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63)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63화(63/202)
< 062화 – 그는 제 백업이었죠 >
“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경기 종료를 뜻하는 세 번의 휘슬이 울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 앉은 건, 브라이튼 선수들이었다.
“허억, 허억··· 씨···”
다들 허무함이 가득한 표정들.
그럴 수밖에 없다.
전반까지만 해도, 아니 20분 전까지만 해도 잡을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했던 오늘 경기였다.
근데,
말도 안되게 뒤집혀 버렸다.
후반 30분에 투입된 그 괴물 때문에.
75분 동안을 잘해왔는데, 15분만에 게임을 뒤집혀 버린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5분도 아니었다.
녀석이 동점 골과 역전 골을 넣을 때, 그 골이 들어가는 순수 시간만 따진다면 1분도 되지 않았을 테니까.
브라이튼 선수들은 허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 놈 때문에 다 잡은 게임을 놓치고 말았다.
경기는 2대1.
요한의 두 골에 힘입어, 웨스트 햄이 역전을 해내며 귀중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와아아아아아-!”
“골든 보이!”
“미안하다 꼬맹아! 못난 형들을 용서해다오!”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요한에게 달려들어 고마움을 표했고, 승리를 기뻐했다.
또한 요한 역시 형들과 기쁨을 나눴다.
요한이 그렇게 기쁨을 표현하는 건 보기 드문 장면인데.
그 이유야 당연했다.
“뉴캐슬 안가도 된다아아!”
다음 경기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튼,
요한이 그렇게 기뻐하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에 웨스트 햄 팬들도 그저 같이 기뻐했다.
“골든보이가 아니라 발롱도르다! 적어도 나에겐 네가 발롱도르야!”
“우리 황금막내! 네가 짱이다!”
“미성년자 근로법 위반으로 신고해도 우린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고마워! 네가 없으면 우린 안된다구!”
웨스트 햄 팬들은 요한에게 아낌없이 환호를 보냈고, 함께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역시 역전 승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
오늘 상대였던 브라이튼이 이겨 마땅한 상대였다고 해도, 팬들은 맨시티를 이겼을 때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유독 두 사람만이 온전히 즐거워하진 못하고 있다.
“흐음···”
“굳이 그런 약속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감독님.”
“급했잖아.”
“어차피 요한이라면 약속이 없었어도 알아서 했을텐데.”
“그럼 진작에 네가 날 말렸어야지.”
“사전에 말씀도 없으셨는데 제가 무슨 수로요.”
“짜식아, 내눈만 봐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내 옆에 그 정도 있었으면 알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
슈미트 감독과 제이미 코치만 승리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이겨서 승점 3점을 챙긴 건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다.
다만, 급한 불을 끄고 나니, 그 다음이 더 먼저 걱정되는 게 사람의 심리.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슈미트 감독은 요한과 괜히 약속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경기, 어떡하나.
요한이 없이.
흐음.
‘젠장.’
고민에 빠지던 슈미트 감독은 한숨을 툭 내뱉었다.
스스로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져서 말이다.
언제부터 자신이 선수 하나에 의존하는 감독이었단 말인가.
애초에 중하위권 팀만을 맡아왔던 자신인데.
그땐, 아니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스타 플레이어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게 익숙했고, 그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원래 체감보다 역체감이 더 와닿는 법이다. 없다 있을 때보다, 있다 없을 때가 더 허전한 법.
특히 요한, 저 녀석이 어디 평범한 녀석이 아니지 않은가.
녀석은 마약과도 같은 녀석이다.
중독성도 아주 높고, 가져다주는 쾌락도 아주 큰 마약.
오늘도 손대기 싫었지만 손을 댔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그 다음 다음을 위해서, 다음엔 이 꽉 깨물고 참는 수밖에.
뭣보다, 출근 재낄 생각에 저리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저리 좋을까.”
어른된 입장에서 차마 말을 바꿀 수도 없겠다 싶다.
짜식.
그래, 푹 쉬고 돌아 오너라.
나머지는 어른들이 알아서 어떻게든 해볼테니.
“귀여운 자식.”
