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genius striker RAW novel - Chapter (66)
나태한 천재 스트라이커-66화(66/202)
< 065화 – 쉿 >
리버풀 팬들을 제외한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지켜보는 상황.
보통은 PK를 내준 쪽이 더 긴장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만큼은 반대다.
PK를 넣어야 하는 쪽이 훨씬 더 부담스러운 상황.
“제발···!”
“부탁한다!”
반대편 스탠드에 위치한 웨스트 햄의 원정 팬들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표정으로 요한의 등을 바라봤다.
하필 멀어서 기도하는 것밖엔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다. 응원의 목소리를 더해봤자 홈팬들이 내는 소리에 섞여 방해만 될 테니.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티비나 다른 매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웨스트 햄 팬들도 마찬가지.
가슴을 졸이며 손을 모으고 지켜본다.
그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키커는 머리가 복잡해지면 안된다.
생각이 많아지면 안된다는 뜻이다.
골대 구석을 향해 정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차기만 한다면, 이론적으로 골키퍼는 키커의 슈팅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설계된 게 페널티 킥이다.
그걸 믿고, 자신감 있게 차면 될 뿐.
하지만, 월드 클래스 급의 킥력을 가진 선수들도 종종 PK 실축을 하는 걸 보면, 그런 이론만으론 설명이 불가능한 게 PK이기도 하다.
킥력 같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멘탈 싸움이라고 보는 게 맞다.
누가 더 담대할 수 있느냐.
누가 더 쫄지 않을 수 있느냐.
그런 면에서, 지금은 오히려 리버풀의 골키퍼, 켈러허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일단 켈러허는 먹혀도 본전이다.
원래 PK 자체가 키커에게 유리하도록 설계 되어 있으니까.
또한, 현재 스코어가 2대0, 2점차기에 한 점을 먹더라도 여유가 있다는 것 또한 하나의 이유다.
무엇보다, 극성 콥들을 등 뒤에 업고 있다.
“홈런! 홈런! 홈런!”
“피유우우-!”
“우우우우우우우-!”
무서운 눈으로 요한과 눈싸움을 벌이고 있는 콥 스탠드의 관중들.
지금만큼은 키커와 키퍼, 1대1의 싸움이 아니다. 1만 대 1의 싸움이었다.
모든 부담이 요한의 두 발에 지어져 있다.
하지만,
“···”
자신을 죽일 듯이 내려다 보고 있는 리버풀 팬들의 눈이 요한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게 느껴진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저 눈빛들과, 주둥이.
그 시끄러운 입을 닫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그저 재밌을 뿐이지.
요한은 슬쩍 미소를 흘렸고,
“삐이이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주저 없이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타타탓-
뻐어어어어어엉-!
불을 뿜는 요한의 오른발.
PK는 이론적으로 키커가 절대 질 수 없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골문 구석으로 빠르게 차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론과 실전은 확실히 다르다.
이론으로만 따진다면,
요한이 때린 킥은 막을 수 없는 킥이 아니었다.
아니, 못 막는 게 이상한 킥이었다.
왜냐면, 구석을 향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요한의 킥은,
슈우우우우웅-
정면으로 향했다.
골문 정면.
“···!”
오른쪽을 선택하고 몸을 날린 켈러허의 고개가 돌아간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의 켈러허.
휘슬이 불리기 전, 요한의 눈빛을 계속해서 쳐다봤던 켈러허였다.
그러면서 왼쪽일지, 오른쪽일지 고민했던 켈러허였고.
하지만, 켈러허의 그 고민에 가운데란 선택지는 없었다.
가운데로 찰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여기서 가운데로 찰 배짱이 있는 선수가 있을까.
안필드에서, 콥들을 눈앞에 두고 가운데로 찰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선수가 있겠느냔 말이다.
때문에, 켈러허는 양쪽 중 어느 쪽으로 뛸지만 고민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요한의 킥이 가운데로 꽂혀 들었을 때.
철썩-!
“···”
그렇게 시끄럽던 골대 뒤 콥 스탠드마저 잠깐 조용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면 과도한 의미 부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콥 스탠드에 앉은 리버풀 팬들은 그렇게 느꼈다.
방금의 PK는, 자신들을 먹이는 거라고.
마치 좀 조용히 좀 하라는 듯한 메시지를 담은 PK였다고.
그 느낌을 한 두명만이 받은 게 아니었다.
그러니 콥 스탠드 전체가 잠시 조용해진 것이지.
그리고, 이렇다할 셀레브레이션도 없이.
