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65)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65화(65/202)
< 064화 – 쉿 >
“이쪽, 아니면 저쪽?”
“이쪽으로 하겠습니다.”
경기 시작 전.
양팀의 주장들과 심판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고 서로의 진영을 결정한다.
선택권을 얻게 된 고든은 주저없이 한쪽을 가리켰다.
고든이 가리킨 건, 홈팀 서포터들의 자리인 ‘스피언 콥 스탠드’ 쪽이다.
사실 평범한 선택은 아니다.
보통 원정팀이 진영 선택권을 갖게 될 경우, 홈팀 서포터석을 바라보고 시작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대부분이니까.
하지만, 고든의 선택에 리버풀의 주장 스티브 던컨이나 심판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안필드에서라면 그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콥 스탠드 쪽에 앉은 홈팬들의 기세가, 좀 강하게 말하면 극성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차라리 마주 보고 공격을 하는 게 낫지, 이들을 등지고 수비를 하는 건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나 그게 후반이라면 말이다.
뭐, 사실 전후반이든 부담스러운 건 매한가지다만.
차라리 전반에 매를 먼저 맞는 게 아주 조금이라도 수월한 것은 사실이니, 진영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게 웨스트 햄으로선 일단 시작이 좋았다.
“우우우우우우-!”
킥오프를 위해 요한이 하프라인에 서자, 리버풀의 응원가와 거친 야유가 반쯤 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웨스트 햄과 요한에게 감정이 좋지 못한 리버풀 팬들이다.
요한 때문에 지난 시즌 2위에서 3위로 미끄러졌던 게 리버풀이었으니까.
그런 요한이 킥오프를 위해 서 있으니, 야유가 사방에서 쏟아진 건 당연했다.
“···”
관중석을 한 번 쭈욱 둘러보는 요한.
확실히 다른 구장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일단, 관중석의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때문에 그라운드에 서서 볼 때 관중석이 거의 절벽처럼 보인다.
맨 위 스탠드에 앉은 관중조차 가깝게 느껴질 정도.
게다가 그 모든 관중석을 메우고 있는 게, 유럽에서도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일명 콥, 리버풀 팬들이다.
그들이 그라운드를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은 상당했다.
그것만 해도 그런데, 다들 입을 쉬지 않고 있다. 그들이 질러대는 함성에 머리가 웅웅 울릴 지경.
사실 원정 측 스탠드와 홈 측 스탠드가 나뉘어져 있다곤 하나, 꽉 들어찬 전체 관중석 중 80퍼센트 이상을 홈팬들이 차지하고 있다.
고개를 어디로 돌리든 붉은 물결에, 그들이 펼치고 있는 머플러가 시선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그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관중들이 저마다 함성을 내지르고,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뭐라 뭐라 외치고 있으니.
마치 뭘 잘못하기라도 한 느낌이다.
그냥 빨간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은 것만으로 죄인이 된 느낌.
그러니 기분이 썩 유쾌할 수가 없다.
잘못한 게 없는데 죄인 취급을 받고 있지 않나.
요한은, 빨리 주심의 휘슬이 울렸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삐이이익-!”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시작 되었다.
*
“정신 좀 차려, 새끼들아!”
“좀 들어! 집중 안하면 못 듣는다!”
웨스트 햄 선수들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건, 전반이 시작된 지 채 5분이 안됐을 때였다.
홈팬들이 내지르는 함성 때문에, 바로 옆의 동료가 하는 콜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
게다가 상대, 리버풀의 스피드는 PL 내에서도 최고를 다툰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아무리 리그 1위 팀이라 해도 시작부터 무너지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곳이 안필드기 때문에.
오늘 웨스트 햄 선수들은 애초에 목이 다 쉬어버릴 각오를 하고 온 상태였다.
특히나 웨스트 햄 입장에선 전반전을 더욱 슬기롭게 넘겨야 했다.
그들의 골대 바로 뒤, 불과 몇 걸음 뒤엔 리버풀 팬들 중에서도 정예 열성팬들이 죽어라 웨스트 햄을 저주하고 있었으니까.
진영 선택을 하면서, 먼저 매를 맞기로 선택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니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리버풀의 초반 공세는 예상보다도 훨씬 강했고.
