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62)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62화(62/202)
< 061화 – 골든보이 >
요한을 벤치에 둔 건 슈미트 감독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요한 뿐만이 아니라 오늘은 제이콥 버클리와 조너선 네이슨도 휴식이다.
이틀 전에 원정 경기를 치렀다.
그 경기에서 요한은 84분을 소화했고, 다섯 골을 집어 넣었다.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해하긴 하지만, 녀석은 그 경기에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심지어 경기가 끝난 뒤,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다 오라고 자유 시간까지 줬다.
그 뒤, 녀석은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잤었지.
안 그래도 규칙적인 휴식과 규칙적인 경기에 익숙해져 있는 녀석이었다.
때문에, 12월 일정표를 보고 경악하던 녀석의 얼굴도 기억하고 있고.
오늘 녀석은 지각을 했다. 퉁퉁 부은 얼굴로 비몽사몽 경기장에 도착했던 녀석.
그럴 걸 예상하고 선발 명단을 짰기에망정이지, 선발 명단에 넣었으면 큰일이 날 뻔 했다.
아무튼, 슈미트 감독은 다섯 골이나 넣었는데 왜 이틀만에 경기장에 나와야 하냐며 투덜대던 요한에게, 오늘만큼은 휴식을 부여하고 싶었다.
웬만하면 말이다. 웬만하면.
하지만···
“젠장.”
“감독님도 저랑 똑같으시죠? 저도 못 참겠어요.”
도저히 유혹을 참기가 힘들었다.
요한을 벤치에 가만히 앉혀두고만 있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으면 모를까.
아니, 상대가 좀 강팀이라도 되면 모를까.
브라이튼한테, 홈에서 끌려가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다.
이건 뭐 금단현상도 아니고, 금반현상이 씨게 오고 있었다.
쉬게 해줘야 하는데.
좀 쉬게 해줘야 하는데···
그러나, 슈미트 감독의 인내심이 결국 바닥을 드러낸 건 브라이튼의 선제 골이 터졌을 때였다.
결국,
“크읏!”
슈미트 감독은 손을 대고 말았다.
“다, 다음 경기 완전 휴식 시켜주면 되잖아? 안 그런가, 제이미?”
“다음 경기도 만만치 않은데요. 뉴캐슬, 요한이 없이 괜찮으시겠습니까?”
“몰라! 그래도 그건 원정이잖아. 도저히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그럼,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감독님 뜻대로 하시죠.”
“책임? 네가 무슨 책임?”
“···네? 딱히 깊게 생각한 건 아니고, 그냥 말만 그렇게 한 건데요. 제가 책임져봐야 뭘 질 수 있겠어요.”
“에라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브라이튼한테 질 순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하필 홈 경기고 경기 시작 전에 시상식까지 했다.
이 많은 팬들 앞에서 요한이 골든 보이 어워드를 수상했단 말이다.
근데 그런 녀석을 팀이 지고 있는데도 벤치에만 둔다면, 팬들 입장에선 이해할 수가 없겠지.
때문에, 슈미트 감독은 요한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했던 것이다.
다만,
급하게 워밍업을 하진 말라고 했다.
천천히, 평소보다도 더 천천히 하라고 지시했다.
그 이유가 있었다.
“다들 경기를 안 보고 저 녀석만 보고 있어요.”
“너도잖냐.”
“어떻게 아셨대요.”
“난 너만 보고 있으니까.”
“어머. 심쿵.”
“···미쳤냐?”
제이미 코치의 말대로 모두가 경기보다 딴 곳에 집중하고 있다.
관중들은 한창 경기 중인 그라운드 위보다도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에게 박수와 함성을 보내고 있었고, 브라이튼 벤치나 선수들 역시 그쪽을 흘끔대고 있었다.
모두 요한을 의식하는 것일테지.
요한과 함께 가볍게 뛰고 있던 버클리와 네이슨도 그 시선들을 의식할 수 있었다.
“왜 다 우리 쪽만 보는긴데? 설마 나 때문이가?”
“···그럴 리가.”
“농담이다, 농담. 다 이 꼬맹이 때문이것제. 근데, 기분 좋다. 괜히 우리도 이노마랑 비슷한 급 된 기분 아이가?”
“···조금은?”
“우헤헤. 우리가 웨스트 햄의 핵심 3인방 아이가! 아무튼, 임마 몸 푸는 것만으로 쟈들 벌벌 떠는 거 봐라.”
현재 요한이 가진 존재감은 그 정도다.
경기만 뛰었다 하면 골을 넣는, 그것도 멀티 골은 예사인 선수이니 당연하다.
게다가 경기 전 거행 되었던 시상도 한몫을 했다. 심지어 선수들이 도열해 있는 상황에서 상이 주어졌지 않았나.