요한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 제 자리에 서서 스탠드 전체를 바라 보았다.
“···씨발!”
“뭘 꼬라봐, 새끼야!”
물론 콥 스탠드가 조용해진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이내 요한을 욕하는 고성으로 시끄러워지는 리버풀 팬들이었다.
그러나, 아주 아주 잠깐일지라도.
요한은 그들의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마음에 든 요한은 오늘 경기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이들을 조용해지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 14분.
이번 경기의 기점이 될 수도 있는 PK를 요한이 성공시키며 1대2로 따라 붙는데 성공하는 웨스트 햄이었다.
*
리버풀은 다시 바빠졌다.
물론 아직 리드를 빼앗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요한의 존재감이 드러난 순간 고삐를 늦춰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한이 전반전 내내 조용했던 게 오히려 독이 됐다.
녀석의 존재를, 녀석이 얼마나 위험한 녀석인지를 잠시 잊고 있었으니.
1점 차의 리드는, 안필드 빨만 믿고 남은 시간을 수비적으로 풀어 가기엔 확실히 충분치 않다.
때문에 리버풀은 다시 한번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험한 장면들을 수차례 만들어 내긴 했다.
다만, 결정적인 장면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오오오우우-!”
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나거나, 좋은 시도였지만 수비에 막히는 걸 보며 탄식을 내뱉는 홈팬들.
웨스트 햄의 수비 집중력이 여느 때보다 괜찮았다.
확실히, 매를 먼저 맞은 게 도움이 되는걸까.
전반전 내내 등 뒤의 콥들에게 시달렸던 게 백신이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원정팬들이 가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되는 듯한 모습.
게다가, 가운데로 질러버린 요한의 PK는 콥들 뿐만이 아니라 웨스트 햄 선수들에게도 매우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안필드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부터, 몸이 굳을 정도로 긴장을 했던 자신들의 모습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이 정도 배짱도 없으면서, 여기서 이겨서 돌아갈 생각을 했냐고 말하는 듯 했다.
막내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니, 형들도 정신적으로 각성이 될 수밖엔 없었고.
웨스트 햄의 수비는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리버풀의 공세를 버텨냈다.
이미 말했듯.
흐름이 왔을 때 매듭을 짓지 못하면 위기의 차례가 오는 게 축구의 순리다.
리버풀이 공세를 취했다는 건, 그만큼 뒷공간이 넓어졌다는 걸 의미했다.
지난 시즌에 있었던 경기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상당히 공교롭다.
그때 웨스트 햄이 기록했던 3골 모두 요한의 골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PK였고.
나머지 두 개는 역습 상황이었다.
오늘도 이미 PK로 한 골을 기록한 요한이다.
그리고,
후반 28분 경.
웨스트 햄에게 역습 찬스가 찾아 왔다.
저번 경기처럼.
어떻게든 추가 골을 넣어야 된다는 생각에 리버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라인을 끌어 올린 채 공격에 열중하고 있을 때.
파아앙-!
상대 슈팅을 캐칭해낸 휴리첼이,
뻐어어어어엉-!
전방을 향해 낮고 빠른 킥을 때렸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요한이 뛰기 시작했다.
타타타탓-!
다만,
리버풀도 대비는 해놓은 상태였다.
아무리 추가 골이 시급하대도, 어쨌든 한 점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수비 하나를 후방 깊숙이 배치해 두었던 것.
주력은 그리 빠르지 않아도 대인 마크는 좋은 센터백, 스티브 던컨은 요한보다 10걸음은 더 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공을 잡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요한의 모습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걸 본 던컨은 후회했다.
아, 내가 후방에 남겠다고 하지 말 걸.
이 든든한 안필드의 팬들은, 리버풀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태도도 금방 변한다.
조금이라도 멍청한 모습을 보이면, 리버풀이라는 팀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 선수보다도 더한 욕을 쳐먹게 된다는 거다.
요한이 자신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드는 그 기세는, 던컨에게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오늘은 나인가.
그런 생각이.
타타타탓-!
다만, 정작 요한은 던컨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요한은 빠르게 달릴수록, 시시각각 커져가는 리버풀 팬들을 보고 있었다.
골대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표정이 선명하게 보인다.
마음에 드는 표정들이었다.
행여나 골을 먹히게 될까 두려워 그 시끄러운 입도 놀릴 생각을 못하고 숨을 죽이는 표정들.
리버풀 원정, 진짜 오기 싫었다.
런던이랑 엄청 멀었거든.
그래도, 나름 또 이런 재미가 있네.