몇 차례 위험한 상황들이 연출되며 웨스트 햄 선수들은 서로 거친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불사하며 집중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애썼다.
다만, 그렇다 해도 악명 높은 콥 스탠드와 가까이 서서 경기를 한다는 건 고역이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건 골키퍼, 제프 휴리첼이었다.
“어이, 로봇! 너 사람 맞냐?”
“덩치만 큰 머저리! 그렇게 느려 터져서 공을 막을 수나 있겠어?”
“넌 느려! 오늘 우리가 개처럼 훈련 시켜주마!”
골대 바로 뒤편, 콥 스탠드 중에서도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 팬들은 콥들 사이에서도 유명할 정도의 고인물들이다.
이들은 리버풀이 안필드에서 기록 중인 어마어마한 승률에 거의 코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여를 했을거다.
거의 12번째 선수들인거지.
이들의 임무는 상대팀 골키퍼의 멘탈을 뒤흔들어 놓는 것.
45분 내내 이들에게 시달리다보면, 어떤 골키퍼도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안필드에선 유독 골키퍼들의 실수가 많이 나오곤 했다.
리버풀의 공격 때 크게 함성을 내지르며 키퍼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물론.
골킥을 할 때도 킥을 차는 순간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실수를 유도한다.
꽤 유치해 보이지만, 실제로 효과적이다.
원래 유치한 게 제일 빡치는 법이니까.
“왼쪽! 간다!”
“뒤! 조심해! 붙는다!”
특히나, 이런 방해 공작이 가장 잘 먹힐 때가 급박한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리버풀의 강한 전방 압박이 들어올 때.
골키퍼에게까지 압박이 깊게 들어올 때, 이들은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심리적인 압박을 가한다.
웬만한 베테랑 골키퍼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일단 리버풀의 전방 압박 자체가 매우 빠르고 강한데, 바로 뒤의 팬들까지 압박을 주니.
키퍼 입장에선 사방에서 압박을 당하는 느낌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키퍼라는 자리가 한 번 실수하면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는 자리다.
그러니 압박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프 휴리첼은 담담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휴리첼이다.
파아앙-!
“야아, 너한테 온다! 너 바로 뒤엔 골대인 거 알지?”
“그거 잘못 차는 순간 바로 실점이다!”
상대의 압박에 전진을 포기한 라이트백 옌킨슨이 휴리첼에게 백패스를 했다.
그 백 패스가 골대 앞으로 굴러오자, 골대 뒤편의 콥들이 극성을 부린다.
하지만,
휴리첼은 조급하다는 감정이 입력되지 않은 기계 같았다.
뻐어어어엉-!
그런 상황에서도 휴리첼이 처리한 킥은 정확히 전방으로 향했고, 콥 스탠드는 잠시 조용해지더니 탄식이 터져 나왔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고,
“야아, 운 좋네!”
“안 쫄리는 척 하지 마라, 다 안다!”
이내 다시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휴리첼이 귀를 막아 놓기라도 한 듯 방해 공작이 전혀 먹혀들지 않자, 리버풀 팬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흐르기 시작했다.
“좋아! 다들 위치 지켜!”
“라인! 좀 더 간격 좁히자!”
그리고, 그런 휴리첼의 냉정함이 동료들에게도 전염이 되기 시작했을까.
웨스트 햄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며 탄탄하게 수비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안필드에서 시작이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전반 10분이 지납니다. 아직 골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점유율은 77대 23. 리버풀이 압도적으로 경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템포가 상당히 빠르죠. 리버풀 입장에선 최대한 빠르게 골을 몰아치고 싶을 겁니다. 웨스트 햄을 상대론 웬만한 점수 차라도 방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물론 경기가 리버풀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안필드가 아니라 런던 스타디움이었대도 경기 자체는 리버풀이 주도했을거다.
하물며 그런데, 안필드이기까지 하니 리버풀의 페이스가 상당히 빠르다.
선제 득점이 어느 팀에서 나오느냐, 그리고 그 시간대가 어느 때냐.
이것이 오늘 경기를 판가름할 수도 있겠다 싶을만큼 양 팀 모두 전반에 쏟는 에너지가 상당했다.
다만 양팀의 입장은 역시 조금 다르다.
웨스트 햄 입장에선 무승부로 전반을 끝내면 대박인거고, 리버풀 입장에선 2점 차 이상으로 전반을 끝내도 섭섭한 결과니까.