선수들도 사람인 이상, 그걸 보면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조금이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거고.
그러니, 요한이 아직 그라운드에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의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골든보이, 그냥 골든보이가 아니라 미래의 발롱도르 수상자가 될 수도 있는 녀석이 경기에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다.
그것은,
브라이튼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 분위기가 매우 좋음에도 조급함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제이미, 옌킨슨한테 좀 더 전진하라고 소리쳐.”
“예. 휘익! 옌킨슨-!”
이왕이면 요한이 경기를 안 뛰고도 경기를 뒤집는 게 베스트다.
때문에 일단 몸을 풀라고 시키긴 했지만, 아직까진 보여주기 식이다.
녀석이 몸을 푸는 것만으로, 주변이 산만해지는 효과를 노렸을 뿐.
실제로, 그게 통한건지 브라이튼이 주도하던 흐름이 5대5의 느낌으로 넘어오고 있다.
뭐랄까.
브라이튼이 오히려 급해진 듯한 느낌을 풍기고 있다고 해야 하나.
당연하다. 몇 분이 되었건, 몇 점이 차이나건 요한이 투입되기만 한다면, 녀석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공격수니까.
뿐만 아니라 웨스트 햄 선수들도 집중력을 되찾는 느낌이다.
아마 주장 고든이 동료들을 독려하고, 일갈 했을거다.
쉬어야 하는 막둥이까지 끌어 들이지 말고, 우리의 힘으로 해보자고 파이팅을 외쳤겠지.
그 덕에,
“얘들아! 돌아와! 다시 휴식!”
“휴우.”
설렁설렁 몸을 푼 지 이제 막 5분 정도 된 요한과 선수들을 다시 벤치에 앉히는 제이미 코치.
참, 대단한 일이다.
팀에 이런 수퍼스타가 있다는 건, 이런 효과가 있다. 실제로 뛴 것도 아닌데, 그라운드에 영향력을 미친다.
마치 야구에서, 엄청난 투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면 상대 선수들이 지레 포기하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결국, 남은 시간 동안의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고, 그렇게 0대1.
동점을 만들어내지 못한 건 아쉽지만 현상 유지를 한 채 전반전을 마무리 했다.
*
이어 시작된 후반전.
하프타임 동안, 웨스트 햄 선수들은 파이팅을 다지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요한이를 쉬게 해주자.
우리 선에서 해결하자.
그 동안 요한이 덕을 무지하게 봤던 선수들이었기에, 동기부여는 좋았다.
그 덕인지, 전반 초반과 달리 후반 초반은 웨스트 햄이 흐름을 잡은 채 이어지기 시작했다.
<고든, 왼쪽의 바튼에게. 바튼, 슈웃! 아! 골 포스트를 벗어 납니다!>
<슈팅이 늘어나고 있는 웨스트 햄입니다. 한 점을 뒤지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확실히 공격 쪽 움직임이 활발해 졌어요.>
특히 의욕을 보이기 시작한 건, 요한과 네이슨, 버클리를 대신해 출전한 공격진들이었다.
왼쪽의 제레미 바튼, 오른쪽의 쉐인 콜먼, 중앙의 니콜라 가라이.
이 셋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웨스트 햄의 주전들이었다.
그러나 요한의 갑툭튀 이후, 팀을 개편하며 벤치로 밀린 자원들.
당연하게도 그 갑작스러운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았을 이들이었다.
주전에서 한순간에 벤치로 밀린다는 게 반가울 리는 없으니까.
심지어 자신들이 벤치로 밀리자 팀이 펄펄 날며 1위까지 하고 있으니 생각은 더 복잡해졌을 이들이었다.
여기서 선수들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었다.
팀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백업으로 가는 게 맞다는 걸 인정하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거나.
혹은 불만을 품고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어느 쪽이 되든,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벤치 신세에 불만을 품고 의욕이 꺾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말이었다.
<콜먼, 컷백! 가라이, 슛! 그러나 수비 몸 맞고 벗어납니다. 브라이튼의 좋은 수비!>
<벗어나긴 했지만 오랜만에 합을 맞추는 웨스트 햄의 공격진들이 점점 예전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슈미트 감독은 그들에게 고마웠다.
셋 모두 후자 대신 전자를 택해줬으니까.
물론 전 코칭 스태프들이 그들을 케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건 사실이었다.
그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지지 않도록, 너희는 팀에 없어선 안되는 존재라고 계속해서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고.
다만 아무리 그렇게 해준다 한들 선수 입장에선 그것이, 그라운드보다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것에 대한 위로가 되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녀석들은 받아들여 주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요한 때문이겠지.
요한이 가진 재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봤던 게 녀석들이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재능.
모두가 알고 있다. 팀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선, 요한이 있어야 한다는 거.