슈미트 감독은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ㆍㆍㆍ
세상엔 참 신기한 일이 많다.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자란 형제라 할 지라도,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진짜, 네가 요한이의 친형인 건 맞지?”
웨스트 햄 구단 관계자들은 로한을 보고 항상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 형제끼리 이렇게 다를 수가 있냐고.
“눈코입 빼고 다 정반대야. 어떻게.”
“이 집안은 중간이 없네. 극 아니면 극이야.”
그나마 눈코입이 똑닮지 않았다면, 같은 반씨라도 둘이 친형제라는 걸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게, 요한이 게으르기 짝이 없는 반면에 형 로한은 성실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12월 12일, 웨스트 햄과 뉴캐슬의 시즌 17라운드 경기가 있는 날.
요한이는 집에서 쉬지만, 로한은 런던에서 거의 400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진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제임스 파크를 찾았다.
“어디 보자.”
한 무더기의 자료를 책상 위에 턱, 올려놓고 노트북을 펴는 로한.
그날, 그러니까 슈미트 감독에게서 전력분석관 일을 배우며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은 뒤로.
로한은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자의로였다.
사실 아직 배우는 입장이라 직접 출근해야 하는 날은 일주일에 몇 번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로한은 매일같이 일했다.
웨스트 햄의 경기를 분석하는 건 물론, 다음 상대 팀의 경기를 많게는 최근 7경기까지 모두 분석하고.
유럽 각 리그의 유력지 등과 SNS를 팔로우하며 동향을 살폈다.
그러나 그게 전혀 일로 느껴지지 않는 로한이었다.
이미 여기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로한은 그렇게 해왔으니까.
근데 그걸 일로서 하니, 오히려 개꿀인 느낌이었다.
사실 사람들은 취미가 직업이 되면 안좋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로한은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일이 많아질수록 그저 행복할 뿐이었다.
때문에, 로한은 지금이 제일 행복했다.
겨울 이적 시장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밀려드는 일의 양이 어마어마 했으니까.
“일단, 여러 조건들을 세우고. 그 조건에 맞는 선수들로 목록을 여러 개로 구성해볼까.”
경기가 시작 되려면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다.
그 많은 일들을 모두 처리하려면, 이런 잠깐의 짬도 이용해야 한다.
지금 로한이 하려는 건, 겨울 이적 시장 관련 일이었다. 물론, 이런 일들은 전력분석관이 전문적으로 담당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슈미트 감독은 이미 로한을 단순한 전력분석관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워낙 지식이 방대하고 해박해, 그 이상의 것들도 로한에게 맡기기 시작한 터라.
겨울과 내년 여름, 어떠한 선수들을 지금 스쿼드에 보강해야 할지까지 물어본 참이었다.
물론 로한도 신나서 알아보겠다고 했고.
왜, 재밌지 않은가.
평생 좋아만 했던 클럽이고, 이적 시장 땐 제발 누가 왔으면 좋겠다, 바람만 했었는데.
거기에 자신이 직접 관여할 수도 있는 거니까.
현실에서 축구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일단은···”
스쿼드의 보강.
사실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현재 웨스트 햄은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지난 브라이튼 전 승리로 무려 9연승을 이어 나가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현재의 스쿼드가 완벽하냐?
그건 아니다. 오히려 부족함 투성이다.
그 부족함은 주전, 베스트 일레븐에서 찾을 수도 있었고, 벤치야 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어떤 자원을 1순위로 노려야 하는지, 그걸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심지어, 슈미트 감독이 귀띔하기론 구단에서 약속한 영입 자금도 눈이 휘둥그레해질 수준이라, 행복한 고민만 하면 됐다.
다만,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면 이번에 준비해야할 게 겨울 이적시장이라는 거다.
겨울과 여름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일단, 가장 큰 건 시즌 중간이라는 거.
시즌 중간에 팀을 옮긴다는 건 선수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여름 때처럼 프리 시즌 같은 준비 기간을 가질 수가 없으니까.
때문에 팀의 핵심 전력이 겨울에 이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겨울엔 빅 사이닝이 없다는 거고, 거물급 선수를 데려오긴 어렵다는 거다.