다른 팀들과 달리, 리버풀은 이미 요한에게 3골을 내준 기억이 있다.
그 때문에 첼시에게 2위 자리를 내줬고.
그렇다 보니, 흐름을 탔을 때 철저히 밟아놓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리버풀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리버풀은 전반임에도 마치 후반 막판, 추가 시간인 것처럼 공세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 결실이 맺어진 건, 전반 19분 경이었다.
<카르발류, 제쳐내고! 슈웃! 고오올-!>
<리버풀의 날개 카르발류가 첫 득점을 가져 갑니다! 환호로 물드는 안필드!>
<안필드가 더욱 더 뜨거워 집니다!>
리버풀이 가장 선호하는 공격 루트, 오른쪽의 카르발류를 통한 사이드 공격에 첫 번째 실점을 내주고 마는 웨스트 햄.
사실 웨스트 햄이 실점에 그리 엄격한 팀은 아니다.
애초에 클린 시트를 한 경기가 17경기 중 단 2경기밖에 없기도 하고, 리버풀 정도의 팀에게 안필드에서 한 점의 실점도 내주지 않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실점 이후, 안필드의 분위기가 선수들을 당혹케 만들었다.
“와아아아아앗-!”
물론 모두 안필드가 어떤 곳인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지금은 그것조차 뛰어넘는 미친 환호성이 선수들을 짓눌렀다.
꽤나 이른 시간의 선제 골일 뿐인데, 마치 극장 골이라도 들어간 느낌으로 환호를 해버리니까.
그 분위기에, 어렵게 안정을 되찾았던 웨스트 햄은 다시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서는 안될 실수를 하고 말았다.
첫 번째 실점으로부터 9분 뒤.
박스 안에서 휘슬이 불렸다.
<찍었습니다! 주심이 바로 앞에서 봤습니다! 공이 루카스 시모네의 손에 맞고 굴절이 되었거든요! 항의하는 웨스트 햄 선수들! 그러나 주심은 단호합니다!>
<이거는 큰데요. 이 시간에 추가 골까지 허용하게 되면, 오늘 웨스트 햄은 대량 실점의 위기까지 내몰리게 됩니다.>
시모네의 핸드볼 파울로 리버풀에게 PK가 주어졌다.
고의라고까진 볼 수 없는 핸드볼이었지만, 어쨌든 박스 안에서 공이 손에 맞은 이상 PK를 피해갈 순 없다.
때문에 항의를 해봤자 판정을 바꿀 순 없었고, 결국 경기는 그대로 진행.
“넌 절대 못 막아!”
“왼쪽이다!”
“아니, 오른쪽일걸? 하하하!”
PK를 준비하는 휴리첼에게 골대 뒤 팬들의 뜨거운 격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첫 번째 골의 주인공 카르발류가 PK를 처리했고,
뻐어어어엉-!
철썩-!
“예에에에에에-!”
그것이 정확히 골문 구석을 가르며 두 번째 골이 되었다.
그렇게 2대0으로 앞서가기 시작하는 리버풀.
안필드의 분위기는 마치 경기가 끝나기라도 한 듯 들썩였고, 그 가운데 웨스트 햄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아. 안되는건가.
역시, 안필드는 이런 곳인가.
이 곳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웨스트 햄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전반, 결과까지 이렇게 흘러가니 스피릿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리버풀도 초반부터 에너지를 끌어다 쓰며 템포를 올렸기에 전반 막판에 들어선 호흡을 가다듬으며 템포를 약간 늦췄다는 것이었고,
“삐익, 삐이익-!”
그 와중에도 휴리첼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전반이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었지만.
과연 후반에 들어선다고 이 뜨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
웨스트 햄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고, 전반 동안 조용했던 요한 역시 관중석을 다시 한 번 쭈욱 둘러 보더니 라커룸으로 향했다.
*
양팀이 진영을 바꾼 채 시작된 후반전.
이젠 웨스트 햄도 자신의 팬들을 등에 업은 채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전반처럼 동료들끼리의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사납진 않다.
하지만, 상대 진영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져야 하는 입장의 웨스트 햄이다.
2점이나 뒤지고 있으니까.