때문에 녀석들도 힘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녀석들도 요한이를 아껴주고 싶을거다.
요한이 마음 놓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가끔은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거다.
그래서, 지금처럼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한 발 더 뛰려는 것일거고.
‘보여줘라.’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팀을 위해서라도.
녀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슈미트 감독.
그러나, 브라이튼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정력이 부족합니다. 기회는 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만,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해요.>
<동점 골은 빠를수록 좋은데,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게 쉽게 됐다면, 애초에 요한을 위주로 한 리빌딩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슈미트 감독은 다시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요한이 다시 몸을 풀기 시작했고, 또다시 기대감 가득한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브라이튼은 전반과 달리 이번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 역시 이쪽 벤치의 의중을 파악한 모양.
애초에 요한이 선발 명단에서 빠진 이유를 추측하기란 쉽다.
휴식 때문이겠지.
요한은 실력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휴식 이외의 이유로 빠질 선수가 아니니까.
즉, 브라이튼은 요한이 몸을 푼다 해도, 진짜로 녀석을 투입할 의도가 웨스트 햄에겐 없다는 걸 눈치챘다는 거다.
때문에 브라이튼은 급해지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정도의 상황이라면 한 점을 지켜내는 건 우습다고 생각하는 듯.
수비적인 태세를 더욱 강화하며 골문을 틀어막기 시작하는 브라이튼.
“···”
그 모습을 보던 슈미트 감독은 어금니를 깨물었고, 제이미 코치를 통해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엔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아도 돌릴 수밖에 없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나 요한이 몸을 풀러 나왔기 때문이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트레이닝 복 차림이었던 요한은, 지금은 유니폼 차림으로 스프린트를 하고 있었다.
딱 세 번.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세 번 왕복하며 스프린트를 한 요한은 벤치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터치 라인에 섰다.
슈미트 감독이 칼을 빼든 것이었다.
<결국 투입됩니다! 런던 스타디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골든 보이가 그라운드로 들어섭니다! 과연, 그 수상의 이유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피치 위의 공기가 바뀌는 느낌입니다!>
요한이 진짜로 그라운드에 들어서니, 브라이튼 선수들의 표정이 굳는다.
다들 당황한 얼굴.
진짜로 들어온다고?
어이! 웨스트 햄 감독 양반!
씨발, 이건 아니지!
<요한, 첫 번째 터치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곧바로 돌아섭니다! 주저함이 없는 요한 반!>
<전진합니다! 공을 달고 저렇게 전진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예요!>
들어가자마자 첫 터치를 가져가는 요한.
교체로 투입된 선수는 가볍게 리턴 패스를 주고 받거나 하며 첫 터치를 가져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요한은 공을 잡자마자 브라이튼의 골대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요한으로서도, 나름 급한 이유가 있었다.
투입 직전, 슈미트 감독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
“오늘 경기를 뒤집으면, 다음 경기 명단 제외를 시켜주겠다.”
벤치에서 시작하는 것과 명단에서 아예 제외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벤치는 어쨌든 경기장에 와야 한다.
출근을 해야 한다는 소리.
그러나, 명단에서 제외되면 출근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요한에게만큼은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훈련은 빠질 수 있어도, 경기 자체는 아무리 요한이라 해도 빠질 수가 없다.
근데, 심지어 다음 경기는 뉴캐슬 원정.
뉴캐슬의 홈구장은 집에서 수백 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러니, 이건 요한에게도 자주 오지 않는 기회.
남은 시간은 넉넉지 않다.
대략 15분여.
분명 2골을 넣는데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다만, 요한에게만큼은 넉넉한 시간일지도 몰랐다.
결국, 15분 동안 찬스가 두 번만이라도 오면 되는 거니까.
<콜먼에게 주고 들어가는 바니! 콜먼, 다시 중앙으로! 바니, 돌아서면서 슈웃-!>
<고오오올-! 멋진 터닝 슈팅입니다!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동점 골을 뽑아내는 바니! 투입되자마자 동점을 만들어 냅니다!>
<환호하는 웨스트 햄 팬들! 이래서! 이래서 그가 올해의 골든보이입니다!>
···아니. 아니다.
그냥 넉넉한 정도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요한에게 15분은 길고 긴 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30초.
불과 30초였다.
요한이 투입된 시점으로부터, 동점 골이 들어간 순간까지가.
요한은 첫 슈팅만으로 동점을 만들어 냈고,
“···”
“···”
희망고문을 당한 브라이튼 선수들을 벙찌게 만들었다.
씨발.
이럴거면 그냥 처음부터 나오든가.
왜 설레이게 만들어? 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줬냐고!
원래 줬다 뺐는 게 제일 잔인하다고 했다.
브라이튼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즉, 요한이 들어온 이상.
브라이튼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