“얘네들은 확실히 무리가 있지. 연봉이나 이적료는 맞출 수 있어도···”
때문에 몇몇 탐나는 선수들은 다음으로 미뤄둔다.
이 친구들이 팀에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겨울엔 힘들겠지.
이건 여름 영입 목록으로 넘겨두고.
그렇담 지금 불러도 올만한 선수들로 목록을 채워본다.
현재 가장 시급한 포지션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오른쪽 풀백.
슈미트 감독은 현재 라이트백인 미카엘 옌킨슨에게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지만, 로한 생각엔 확실히 그를 대체할 자원이 필요해 보였다.
그가 가진 툴 자체는 분명 좋으나, 현재의 팀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서.
좌측의 페트로비치처럼, 직선적인 사이드 돌파와 크로스가 좋은 매물이 있다면 데려오는 게 좋을 것이다.
둘째, 수비형 미드필더.
이쪽도 마찬가지다. 지난 여름 보강하지 못한 포지션. 그들은 그래도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나이들이 많다는 거다. 시즌 후반기와 다음 시즌을 생각해 본다면, 이쪽은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
물론, 젊은 활동량에 더해 전진 패스 능력까지 갖춰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거다.
그런 매물들을 1순위로 찾아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업 스트라이커.
요한이가 필요한 만큼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믿을만한 백업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도 이 백업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이 드러났었지.
믿을만한 백업이 있었다면, 요한이 경기에 나설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때문에 다른 포지션은 못 구해도, 이 백업 스트라이커만큼은 이번 겨울에 1순위로 데려와야 한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게 바로 이 포지션이라는 게 문제다.
일단은 겨울, 여름을 떠나서 쓸만한 스트라이커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요한이의 몸값이 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점을 찍고 있겠나. 스트라이커 자체가 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웨스트 햄에서 스트라이커를 구한다면 반드시 백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선수들이 알 거라는 것도 문제다.
지금 상황에선 누가 와도 요한이를 제쳐내고 주전을 차지할 순 없다.
형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누가 와도 요한이를 완전히 벤치로 밀어낼 순 없다.
때문에, 만약 데려오려면 선수 본인이 백업의 위치에 만족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많지는 않겠지.
그게 문제다.
“근데 내 알 바는 아니고.”
어찌됐건간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건 구단 프론트의 몫이고.
로한은 영입 대상 선수들의 목록만 뽑으면 될 뿐이다.
“···오케이. 세리에에선 이 정도고. 다음은, 에레디비시로 가볼까···”
노트북 하나로 유럽 전역을 훑으며, 자신이 세운 기준에 부합하는 선수들을 하나씩 찾아 나가는 로한.
이미 어느 정도 생각해둔 게 있기에, 로한의 목록이 금새 선수들로 채워진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능력에 맞춰 선수들을 채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매물 목록은 금방 완성이 되었다.
다만 이제부터가 진짜 일.
이 중에서 현실적으로 팀에 데려올 수 있을만한 선수들을 추려내야 한다.
여기서부턴 꽤 시간이 걸린다.
해당 선수가 팀에서 어떤 입지를 가지고 있는지, 팀의 상황이 어떠한지, 계약 문제는 어떤지, 선수의 상황이 어떤지 등등을 모두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한은 새로운 창을 켜고, 팔로우해 둔 SNS의 축구 전문 기자들의 계정이나 현지 기사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수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던 와중.
“···음?”
로한은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발견하곤,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였다.
뭐지, 이거? 찌라시인가?
아닌데.
찌라시라기엔,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이 파브리시오 베르나르.
공신력 1타 기자잖아?
“얘가 우리 팀에 오고 싶어 한다고···?”
생각지도 않은 이름이, 웨스트 햄에 오고 싶다는 뜻을 밝힌 기사였다.
아니, 아무리 지금은 선수 말년을 향해 간다지만.
한때 라이벌 팀의 대표 스트라이커였던 그가 웨스트 햄에 오고 싶어 한다고?
“음···”
그러나, 기사를 읽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로한.
그가 밝힌 이유는, 마지막으로 요한과 함께 뛰어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