물론 그 먼 길을 다시 오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파아앙-!
스티브 던컨은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멀리서부터 속도를 붙인 채 달려오는 요한을 던컨이 막을 순 없었다.
요한은 던컨을 앞에 두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그의 다리 사이로 공을 통과시키며 굴욕을 주었다.
공은 이미 빠져 나갔고, 이후는 명백히 키퍼와의 1대1 상황이기에 던컨은 반칙을 감행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물고 늘어지면 레드 카드를 받게 될 게 뻔하니.
덕분에 요한은 순식간에 박스 근처까지 도달했고,
뻐어어어어엉-!
더 들어갈 것도 없다는 듯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어···?”
그런데, 이미 만세를 부르고 있던 웨스트 햄 선수들이 순간 입을 벌렸다.
요한이 때린 슈팅이 골대를 크게 벗어나는 각도로 쏘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슈우우우웅-!
골대 바깥쪽으로 향하던 공은 휘리릭 감기며 골대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멋진 감아차기.
그 또한 엄청난 배짱이었다.
절대 놓쳐선 안되는 1대1 찬스에서, 그런 슈팅을 때린다는 게 말이다.
보통은 적당히 키퍼의 손에 닿지 않는 정도의 선에서 슈팅을 처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한은 그 상황에서도 완벽한 코스를 노리고 슈팅을 때렸다.
자신의 킥에 엄청난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슈팅.
덕분에, 키퍼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털썩 무릎을 꿇으며 공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철썩-!
안필드가 오늘 들어 두 번째로 적막에 휩싸이는 순간.
“···”
요한은 스탠드를 따라 천천히 뛰며 그 모습을 즐겼다.
*
“···”
“···”
전반전에 비하면, 안필드는 많이 조용해져 있었다.
그렇게 극성을 부리던 콥 스탠드의 팬들도 힘이 빠진 듯, 조용히 그라운드를 지켜만 본다.
또, 또 이렇게 끝나는 건가.
지난 시즌 이후 그렇게 복수를 꿈꿔 왔고, 경기 일정이 나오는 순간 오늘만을 기다렸던 팬들도 많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경기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90:00
LIV 2 : 2 WHU
어느새 전광판의 시계가 멈췄다.
스코어는 2대2.
추가 시간은 고작 3분이 주어졌다.
최근 리버풀은 홈에서 15연승을 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15경기 무패가 아니라, 15경기 연승 말이다.
무패로 따지자면 35경기다.
다시 한번 과거 자신들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의 홈 최다 연승 종전 기록은 24연승.
최근의 기세라면, 이 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과연 3분 안에 골을 넣어 기록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손을 모으고 경기를 지켜보는 리버풀 팬들.
사람이 간절해지니, 과격한 응원보단 그저 손을 모으고 숨을 죽이게 된다.
“젠장!”
“집중 좀 해라, 머저리들아!”
그 염원을 선수들도 알고 있는지, 리버풀은 막판 들어 계속해서 웨스트 햄의 골문을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한끗이 모자라다.
웨스트 햄에겐 안필드에서의 무승부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일거다.
때문에 사력을 다해 틀어막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꼴보기 싫지만, 어쩌겠는가.
리버풀 팬들은 무조건 수비만 하는 웨스트 햄보다, 그거 하나 못 뚫는 자기 팀 선수들이 더 미웠다.
<추가 시간도 거의 다 흘렀습니다. 리버풀의 홈 연승 기록이 여기서 멈추기 일보 직전입니다.>
홈 연승 기록은 됐고, 홈 무패 기록을 이어 나가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건가 싶은 무렵.
그 희망마저도 앗아가려 드는 악마가 있었다.
뻐어어어어엉-!
빨리 휘슬을 불라는 듯, 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낸 웨스트 햄.
그리고, 또.
또 요한이 그 공을 향해 달린다.
리버풀 팬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을 감았다. 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후회했다.
경기 시작 전, 그리고 경기 내내.
상대에게 야유를 보냈던 것을 말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저 게으른 녀석이 저렇게까지 이를 악물고 뛰진 않았을 테니까.
괜히, 괜히 그랬다 싶었다.
철썩-!
원래라면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가, 안필드에선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다.
팬들이 내는 소리가 워낙 시끄러우니까.
그러나, 지금만큼은 모두에게 선명히 들렸다.
안필드는 도서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삐익, 삐익, 삐이이익-!”
처음 겪어보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며 요한을 겁주던 형들은,
반대로 요한 덕분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선물 받았다.
안필드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경험을 말이었다.