일단은 최대한 빠르게 추격 골을 넣는 게 급선무.
때문에 상대 팬들을 바라보고 공격을 한다는 게 썩 반가운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등 뒤에 두는 것보다 마주하는 게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일.
그러나, 애초에 웨스트 햄이 선택한 일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막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고든이 진영을 그렇게 선택한 건, 요한을 더 믿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아무리 상대 팬들이 극성을 부리더라도 개의치 않을 녀석이었으니까.
때문에 후반전에 좀 더 포인트를 두겠다는 게 웨스트 햄의 생각이었고, 고든의 선택이었다.
<고든, 오른쪽으로. 공을 끌고 올라 옵니다, 웨스트 햄. 전반보다는 확실히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점수에 여유가 있는 리버풀은 약간 내려 앉는 모양새네요. 여기서 점수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웨스트 햄에겐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간만에 웨스트 햄에게 흐름이 넘어 왔다.
중요한 건 여기서 득점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
흐름이 왔을 때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 차라리 흐름조차 잡지 못한 것보다 나쁜 결과가 뒤따를 수도 있다.
다만, 웨스트 햄 선수들에게 딱히 불안한 기색은 엿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겐 확실한 믿음이 있었으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흐름만 가져올 수 있다면, 마무리를 책임져줄 수 있는 녀석은 있다.
그러니, 녀석에게 전달만 하자.
모두가 그 한 가지 생각만으로 움직이니, 웨스트 햄의 공격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스 안으로 전달 됩니다! 요한! 수비를 등지고 공을 건네 받습니다!>
<절대로 돌아서게 해서는 안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슈팅을 줘서는 안돼요!>
요한이 박스 안에서 공을 잡는다.
이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리버풀 수비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요한이 공을 잡은 채 골대 방향으로 돌아서게끔 놔둔다면, 어떻게 될지 역시 잘 알고 있었고.
때문에, 자신에게 등을 지고 있는 요한을 앞에 둔 리버풀의 센터백 게리 에반스는 사력을 다해 요한을 밀쳤다.
그러나 밀리지가 않는다.
오히려 밀리는 건 자신.
마치 농구의 포스트업 플레이처럼, 자신을 뒤에 두고도 점점 골대를 향해 접근하는 요한 때문에 에반스의 마음이 점점 급해진다.
그리고,
타탓-!
마침내 요한이 빠르게 돌아서는 순간.
마음이 급해졌던 에반스가 결국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공을 향해 태클을 하려다, 그만 요한의 다리를 걷어차 버리고 만 것이었다.
“삐이이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누가 봐도 명백한 PK.
그런데, 약간은 이상한 장면이 이어졌다.
웨스트 햄 선수들이 오히려 항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레프리! 좀 더 놔둬도 됐어!”
“왜 바로 멈춘거야? 아직 넘어지지 않았다고!”
그들의 항의엔 이유가 있었다.
에반스의 반칙성 태클에도, 요한이 완전히 넘어지지 않았기 때문.
중심을 잃긴 했으나, 요한이라면 빠르게 밸런스를 되찾아 다시 공을 잡을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 주심이 휘슬을 분 이상 경기를 더 진행할 순 없었다.
물론 PK를 얻는 게 더 확실한 방법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긴 안필드다.
게다가 PK를 처리해야 하는 골대 뒤론, 안필드에서도 가장 극렬한 팬들이 앉아 있다.
PK를 처리하는 선수는, 상대 골키퍼 뿐만이 아니라 그들 전체와 상대해야 한다.
때문에 평소보다 몇 배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
“···!”
요한이 주심이 들고 있던 공을 가져가자, 항의하던 선수들이 이내 항의를 멈추었다.
그리고,
요한이 페널티 마크에 공을 두자 모두 박스 바깥으로 나갔다.
그래.
요한이라면, 다른 걱정을 할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녀석이라면, 그냥 잠자코 지켜보자.
녀석은 흔들릴 녀석이 아니다.
“우우우우우-!”
“절대 못 넣는다!”
“넣을 수 있을 것 같냐!”
“홈런! 홈런!”
골대 뒤의 팬들이 죽일듯한 기세로 방해를 하는 가운데.
이후의 판도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PK를 앞에 두고,
요한이 조용히 허리에 손을 얹고 주심의 휘슬이 울리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