 효과를 지니고 있는 선수였다.
때문에 요한이 없는 것만으로, 상대는 훨씬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고, 자신감 있게 공격에 나서며 싸움을 걸 수 있다.
요한이 있고 없고의 차이, 그것은 크다.
그걸 브라이튼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어이! 난 골든 보이를 보러 온 거야! 이런 경기를 보러 온 게 아니라고!”
“왜 벤치에 썩혀 두는거야? 그라운드로 내보내라고!”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몇몇 관중들이 웨스트 햄 벤치를 향해 소리친다.
물론 그러자마자,
“모르는 소리 말어! 썩혀 두는 게 아니라 모셔 두는거다! 사람인 이상 좀 쉬어야지!”
“니들 라이트 팬들이지? 웨스트 햄을 응원해라! 그라운드에서 힘내고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라고!”
“강팀충들은 사양한다! 플라스틱 서포터들은 가만히 있어!”
주변의 고인물 팬들에게 제지를 당하긴 했지만, 사실 그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
요한이 보고 싶긴 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어려운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33분.
기어코 브라이튼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 폭발했다.
<잭슨-! 각도가 없었지만 기어이 골을 집어 넣습니다! 이럴 수가, 브라이튼이 앞서 갑니다!>
<이거, 글쎄요. 웨스트 햄은 리드를 내주게 되면 더욱 힘들어집니다. 요한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죠!>
런던 스타디움은 조용해지고, 브라이튼 선수들은 환호했다.
웨스트 햄과의 경기는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충분히 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은 이후의 플레이로도 이어졌다.
한껏 여유를 갖게 된 브라이튼은 편하게 경기를 운영해 나가기 시작했다.
파아앙-
파아앙-
후방에서 천천히 공을 돌리는 브라이튼.
급할 게 없다.
어차피 완벽히 흐름을 잡았으니, 천천히 이 흐름을 이어가면 그만.
때문에 브라이튼은 계속해서 공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와아아앗!”
관중석에서 갑자기 터져나온 함성에 브라이튼 선수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환호성이 터질 타이밍이 아닌데.
자신들은 그저 평범하게 공을 돌리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관중석에 무슨 연예인이라도 나타난건가?
그 알 수 없는 환호성에, 주의가 이끌린 브라이튼의 몇몇 선수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들의 눈이 커졌다.
또한 미간이 찌푸려졌다.
환호성이 터져나온 그곳엔, 골든보이가 트랙을 따라 천천히 뛰고 있었다.
‘이, 이거 천천히 할 때가 아니다.’
요한이 몸을 풀기 시작한 것만으로, 여유를 부리던 브라이튼은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